[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한국 양금계를 대표하는 연주자 윤은화가 그제(12월 24일) 저녁 7시 30분 김희수아트센터 SPACE1에서 단독 콘서트 《五굿 : 경계를 여는 소리》를 열었다. 최근 경주 APEC 한ㆍ중 정상회담 국빈만찬 무대 연주를 비롯해 세계적 활동을 이어온 그가, 이번 공연을 통해 굿의 장단과 양금의 울림을 결합한 새로운 의례 음악을 처음으로 관객 앞에 선보였다. 같은 날 디지털 싱글음반 ‘윤은화류 양금 산조’도 함께 발매되어 본 공연의 음악적 맥락을 음원으로 확장했다. 윤은화는 중앙대학교에서 음악학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세계양금협회(CWA) 이사, 한국양금협회 회장, 국제양금예술연합회ㆍ아시아양금협회 부회장을 맡고 있다. 또한 한국양금앙상블 대표, 밴드 동양고주파 단원으로 활동하며 나라 안팎의 다양한 프로젝트를 이어가는 중이다. 미국 링컨센터, 포르투갈 WOMEX, 스페인 MMVV 등 세계 음악축제에서 무대를 올렸고, 2021 수림뉴웨이브 대상, 2015 전주세계소리축제 소리프론티어 대상 등 다수의 수상 경력이 그 행보를 증명한다. 전통, 창작, 연주, 연구, 교육을 동시에 아우르는 활동은 한국 양금계에서도 찾아보기 어려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일본 내에서 한국과 관련된 소식을 자세히 들을 수 있는 소식지를 꼽는다면 <시민이 만드는 일본·코리아 교류 역사박물관인 고려박물관, 아래 ‘고려박물관’>에서 만드는 회보 <高麗博物館>(72호, 2025. 11)를 꼽을 수 있다. ‘한국과 관련된 소식’이라고 했지만, 고려박물관의 회보 <高麗博物館>은 단순한 한국관련 소식지가 아니다. 컬러판 16쪽짜리 이 소식지에서 다루는 내용들은 하나같이 한일 사이 깊은 역사성이 있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고려박물관은 1990년 9월, ‘고려박물관을 만드는 모임(高麗博物館をつくる会)’을 결성한 지 올해로 35년째를 맞이하고 있다. 회보 <高麗博物館>은 회원인 마츠자키 에미코 씨가 보내오고 있는데 이번 호(72호, 2025. 11)는 지난 12월 15일, 마츠자키 씨가 직접 서울을 방문하여 전해주고 갔다. 회보를 보니, 올 한 해도 고려박물관 회원들이 치열하게 활동한 모습이 눈에 띈다. 2025년 한해 여러 건의 기획전시가 있었지만, 특히 이 가운데 괄목할 만한 전시를 꼽는다면 <왜 조선인이 전범이 되었는가(なぜ「朝鮮人」が戦犯になったのか?>를 들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갑작추위가 옷깃을 여미게 하는 아침, 마음을 따뜻하게 덥혀주는 기별이 들렸습니다. 한뉘(평생) 한약방을 꾸리며 번 돈을 아낌없이 배움이와 이웃에게 내어주셨던 진주의 큰 어른, 김장하 스승님의 이야기입니다. 스승님께서 꾸리시던 옛 '남성당 한약방'이 고장 사람들의 배움터인 '교육관'으로 다시 태어난다고 합니다. 바라는 것 없이 베푼다는 뜻을 이어받아, 이제는 집마저 내어놓으신 스승님의 삶을 보며 저는 문득 '기부'나 '나눔'이라는 말보다 더 깊고 튼튼한 우리말 하나를 떠올렸습니다. 바로 오늘 여러분과 나누고 싶은 토박이말, '노느매기'입니다. '노느매기'를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여러 몫으로 갈라 나누는 일, 또는 그렇게 나누어진 몫'이라고 풀이를 합니다. 이 말은 곰곰이 뜯어보면 볼수록 그 맛이 더 깊어집니다. 옛말에 '나누다'는 뜻을 가진 '놀다'의 끝바꿈꼴(활용형)인 '노느'에, 몫을 정한다는 뜻의 '매기다'에서 온 '매기'를 더한 말이지요. 그저 가진 것을 뚝 떼어 주는 게 아니라, 너와 내가 한데 어우러져 서로의 몫을 살피고 고루 나눈다는 동아리(공동체)의 따뜻한 마음이 이 낱말 속에 오롯이 배어 있다고 하겠습니다. 이
[우리문화신문=이한영 기자] 꿈을 잃고 살아가는 중년여성들을 위한 치유 뮤지컬이 찾아온다. 당당하고 솔직한 중년여성들의 인생 이야기, <헬로 마마>가 대학로 ‘후암스테이지’에서 막을 올린다. 꿈과 사랑이 공존하기 어려웠던 시절, 사랑을 선택한 그녀들은 지금 행복하게 잘 살고 있을까. <헬로 마마>는 그녀들에게 안녕을 묻는다. ‘사랑’으로 보상받았어야 마땅한 그녀들은 역설적으로 사랑을 구걸하고 있었다. 인생의 울타리가 되어 주기를 바랐던 이들에게서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한 그녀들. 극의 배경이 되는 ‘카페 아뜨리에’는 사랑하고 사랑받고 싶은 여자로서의 욕구, 가족 안에서 이해받고 그들과 소통하고자 했던 욕구, 그 모두가 좌절된 이들을 품어 안는 공간이다. 이 ‘카페 아뜨리에’를 자주 찾는 세 명의 주부는 각기 다른 사연을 갖고 있으나 비슷한 처지에 놓여 있고, 비슷한 처지에 있으나 각기 다른 위안으로 삶을 버티고 있었다. 나를 더 이상 여자로 봐주지 않는 남편은 내 감정에도 내 일상에도 더는 관심이 없다. 다 키운 자식은 자기 살기 바쁘고 아직 어린 자식은 나를 이해하지 못한다. 남편도 가족도 그녀들의 위로가 되지 못하자 이제 그녀들은 혼자
[우리문화신문=이한영 기자] 고양문화재단은 오는 12월 26일~27일 이틀 동안 크리스마스 시즌을 맞아 음악과 향기를 결합한 공감각 클래식 공연 새라새 클래식 <음(音). 향(香)>을 선보인다. 이번 공연은 피아노 연주와 향(香)이 함께 어우러지는 형식으로, 관객에게 클래식 음악을 보다 새로운 방식으로 경험할 수 있는 시간을 제안한다. <음(音). 향(香)>은 피아니스트 김태형이 ‘겨울’을 주제로 선곡한 피아노 연주곡을 중심으로, 퍼퓸테일러 배사라가 음악의 분위기에서 영감을 받아 조향한 향이 더해져 완성되는 공연이다. 음악이 흐르는 동안 향이 함께 제시되며, 관객은 소리와 향을 동시에 인지하며 공연의 분위기를 보다 입체적으로 즐길 수 있다. 새라새 클래식은 전통적인 클래식 공연 형식에서 벗어나, 공연 공간과 관람 방식을 새롭게 제안하는 시도로 올해 처음 출발했다. 지난 11월 1~2일 진행된 <고잉홈프로젝트 × 새라새 클래식> 공연에서는 자유로운 좌석 구성과 무대와 객석의 거리를 좁힌 라운지 펍 콘셉 연출을 통해, 보다 편안하고 친근한 관람 환경을 시도한 바 있다. 이번 <음(音). 향(香)> 공연은 이러한 첫 시도
[우리문화신문=한성훈 기자] 국립진주박물관(관장 장용준)은 12월 23일(화) 진주 금산김씨 문중 소장 문화유산 〈삼강려 현판〉등 133건 137점을 기증받았다. 진주 금산김씨 문중은 진주시 진성면 가진리 일대에서 수백 년 동안 살아왔던 가문이다. 이번에 기증된 문화유산은 주로 정려* 관련 현판, 시권(시험지), 교지(임금의 명령서), 호구단자, 산송문서**등으로 가문의 역사와 문화를 잘 보여주는 자료들로 자료적 값어치가 크다. * 정려: 조선시대 충신, 효자, 열녀 등을 기리기 위해 그 동네에 정문을 세워 표창하는 일 ** 산송문서: 무덤과 그 주변의 산지를 대상으로 하는 소송 문서 특히, 정려 관련 현판은 일상생활 속에서 효자와 열부를 강조하는 조선시대의 분위기를 잘 보여주는 것이어서 조사 연구를 거쳐 새 박물관 경남역사문화실의 양반문화를 소개하는 데 활용할 예정이다. 진주 금산김씨 문중을 대표하여 김성두 선생은 “새 국립진주박물관에서 이번에 기증한 문화유산이 전시 및 조사 연구에 잘 활용해주기 바란다.”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국립진주박물관 장용준 관장은 “이번 기증을 계기로 진주 지역의 다른 명문가에서도 기증문화가 활성화되기를” 바라면서 “앞으로〈삼강
[우리문화신문=김선흥 작가] 2007년 일본에서 펴낸 《伊藤博文文書(이등박문문서)》에는 ‘대원군 음모에 관한 시말’이라는 제목으로 대원군과 김옥균이 쿠데타를 일으키려 했던 내막이 자세히 기술되어 있다. 이토 히로부미에게 제출한 문서인데 김옥균의 뜻과 행동 나아가 당시의 정세를 이해하는 데 매우 유용한 정보로 보인다. 그 개요는 다음과 같다.(참고: 김흥수 홍익대 교수의 2020 논고 <김옥균의 최후>) 1887년경 박영효는 일본인 오가와 미노루(小川實, 1887년 이래 조선에 제분-製粉 교사로 고용되었는데 주로 무기 구매를 중개함) 편에 대원군에게 서한을 보내 국사를 도모할 것을 타진한다. 이어 1891년 2월 신화폐 주조를 일본 정부와 협의하기 도쿄에 온 안경수에게 대원군 앞 편지 전달을 부탁하였다. 편지에서 대원군에게 세 가지 대안을 제시한다. 첫째, 대원군이 임금에 상주하여 온건한 방법으로 국정을 개량. 둘째, 이것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민씨 세력을 제거하여 국정을 개혁. 셋째, 둘 다 불가능하면 수단을 다해 일본으로 건너오실 것. 귀국한 안경수는 이 편지를 오가와에게 주고 오가와가 대원군에게 전한다. 이에 대원군은 “온 조정이 놀라서 들썩거릴
[우리문화신문=양인선 기자] 길 위에서 생의 이정표를 만날 때가 있습니다. '코요테의 땅'이라는 뜻을 품은 멕시코시티의 '코요아칸'. 거리를 걷는 내내, 제 마음은 이름 모를 설렘으로 일렁였습니다. 거리마다 뿌리를 깊게 내린, 오래된 가로수들은 그늘을 드리우며 지나는 이의 발걸음을 다정하게 다독여 주더군요. 가장 먼저 발길이 닿은 곳은 '프리다 칼로의 푸른집'이었습니다. 늘 관광객으로 붐비는 그곳의 강렬한 푸른 벽은 그녀가 겪어낸 고통보다 더 선명한 생의 의지를 보여주는 듯했습니다. 굽이치는 골목마다 노랗고 분홍빛을 띤 예쁜 집들이 줄지어 서 있어, 걷는 것만으로도 마치 한 폭의 수채화 속을 유영하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길가 표지판 위에 조용히 앉아있는 코요테 조형물은 이 마을의 수호신처럼 무척이나 사랑스러웠지요. 그곳에서 20분 남짓 천천히 걸음을 옮기면. 또 다른 역사의 한 페이지인 레온 트로츠키 박물관과 마주하게 됩니다. 머나먼 소련에서 온 혁명가는 이곳에서 마지막 숨을 거두었고, 이제는 고요한 정원 돌비석 아래 잠들어 있습니다. 디에고와 프리다 부부의 따뜻한 손길이 머물렀던 그곳에서, 100여 년 전 뜨거웠던 혁명의 열기를 가만히 가늠해 보았습니다.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오늘은 인간을 구원하러 오신 예수가 태어난 성탄절 전날입니다. 그런데 이 구세주 신앙이 우리나라에서는 미륵신앙이 됩니다. 미륵불은 석가모니가 열반에 든 뒤 56억 7,000만 년이 지난 미래의 사바세계(중생이 갖가지 고통을 참고 견뎌야 하는 이 세상)에 나타나 중생을 구제한다는 부처님입니다. 고구려, 백제, 신라 모두 미륵불 신앙과 관련된 기록이 있을 정도였는데 오랫동안 백성들의 희망 신앙으로 받아들여 폭넓게 이어져 왔습니다. 그래서 마을 곳곳에 가면 친근한 모습의 돌미륵들을 쉽게 볼 수 있지요. 또한 고려말에는 바닷가 개펄에 향나무를 묻는 매향의식(埋香儀式)이 있었는데 이도 역시 미륵신앙의 하나였습니다. 당시 자주 출몰하던 왜구 때문에 고통받던 백성들이 침향을 정성으로 준비하여 바닷가에 묻고 자신들을 구원해 줄 미륵불이 오시기를 빌었던 것입니다. 이렇게 서양에서는 성탄절 신앙으로, 우리나라에서는 미륵불 신앙으로 많이 닮았습니다. “궁예(弓裔)는 호를 미륵불(彌勒佛)이라 하고 금모자를 쓰고 몸에는 네모난 가사를 입으며 큰아들을 청광보살, 막내아들을 신광보살이라 하고 나아갈 때에는 비단으로 장식한 백마를 타되 어린아
[우리문화신문=한성훈 기자] 국가유산청(청장 허민)은 현재 전하는 경수연도(장수 축하ㆍ기원 잔치인 경수연을 그린 그림) 가운데 유일한 원본인 「신중엄경수도첩」을 비롯해 「영산회상도」, 「묘법연화경 권3」, 「구례 화엄사 동종」, 「고려 수월관음보살도」, 「‘영축사’명 영산회상도」까지 모두 6건을 국가지정문화유산 보물로 각각 지정하였다. 고령신씨영성군파 문중에 전해오는 《신중엄경수도첩(申仲淹慶壽圖帖)》은 1601년 80살를 맞은 신중엄(申仲淹, 1522~1604년)의 아들 신식(申湜)과 신설(申渫)이 아버지의 장수를 축하하며 연 경수연을 기려 만든 서화첩이다. 경수연은 1601년 12월 12일 처음 연 이래 모두 여섯 차례에 걸쳐 열렸다. 이 잔치는 서대문 인동(仁洞)에 있는 신중엄의 자택에서 열렸는데, 당대의 주요 관원과 명문장가, 명필가 등이 참석하였다. 신중엄경수도첩에는 맨 앞에 허목의 전서*체 글씨 <경수미정(慶壽眉鼎)>ㆍ<경수도첩(慶壽圖帖)>이 쓰여 있으며, 화공(畫工)에게 부탁해 그린 <경수연도(慶壽宴圖)>ㆍ<서문구모도(西門舊茅圖)>ㆍ<용산강정도(龍山江亭圖)>ㆍ<누정한일도(樓亭閑日圖)>