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온 누리가 사랑과 기쁨으로 가득해야 할 예수님오신날 앞날 아침입니다. 하지만 오늘 들려온 먼 나라 핀란드의 기별은 매섭게 불어오는 겨울바람만큼이나 차갑고 쓸쓸합니다. 산타클로스가 나고 자란 곳으로 알려진 로바니에미의 하늘에 썰매가 아닌 전투기가 날아다니고, 땅에는 방공호가 들어섰다고 합니다. 꿈과 사랑이 머물러야 할 그곳이 전쟁의 두려움으로 얼어붙었다는 기별에 마음 한구석이 시려옵니다. 오늘 이런 안타까운 기별을 보고 여러분과 나누고 싶은 토박이말은 바로 '살얼음'입니다. '살얼음'은 '살'과 '얼음'이 만나 이루어졌는데요, 여기서 '살-'은 '오롯하지 못한' 또는 '살짝'이라는 뜻을 더하는 앞가지(접두사)입니다. 푹 삶지 않고 살짝 삶는 것을 '데삶다'라고 하듯, 물이 꽁꽁 얼지 않고 얇고 여리게 언 됨새(상태)를 '살얼음'이라고 부르는 것이지요.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살얼음'을 '얇게 살짝 언 얼음'으로 풀이하고 있습니다. 이와 달리 꽁꽁 언 얼음은 '매얼음'이라고 하니, 우리 토박이말의 맛이 참으로 남다르지 않나요? 이 말은 말꽃 지음몬(문학 작품) 속에서도 먹고 살기 어렵고 추웠던 그 살얼음 같은 날들을 견디게 해준 따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국립민속박물관(관장 장상훈)은 2026년 병오년(丙午年) ‘말의 해’를 맞아 한국 민속문화 속 말의 상징과 의미를 정리한 《한국민속상징사전》 ‘말’ 편을 펴냈다. 예로부터 말은 인간의 삶과 가까운 동물이었다. 백마ㆍ천마ㆍ용마 등으로 불리며, 하늘과 인간, 이승과 저승을 오가는 존재로 여겨졌고, 생명력과 지혜, 충성의 상징이 되어 왔다. 이번 사전은 우리 일상 곳곳에 남아 있는 말 이야기를 218개 올림말로 정리해, 말에 부여된 상징과 의미를 한 권에 담아냈다. □ 말의 문화적 이해를 위한 종합해설서 말의 생태부터 설화, 신앙, 민속놀이, 교통 등 일상생활과 연관된 흥미로운 자료를 집대성하고 시각 자료를 더해 말의 상징적 의미를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이로써 말이 단순한 동물을 넘어 다양한 문화적 맥락 속에서 여러 의미를 지닌 존재였음을 알 수 있다. 더불어 ‘말’과 ‘마(馬)’가 들어간 올림말이 일상문화 전반에 얼마나 다양하게 분포해 있는지 사전 곳곳에서 확인하는 재미도 느낄 수 있다. □ 민속신앙 속 말의 상징 오늘날 말의 기능은 자동차, 기차로 상당 부분 대체되었지만, 민속신앙에서 말은 여전히 특별한 상징과 의미를
[우리문화신문=정석현 기자] 국립극장(극장장 박인건) 전속단체 국립국악관현악단(예술감독 겸 단장 채치성)은 2026년 1월 9일(금) 저녁 7시 30분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2026 신년 음악회>를 공연한다. 2020년 시작된 국립국악관현악단 <신년 음악회>는 매 공연 전석 매진을 기록해 온 국립극장의 대표 신년 프로그램으로, 새해의 시작을 맞이하는 우리 음악 연주곡을 꾸준히 선보여 왔다. <2026 신년 음악회>는 나운규 감독의 영화 <아리랑>(1926) 개봉 100돌을 기린 위촉 신작 ‘아리랑, 세 개의 숨’(작곡 홍민웅)으로 문을 연다. 한국 민요의 원형이자 가장 널리 불려 온 ‘아리랑’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경기아리랑’, ‘밀양아리랑’, ‘진도아리랑’을 음악적 소재로 삼아 각 지역의 서로 다른 정서와 리듬, 선율을 하나의 서사로 엮어낸다. 세대와 지역을 넘어 모두가 함께 공감할 수 있는 ‘아리랑’을 통해 새해의 시작을 희망과 화합의 정신으로 열고자 한다. 이어서 가야금 신동으로 주목받은 김영랑이 국립국악관현악단과 ‘성금연류 가야금 산조를 위한 협주곡’(편곡 박위철)을 선보인다. 화려하면서도 경
[우리문화신문=한성훈 기자] 국가유산청 궁능유적본부 경복궁관리소(소장 길태현)는 없어된 경복궁 근정전 향로 뚜껑 두 점의 재현품을 제작해, 오는 12월 24일부터 뚜껑 재현품을 얹은 온전한 향로 두 점을 근정전 양옆에서 국민에게 상시 공개한다. 근정전 향로는 조선 왕실의 위엄을 시각화한 궁중 유물로, 근정전 양옆에 크기와 형태가 같은 두 점이 뚜껑 없이 나란히 있어 왔다. 이 향로들은 1866년(고종 3년) 경복궁 중건 당시 광화문 서쪽에 있던 대종(大鐘, 1457년(세조 3년) 주조)을 녹여 제작된 것으로 파악되며, 현재의 자리에서 국가적 의례가 행해진 공간의 위상을 한층 높이는 역할을 맡았던 것으로 보인다. 근정전 향로는 본래 각각 두 개의 손잡이와 세 개의 발이 달린 정(鼎, 솥) 형태의 몸체와 용(龍)을 형상화한 뚜껑으로 구성되어 있었으나, 몸체만 기단석 위에 고정되어 있었기에, 뚜껑 두 점은 없어지고 현재와 같이 몸체만 있는 불완전한 상태로 남게 되었다. 일제강점기에 촬영된 사진 자료 등을 통해 당시부터 뚜껑의 소재가 불분명함을 확인할 수 있으며, 이후 1961년과 1962년 사이에 양쪽 향로의 뚜껑 두 점이 모두 없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경복궁관리
[우리문화신문=한성훈 기자] 국가유산청(청장 허민)은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사무총장 곽창용)과 함께 광복 80돌을 맞아 12월 24일부터 2026년 1월 26일까지 경복궁 계조당(서울 종로구)에서 일제강점기 일본으로 반출되었다가 약 100년 만에 국내로 반환된 조선시대 건축물 ‘관월당(観月堂)’의 여정을 조명하는 특별전 「돌아온 관월당: 시간을 걷다」를 연다. ‘관월당’은 조선 후기 건립된 목조 건축물로, 왕실 관련 사당으로 추정된다. 20세기 초 일본으로 반출되어, 도쿄를 거쳐 가나가와현 가마쿠라시의 절 고덕원(高德院) 경내에서 약 100년을 머물렀으며, 지난 6월 고덕원 주지 사토 다카오[佐藤孝雄]의 기증을 통해 한국으로 귀환하였다. 이번 전시는 나라 밖으로 반출된 한국의 건축유산이 온전한 형태로 환수된 첫 사례인 관월당의 귀환을 기념하고, 그 과정에 담긴 역사적 의미를 국민과 공유하기 위해 마련되었다. 전시는 한국으로 귀환하기 위해 해체되었던 관월당의 부재들과 함께, 귀환 과정을 담은 기록을 통해 관월당의 여정을 따라갈 수 있도록 구성되어, 문화유산 반환이 여러 주체의 책임과 역할 분담을 통해 함께 추진해야 할 공공의 과제임을 보여준다. 특히, 이번 전시
[우리문화신문=한성훈 기자] 국가유산청(청장 허민)은 2025년 국가무형유산 이수심사를 통해 이수자가 된 342명 가운데 분야별 우수한 성과를 보인 5명을 ‘올해의 이수자’로 뽑고, 12월 23일 낮 2시 30분 국립무형유산원(전북 전주시)에서 시상한다. 국가무형유산 ‘올해의 이수자’는 한 해 동안 배출된 이수자 가운데 이수심사에서 뛰어난 기량을 보인 전승자를 격려해 활동 동력을 높이고, 무형유산 분야의 신규 전승자 유입을 확대하기 위한 취지로 올해 처음 뽑았다. 2025년 ‘올해의 이수자’는 전통음악, 전통무용, 전통연희, 전통기술, 의례ㆍ의식 분야에서 각 1명씩 뽑았다. ▲ 전통음악 분야의 경기민요 전병훈(남, 1995년생) 이수자는 어릴 적부터 민요, 시조 등을 배우다 2015년 본격적으로 이호연 보유자에게 경기12잡가를 배웠다. 경기12잡가 완창 발표회를 열었고, 전주대사습놀이 민요 명인부에서 장원을 수상한 바 있다. ▲ 전통무용 분야의 살풀이춤 송효진(여, 1979년생) 이수자는 지인의 권유로 무용에 관심을 갖던 중 고 정명숙 보유자 문하에 입문해 2000년부터 전수교육을 받았다. 완산전국국악대제전, 경기국악제 등 각종 경연대회에서 입상하였다. ▲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단국대 명예교수] 지난주에는 서도창법으로 부르는 어부들의 <잦은 배따라기>, 곧 <봉죽타령> 이야기를 하였다. 북을 울리며 돌아오면서 흥겹고, 신명 나는 노래를 부르는데, 선창자의 “여보시오 친구님네들, 이내 말씀을 들어를 보소. 금년 신수(身數) 불행하여 망한 배는 망했거니와 봉죽을 받은 배, 저기 떠 들어옵니다.”로 시작하며 “봉죽(鳳竹)을 받았단다. 봉죽을 받았단다. 오만 칠천 냥, 대봉죽을 받았다누나.”를 선창하면. 모두가 제창으로 “지화자 좋다. 이에~어구야 더구야 지화자 좋다.”의 후렴 귀로 받는다고 이야기하였다. 선창자(先唱者)의 본절(本節)에 답하듯, 선인(船人)들의 제창(齊唱)으로 후렴구를 받는, 곧 노동요(勞動謠)의 전형적인 ‘메기고 받는 형식’의 노래다. 특히, 만선의 기쁨을 노래할 때는 매우 빠른 ‘볶는 타령장단’에 맞추기도 하는데, 볶는다는 의미는 매우 빠르다는 뜻으로 마치 콩을 볶듯, <쿵-짝, 쿵-짝>의 빠른 장단이란 의미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6박의 도드리장단으로 진행되는 정악의 <염불환입(念佛還入)>이라는 악곡도 춤 반주로 급하게 몰아가는 대목에서는 ‘볶는 염불’로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화창한 봄날, 배고픈 호랑이가 살았습니다. 산에 토끼도 없고, 짐승들이 많이 사라져 인가를 털기로 합니다. 마침, 허름한 마굿간이 있어 몰래 들어갔습니다. 한편, 먹고 살기 힘들었던 말 도둑도 그 마굿간에 숨어들었지요. 말 도둑은 그중 잘빠지고 매끈한 동물에 올라탑니다. 몰래 말을 잡아먹으려던 호랑이는 등에 주인이 달라붙어 들켰다고 오해합니다. 다리야 날 살리라고 도망가기 시작했지요. 도둑은 떨어질세라 호랑이의 털을 움켜쥐었고 호랑이는 등에 탄 주인을 떼어내고자 안간힘을 썼습니다. 날이 훤하게 밝아 자기가 타고 있는 것이 호랑이인 것을 알아차린 도둑은 아연실색합니다. 계속 갈 수도 없고 내릴 수도 없는 형국에 빠져버린 것이지요. 그런데 아침에 일하러 나왔던 농부가 그 모습을 봅니다. 농부는 부러움에 다음과 같이 말하지요. "저놈을 팔자도 좋네, 아침부터 동물을 타고 꽃놀이를 하는구나." 원래 사람은 대부분의 일을 객관적으로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판단의 밑바닥에는 늘 주관이 들어있지요. 지나친 주관은 심각한 오류에 빠지기도 합니다. 우린 그럼 사람을 꼰대라고 부릅니다. 다양한 관점을 이해해야 합니다. 그것이 열린 마음으로 연결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예수님오신날(성탄절)을 이틀 앞둔 오늘, 하늘빛은 조금 흐리다고 합니다. 들려오는 기별(뉴스)을 보니 뒤낮(오후)부터 비가 내리고, 경기도 위쪽과 강원도 높은 곳에는 눈이 올 거라고 하네요. 그런데 날씨알림이가 이어주는 "적설량 1cm에서 5cm안팎"이라는 말이 조금 왠지 모르게 쓸쓸하게 들렸습니다. 그래서 우리 마음을 몽글몽글하게 만들어 줄 아름다운 토박이말 '자국눈'을 꺼내 봅니다. '자국눈'이라는 말을 소리 내어 읽어 보면 눈앞에 뚜렷한 발자국 하나가 찍히는 듯하지 않으신가요? 《표준국어대사전》의 풀이를 빌리자면 '자국눈'은 '겨우 발자국이 날 만큼 적게 내린 눈'이라는 뜻입니다. 눈이 펑펑 내려서 온 누리를 하얗게 덮으면 좋겠지만, 때로는 바닥에 살짝 깔릴 만큼만 올 때가 있지 않습니까? 바로 그때, 사람이 밟으면 발자국이 뚜렷하게 남을 만큼 얇게 깔린 눈을 일컫는 말입니다. 이 말은 우리 말꽃 지음몬(문학 작품) 속에서도 쓰였습니다. 백수린 님의 소설집 《여름의 빌라》에 실린 <폭설>을 보면, 주인공이 눈 내리는 바람빛(풍경)을 바라보며 제가 아는 아름다운 눈의 이름들을 하나하나 떠올리는 대목이 나옵니다. "얼
[우리문화신문=한성훈 기자] 국가유산청(청장 허민)은 전라남도 보성군 회천면에 있는 「보성 봉강리 영광정씨 고택(寶城 鳳崗里 靈光丁氏 古宅)」과 충청남도 아산시에 있는 「온양민속박물관 소장 갑주(甲冑)와 갑주함(甲冑函)」을 각각 국가민속문화유산으로 지정하였다. 「보성 봉강리 영광정씨 고택」은 정손일(1609년~?)이 처음 터를 잡은 이래 400여 년 동안 지속되어 왔으며, 일제강점기의 항일운동 및 근대기의 민족운동, 광복 뒤 이데올로기 사건 현장을 담고 있어 역사적ㆍ사회적 값어치를 잘 보여준다. 집터 자리는 영구하해(靈龜下海; 신령스런 거북이가 바다로 내려오는 형국) 가운데 거북의 머리에 해당하는 길지로 전해지며 고택을 ‘거북정’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안채와 사랑채, 사당 등 모두 6동으로 주변에는 서당의 기능과 접객, 제실의 역할을 한 삼의당(三宜堂)과 문중 내 효열을 기리기 위해 1880년 세운 광주이씨효열문(廣州李氏孝烈門)도 있어 고택의 민속적 값어치를 더한다. 삼의당 일원을 중심으로 한 원림 경영 방식, 남해안 득량만을 조망할 수 있는 경관, 사랑채 안마당에 조성된 근대기의 변용을 수용한 전통조경 기법까지 고택과 주변 환경이 유기적으로 연계된 문화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