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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문화편지

제주목사가 성산에서 해돋이를 보다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5220]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새털구름 말려 없어지는 아득한 바다 한가운데

동편 바다에서 상서로운 해가 막 떠오르려네

새벽 기운이 먼저 붉은빛으로부터 나오는데

멀리 두른 밝은 광채 자미성에 통하네

인간 세상에 드리워 견줄만한 보배 없으니

봉래 제일의 궁이라 불러주게 되었나 보다

무엇보다 남은 생의 영광 오로지 내게 비춘다 해도

솜옷 걸쳤으니, 누가 뛰어난 바느질 솜씨 알아주겠는가?

 

 

이는 제주 목사 이형상(李衡祥)이 제주 성산에서 해돋이를 보며 김상헌 시에 차운하여 지은 시입니다. 이형상은 제주에 목사로 부임하여 곳곳을 돌아보고 남긴 중요한 순간들을 1703년 화공(畫工) 김남길(金南吉)에게 그리게 한 화첩 《탐라순력도(耽羅巡歷圖), 국립제주박물관 소장》를 펴냈습니다. 《탐라순력도》에는 성산에 올라 해돋이를 보았던 순간을 그린 장면이 <성산관일(城山觀日)>에 담겨 있으며, 정방탐승(正方探勝), 귤림풍악(橘林風樂), 우도점마(牛島點馬), 제주조점(濟州操點) 등 곳곳을 돌아보는 그림 28쪽이 들어 있지요.

 

험준한 절벽에 나무 사닥다리로 어렵게 올라간 정상에서 그는 마치 연꽃이 바다에서 나와 공중에 걸려 있는 모습으로 해돋이의 순간을 기억했습니다. 그의 기억은 이 그림에서도 잘 반영되어 있는데 성산 입구에서 정상인 성산망까지 오르는 가파른 등정길이 자세하게 나타나 있으며 암반을 깎아 만든 계단인 각교도 표시되어 있습니다. 화공 김남길은 간결한 선과 색채로 이형상의 기억 속 성산과 해돋이의 순간을 인상적으로 그려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