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눈 길 눈 위에 남긴 까마귀 발자국 (돌) 흰 눈 맞으며 무얼 찾고 있나 (달) 분별없는 바탕 자리 가는 길 (초) 흰 종이에 글 쓰듯 함 없는 함 (심) ... 25.2.6. 불한시사 합작시 눈 위에 남긴 까마귀 발자국은 잠시의 흔적이다. 한 번의 날갯짓, 한 번의 디딤이 남긴 자국은 찰나의 존재 증명처럼 보이지만, 해가 기울고 기온이 오르면 이내 스스로 자취를 지운다. 발자국은 ‘있음’이면서 동시에 ‘사라짐’의 예고이며, 남김이 곧 소멸로 향하는 길임을 드러낸다. 서산대사의 ‘답설(踏雪)’ 선시가 일러주듯, 눈 위를 밟고 간 자는 발자국을 남기되 마음에는 남기지 않는다. 흔적은 생기나 집착은 두지 않는 것, 이것이 ‘설중보행(雪中步行)’의 수행적 태도다. 눈은 더러운 지표를 가리지 않고 덮는다. 얼어붙은 산하와 혼탁한 세상 위에 내리는 흰 눈은 미화가 아니라 ‘일시적 평준화’다. 덮음은 곧 드러냄의 다른 얼굴이다. 잠시 고요를 주지만, 그 고요는 해빙과 함께 본래의 결을 다시 드러낸다. 그러므로 눈은 정화의 상징이면서도 무상(無常)의 표식이다. 씻김은 지속되지 않으며, 맑음은 붙잡을 수 없다. 비행기 창밖으로 보던 설경—발해를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까악! 까악! 퉤퉤퉤!! 까마귀가 울면 어머니는 허공을 향해 침을 뱉곤 했습니다. 까마귀는 예로부터 불길한 징조를 상징하며 사람들에게 미움받는 존재였습니다. 검은 깃털과 울음소리, 그리고 시체를 먹는 습성 때문에 흉조로 여겨졌던 것이죠. 하지만 까마귀는 단지 자연의 순리를 따르며 살아가는 동물일 뿐입니다. 인간의 편견과 오해로 인해 죄를 뒤집어쓴 것입니다. 까마귀가 시체를 먹는 모습은 혐오스럽게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자연 생태계에서 까마귀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청소부입니다. 죽은 동물의 주검을 처리함으로써 병의 확산을 막고 환경을 정화하는 구실을 합니다. 마치 도시의 쓰레기를 처리하는 환경미화원같이, 까마귀는 자연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입니다. 까마귀가 시체가 있는 곳에 가장 먼저 달려든 것은 단지 먹이를 찾아다니는 본능적인 행동일 뿐입니다. 마치 사자가 사냥하거나, 벌이 꿀을 찾아다니는 것과 같은 자연스러운 현상이지요. 인간은 자신에게 이로운 동물에게는 호의를 베풀지만, 자신에게 해롭다고 생각되는 동물에게는 잔혹하게 대합니다. 하지만 자연에는 선악이라는 개념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모든 생명체는 각자의 방식으로 살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