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요의 아버지가 오선지에 그린 인류애
[우리문화신문=김상아 음악칼럼니스트] 원주역의 겨울밤은 유난히 차가웠다. 한 편에서 조개탄난로가 타고 있었지만 텅 빈 대합실을 데우기엔 턱없이 모자랐다. 몇 안 되는 승객들은 난로를 껴 안 듯 오골오골 몰려 들었다. 막차가 도착하려면 아직도 한 시간 이상 남아 있었다. 동수는 느닷없이 코끝이 찡해와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페인트가 군데군데 벗겨진 천장엔 거미줄이 잔뜩 쳐진 선풍기만 매달려 있을 뿐 고향하늘은 보이지 않았다. 너른 마당으로 나오니 황소바람이 기어코 난로에 누른 돕바* 틈을 헤집고 들어왔다. 눈에는 다른 때보다 밝게 빛나는 남쪽 하늘의 별빛이 들어왔고 귀에는 멀리서 다가오는 기차 소리가 들어왔다. (저 기차를 타면 고향으로 갈 수 있다.) 할머니 얼굴이 어른거렸다. (그냥 확 가버릴까? 아니지 내가 가버리면 몸져누운 엄마는 어쩌나. 이 막차에서도 공을 치면 열 입이 끼니를 걸러야 한다.) 구렁이 기어 오듯 천천히 플랫폼에 들어온 밤 열차는 알 까듯 승객 몇을 옆구리에서 슬어놓았다. “아저씨 주무시고 가세요. 네?” “예쁜 누나 있어요. 주무시고 가세요.” 동수는 남자 손님이 나올 때마다 쫓아가 옷소매를 붙들고 호객을 했다. 더럽다는 듯 손을 뿌리치
- 김상아 음악칼럼니스트
- 2024-10-20 10: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