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숲 이슬에 스민 첫 차
[우리문화신문=손병철 박사/시인] 먼바다를 건너온 것은 한 사람의 운명만이 아니었다. 인도 아유타국에서 출발하여 중국 남쪽땅 복주를 거쳐 서기 48년 가락국 김수로왕에게 시집온 허황옥 공주는 낯선 땅에 새로운 문화를 함께 들여왔다. 기록은 그녀의 혼인과 여정을 전할 뿐, 그녀의 손에 무엇이 더 들려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는다. 그러나 오랜 세월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 속에는 작고 조용한 하나의 씨앗이 살아 있다. 그것은 차(茶)의 씨앗이다. 나는 오래전, 그 장면을 이렇게 졸시집 《허황옥이 가락국에 온 까닭》에 적어 두었다. “옥합에 넣어 온 / 귀한 차씨를 급히 꺼내 / 대숲 오솔길을 지나 / 이슬 젖은 땅에 심었다.” 기록이 침묵한 자리를 채우는 것은 언제나 시와 기억이다. 그 씨앗은 한 이국 여인의 손을 떠나 이 땅의 흙으로 스며들었고, 이후 시간의 흐름 속에서 자연과 함께 숨쉬기 시작했다. 가락국의 차문화는 단순한 전설에 머물지 않는다. 《삼국유사》 「가락국기」에는 거등왕 때의 제례 기록이 전한다. 떡과 밥, 과일 그리고 술과 더불어 차가 함께 올려졌다는 내용이다(거등왕 3년, 199년 이후 제례 규정). 이는 이미 2세기
- 손병철 박사/시인
- 2026-03-27 1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