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서한범 명예교수] 지난주에는 정경옥의 어머니가 장월중선이고, 그 할아버지가 장판개였기에 그 유전자가 정순임, 정경호, 정경옥 등 그들 형제에게 전해진 것이라는 이야기를 하였다. 장월중선은 판소리를 비롯하여 다양한 장르를 섭렵한 사람으로 유명하다. 장월중선은 이미 10세 이전에 큰 아버지인 장판개 명창으로부터 판소리를 배우기 시작하였고, 13세 때부터는 고모인 장수향에게 풍류 가야금, 오태석에게 가야금병창을 배웠다.
특히 오태석에게 배운 가야금 병창 가락을 그의 막내딸 정경옥에게 전해 주었는데, 고제(古制)의 그 가락은 연주하는 사람은 많지 않아도 들어보면 은은하면서도 고고한 분위기를 자아낸다는 이야기, 가야금 병창에서 가야금의 역할이란 단순하게 노래의 선율만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고, 노래의 골격 선율에 다양한 시김새를 넣거나 일음(一音)을 길게 뻗어 나갈 경우에는 잔가락이나 사이가락을 넣기도 하고, 소리 뒷부분에서는 장고 장단의 역할을 하며 노래의 악구 사이를 간주(間奏)처럼 처리하기도 한다는 이야기 등을 하였다.
또 하나 박동실로부터 배운 판소리 심청가와 창작 판소리<유관순 열사가>와 <안중근 열사가>는 현재 그의 장녀 정순임에게 전수해 주어 그 맥을 잇고 있다는 이야기도 하였다. 이처럼 모든 장르를 다양하게 섭렵했기에《임방울 협률사》나《국극사》또는《조선창극단》이나《임춘앵 여성창극단》등에서 일인다역(一人多役)으로 활동했다는 이야기 등을 하였다.
장월중선에 관한 이야기는 다른 기회에 더 계속하도록 하겠다.
![]() |
||
▲ “송서율창의 확산방안”이라는 주제로 열린 학술대회는 큰 성황을 이루었다. |
이번 주에는 지난달 12일, 서울 삼성동 소재《한국문화재보호재단》에서 열린 “송서 율창의 확산방안”이라는 주제로 열린 학술대회 이야기를 하기로 한다. 이 날 학술대회는 이상만 선생의 <송서 율창의 활용방안>이라는 주제발표가 있은 다음, 1부-송서 율창의 문학부문과 2부-음악부문으로 구분 진행되었다.
먼저, 문학부문에서는 고려대 유영대교수가 좌장을 맡고, 제1주제로는 “20세기 전반기 송서 대중화의 의미”가 고려대 이기대 교수에 의해 발표되었다. 토론에는 국악 평론의 김문성과 현경채교수(영남대)가 담당하였다. 제2주제는 성균관대 함영대교수의 “경서교육으로서의 송서·율창”이다. 토론에는 박상진(동국대)과 이오규(용인대)교수가 참여하였다. 그리고 제3주제는 “송서·율창 레퍼토리와 청소년 문화예술교육”이라는 논문이 국립중앙극장 기획위원인 이주영에 의해 발표되었고 토론에는 김우진(서울대)교수와 서도소리 전공의 유지숙(국립국악원)이 참여하였다.
발표자와 토론자들은 각기 서로 다른 주제에 날카로운 질문이나 반박의견을 제시하기도 하고 자연스럽게 서로 인정하는 부분도 있어서 참가자들로부터 열띤 박수도 받곤 했다.
제2부는 음악부분이다. 좌장에는 서울대 김우진 교수가 진행해 주었고, 제4주제 “송서·율창의 음악문화와 그 특징”이 이보형(한국고음반학회)에 의해 발표되었고, 토론에는 윤명원(단국대)과 성기련(한국학중앙연구원)이 참여하였다. 이어서 제5주제 “송서, 율창, 시창의 역사성과 교육적 활용”이라는 논문은 김세종(다산연구소)이 발표하고, 토론에는 허화병(전 아현정보고 교장)과 손태도(서울대)교수, 그리고 제6주제 “새로운 송서의 제작방향”은 문형희의 발표와 송은주(경희대)와 정경숙(한중대 교수)이 맡았다. 음악부문의 논문들은 대체로 발표자들의 의견에 공감을 하면서도 부분적으로 이견을 내기도 해서 송서율창의 확산방안의 다양한 방법들을 찾아보는 값진 시간이었다는 평가였다.
![]() |
||
▲ <송서율창학술대회>에서 공연을 하는 서울시무형문화재 제41호 송서율창 예능보유자 유창 명창 |
유창 씨가 이끌고 있는 송서율창보존회원들의 송서율창의 실연 발표회가 이어졌고, 한양대 김영운 교수에 의해 종합토론의 시간이 이어졌다. 다양한 의견제시와 개진, 경험담을 기초로 한 제언, 확산방안 등 매우 의미 있는 자리였다는 것이 발표자, 토론자, 객석의 중론이었다. 앞으로도 보다 심층적인 학술모임이 자주 개최되기를 바라면서 폐회를 선언하였다. 이 학술대회를 공동주최한 나는 개회사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오늘, ‘전통음악학회’와 ‘송서율창보존회가’ 공동으로 <송서율창의 확산방안>이라는 주제로 전국국악학 학술모임을 갖게 되었습니다. 자리해 주신 귀빈 여러분, 주제발표자와 지정토론자 여러분, 그리고 전공자 및 애호가 여러분,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송서율창은 서울특별시 무형문화재 제41호로 지정되어 있는 예능종목입니다. 그러나 이 종목이 서울시 문화재로 지정 되어있다는 사실은 차치(且置)하고라도, 송서가 무엇이고, 율창이 무엇인가에 대해서 일반인은 물론, 국악을 전공하는 학생들이나 일부 전문인도 잘 모르고 있는 상황입니다.
송서란 한 마디로 <글 읽기>입니다. 글 읽는 사람을 선비라 했고, 그래서 선비란 글을 읽어야 행세를 하던 사람들입니다. 이들은 책속에 담겨있는 진리를 터득하고 세상 살아나가는 방법을 배우며 참된 길을 찾던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래서 천하의 일을 미리 예상하고 준비해서 변화하는 세상에 적용할 수 있는 응용능력을 갖추어왔던 사람들이었는데, 책을 읽고 올바른 방향을 제시해 주어야 할 진정한 선비 만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 결과 무분별한 서구문화가 범람해도 전통사회의 문화를 되살리고 민족의 삶과 미래를 생각할 인물들을 만나보기 어렵게 된 것이 작금의 현실입니다.
송서나 율창은 글자를 눈으로 읽는 것이 아니고, 마음으로 받아들여 입으로 소리를 내어 읽되, 높은 음과 낮은 음, 긴 음과 짧은 음의 음가를 구별하면서 글의 내용을 노래하듯, 음악적으로 구성지게 표현하기 때문에 책읽기의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방법으로 읽는다면 암기는 물론이고, 스스로 오래 앉아 읽어도 지루함을 느끼지 않기 때문에 소기의 목적을 이룰 수 있을 것입니다.
일반 시조나 민요처럼 정형화된 가락이나 고정된 장단체계는 갖추고 있지 않지만, 호흡으로 단락을 맞춘다거나 가사에 따라 고저를 구별하고 특히 종지형에서 음악적인 규칙을 체득하면 더더욱 잘 부를 수 있습니다. 송서율창이 문학적으로 또는 음악학적으로 선비문화의 대표적 유산임은 재론할 여지가 없음에도, 이 분야에 대한 전문적인 연구자가 극히 적고, 문헌 및 음반 자료의 부족으로 인해 아직 그 실체에 관한 접근이 본격적으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