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세상이 점점 각박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습니다. 들리는 기별들에서는 오해와 미움이 뒤얽혀 서로를 할퀴거나 다치게 하는 일들이 이어지고, 사람들 사이의 거리는 갈수록 멀어지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래서 아직 세상은 따뜻한 곳인지를 되묻곤 합니다. 이 물음에 조용히 답을 해 주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국가유공자들에게 따뜻한 국밥을 대접하며 봉사를 이어 가고 있는 한 식당 사장의 이야기입니다. 그는 대단한 일을 하겠다는 마음이 아니라, 나라를 위해 애쓴 분들에게 따뜻한 밥 한 끼라도 제대로 대접하고 싶다는 생각에서 시작했다고 합니다. 식당 문을 열고 손님을 맞이하듯 국가유공자들을 반갑게 맞아 따뜻한 국밥을 내어 드리는 모습은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습니다. 누군가는 큰돈을 내 놓고, 누군가는 시간을 내어 이바지를 합니다. 하지만 이 사장님의 모습이 더 깊은 울림을 주는 까닭은 정성 때문일 것입니다. 국밥 한 그릇을 내어 드리면서도 밥맛은 괜찮은지 살피고, 불편한 곳은 없는지 묻고, 따뜻한 인사를 건네는 모습에서 우리는 사람을 바라보는 그 분의 따뜻한 마음을 느끼게 됩니다. 이 이야기를 들으며 떠오른 토박이말이 바로 ‘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살다 보면 결과가 빨리 나오지 않아 마음이 흔들릴 때가 있습니다. 열심히 준비했는데도 눈에 보이는 성과가 없고, 남들은 앞서가는 것처럼 보일 때면 스스로가 뒤처진 것 같아 불안해집니다. 그럴 때 마음속에는 이런 물음이 조용히 떠오릅니다. 지금 흘려 보내고 있는 이 시간이 정말 의미가 있을까? 운동선수들의 삶을 보면 이 물음에 대한 답을 조금은 찾을 수 있습니다. 경기에서 이기는 순간은 짧지만, 그 순간을 위해 준비하는 시간은 매우 깁니다. 날마다 같은 동작을 되풀이하고, 몸이 아파도 참고 훈련하고, 지는 날에도 다시 일어나 연습을 이어 갑니다. 보이지 않는 시간 속에서 흘린 땀과 눈물이 쌓여야 비로소 경기장에 설 수 있습니다. 나라 곳곳에서 프로야구 경기와 프로배구 챔피언결정전, 양궁과 태권도 국가대표 선발전이 열린다는 기별을 들었습니다. 선수들은 오랜 시간 갈고닦은 실력을 펼치기 위해 경기장에 섭니다. 누군가는 우승을 하고, 누군가는 국가대표가 되며, 누군가는 아쉽게 돌아서야 합니다. 그러나 결과와 상관없이 그 자리에 서기까지의 시간은 모두에게 값진 시간입니다. 경기장에 선 선수들의 얼굴을 보면 긴 시간 준비해 온 사람만이 가질
[우리문화신문=김슬옹 교수] 1527년(중종 22년), 당대 으뜸 학자인 최세진이 한자 학습서 《훈몽자회》를 펴냈다. 《훈몽자회》에는 3,360자의 한자가 실려 있는데, 그 한자의 뜻과 음을 한글로 달았다. 그리고 이 책 시작 부분에는 ‘훈몽자회인’과 ‘범례’가 실려 있는데, ‘범례’ 끝부분에 ‘언문자모’라 하여, 그 당시 한글 체계와 용법에 대한 설명이 붙어 있다. 당시 사대부들은 어려운 한자를 익히느라 애를 많이 써야 했다. 하지만 《훈몽자회》 덕분에 사대부들은 혼자서도 한자 공부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이처럼 한글은 한자 교육에도 유용하게 사용되었다. Publishing Hunmongjahoe, a Guide to Explaining Hanja in Hangeul In 1527 (the 22nd year of King Jungjong’s reign), Choi Sejin, one of the greatest scholars of the time, published Hunmongjahoe, a textbook for learning Hanja. The book contains 3,360 Hanja characters, with their meanings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사람은 살다 보면 자기 자리를 잃어버릴 때가 있습니다. 잘되던 일이 멈추기도 하고, 사람들의 관심이 멀어지기도 하고, 스스로 자신이 작아 보일 때도 있습니다. 그럴 때 마음속에는 이런 물음이 생깁니다. 나는 다시 설 수 있을까? 무대에 서는 사람에게 공백의 시간은 더 크게 느껴집니다. 손뼉와 환호가 사라지고,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멀어지는 시간을 혼자 견뎌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노래를 놓지 않고, 다시 사람들 앞에 서기를 기다리는 사람이 있습니다. 최근 새로운 노래로 다시 무대에 선 가수 이야기가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울리고 있습니다. 울산과 부산에서 열린 노래교실 행사에서 수천 명의 사람들이 그의 노래를 함께 따라 불렀다고 합니다. 한 사람이 노래를 시작했는데, 어느새 많은 사람들이 한목소리로 노래를 부르는 따뜻한 장면이 펼쳐진 것입니다. 긴 공백과 어려움을 지나 다시 무대에 서서 노래하는 어엿한 모습이 사람들에게 큰 감동을 주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억지로 꾸민 모습이 아니라, 삶을 견디고 다시 일어난 사람이 보여 주는 당당하고 떳떳한 모습이었기 때문입니다. 이 모습을 떠올리며 생각난 토박이말이 바로 '어엿하다'입니다. 《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단국대 명예교수] 지난주에는 <방일영 국악상>의 주인공, 정순임 여류명창 관련 이야기를 하였다. 판소리와 함께 살아온, 85살의 정순임 명창은 판소리 명가(名家)의 명맥을 이어가는 주인공이란 이야기, 어머니 장월중선, 그 윗대로 조선조 고종 때, 장판개 명창으로 이어진 소리제라는 이야기, 그는 송만갑-김정문-박록주-박송희-정순임으로 이어지는 국가무형유산 판소리 <흥보가>의 보유자로 인정을 받아 전승활동을 이어가고 있으며 남동생(정경호)은 기악과 작곡ㆍ연출, 여동생(정경옥)은 가야금 병창과 판소리에 뛰어나고, 두 동생의 자녀 또한 대(代)를 이어 이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하였다, 정순임은 판소리 <흥보가>, <수궁가>, <심청가>와 <유관순 열사가>와 같은 창작 판소리도 불러왔는데, 특히, <심청가>에 남다른 애정을 지닌 배경은, 이날치-김채만-박동실-장월중선 등을 통해 본인에게 이어진 서편제의 귀한 소리제가 단절 위기를 맞고 있다는 이유라는 점도 이야기하였다. 이번 주에는 비국악인이면서도 정순임은 물론이고, 그의 어머니와도 귀하고 오랜 인연을 맺어 온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전쟁이 일어난 나라에서 가장 먼저 떠나는 사람은 누구일까요? 위험한 곳을 벗어나기 위해 사람들은 짐을 싸고 공항으로 향합니다. 가족을 챙기고, 아이의 손을 잡고, 조금이라도 더 안전한 곳으로 가기 위해 서두릅니다. 그 모습은 너무도 자연스럽습니다. 누구나 살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처럼 모두가 떠나는 자리에서 끝까지 남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그런데 모두가 떠나는 자리에서 남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전쟁이 이어지는 이란에서 한국 대사관 직원들이 현지에 남아 교민 보호와 외교 업무를 이어 가고 있다는 기별을 들었습니다. 위험을 피할 수도 있었지만, 우리 국민을 지키기 위해 자리를 지키고 있다고 합니다. 전쟁 속에서 외교관의 자리는 결코 편하지 않습니다. 위험을 감수해야 하고, 긴장 속에서 하루하루를 보내야 하며, 언제 어떤 상황이 생길지 알 수 없습니다. 그래도 그 자리를 지키는 까닭은 뚜렷합니다. 맡은 일이 단순한 행정 업무가 아니라 사람의 목숨과 나라의 책임이기 때문입니다. 이 기별은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울리고 있습니다. 그 모습을 떠올리며 생각난 토박이말이 ‘받들다’입니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받들다'를 세 가지 뜻으로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요즘 아이들은 손안의 작은 화면으로 세상을 만납니다. 동무와 이야기를 나누고, 기별을 보고 듣고, 공부도 하고, 놀이도 합니다. 하지만 이 편리한 세상이 때로는 잠을 줄이고 마음을 지치게 하며, 사람과 직접 만나 이야기하는 시간을 빼앗기도 합니다. 이런 걱정을 줄이려고 영국에서는 16살 미만 청소년의 누리소통망(SNS) 사용을 일정 기간 제한하는 실험을 시작했다는 기별을 들었습니다. 지나친 사용을 줄이고 건강하게 자라도록 돕기 위한 시도라고 합니다. 이 기별을 들으며 떠올린 토박이말이 ‘삼가다’입니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삼가다’를 두 가지 뜻으로 풀이합니다. 하나는 몸가짐이나 말을 조심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양이나 횟수가 지나치지 않도록 조절하는 것입니다. 말을 함부로 하지 않도록 말을 삼가고, 건강을 위해 술을 삼가는 것처럼, 스스로를 살피며 지나침을 막는 태도를 이르는 말입니다. 쉽게 말해, 조심하고 절제하며 알맞게 하는 삶의 자세를 담은 말입니다. 위 기별에 나온 누리소통망 사용 제한 실험도 이런 삼감의 뜻과 잘 어울립니다. 누리소통망을 아예 없애자는 것이 아니라, 지나치게 쓰지 않도록 조절하고 몸과 마음을 지키도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요즘 젊은 세대의 살림살이가 갈수록 무거워지고 있다는 기별이 들립니다. 가진 것보다 빚이 더 많은 집이 40만 가구를 넘었고, 그 가운데 20대와 30대가 적지 않다는 것이었습니다. 집값과 생활비는 오르고, 벌이는 쉽게 늘지 않다 보니 젊은 세대의 삶이 점점 팍팍해지고 있습니다. 이런 기별을 들으며 떠오른 생각은 거창한 방법보다 삶을 다시 차분히 챙기는 자세가 먼저 필요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떠올린 토박이말이 ‘여미다’입니다. 《고려대한국어사전》에서는 ‘여미다’를 옷깃을 바로잡아 단정하게 모으는 일이라고 풀이합니다. 바람이 불 때 옷깃을 여미면 몸이 따뜻해지듯이, 흐트러진 것을 가지런히 모아 단단히 챙기는 모습입니다. 또 마음이나 생각을 차분히 가다듬는 것도 여민다고 하고, 하던 말이나 일을 끝까지 잘 마무리하는 것도 여민다고 합니다. 옷깃을 여미는 데서 시작해 마음과 삶을 단단히 챙기는 뜻까지 넓게 쓰이는 말입니다. 우리는 살면서 “옷깃을 여미다”라는 말만 자주 씁니다. 날씨가 추워지면 옷깃을 여민다고 말하고, 옷을 단정하게 차려입을 때도 이 말을 씁니다. 하지만 이 말은 거기서 멈추지 않아도 좋겠습니다. 마음을 차분히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봄이 한결 더 가까워짐을 느끼는 가운데 반가운 기별이 들려왔습니다. 우리 손으로 만든 한국형 전투기 KF-21 첫 번째 비행기가 세상에 나왔다는 기별이었습니다. 경남 사천에서 열린 행사에서 많은 사람들이 모여 전투기가 처음 나온 것을 함께 기뻐했고, 앞으로 우리 기술을 더 키워 세계로 나아가겠다는 뜻도 밝혔습니다. 이 기별을 들으며 떠올린 우리말이 바로 ‘우뚝하다’입니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우뚝하다’를 두 가지 뜻으로 풀이합니다. 하나는 '높이 솟아 눈에 잘 띄는 상태다'이고, 다른 하나는 '남보다 뛰어나다'입니다. 먼저 난 털보다 나중 난 뿔이 더 우뚝하다는 옛말처럼, 뒤에 시작했어도 더 크게 자라 돋보일 때 우뚝하다고 합니다. 또 한때 어려움을 겪었더라도 다시 일어나 남보다 뛰어난 모습을 보일 때도 우뚝하다고 합니다. 이렇게 우뚝하다는 높이 서고 뛰어나 당당한 모습을 함께 담은 말입니다. 우리의 한국형 전투기 이야기도 이런 우뚝함과 잘 어울립니다. 다른 나라 기술에만 기대지 않고 우리 손으로 전투기를 만들었다는 것은 나라의 기술을 우뚝하게 세우는 일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오랫동안 연구하고 애쓴 끝에 첫 양산 전투기가 만
[우리문화신문=김슬옹 교수] 1506년(연산 12년) 연산군은 양반과 천민을 구분 짓지 않고 여성 인재를 모집했다. 집권 초기 연산군은 한글을 사랑했지만, 자신을 비방하는 한글 벽보를 보게 되면서 한글을 사용하지 못하게 했다. 그러자 백성들뿐 아니라 연산군 자신도 불편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자기 말을 백성들에게 쉽게 전하기 어려웠던 것이다. 그로부터 일 년 뒤 연산군은 각 관청에 양반과 천민을 구분하지 않고 한글을 아는 여성을 뽑으라는 교지를 내리며 다시 한글 사용을 허락했다. 가부장적인 질서를 중요하게 여기던 조선시대에 한글을 아는 여성을 나라의 인재로 뽑은 것은 굉장히 혁신적인 일이며, 한글의 힘을 다시금 깨닫게 하는 사건이다. Selecting Women Who Know Hangeul as National Talents In 1506 (the 12th year of King Yeonsan’s reign), King Yeonsangun made an unprecedented move by recruiting women as national talents, regardless of their social status, be it yangban (ar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