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서한범 명예교수] 지난주에는 중국 북송의 시인, 소동파가 장강(長江)에서 친구들과 뱃놀이를 하며 사람의 일생이 짧음을 안타깝게 여기고, 자연의 무한함에는 환희와 감동을 읊은 적벽부(赤壁賦)에 관해 이야기 하였다.
음악분야에서는 송서로 전해 오고 있어서 마치 이야기책을 음악적으로 읽는 듯한 친근한 분위기를 연출한다는 점, 서도창으로 부르는 적벽부도 있으나 지금은 거의 듣기 어렵게 되었다는 점, 이와 유사한 제목의 적벽가는 판소리로 부르는 적벽가가 유명하고, 경기소리로는 경기 12좌창 가운데 하나로 적벽가가 있는데, 6박형 도드리장단으로 진행되며 모두 120장단의 구성이란 점이란 점, 등을 이야기 하였다.
서도의 적벽부는 두 종류가 전해지고 있다.. 하나는 고문진보에 있는 한문으로 된 적벽부에 우리말 토를 달고 새긴 가사에 곡조는 벽파 이창배 명인이 붙인 적벽부이다. 그런데 가사의 내용은 훌륭해서 새길만 하나, 노래 곡조로는 인기를 끌지 못한 탓에 노래를 배운 제자들이 공연무대나 방송에서 자주 활용하지 않게 되면서 널리 확산되지 못한 상태로 전해온다.
또 다른 하나의 서도적벽부는 박기종 명인이 평양에서 이정근의 소리를 메모해 두었다가《전통서도소리 명곡대전》에 실은 전적벽부가 그것이다. 그러나 이 소리는 그가 미처 배우지 못하고 남쪽으로 내려오게 되어 곡조의 전승은 불가하고 다만 가사만 전달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데 그 가사의 전개나 전체적인 내용이 벽파의 그것과 대동소이해서 어느 한쪽의 가사를 참고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평양에서 박기종의 스승을 비롯하여 서도 명창들이 부르던 적벽부는 그 가락이나 장단, 시김새 등에 있어서 벽파가 곡을 얹은 그것과는 다를 것으로 생각된다.
서울에서 불려지던 적벽부의 장단은 일정치 않지만, 대체적으로 3박을 기준으로 하고 넘나들고 있으며 곡조의 분위기는 발림 엮음식이다. 그리고 마지막은 항상 수심가로 여미는 점도 동일하다. 마지막 부분은 다음과 같은 수심가 가락으로 맺고 있다.
“허무한 인생살이 덧없이 늙어, 과거지사가 꿈이로구나.
생각을 하니 인생무상이 서러워 난 어이 할꺼나”
이상과 같이 소동파의 적벽부를 서도소리로 부르기는 했지만, 벽파가 곡을 붙인 것도, 평양에서 불려지던 소리도 현재는 거의 부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널리 확산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 안타깝다. 다만 송서로 부르는 적벽부는 유창이나 이기옥 외에 송서율창 보존회원들에 의해 자주 불려지고 있어서 송서로 만날 수 있다.
<적벽부>에 반해 <적벽가>의 전승은 매우 활발한 편이다.
우선 판소리로 부르는 적벽가는 국가문화재 5호로 지정되어 있어서 판소리 명창들에 의해 전승이 활발하게 이어지고 있는 편이다. 특히 판소리 적벽가는 사설속에 옛 중국의 지명이나 인명 등이 수없이 많이 등장하고 있어서 사설의 암기가 용이치 않다. 그럼에도 많은 소리꾼들이 완창에 도전하여 성공하고 있다.
한편, 서울 경기지방에서는 12좌창의 하나로 적벽가가 들어있다. 역시 12좌창도 국가문화재 <경기민요>로 지정되어 있어서 경기지방의 실력있는 소리꾼들에 의해 활발하게 불려지고 있다. 특히 고 묵계월 명창이 방송이나 무대 공연에서 적벽가를 자주 불렀는데, 그 영향을 받아서일까? 그의 가르침을 받은 제자들에 의해 적벽가의 전승 또한 활발한 편이다.
그러나 서도창으로 부르는 적벽가는 듣기가 매우 어렵다..
벽파 이창배의《가창대계》에도 서도창으로 부르는 적벽가는 빠져 있기에 그 노랫말을 알 수 없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벽파의 제자 가운데 한 사람인 박태여가 펴낸 박자표시가 되어있는 《경서도 민요집》에는 <서도 적벽가>라는 이름의 악곡이 소개되어 있어서 주목을 끌고 있다. 벽파는 이를 가르치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데, 만일 벽파가 이를 지도했다면 그의 사설집에 이를 남겼을 것이 분명한데 《가창대계》에는 서도 적벽가가 빠져있다.
그렇다면 박태여가 이북에서 내려온 어느 명창으로부터 듣고 배운 것이 아닐까 하는 짐작을 해 보는 것이다. 서도 적벽가는 세마치장단을 근간으로 해서 4박, 5박, 6박 등으로 진행된다고 한다. 처음대목과 종지부분을 소개하면 아래와 같다.
“에 -에- 조조군사 대패하여 지향없이 달아날 제
이리가면 어디메묘, 저루가면 어디맵니까, 제장군졸 엿짜오되,
이리가면 장판교요, 저루가면 화룡돕니다.
조조가 하는 말이, 장판교는 그만두고 화룡도로 행하자 하여,
화룡도로 행할 적에 불상하구나, 군사장졸,<중략>
소장의 잔명은 금일 장군님 팔십근 청룡도에 달렸으니,
소장의 잔명을 살려주옵소서. 관공은 본래 후덕한 양반이라.
두 눈에 눈물이 글성글성해 지면서, 오백도부수 좌우로 물리치고,
생문방을 열어주니, 죽을 번 한 조맹덕이 무사히 살아
화룡도로만 가노라.“
그런가 하면, 박기종 명인의 《전통서도소리 명곡대전》에는 이와 비슷한 가사로 <적벽가> 대신 <화룡도>라는 이름의 악곡이 들어 있다. 같은 내용의 다름 이름이다. 또한 <전쟁가>라는 노래도 실려 있는데, 전쟁가의 주된 내용은 적벽강에서 패한 조조의 군사들이 신세자탄하는 내용을 싣고 있다. (다음주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