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서한범 명예교수] 지난주에는 <선소리산타령보존회> 2018 정기공연과 관련된 이야기를 하였다. 산타령의 이름은 이미 100년 전 발행된 잡가(雜歌)집에 보이고 있으며 답교(踏橋)놀이에서 빠질 수 없던 노래라는 점, 뚝섬패, 과천방아다리패, 왕십리패, 명동, 충무로 일대의 호조다리패나 방아다리패, 용산의 삼개패, 한강패, 쇠붕구패(서빙고), 공덕동의 동막패, 청파동의 청패, 진고개패, 배오개 마전다리패, 성북동패, 자하문밖패, 애오개패 등 등, 전문소리패들이 있었으나 해방이후 단절되었다는 얘기를 했다.
그러다 다행히도 60년대 말에 무형문화재로 지정되어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 입타령(口音)이 많고, 장단이 불규칙하며 통성으로 부르지만, 사설 내용이 건전하고, 합창으로 부르는 신명의 소리인 점, 벽파의 고향 성동구에서 열렸고 경기와 서도의 산타령을 한 자리에서 견줄 수 있는 기회였다는 이야기 등을 하였다.
이번 주에는 홍성에서 열린 열네 번째 “가무악 전국경연대회”를 보면서 느낀 이모저모를 소개하고자 한다.
충남 홍성은 옛 홍주였다. 유구한 역사를 지닌 유서 깊은 내포문화권의 중심지로 한국의 역사를 이끌었던 수많은 선현이나 위인들을 배출한 충절의 고장으로 최영장군을 비롯하여 성삼문, 김좌진, 만해 한용운이 있고, 이응로, 한성준 등이 태어난 예향이기도 하다. 그래서일까? 홍주의 탄생 1,000년을 맞이하며, 홍성군청을 위시한 관내의 민간단체들, 군민, 학생들이 더더욱 하나가 되어 애향심(愛鄕心)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전통의 도시, 문화예술의 도시, 홍성은 국악공연을 비롯한 관련 행사들이 생소할 정도로 전통음악의 불모지가 되어 버린 지 오래다. 이러한 문화적 상황 속에서도 무용가 최윤희씨를 비롯한 지역의 뜻있는 민간 예술인들이 열네 번 째 “가무악 전국경연대회”를 열어 지역 주민들에게 전통음악과 춤에 대한 인식이나 이해를 넓혀 준 것이다. 주최자들과 함께 홍성군수를 위시한 모든 공무원, 대회장인 이종근 전 군수, 그리고 후원회원들의 관심이 절대적이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관청의 문턱을 낮추는 홍성군청
이 대회는 전통무용, 기악, 성악(판소리와 민요) 풍물과 연희 등 4분야로 구분하여 진행되고 있으며 연령이나 실력에 따라 학생부와 신인부, 일반부와 명인부(무용에 한함) 등으로 구분된다. 장관상이 걸려있는 고등부와 일반부, 국회의장상의 명인부는 예선을 거쳐서 다음 날, 본선 대회에서 수상자가 결정된다.
그런데 우리를 놀라게 한 것은, 예선대회가 홍성군청내의 강당이나 회의실, 준비실 등 기타의 실내공간에서 치러졌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군청이나 시청, 또는 공공기관은 민간인들의 출입을 제한하고 있는 곳이 대부분이다. 그럼에도 민간들이 주도하여 치루는 행사에 홍성군청이 선뜻 안방을 내주었다고 하는 사실은 쉽게 생각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이것은 평소 대민 봉사를 위한 홍성의 군청 문턱이 낮다는 점을 입증해 주고 있어서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국밥 한 그릇의 훈훈한 인심
예선을 치루는 당일은 하루 종일 실내외가 쌀쌀했다. 점심시간이 되었으나 시간의 제약으로 옥외의 식당은 갈 수 없는 상황이었고, 이런 경우 대부분은 도시락으로 때우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주최 측은 군청 옆, 햇살이 밝게 내려 쪼이는 공간에 상차림을 하고 장국밥을 끓여 주는 것이었다.
얼마나 따뜻하고 또한 맛이 있었던가! 모두들 만족해하며 즐거운 점심 식사를 할 수 있었다. 심사위원 뿐 아니라, 출전자와 학부형 등 외지에서 참여한 관계자 전원에게도 점심상을 준비해 준 것이었다. 모두들 감격해 하는 모습은 잊을 수 없다. 이것은 이 대회 후원회가 마련해 준 것으로 홍성대회는 후원회 조직이 성공적 요인이 되고 있음을 확인시켜 주는 듯 했다.
또 하나 고맙게 기억되는 것이 있다. 하루 종일 예선 심사를 끝낸, 심사위원 전원을 조촐한 식당으로 초대해서 홍성을 찾은 국악인들을 환영하는 자리를 만들어 주고, 홍성 가무악대회의 관심을 촉구한다거나 시상식장에 많은 지역민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홍보를 하는 등, 전통음악 관련 행사를 지역의 행사로 만들어 가고 있는 모습에서 후원회원들의 아름다운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
시상식다운 시상식으로 만들다
왕왕 보면, 국악경연대회의 마지막 의식인 시상식은 수상 예정자들만 남게 되는 쓸쓸하고 초라한 시상식을 떠올리게 되는데, 홍성대회의 시상식은 달랐다. 시상식을 앞두고 부대행사로 나라 안 명인 명창과 전년도 수상자를 초청하여 지역민들에게 특별공연을 마련하는 것이다. 지난 시상식에도 홍성군수를 비롯하여 상당수의 후원회원, 지역의 유지, 국회의원, 도의원, 군의원 등이 대거 참여하고 있어서 이들이 지역 축제의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점은 알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시상식이 끝나자마자, 국내 이름 있는 K팝의 공연이 예정되어 있다는 점이 이미 홍보되어서 시상식장은 젊은이들과 청소년들로 꽉 차 있었다. 자연스럽게 지역민들, 특히 젊은 층을 참여시키고 있다는 점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참가, 그 자체가 훌륭한 배움의 장
홍성에서 열린 “전국 가무악경연대회”는 주최자들이나 심사위원, 참여자들 모두가 질서를 지키며 잔치 속에서 즐긴 행사였다. 참가 그 자체가 훌륭한 배움의 장이었다. 무대 위에서 춤을 추고 소리를 하고, 악기를 대하는 진지한 태도라든가 상대의 경연을 참관하는 것으로도 많을 걸 배울 수 있었던 기회였다. 집행부는 종목별 경연이 종료되는 즉시, 결과물을 공개하는 등, 신속 정확한 진행에서 대회의 공정성도 엿볼 수 있었다.
앞으로도 충남의 대표적인 도시로 성장하게 될 홍성을 찾는 국악 경연자들에게 교통편 안내라든가, 숙박에 대한 편의를 보다 적극적으로 검토해 줄 것을 당부한다. 각 분야에서 으뜸 성적을 낸 경연자들이 겨루는 종합대상의 결정은 심사위원 전원이 참여함으로 객관성이나 공정성은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상장의 훈격, 시상금의 상향조정에 공감대 형성
충청남도에서 열리는 국악경연대회에는 아직 대통령상이 없다. <박동진 판소리대회>는 판소리 이외에 기악이나 무용, 민요 등은 배제하고 있기 때문에 종합적인 국악경연대회라 보기 어렵다. 그러므로 홍성군은 충남도청 소재지답게 본 대회를 키워 대통령상을 얻어내는 노력을 쏟아야 한다. 또한 이와 함께 시상금의 상향조정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된 점도 이번 대회의 큰 성과라 하겠다.
특히 성악 분야는 가곡, 가사, 시조, 민요, 판소리, 병창 등이 독립적으로 운영되어야 하는데, 참가자 수가 적어 성악으로 통합된 것은 안타깝다. 기악의 경우에도 관악과 현악으로 구분되어 확대시켜야 한다. 각 분야의 균형 있는 성장을 위해 본 대회의 주최 측이나 후원회원들이 역할을 담당해 주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끝으로 김석환 홍성 군수를 비롯하여 지역의 연고가 있는 국회의원, 충남도의원, 홍성군의원, 후원회원들이 다수 참여해 주는 모습도 반가운 일인데, 이들이 공통적으로 내년도에는 보다 더 큰 상금을 준비하여 명품 대회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내 보인 점도 전통예술에 종사하는 한 사람으로 매우 고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년이 기대되는 홍성의 “전국 가무악경연대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