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유용우 한의사]
1. 가을은 변화의 계절 - 변화에 적응하면 건강이 온다.
화려하고 뜨거웠던 여름이 가면 메마르고 차가운 가을이 나뭇가지 끝에 걸리며 갈대처럼 밀려온다. 한방에서 가을은 여름까지 번성했던 자연이 외부와 교류하면서 변화에 대비하기 위하여 갈무리되는 변화의 시기이다. 이러한 변화의 결과물로서 자연은 한편으로는 자연스런 준비를 하고 결실을 맺는다. 곧 한 여름 무성했던 식물들은 잎과 꽃에 퍼진 에너지를 모아 열매로 맺는다. 동물들은 추운 겨울을 나기 위해 많이 먹어 살을 찌우며 혹은 동면 준비를 한다.
*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면 질병이 발생한다.
동물은 가을의 변화에 적응하기 위하여 털갈이를 하고 가죽을 튼튼히 한다. 사람 또한 가을이 되면 대자연의 법칙에 따라 본능적으로 겨울을 대비하는 작업을 한다.
‘천고마비의 계절 이란 말이 일컫듯이 식욕이 왕성해지고, 섭취된 음식은 체내 특히 뼈로 모든 영양을 공급하여 저장시킨다. 또한 여름에 소모된 기를 회복ㆍ축적시키기 때문에 봄ㆍ여름 동안 떨어졌던 면역기능이 강화된다. 그러므로 가을은 어른 아이 말할 것 없이 체력 기능이 좋아지게 되고 이 시기에 먹는 보약은 잘 축적되어 기와 영양을 더 많이 보충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기 보다는 부담으로 느끼는 순간 우리 몸은 외부와 힘겨운 사투를 시작해야 한다. 특히 외부와 접하는 피부, 호흡기 점막, 소화기 점막에서는 끊임없는 힘겨루기가 이루어지기 시작한다. 이러한 결과물로 온도를 유지하지 못하면 감기를 비롯한 천식ㆍ기침 등 호흡기 계통의 질환이 자주 발생한다. 그러므로 가을의 스산함에 너무 움츠려들지 말고 적극적으로 활동해서 가을의 변동을 능동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필요하다.
한편으로 습도를 유지하지 못하면 피부가 메마르고 거칠어지는 피부 건조증이 생긴다. 이 건조증이 코 점막에 발생하면 감기를 일으키는 원인이 되며, 소화기 점막에까지 부담을 끼치게 해서 장에 탈이 나기도 한다. 그러므로 가을에는 건조를 막기 위해 국물이 있는 따뜻한 음식이나 수분을 많이 섭취해야 한다. 무엇보다 먹거리가 풍성해지는 가을에는 음식을 자제하지 못해 위장에 탈이 나기 쉬운데 넘치게 먹지 않도록 조절해야 하며, 반대로 비만을 염려하여 음식을 제한하는 것 또한 자연에 역행하는 일이니 적절히 섭취하도록 배려해야 한다.
2. 가을에 일찍 떨어지는 해를 쫓아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자
가을에는 일찍 떨어지는 해를 쫓아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것이 좋다. 《동의보감》에 가을 세 달은 용평(容平) 이라는 말이 있다. 용평이란 만물을 거두어들이고 다시는 성장하지 않는다 는 뜻으로 자연의 갈무리를 가리킨다.
때문에 봄과 여름에 안에서 밖으로 발산한 기운을 가을에는 마음을 가다듬고 신기(神氣)를 안으로 모아야 된다 고 한다. 곧 기를 보충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를 보충하려면 가을의 천기(天氣)와 지기(地氣)를 잘 다스려야 하는데, 가을에는 천기가 쌀쌀해지고 지기는 깨끗해진다. 그러므로 아침에 닭 울음과 함께 일어나 마음을 안정시키면 가을의 쌀쌀한 기운을 거스르지 않고 몸에 신기를 거두어들일 수 있고, 잡생각을 없애고 일찍 잠이 들면 폐기(肺氣)를 맑게 해주어 건강하게 해준다. 또 이를 거스르면 폐가 약해진다.
곧 가을에 우리 몸이 외부의 쌀쌀한 기운을 호흡을 통해 받아들일 때 그 기운이 나의 몸과 일체를 이루게 되면 나의 내면은 단단하게 다져지게 된다. 자연의 흐름에 따라 가을에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게 되면 자연의 기운과 내 몸이 일체를 이룰 수 있게 되는데, 이때 호흡을 통해 받아들인 쌀쌀한 가을 기운은 폐의 기운을 맑고 건강하게 해준다.
이렇듯 자연에 거스르지 않고 몸을 건강하게 하는 방법이 있는가 하면 부지런한 엄마 손으로 건강을 다지는 방법도 있는데 바로 건포마찰이 그것이다. 곧 마른 수건으로 매일 아침 10분씩 피부를 마사지하듯 문지르면 피부와 폐가 단련되어 겨울이 되어도 감기에 잘 걸리지 않는다.
3. 가을을 위한 섭생법
가을은 모든 사람이 건강을 다지기 좋은 계절이다. 변화란 궁극적으로 전진과 진화를 위한 기회이기 때문이다. 먼저 먹거리로 가을 물고기란 의미의 추어탕이 떠오르고, 가을에 먹거리 여행을 떠나도 좋을 정도로 침을 고이게 하는 가을 전어와 가을 대하도 떠오른다.
그러나 가을의 음식은 뭐니 뭐니 해도 산과 들에 지천으로 결실을 맺는 열매인 과일들이다. 곧 밤과 대추 감, 배와 사과, 잣과 머루 달래 등 참으로 많다. 가을에 수확하는 오곡백과는 우리 몸을 살찌우고 많은 질병을 예방하고 치료해 준다. 실제로 가을에 거두는 배, 귤, 은행, 무, 도라지 등은 기침이나 가래 같은 기관지 증상에, 양배추는 변비 증상에 좋은 음식이다.
◆ 추어
추어(鰍魚)탕은 이름에 가을을 품고 있을 만큼 대표적인 가을 보양식이다. 미꾸라지뿐 만이 아니라 대부분의 어류 특히 민물고기는 가을의 보양식이 될 수 있다.
추어탕의 재료가 되는 미꾸라지는 봄부터 산란기를 맞아 살이 오르고 기름기가 붙기 시작하기 때문에 겨울잠을 자기 전인 요즘이 가장 맛있고 영양도 풍부하다. 미꾸라지는 정력을 돋우어 주는 강장식품으로 본초강목에 보면 “배를 따뜻하게 하고 원기를 돋우며, 술을 빨리 깨게 하고 원기를 보하여 발기불능에 효과가 있다.”고 적혀 있다.
특히 미끈미끈한 미꾸라지의 점액물에 많이 포함되어 있는 콘드로이친 성분은 글루코사민과 함께 연골세포 파괴 효소를 억제하고, 관절 주변의 섬유질 등을 활성화할 수 있는 효능을 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꾸라지의 이런 성분 때문에 추어탕은 병을 앓은 뒤 회복기나 수술 전 후에 기력을 회복하려는 사람들에게 좋은 영양식이 된다. 유사한 음식으로 장어와 메기, 빠가살이가 있고, 동면을 하는 종류로 개구리와 뱀이 있다.
◆ 제철에 먹는 음식은 보약이 된다.
배
배는 여러모로 한의학에서 가을을 상징하는 과일이다. 한의학에서 가을을 금(金)을 상징하는 계절로 보며 변화와 소통 그리고 결실의 계절이다. 이러한 의미에 가장 근접한 과일이 배인데, 과일의 흰 과육은 금을 상징하고 실제 작용도 폐의 기운을 살려주고 면역력을 증강시켜 주며 하기(下氣)의 힘을 북돋우는 과일이다.
실제로 배는 꽃과 잎ㆍ껍질ㆍ뿌리 모두 폐를 윤택하게 하고 담을 삭이며 열을 풀어주면서 해독 작용을 하는 효과가 있다. 또한 성질이 몹시 차기 때문에 열이 많은 아이들에게 적합하다. 또한 배는 날로 먹으면 육부(위, 대장, 소장, 방광, 담낭, 삼초)의 열을 내려주고, 삶아 먹으면 오장(간, 심, 비, 폐, 신)의 진액을 도와준다. 고 한다.
배의 여러 가지 기능 가운데는 소화제 역할도 있는데, 건조하고 영양을 보충하는 가을에 배는 기름진 음식을 먹고 난 뒤 불편해지기 쉬운 속을 편하게 만드는 작용을 한다. 이것은 배를 먹을 때 씹히는 작은 알갱이 곧 석핵세포(石核細胞)가 소화를 돕는 것으로 여기에 들어 있는 소화효소가 알코올을 중화시키고 고기에서 생긴 육독을 풀어주는 것이다. 때문에 고기 요리를 먹은 다음 후식으로 먹는 배는 다른 음식과 섞여 조미료의 역할로, 숙취 해소제로, 체액분비를 촉진시켜 갈증을 멈춰주고 열을 식혀주는 음식으로 다방면에 활용된다.
특히 배는 가래를 삭이며 기침을 가라앉히며 심장의 열을 식혀준다. 그러므로 감기로 열이 나고 목이 아프며 가래가 끓을 경우, 또 몸에 열이 많아 변비가 있고 입이 마르며 이불을 다 걷어차고 자는 사람들에게 좋다. 이 밖에 급성 기관지염, 만성 인후염, 고혈압, 폐결핵, 심장병, 간염 및 간경화 등의 질환에 보조 식이요법으로 응용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이뇨작용과 변을 부드럽게 해주기 때문에 당뇨에도 배즙을 이용한다.
감
감은 가을의 변화를 상징하는 과일이다. 파란색에서 노랑 빨강으로 변하여 마지막으로 곶감의 하얀 분이 나오는 과정까지 절기의 변화를 그대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달콤한 단맛을 상징하여 가을의 여유를 보여주는 과일로 활동에 필요한 에너지를 충실하게 제공해준다.
감의 주성분은 당질로서 15~16%나 되는데 포도당과 과당의 함유량이 많으며, 비타민 A, B가 풍부하고 비타민C는 조금 적다. 그밖에 펙틴․ 카로티노이드가 함유되어 있다. 특히 감에는 타닌성분이 있어서 지방질과 작용하여 변을 굳게 한다. 그래서 감은 위장의 기능이 약해 설사가 잦고 무엇이든 먹을 때마다 배가 아픈 사람에게 좋아, 이를 자주 먹으면 폐를 윤택하게 하고 위장을 튼튼히 만들어 대변이 굳어지고 피부에 윤기가 돌게 하므로 큭히 아이와 노인에게 좋다.
제사상에 자주 오르는 곶감은 감의 껍질을 벗겨 말린 것으로 전시ㆍ백시ㆍ관시 라는 이름으로도 불린다. 곶감은 칼로리가 높고, 비타민 Aㆍ칼슘ㆍ인ㆍ철 등의 무기질이 풍부하다. 이 곶감은 약으로도 좋아 오래된 기침과 설사에 쓰이는데 곶감에 붙은 하얀 가루(시상 또는 시설이라 불림)는 몸 안의 호르몬을 비롯한 분비물을 늘리고 폐의 열을 내려주며 가래를 삭이는 효과가 있어서 폐병이나 마른기침에 응용된다. 민간에서는 곶감의 흰 가루를 그대로 긁어모아 입 속에 넣어 기침 멈추는 데 쓴다.
감은 이것저것 쓰임이 많은데, 딸꾹질하는 아이에게 감꼭지 3개 정도를 달여 마시게 하면 즉효를 보게 되며 야뇨증에 감꼭지 3~5개를 달여 매일 자기 전에 마시면 좋다.
푸른 감잎을 음지에서 말려 얻은 감잎차는 비타민 C가 풍부하고 혈압을 떨어뜨리는 효과가 있으며 동맥경화를 방지하고 소화와 감기 예방에 뛰어난 효과가 있고 단식할 때 필수 음료로 활용되고 있다.
이 밖에 뱀이나 독충에 물렸을 때 감을 씹어서 바르면 해독제로 쓸 수 있으며, 타박상이나 어혈이 있어 피부 근육에 피가 엉겼을 때 감 국물로 씻으면 좋고, 치질에 의한 출혈이나 토혈에도 곶감을 태워 재를 5~10g씩 마시면 곧 지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