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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의 얼 석탑, 사진ㆍ시조로 다가가기

산청 내원사 삼층석탑(보물 제1113호)

저만치 석탑이 걸어온다, 절은 짐짓 못 본 체한다
[천년의 얼 석탑, 사진ㆍ시조로 다가가기 22]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산청 내원사 삼층석탑(보물 제1113호)

 

                                                     - 이 달 균

 

       탑은 뒷짐 지고 걷고

       절은 짐짓 못 본 척 한다

       때 이른 산천재 남명매 진다고

       그래도 비로자나불 아는 듯 모르는 듯

 

       부처는 바다를 보고

       보살은 안개를 본다

       물은 갇혀 있어도 연꽃을 피워내고

       흘러서 닿을 수 없는 독경소리 외롭다

 

산천재에 가니 조식 선생 안 계시고 남명매만 피어 있더라. 아니다. 눈으로만 보면 꽃만 보일 것이고, 심안(心眼)으로 보면 글 읽는 선생도 뵐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난 결국 꽃만 보고 나왔다. 그리고 곧장 내원사 간다. 반갑다. 저만치 석탑이 걸어온다. 낮술 한 잔 했는지, 봄볕에 그을린 탓인지 탑은 약간 불콰해 보인다. 아지랑이 속에 흔들거리며 걸어오는 탑의 몸짓을 절은 짐짓 못 본 체한다. 비를 머금었는지 축축한 안개가 내려왔다.

“바다를 보았느냐?”

“아니오, 안개를 보았을 뿐이오.”

안경을 닦아 보았지만, 시야는 흐려 있었다. 그래, 맑은 물이 아니어도 연꽃은 핀다. 그렇게 날 위무하고 내원사를 나왔다. (시인 이달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