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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의 얼 석탑, 사진ㆍ시조로 다가가기

정읍 천곡사터 칠층석탑

여인은 선 채로 탑이 되었다
[천년의 얼 석탑, 사진ㆍ시조로 다가가기 23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정읍 천곡사터 칠층석탑

 

                                       -  이 달 균

 

        언제부턴가

        여인은

        선 채로

        탑이 되었다

        가녀린

        어깨와

        앙상한

        허리선

        한 편의

        간결한 시(詩)처럼

        묵상에

        들었다

 

정읍시 망제동엔 빼빼 마르고 키 큰 여인을 닮은 탑이 서 있다. 바로 7.5m에 이르는 천곡사터 칠층석탑이다. 여인을 연상시킨다고 하나 부드러움과 섬세함, 탐미적 자태와는 다른, 기원에 오로지한 야윈 모습에 나그네도 덩달아 무념에 든다. 처연한 그림자 아래서 까닭 모를 갈증에 시달린다.

 

하루가 저무는 시간에도 오래 묵상에 든 탑은 군살 빼고 미사여구도 빼고 그저 부처님 향해 하늘로 솟아 있다. 허리를 지탱하는 몇 개의 길쭉하고 간결하게 짜 맞춘 장대석으로 인해 그런 느낌이 더 하다. 앙상한 외형에 비해 옥개석은 두껍고 둔중하여 그리 조화로워 보이지는 않는다. 어쩌면 그런 고졸한 모습이 더 고려탑답다고나 할까. 껑충한 탑을 가운데 두고 초록 수풀은 하늘에 닿는다. (시인 이달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