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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방으로 알아보는 건강상식

올가을 환절기의 감기

체했을 때, 잠을 제대로 못 잤을 때 쉽게 감기 걸린다
[한방으로 알아보는 건강상식 162]

[우리문화신문=유용우 한의사]  우리나라는 4계절의 변화가 뚜렷하고 각 계절이 약 3달의 주기를 띠기 때문에 각 계절이 주는 자연의 혜택을 명확하게 누릴 수 있다. 그 이면에는 계절이 변하는 시점의 변동에 적응하지 못해서 육체적 정신적으로 힘들게 보내기도 한다. 올해는 봄부터 날씨의 이상 조짐이 보이기 시작해서 환절기 감기와 비염으로 많은 환자가 괴로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되었다. 막상 닥친 계절의 변화는 그야말로 종잡을 수 없을 정도로 변화무쌍하여 많고도 다양한 호흡기 질환을 일으켰다.

 

올해 날씨의 특징은 “1개월이 앞섰다”로 말할 수 있다. 봄에 더위가 1달 당겨졌으며, 여름에는 6월부터 불볕더위로 힘들 것으로 예상되었는데 더워질 때마다 비가 와서 비교적 무난한 여름을 보내게 되었다.

 

계절의 문제는 가을 환절기부터 시작되었다. 전통적으로 가을 환절기는 8월 말, 9월 초의 1달로 우리나라에서는 이때 비염환자가 가장 고생한다. 그런데 올해는 가을 환절기가 8월 초중순부터 시작되어 우리 몸이 더위를 만끽하지도 못한 채로 환절기를 맞게 뙈 기초 체온 조절력이 약한 분들에게 피부와 호흡기 질환을 확산시켰다. 더구나 하루 온도 차와 주간(週間)온도 차가 심해서 가을 자체가 환절기와 비슷한 상황이었는데, 10월 초에 추위가 엄습한 탓에 최근 한창 화창해야 할 때 겨울 환절기와 비슷한 상태가 되었다.

 

이렇게 날씨가 변화무쌍한데다 일교차가 심해지면 우리 몸은 온도 차를 적응하지 못해서 틈을 허용하게 되어 쉽게 감기에 걸린다. 호흡기에 기저 질환이 있던 분들은 증상이 심해져서 더욱 고생하게 된다.

 

1. 올가을 감기에 독특한 특징이 있다

 

감기는 바이러스에 의해 코와 목 부분을 포함한 상부 호흡기계가 감염되는 증상이다. 사람에게 나타나는 가장 흔한 급성 질환으로 재채기, 코막힘, 콧물, 인후통, 기침, 미열, 두통 그리고 근육통과 같은 증상을 보인다. 가벼운 감기는 저절로 치료되고 심한 경우라도 적절한 한방이나 양방의 도움을 받으면 비교적 쉽게 치유된다.

 

감기를 일으키는 바이러스는 항상 우리 주위에 있지만 인체의 면역기능 덕분에 쉽게 감염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면역력이 떨어지거나 방어력이 취약한 부위가 있거나 일시적으로 면역에 빈틈이 생기면 감염증상이 나타난다. 보통 호흡기를 통한 콧물, 기침감기, 피부를 통한 오한 발열의 몸살감기, 요로를 통한 감염으로 오한, 오줌을 눌 때 통증이 드러나는 감기 등으로 나타난다.

 

 

그러나 올가을 감기의 특징은 ‘머무름’이라 할 수 있다. 곧 바이러스가 침입해서 면역체계와 충돌을 하면 전쟁 상황이 되어 감기 증상이 드러나면서 이기건 지건 승부가 결정된다. 지는 경우라도 일반적으로 외부 원조(한약, 양약)의 도움을 받아 끝내 이겨낸다.

 

그런데 올가을 감기는 심해지지도 않고, 떨쳐 지지도 않는 모호한 상태를 유지하는 경향을 보인다. 대략 절반 정도는 일반적인 감기의 경과를 보이나 다른 분들은 감기인지, 단순한 컨디션 저하인지, 예전에 있던 비염이 재발한 것인지 구분이 모호하게 드러난다.

 

미약한 코막힘과 코의 이질감, 목의 잠김과 부종으로 인한 이물감, 몸살이 올 것 같은 몸의 예민함, 기운이 저하되면서 몸이 차가워지는 듯한 서늘함 등으로 드러나 감기 기운이 엄습한 것 같은데 확연치 않다. 그리고 감기약을 복용하면 호전되는 듯한데 떨쳐 지지 않는 모습으로 진행이 되는 독특한 양상을 보인다.

 

이는 전반적으로 이른 추위와 온도 차를 적응하지 못하면서 신진대사가 전체적으로 저하되어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본인이 인식하든 안 하든 전체적인 혈액 순환(특히 피부와 점막에서)이 느려지고 세포의 대사활동이 느려졌기 때문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을 하면서 감기약의 도움을 받을 때 쉽게 치유될 수 있다. 따라서 요즈음 감기에 걸린 상태에서 한약과 양약을 먹어도 깔끔하게 정리되지 않는다면 한의사의 진료를 받고 적절한 한약을 처방받고 더불어 자신의 취약점을 개선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

 

2. 감기는 피부ㆍ점막의 국소 면역력과 체온 조절력이 떨어졌을 때 다가온다

 

인간은 외부 체온 변화에 적응하며 살아가게 되어 있다. 추우면 추운 대로 더우면 더운 대로 온도에 적응하며 살아간다. 외부 온도가 변하는 환절기에 우리의 체온유지 능력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특히 찬바람에 적응해야 하는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계절에 이러한 현상이 두드러진다. 이는 우리의 몸이 기초 체온은 유지할 때 체열을 보존해야 하는가? 방출해야 하는가? 하는 분기점일 때 혼란을 느끼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가을 환절기는 여름내 체열을 방출하여 기초체온을 유지하므로 몸은 체열 방출에 익숙한데 외부 상황은 찬바람으로부터 몸을 보호하기 위하여 체온을 보존해야 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는 가을 자체가 기초체온을 유지하는 데 힘든 날씨의 특징을 보였기 때문에 몸이 적응을 못 하고 10~20℃의 온도에 움츠러드는 한기를 느낀다.

 

이러한 계절의 환절기 변화와 하루의 일교차, 낮은 온도에 대한 적응력을 기초체온 조절력이라 하는데 이때 적응하지 못하면 추위, 한기, 서늘함 등을 느낀다. 조절력이 약한 경우 가을 환절기에 국소 부위의 체온을 유지하지 못하면서 피부와 점막의 모세혈관 기준으로 체온이 저하되면 대사 기능이 저하되고 피부와 호흡기 점막의 국소면역력은 현격히 떨어지기 시작한다.

 

 

곧 온도가 1℃만 떨어져도 면역력은 30% 정도가 감퇴하면서 급격한 면역 저하로 별거 아닌 바이러스, 세균, 알러지 물질에 그대로 침습 당해 몸에 비상사태가 된다.

 

감기 바이러스는 수시로 우리 몸의 점막과 피부에 접촉하되 대부분은 우리 몸에서 방비하는데 기초체온 조절력이 떨어져 국소부위에서 면역력이 감퇴하면 바이러스가 침입하고 활동하면서 감기 증상이 드러나는 것이다.

 

이렇게 기초체온 조절력이 저하되고 전반적인 활동성이 저하된 상태에서 유입된 바이러스로 인해 감기에 걸렸을 경우 한약의 도움과 더불어 야외 활동성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자.

어린이들은 바깥에서 온종일 뛰어노는 수준이면 되고 성인은 등산이나 트래킹 등 너무 고되지 않으면서 오랜 시간 활동성을 유지할 수 있는 운동과 병행하면 올가을 감기 치료에 효과적일 것이다.

 

3. 감기는 순간적으로 빈틈을 파고들어 오니 틈을 허용하지 말아야

 

평균적인 건강을 가진 사람들은 감기 바이러스에 대한 방어기제가 완비되어 있어서 감기를 이겨낼 수 있다. 그런데도 감기에 걸리는 것은 앞서 언급한 기초체온 조절력이 떨어진 경우와 일시적으로 빈틈을 허용할 때 바이러스가 침입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전체적인 기초체온 조절력을 기르면서 바이러스가 침입할 수 있는 틈을 허용하지 않는 생활이 필요하다. 특히 올해는 8월 중순부터 현재까지 심한 일교차와 주간(週間) 기온 차 때문에 수시로 바이러스가 유입될 수 있으므로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① 바람은 세포 온도를 떨어뜨려 일시적인 무방비 상태를 만든다

 

한방에서 감기에 걸리는 것을 풍사(風邪)의 침입으로 보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처방을 제시하고 있다. 한의대에서 공부할 때 감기를 이해하는 방편으로 풍(風)이란 한자를 풀어 바람 속에(风) 숨어있는 충(虫)이 바이러스이고 이것들이 감염시킨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어느 순간 풍(風)을 바람 자체로 바라보게 되었다. 바람이 우리 몸을 접하게 되면 피부의 체온을 날려 시원함을 제공한다.

 

그러나 센바람과 지속적인 바람은 피부 세포의 온도를 극도로 떨어뜨려서 세포가 정지되는 마비상태까지 이르게 된다. 이 순간 세포가 가진 모든 기능은 일시적으로 마비되며 외부의 침입에 대해서도 무방비한 상태가 된다. 그러므로 과도한 바람이나 지속적인 바람에 노출되면 감기에 걸리기 쉬운 상황이 된다.

 

특히 겨울은 추위로 몸이 움츠러들면서 움직임이 느려지고 변화에 취약해진다. 그러므로 자연스레 외부 찬바람에 대해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잘 방비해서 잘 이겨내야 한다. 그런데 방심하는 틈을 파고드는 바람과 내가 인지하지 못하는 바람이 방어력을 흐트러트리고 침입을 허용한다. 곧 따뜻한 안방에서 화장실로 갈 때, 잠잘 때 웃풍, 샤워 뒤 거동 등과 같은 잠깐의 변화가 거센 바람보다 더 허점을 드러낸다.

 

② 음식이 체했을 때 틈을 허용한다

 

성인이든 어린아이든 모두 감기에 가장 많이 걸리는 것은 찬바람을 쐬었을 때다. 그리고 그 다음이 과식이나 불량식품을 먹은 뒤 체했을 때 감기가 가장 흔하게 발생한다.

 

우리 몸의 점막은 피부와 더불어 외부와 접하여 소통하는 변화가 활발한 조직이다. 이러한 점막은 하나의 특징이 있는데 이완되었을 때 활발한 기능을 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완된 상태, 기분 좋고, 편하고, 부담 없는 상태일 때 기능이 활발해져서 호흡의 효율이 높고, 소화력도 활발해져서 잘 먹고 잘 소화한다. 그러나 긴장상태로 소화기능이 떨어졌을 때 억지로 먹거나 과식하면 소화기 점막이 과도한 부담을 받으면서 가볍게는 식곤증, 심하면 체하게 된다.

 

체한 상태란 소화기 장관의 운동이 멈춘 상태로 소화기 점막의 혈액 순환이 정체된 상태를 말한다. 이러한 흐름의 정체는 전체 점막 순환에 영향을 끼쳐 호흡기 점막마저 기능을 저하해 호흡 중에 유입되는 바이러스를 방어하기에 취약하게 한다. 이러한 연유로 여행 중 추워서 몸이 긴장된 상황에서 찬밥(김밥)을 먹으면 쉽게 체하면서 같이 감기에 걸리기 쉬운 상황이 된다.

 

③ 극도의 긴장과 이완은 틈을 허용한다

 

우리 몸은 적당한 긴장과 이완, 활동과 휴식의 리듬 속에 균형을 이루면서 원활하게 돌아간다. 그러다가 과도한 긴장이 지속되면 어느 순간 파탄이 나고, 이완이 지속되면 늘어지면서 리듬을 잃고 생리작용이 흐트러진다. 특히 예민하여 겁이 많거나 쉽게 긴장하는 아이들이 이러한 경향성이 짙다. 모든 것이 다 싫고 귀찮아하는 순간에 틈을 허용하여 쉽게 감기에 걸리기 쉽다.

 

외부적인 요인으로 인한 긴장과 이완 말고도 급격한 감정의 기복도 마찬가지로 영향을 끼친다. 억울해서 울컥하는 상황에서 기운이 역류한 이후 맥이 풀리는 상황과 짜증이 폭발하여 기운이 흐트러질 때가 대표적인 상황이다. 이 순간 우리 몸은 방어할 힘이 없는 무방비 상태가 되기 때문에 이때 바이러스가 유입되면 그대로 감염되어버리고 만다.

 

④ 잠을 제대로 못 자면 틈을 허용한다

 

우리 몸을 2분법으로 나누면 낮에는 몸을 소모하고 훼손하는 행위를 통해 활동하고 수면 중에 회복하고 재생하는 행위를 통해 존재를 유지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므로 충실한 수면을 통해 낮의 부담을 온전히 회복하지 못하면 소모되고 손상된 부담이 점점 누적되어 어느 순간 파탄을 맞게 된다.

 

 

충실한 수면의 기준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최종적인 결론은 아침에 일어나는 모습이다. 아침에 스스로 가볍게 일어나면 자는 동안 충분히 휴식해서 회복되어 다음 활동에 대한 준비가 이루어진 모습이다. 깨워서 일어나고 무겁고 힘겹게 일어난다면 회복을 못 해서 활동에 대한 준비가 안 되어 있어서 상황 상황에 대한 대처가 어렵다.

 

이 밖에도 면역력이 떨어지는 다양한 상황이 있다. 외부적으로는 일교차가 클 때 적응하지 못하는 상황, 내부적으로는 과로로 에너지를 소모한 상태 등이다. 이렇게 여러 가지로 감기에 걸리기 쉬운 환경이 있는데 대부분은 바이러스가 유입될 만한 빈틈을 허용하였을 때 감기에 쉽게 걸리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