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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김단아, 악ㆍ가ㆍ무를 아우른 명창

[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649]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단국대 명예교수]  지난주에는 서도좌창 중, 공명가(孔明歌)에 관한 이야기를 하였다.

 

서도의 좌창은 물론이고, 송서나 시창과 같은 느리고 긴소리들 모두는 수심가조의 가락이나 표현법 등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는 점, 이 노래는 중국 삼국시대 촉한(蜀漢)의 명재상, 제갈 양의 자(字)가 공명이기에 연유된 이름이란 점, 오(吳)나라의 주유와 함께 공명이 화공(火攻)에 대한 전략을 논의하며 공명이 동남풍을 비는 광경을 그린 내용이란 점을 말했다.

 

이와 더불어 ‘초한가’와 더불어 서도창의 정수로 알려진 이 곡은 부분 부분의 진행이 힘찬 고음에서 저음으로 연결되는 하행(下行)선율형, 곧 강하게 뻗는 대목에서는 살짝 떨어주며 내는 요성(搖聲)과 졸음목을 구사하는 대목이 일품이란 점, 또한 극(劇)적인 구성이나 내지르는 목청이 격렬하고 강(强)과 약(弱)의 대비가 뚜렷한 점으로 엮음수심가의 창법을 활용, 서도창의 멋을 지키고 있는 소리라는 이야기 등을 하였다.

 

이번 주에는 경서도 소리와 함께 전통무용, 그 위에 북이며 장고와 같은 타악기 연주도 겸비한 김단아(구-김영순) 명창을 만나 보기로 한다. 서도소리 발표회가 있던 날, 한국문화의 집(Kous)공연장에서 만난 그는 이렇게 말하였다.

 

“특별한 재주가 있어서가 아니라, 저는 그저 무작정 국악이 좋았고, 그 음악에 맞추어 멋진 춤을 추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어려서부터 무용학교에 진학하기를 희망했지요. 초등학교 2학년 때, 부모님을 졸라 정식으로 전통무용을 배우기 시작했는데, 춤을 추다 보니, 그 반주 음악이 어린 저의 마음을 완전히 사로잡는 거예요. 춤을 추며 감정을 잡게 되는 반주음악의 효과가 대단한 영향을 주는 것으로 생각해요. 그래서 그 음악도 배워야겠다고 마음먹었지요.”

 

 

그렇다.

춤과 반주음악과의 관계를 정확하게 짚어내는 그의 지적이야말로 경험으로부터 얻어낸 값진 결과여서 승복이 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슬픈 반주음악을 들으면서 기쁘고 즐거운 춤사위를 만들거나 유지하기 어려운 일이고, 반대로 즐거운 음악을 들으며 슬퍼하는 춤사위를 만들기 또한, 예사로운 일이 아니라는 결론은 오직 경험한 사람들만이 통할 수 있는 감정이 될 것이다.

 

김단아는 예술고 시절부터, 무용을 전공으로 해 왔다고 했다. 그는 춤을 출 때마다 반주음악에 취해 그의 춤이 이어가고 있는 걸 느끼기 시작했다고 털어놓는 것이다. 그의 춤이 단지 일정한 장단의 반복으로 인해 이어가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는 점이다.

 

“저는 춤을 추면서 듣게 되는 반주음악의 흐름을 단지 박자나 장단의 개념으로만 생각하지 않았어요. 흥겨운 장단이 제 춤을 이끌어 주었다고 해도, 제가 더 가깝게 느껴진 것은 강약을 타고 흐르는 경쾌한 민요 가락이나 반주를 위한 무용 음악, 때로는 느리며 슬픈 가락을 제 몸으로 느끼며 호흡을 함께 해 왔지요.”

 

그는 경기민요가 너무도 좋아져서 경기명창에게 민요를 배우지 않을 수 없었다고 실토했다. 그 결과, 국가가 인정한 경기민요의 이수자가 되었고 나아가 음악이나 춤에 있어서 장단의 중요성을 일찌감치 간파하고 고법(鼓法)과 장단 공부에도 관심을 가져 역시 무형문화재 이수자가 된 것이다.

 

현재 그는 <한국전통예술연구회>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의 민요창 실력을 알게 하는 과정이 있다. 바로 안비취 명창을 기리는 제1회 <비취 전국경창대회> 명창부에서 대상을 차지한 결과가 그것이고, 제39회 <전주대사습놀이> 민요부 에서 장원에 올랐다는 사실이 또한 그것이다. 보통 사람들은 어느 한 분야에 두각을 나타내기도 어려운 법인데, 노래와 춤을 전문가 수준으로 유지해 왔다는 점은 평소 그의 노력을 증명할 만한 것으로 생각한다.

 

 

우리가 모두 함께 경험한 2019~2022년 코로나 정국에서도 그는 조금도 위축되지 않았다. 바쁘게 나라 안팎을 뛰어다니며 실전공부를 해 왔기 때문이다. 그 대표적인 활동 들을 소개해 본다.

 

먼저, 2022년 10월, 서울 ‘강북 청소년수련관’에서 가진 제1회 <초심, 길을 묻다.>라는 공연은 대단한 호응을 얻은 바 있는데, 이 공연에서 그는 국악협회 민요분과 김명순 명창을 위시한 정상급 소리꾼들과 명무와 함께 무대를 빛낸 것이다. 2023년 1월에는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한음회>의 발표 공연에 참여하였는데, 이 무대에서도 경기좌창 가운데 <소춘향가>를 불러 경기좌창의 음악적 매력을 끌어냈다. 참고로 이 행사는 ‘크라운 해태’ 윤영달 회장의 관심과 후원으로 이루어졌다고 하는데, 국악인들에게 발표의 기회를 제공해 준 주최 측에게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

 

 

그의 활동은 나라 밖에서도 이어졌다. 2023년 6월에는 호주 A.N.U 차이나 센타&로스쿨(Australian National University)에서 약 2주동안 판소리 강좌와 전통춤, 그리고 김영순(단아)의 아리랑, 강원도아리랑, 뱃노래 등, 경기민요 부르기 실습이 이어진 것이다. 이와 같은 실습 기회는 그 지역의 대사, 캔버라 한인회의 초청으로 이루어졌다고 하는데, 한국의 전통문화를 전 세계에 알리는데. 매우 유익한 기회였을 것이다.

 

각종 음악회나 춤 공연장에서 김단아와 만나는 일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는 무용인으로 춤과 함께 안무자로도 활동하고 있고, 경기 명창이면서 장단의 능력까지 두루 갖추어 가는 무(舞), 가(歌), 악(樂)의 예능인이다. 그가 가고 있는 길이 누구나 마음만 먹는다면 이루어지는 길이 아니라 더 큰 노력이 요구되는, 절대 쉽지 않은 길임을 알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