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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가 여자보다 더 아름다울지도 몰라

무심거사의 중편소설 <열 번 찍어도> 29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아가씨의 말을 들어보니 화장하는 일이 그렇게 간단히 되지 않는단다. 출근 전에 반드시 화장하는 데 꼬박 1시간이나 걸린다고 한다. 그런데 매일 하지는 않지만, 머리까지 손보면 추가로 20분이 걸리는데, 오늘은 머리를 하다가 그만 늦었다고 한다. 아내가 화장하는 것을 보기는 했지만 30분이 채 안 걸리던데, 아마도 아가씨의 화장은 특별한가 보다. 직업이 직업이니만큼 전문적이고 복잡한 화장을 하는가 보다. 그러나 그까짓 화장에서 1시간씩 소비한다는 것은 시간낭비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자가 화장하는 것은 남자가 면도하는 것만큼이나 자연스러운 것이다. 화장은 아름답게 보이고 싶다는 본능의 표현이다. 여자로 태어나면 화장하고 싶어지는 것이다. 그것은 본능이기 때문에 배고프면 밥을 먹고 싶은 생각이 나는 것처럼 억제할 수 없다. 재미있는 것은 짐승이나 새의 경우에는 암컷보다는 수컷이 더 요란하고 외모로 보아도 아름답다. 그런데 유독 사람만 여자가 더 요란하게 치장하고 아름다운 것은 웬일일까? 혹시 다른 짐승의 눈에는 여자보다 남자가 더 아름답게 보이지 않을까? 자연의 법칙에 예외라는 것은 없으니 말이다.

 

 

그전에 언젠가 생물학과 박 교수에게 물어보니, 동물의 세계에서 수컷이 아름답고 암컷이 눈에 띄지 않는 것은 생물학적인 이유가 있단다. 수컷은 암컷의 눈에 잘 띄어야 선택되어 짝짓기할 수 있다. 멋진 날개를 펴는 공작은 수컷이다. 꼬리가 길고 색깔이 예쁜 꿩은 수컷인 장끼이며, 암컷은 까투리라고 하는데 평범해서 꿩 무리가 있을 때 눈에 띄지 않는다. 사슴도 꾸불꾸불한 멋진 뿔을 가진 것은 수컷이다. 닭도 수탉이 벼슬이 아름답고 눈에 띈다. 암컷이 눈에 잘 띄지 않는 것은 종족보존을 위해서는 유리한 것이다. 새끼를 배었을 때 눈에 잘 띈다면 적에게 발견되기 쉽다. 잘 드러나지 않는 색깔을 가지는 것이 종족보존에는 절대로 유리한 것이다.

 

그런데 왜 사람에게서는 뒤바뀌었을까? 생물학 교수의 이야기를 들어보아도 이해할 만한 설명이 없다. 그렇다면 사실은 사람도 남자가 여자보다 더 아름다울지도 모른다. 다른 동물에서 수컷이 더 아름답다면 사람도 예외가 아닐 것이다. 일반인들의 생각과는 달리 실제로는 남자가 여자보다 더 아름다울 것이다.

 

내 생각으로는 여자가 더 아름답다고 말하는 것은 우리 사회가 남성 중심의 사회이기 때문이라고 본다. 미인대회라는 것도 사실은 남성 중심의 사회가 만들어낸 불평등한 결과다. 밀로 섬에서 발굴된 비너스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조각물이라고 말하지만 피렌체에 서 있는 다비드의 동상이 더 아름답다고 볼 수도 있다.

 

다이빙 시합에서 뛰어내리기 직전의 수영선수를 보면 누가 더 아름다운가? 인위적으로 화장하지 않은 자연스러운 모습은 남자가 더 아름다울 것이다. 단지 여자는 옷으로 꾸미고 보석으로 치장하고 거기에다가 화장까지 해서 남자의 눈에 더 아름다워 보일 뿐이다.

 

김 교수는 한 손은 아가씨의 손을 잡고 다른 손으로 커피잔을 쥐고서 커피를 마시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마침 크리스마스가 이틀 지난 뒤라서 커피숍 안은 반짝이는 꼬마전구와 작은 트리들이 분위기를 띄우고 있었다. 창문 밖으로 내려다보이는 거리 역시 성탄절과 연말을 흥겹게 하기 위한 장식들이 많았고, 사람들은 즐거운 모습으로 지나가고 있었다. 남녀관계라는 것이 묘해서 서로의 마음을 열어놓으면 이야기가 끝없이 이어지고 시간 가는 줄을 모르게 된다.

 

김 교수는 아가씨에게 연말을 맞아 선물하고 싶은 마음이 생겨났다.

 

“미스 최, 내가 너에게 선물을 하나 사주고 싶구나.”

“지난번에 책과 카드를 선물로 주셨잖아요, 오빠.”

“그건 너무 평범한 선물이고, 너는 내가 오래 사귈 여자니까 특별히 기념될 만한 선물을 하고 싶다. 너는 무엇을 좋아하니? 내 마음 변하기 전에 말해.”

“그럼, 반지나 하나 사 주세요. 오빠.”

“그러면 잠실 롯데 백화점으로 가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