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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석문학100리길' 답사기

초등학교에 다니는 동안 평창읍에서 산 효석

효석문학100리길 제5-2구간 답사기 (20)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소년 이효석이 평화길을 걷지는 않았다. 어린 이효석은 학기 중간에는 평창읍에 있는 하숙집에서 생활하였을 것이다. 그러므로 효석은 주말에 친구들과 함께 족대(물고기를 잡는 기구의 하나)를 들고 평창강으로 고기를 잡으러 가지 않았을까? 또 친구들과 노산 정상까지 올라가지 않았을까? 어쨌든 효석은 초등학교에 다니면서 6년 동안 평창읍에서 살았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평화길 중간에 평화샘터를 만들어 놓았다. 산에서 나오는 물을 받아서 먹기도 하고 손도 씻을 수 있게 만들어 놓았다. 샘터 앞에는 긴 의자를 여러 개 만들어 놓아서 여러 명이 앉아서 쉬기에 좋았다.

 

 

 

우리는 50분을 걸었기 때문에 평화쉼터에서 쉬어가기로 했다. 샘터에서 흘러나오는 물을 큰 수조에 담아서 발을 담글 수 있도록 만들어 놓았다. 몇 사람이 양말을 벗고 샘물로 족욕을 하였다. 발이 시원해지며 피로가 싹 풀린다고 좋아한다. 쉼터에서 평창강을 내려다보면서 오이와 블루베리를 간식으로 먹고 커피까지 마셨다. 세상에 부러운 것 없는 시간이었다.

 

 

평화길은 나무그늘이 져서 걷기에 매우 좋은 길이다. 평창읍 주민들은 평화길을 자주 찾는가 보다. 우리는 평화길을 걸으면서 사람들을 여럿 만났다. 평화길이 끝나는 부분 왼편에 지역 시인들의 시를 큰 패널에 써서 걸어 놓았다. 천천히 시를 읽다가 나는 김왕제 시인의 팔석정을 주제로 한 시를 발견하였다. 반가웠다. 김왕제 시인의 부모님이 사는 집이 봉평 우리집 바로 옆에 있어서 나는 김왕제 시인을 잘 안다.

 

 

평화길 끝나는 지점에 평창 평화길 안내판이 서 있다. 내용을 읽어보니, 2019년 3월 산림청과 평창군은 「산촌 거점권 육성 시범사업 업무협약(MOU)」 체결로 아름다운 평창강과 웅장한 장암산 자락에 군민의 건강 증진을 위해 평화의 염원을 담아 「평창 평화길」을 조성하였다고 한다. 공사 개요를 읽어보니 평화길 1.7 km를 조성하는데 예산이 24억 8천만 원 들었다.

 

 

요즘 시골은 옛날 시골이 아니다. 시골에 살더라도 문명의 이기와 문화적인 혜택을 충분히 누리며 살 수 있게 되었다. 지역균형 발전이 어느 정도 이루어졌다고 볼 수 있다. 나는 봉평에서 9년째 살고 있는데, 몸과 마음이 편안하게 잘살고 있다. 이번에 효석문학100리길을 걸으면서 평창에 대한 애향심이 더 커진 것 같다.

 


 

 

100리길은 정선으로 가는 방향에 있는 평창교 다리 아래로 지나간다. 걸어가자, 상리 출렁다리가 나타난다. 사람이 중간에 서서 구르면 다리가 약간 출렁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출렁다리 이름이 거짓이 아니다. 아이들이 오면 좋아할 것 같다.

 

 

평창강의 왼쪽 길을 따라서 걷다 보니 비닐을 씌운 작고 엉성한 동물농장이 나타난다. 동물농장이라고 표현했지만, 검은 닭, 흰 닭, 거위, 칠면조 등 새 종류만 보인다. 그런데 비닐도 엉성하고 한쪽 문은 열려 있다. 마침 동물농장 주인이 나타나서 물어보았다. 이렇게 구멍이 숭숭 뚫어져 있어서 닭이 야생동물에게 잡아먹히지 않느냐고. 주인의 말로는 거위가 닭들을 지켜준다고 한다. 오소리나 너구리 등 작은 들짐승이 닭장에 침입하더라도 거위가 공격하면 견디지 못하고 도망간다고 한다. 흥미롭게도, 거위가 닭들의 호위무사 역할을 하는 셈이다.
 

 

둑길이 끝나는 지점에 2018 평창 올림픽을 기념하는 조형물이 서 있다. 올림픽을 열었던 세계 여러 나라 도시들의 국기, 이름, 그리고 개최년이 기록되어 있다.

 

 

 

조형물 있는 곳에서 남산 산책로로 올라갔다. 100리길 표지판에는 ‘남산순환데크로’라고 표시되어 있다. 남산 산책로의 공식적인 이름은 ‘남산 다함께나눔길’이다. 산림청의 녹색자금(복권기금)과 군비 포함 8억 원의 예산을 들여 2016년 12월에 완성하였다. 평창강의 물소리를 들으면서 걷는 데크길은 경사도가 낮아서 걷기에 편안했다. 걷는 중간에 보라색 꽃이 아름다운 산수국을 보았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