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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요테 땅에서 마주한 푸른 숨결, 코요아칸 기

아름다운 색채와 치열한 역사가 공존하는 곳

 

[우리문화신문=양인선 기자]  길 위에서 생의 이정표를 만날 때가 있습니다. '코요테의 땅'이라는 뜻을 품은 멕시코시티의 '코요아칸'. 거리를 걷는 내내, 제 마음은 이름 모를 설렘으로 일렁였습니다. 거리마다 뿌리를 깊게 내린, 오래된 가로수들은 그늘을 드리우며 지나는 이의 발걸음을 다정하게 다독여 주더군요.

 

 

 

 

 

 

가장 먼저 발길이 닿은 곳은 '프리다 칼로의 푸른집'이었습니다. 늘 관광객으로 붐비는 그곳의 강렬한 푸른 벽은 그녀가 겪어낸 고통보다 더 선명한 생의 의지를 보여주는 듯했습니다. 굽이치는 골목마다 노랗고 분홍빛을 띤 예쁜 집들이 줄지어 서 있어, 걷는 것만으로도 마치 한 폭의 수채화 속을 유영하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길가 표지판 위에 조용히 앉아있는 코요테 조형물은 이 마을의 수호신처럼 무척이나 사랑스러웠지요.

 

그곳에서 20분 남짓 천천히 걸음을 옮기면. 또 다른 역사의 한 페이지인 레온 트로츠키 박물관과 마주하게 됩니다. 머나먼 소련에서 온 혁명가는 이곳에서 마지막 숨을 거두었고, 이제는 고요한 정원 돌비석 아래 잠들어 있습니다. 디에고와 프리다 부부의 따뜻한 손길이 머물렀던 그곳에서, 100여 년 전 뜨거웠던 혁명의 열기를 가만히 가늠해 보았습니다.

 

 

 

해 질 녘, 코요아칸의 야시장은 낮과는 또 다른 활기로 반짝였습니다. 화려한 벽화들이 눈을 즐겁게 하고, 아즈텍의 옛 성벽, 돌을 허물어지었다는 성당의 벽면은 멕시코의 깊고 아픈 역사를 묵묵히 증언하고 있었습니다. 스페인 식민 시절의 옛 저택들이 이제는 여행자들의 아늑한 숙소가 되어 길손을 맞이하는 풍경을 보며, 흐르는 시간은 이토록 많은 이야기를 덧칠해 나간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습니다.

 

아름다운 색채와 치열한 역사가 공존하는 곳, 코요아칸에서의 시간은 제 마음속에 오래도록 지워지지 않을 물감 한 방울로 남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