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곡우날입니다. 곡우는 24절기의 여섯번째로 봄의 마지막 절기입니다. 청명과 입하(立夏) 사이에 들며 봄비(春雨)가 내려 백곡(百穀)을 기름지게 한다 하여 붙여진 말이지요. 그래서 '곡우에 가물면 땅이 석 자가 마른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곡우 무렵엔 못자리할 준비로 볍씨를 담그는데 볍씨를 담은 가마니는 솔가지로 덮어둡니다. 예전에는 밖에 나가 부정한 일을 당했거나 부정한 것을 본 사람은 집 앞에 와서 불을 놓아 악귀를 몰아낸 다음에 집안에 들어오고, 들어와서도 볍씨를 볼 수 없게 하였지요. 만일 부정한 사람이 볍씨를 보게 되면 싹이 트지 않고 농사를 망치게 된다는 믿음이 있었습니다. 또 이날은 부부가 함께 자는 것을 꺼리는데, 이는 부부가 잠자리를 하면 토신(土神)이 질투하여 쭉정이 농사를 짓게 한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곡우 무렵엔 나무에 물이 많이 오릅니다. 곡우 물이 많은 나무로는 주로 산 다래, 자작나무, 박달나무 등으로 이들 수액은 몸에 좋다고 해서 전라도, 경상도, 강원도에서는 깊은 산 속으로 곡우 물을 마시러 가는 풍속이 있지요. 경칩의 고로쇠 물은 여자 물이라 해서 남자에게 좋고, 곡우 물은 남자 물이어서 여자들에게 더 좋다고 합니다.
이때 서해에서는 조기가 많이 잡힙니다. 흑산도 가까운 바다에서 겨울을 보낸 조기는 곡우 때면 북쪽인 충청도 격렬비열도 쯤에 올라오는데 이때 잡는 조기를 '곡우살이'라 부릅니다. '곡우살이'는 아직 크지는 않았지만 연하고 제법 맛이 있습니다. 이제 완연한 봄입니다. 곡우 때부터 서서히 농사철이 시작되지요.요즈음은 농사와 상관없이 사는 사람들이 많지만 볍씨를 담그면서 한해의 풍년을 기원하는 농부의 열정을 곡우날 헤아려 보는 것도 의미있는 일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