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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문화편지

2108. 안중근 의사가 병을 고치는 의사인줄 안다고?

   

지난 6월 7일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는 金星坤·金世淵·趙舜衡 국회의원이 주최하고, (社)全國漢字敎育推進總聯合會와 (社)韓半島平和統一連帶가 주관한 “漢子敎育基本法을 위한 公聽會”가 열렸습니다. 그들은 “광복 이래 초등 및 중등학교 국어교육에서 한자교육을 소홀히 한 결과, 우리말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한자어에 대한 문해불능자의 수가 급속히 늘어나서, 우리말을 올바로 사용하는 데에 많은 혼란이 일어나고 있다.”라며, 초등학교부터 한자교육 할 것을 주장했습니다. 또 그들은 일본이 가나글자와 한자를 같이 써서 세계 최강대국이 되었다는 주장까지 했지요.

하지만, 이극로박사기념사업회 박용규 사무총장은 우리말 70%가 한자라고 하는 것은 일제가 만든 ≪조선어사전≫(1920년)에 뿌리를 둔 것이라고 말합니다. 대신 1957년 한글학회가 만든 ≪큰 사전≫에는 토박이말이 47%, 한자말이 53%라며 왜 침략자가 만든 사전을 따라 70%를 되뇌느냐며 개탄합니다. 또 한일문화어울림연구소 이윤옥 소장은 일본이 한자를 쓰는 것은 가나글자에 동음이의어가 너무 많아 부득이 한자를 쓸 수밖에 없는 것이며, 오히려 한자가 일본어의 맹점인데도 그를 따라하지 못해 안달하는 것은 민족주체성이 없는 부끄러운 일임을 알아야 한다고 일침을 가합니다. 그러면서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글자인 한글을 가진 우리가 견줄 글자가 없어 일본어와 견주느냐고 개탄합니다.

한자교육 강화론자들은 한자학습지 회원 수 90만 명과 연 매출액 3,000억 원 시장에 거의 해마다 15%씩 성장하고, 학습서가 1,300만 권이 팔린다며, 이를 공교육이 흡수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학교교육에서 한자교육을 강화하면 오히려 한자 사교육비가 더 늘어나지 않는다고 누가 보장합니까? 한자교육 강화를 주장하는 이들은 염불(국어교육)에는 관심이 없고 잿밥(한자교육시장)에만 관심이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습니다. 사실 지금 우리말의 혼란은 어려운 말을 쓸데없이 즐겨 쓰고 무분별하게 외국어를 가져다 쓰는 데서 오는 것이지 한자교육이 안 돼서 그런 것이 아님을 똑똑히 알았으면 합니다. 안중근은 의사(義士)이며 슈바이처는 의사(醫師)로 익히면 그만입니다. 안중근이 병 고치는 의사로 안다면 그것은 교육의 문제이지 한자의 문제는 아니지요. 다시 말해 슈바이처를 독립운동하는 의사로 착각하지 않는 이치와 같은 논리입니다.

올해는 한글 창제 568년째 되는 해입니다. 한자를 안 가르쳐 문제라고 투정부리기 전에 70%나 된다는 한자말을 0%로 줄이기 위한 노력을 왜 안 하고 있는지에 대한 공청회부터 열어야 하지 않을까요?

* 이에 대한 자세한 기사는 인터넷신문 대자보(www.jabo.co.kr) 2011년 6월 9일 자에 “안중근 의사를 병 고치는 의사로 착각한다고?”라는 제목으로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