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파식적이란 ≪삼국사기≫와 ≪삼국유사≫에 나오는 신라 때의 전설상 피리인데 이를 불면 적병이 물러가고 병이 낫는 등 나라의 모든 근심, 걱정이 사라진다고 하는 신비한 악기이지요. 사람들은 이 피리를 대금의 원형으로 봅니다. 그런데 지금 연주하는 대금에는 정악대금과 산조대금이 있습니다.
정악대금은 주로 궁중음악이나 양반들의 정악을 연주하려고 만든 악기로 다른 악기와 합주할 때 적합하지요. 정악대금은 관이 길게 되어 있으며, 취구가 작아서 농음이 어렵고, 지공이 넓어서 다루기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호흡에도 어려움이 있습니다. 산조대금과 같은 꺾기나 깊은 농음, 다루치기가 어려운 단점이 있지요. 반면 산조대금은 대금산조 독주를 위해 만들어진 악기입니다. 다양하고, 화려한 가락이 많아 손동작을 원활하게 하려고 정악대금보다 짧게 만들어져 손 움직임을 편하게 하는 특징이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산조를 연주하려고 만든 산조대금이 아닌 정악대금으로 대금산조 연주를 한 명인이 있어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중요무형문화재 제45호 대금산조예능보유자 이생강 선생이 바로 그분입니다. 원래 대금산조를 완성한 전설적인 인물 박종기 선생은 당시 산조대금이 없을 때여서 정악대금으로 산조를 완성한 것이라 하지요. 그래서 이생강 명인은 이 박종기 선생처럼 원형 대금산조를 정악대금으로 연주하는 것이 의미 있다고 본 것입니다. 대금산조의 원형을 정악대금으로 연주한다면 어떤 느낌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