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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21. 전통음악을 통해 한국을 알리고 있는 김동석 교수

 

            

 

김동석 씨는 미국의 명문대학 University of California, Los Angeles (UCLA)에서 한국음악을 강의하고 있는 교수이다. 대학에서는 Donald Kim 교수로 알려져 있으며 미 서부지역에서는 한국 전통음악과 춤의 대부로 널리 알려져 있는 사람이다.

얼마 전, 그가 한국인 최초로 Durfee Foundation의 수상자로 결정되었다는 소식을 접한 바 있는데, 이 재단은 미국의 소수민족들이 지니고 있는 예술성 높고 학술적 가치가 있는 음악을 보존하려고 2년에 한 번씩 소수민족 음악인에게 거액의 기부금을 제공해서 연구사업을 후원해 주는 기관이다. 그동안의 수상자들로는 일본의 샤미센(三味線) 연주자, 남미의 인디오 뮤직 연주자, 스페인의 전통기타 연주자 들이었다.

그는 연구 사업으로 약 70분이 소요되는 대곡 <성금연 류 가야금산조>를 한 장의 음반으로 담아 낼 것을 계획하였고 그동안 연주해 오던 가락들을 다듬어 이번에 완성하였다고 해서 화제가 되고 있다.

미국 내에는 여러 소수민족이 공생하고 있다. 한인 동포의 수는 약 200만을 넘는데, 그 중 LA지역에만 약 50만이 살고 있다고 한다. 이 중에서 전통음악을 통해 한국을 알리고 있는 음악인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바와 같이 LA지역에는 미국의 10대 명문으로 이름난 UCLA가 있고 이 종합대학 내에 세계적으로 유명한 민족음악대학이 있다. 그런데 이 대학 안에서 한국의 전통악기와 창, 이론과목들이 강의 되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이 대학에서 한국음악 강의를 맡고 있는 김동석 교수는 1960년대 말, 서울대학교 음악대학을 졸업하고 곧바로 미국으로 건너갔는데, 당시에 미국에 거주하고 있던 국악인과 무용인을 규합하여 <재미국악원>을 세우고 한국의 전통예술을 미국 땅에 심는 일을 주도해 온 것이다. 이 일은 그가 어려서부터 가야금을 비롯하여 거문고, 피아노, 민요, 장고, 춤 등에서 두각을 나타내던 만능소년이었기 때문에 가능했는지도 모른다. 국악을 통해 동포들에게 한국인의 자긍심을 심어 주는 한편, 미국의 초· 중·고 대학의 학생들에게 한국 전통음악과 춤을 교육해온 장본인이다.

UCLA의 졸업생들이나 한국음악을 수강해 본 수강자들이 평가하는 김 교수의 실력이나 열정은 매우 긍정적이며 전폭적이다. 그래서일까 수강생들은 매해 폭발적으로 늘어나고는 있으나 이러한 상황을 기쁘게 생각하기보다는 오히려 걱정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학생들을 지도해 줄 강사와 실습할 악기가 태부족이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한국의 가야금이나 거문고, 피리, 대금, 해금, 단소, 장고와 같은 전통악기를 만져보고 싶어 하고 사물놀이와 같은 타악기 합주를 경험해 보고 싶어 하지만 이를 해결할 수가 없어서 수강생들의 수용을 고민하고 있는 것이다.

필자는 해마다 2월 초에 대학교수 및 문화재급 연주인들과 UCLA를 방문해 왔기 때문에 이러 저러한 사정을 잘 알고 있다. 자세한 이야기들은 별도로 할 기회가 있을 것 같기에 여기서는 줄이도록 하겠다.

이번에 김동석 교수가 출반하게 된 <성금연 류 가야금 산조>는 1960년대 이후 널리 연주되어온 가야금 음악의 대표적인 레퍼토리다. 가야금의 성금연 명인이 그의 선생으로부터 배운 음악을 바탕으로 기존의 가락을 새롭게 변화시키고 새 가락을 첨가하여 재구성한 음악으로 가야금 산조의 교과서와 같은 곡이다. 가야금의 독특하고 다양한 주법들이 그대로 녹아 있어서 예나 지금이나 가야금을 시작하는 사람들은 으레 이 곡을 먼저 배우는 것이 순서로 되어 있다.

70을 바라보는 길목에서 이제 그가 주 전공이었던 가야금 음악을 한 장 음반에 담아 세상에 내놓게 된 것은 참으로 의미 있는 작업이라 높이 평가하고 싶다. 바라건대, 이 귀한 음악을 먼저 듣게 되는 사람들부터 이웃에 등 돌리고 사는 사람들을 껴안아 주는 너그러운 마음씨를 갖게 되기 바란다.

L.A에 있는 Radio Korea나 Radio Seoul과 같은 방송들이 앞장서서 자주 듣게 될 기회를 마련해 주기 바라며 향수에 젓은 교포들이나 젊은 학생들이 조국의 음악을 통해 조상의 훌륭한 음악유산을 몸으로 느끼면서 자긍심을 갖게 되는 일에 이 음반이 크게 기여해 주기를 바라마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