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때 한국에 온 미군은 한국인들이 땅속에서 김치를 꺼내 먹는 것을 보고 야만인이라고 비아냥댔습니다. 그리고 김치 냄새가 역겹다며 아주 싫어했었지요. 그런데 그 김치는 우리 겨레가 발명한 음식으로 항암효과도 인정되는 세계적인 식품이 되었습니다. 특히 지난 9월 21일 미국 중서부 지역 신문 시카고 트리뷴(Chicago Tribune)은 "한국의 전통음식 김치가 세계인의 관심을 끌며 새장(Kimchee's New Chapter)을 열어가고 있다."라며 음식 섹션 1쪽과 4쪽 2개 면에 김치를 대대적으로 보도했지요.
시카고 트리뷴은 1쪽에서 '김치 연대기(The Kimchi Chronicles)'라는 제목으로 요리책을 내고 TV 다큐멘터리를 찍은 한국계 혼혈 입양아 마르자 봉게리히텐을 소개했습니다. 그는 "김치가 어느 음식과도 조화될 수 있는 무한한 잠재력을 지니고 있으며, 철에 따라 생산되는 다양한 재료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종류도 셀 수 없이 많다"고 전합니다. 또 뉴멕시코 주 산타페에서 레스토랑을 경영하는 퓨전 셰프 마크 밀러는 "김치는 지방과 소금기가 적은 식품으로 생기 넘치는 맛을 제공한다. 또 김치는 발효식품인데다 감칠맛이 깊어 미국인의 입맛도 사로잡을 수 있을 것이다."라고 한 말도 소개했지요.
신문은 이어 김치 볶음밥과 김치 핫도그 만드는 법 그리고 간단한 김치 활용법도 제안했는데, 시카고 가까운 농촌에 사는 한국인 2세 크리스틴 리 씨가 친정어머니로부터 김치 담그는 법을 배우는 과정도 보여줍니다. 그뿐만 아니라 신문은 "김치 담그는 과정에 계량컵은 필요 없다. 김치는 눈대중과 맨손, 그리고 간보기를 통해 완성돼간다."라며 정확히 짚어주었지요. 게다가 "김치를 담그고 나면 '옹기'라고 불리는 매끈한 토기에 담아 실온에서 수 일간 숙성시킨 뒤 냉장고에 넣는다."라고 친절하게 설명해 줍니다. 수천 년 이어 온 우리 겨레의 슬기로운 음식이 까다로운 서양인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도 시간문제일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