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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39. 예능 보유자들의 공개발표는 의무의 이행이다

   

 

무형문화재의 새 종목을 지정하고 이에 대한 보유자 인정이 내정되었다면 이를 일정기간 관보에 고시해야 한다. 국민에게 알려야 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결정사항을 국민에게 알려야 한다는 기본 취지가 간혹 악용되는 일도 있다. 의도적으로 이해(利害)관계에 결부시키는 집단이나 개인이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는 앞에서 강조한 것처럼 조사위원이나 기량의 평가위원을 해당 분야의 전문가들로 배가시킨다면 자연스럽게 해소되거나 어느 정도 완화될 수 있다고 본다. 그래도 문제가 생긴다면 재조사를 통해 확인과정을 거치면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서연호의 “제도와 운영, 대폭 개혁해야 한다”는 글을 보면 무형문화재의 조사나 심사과정이 매우 신중해야 한다는 점을 알게 한다. 

“이미 지정된 모든 문화재들은 재심사를 통해 재지정되어야 한다. 전반적으로 부실하고 변질된 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루속히 재지정을 통해 대폭 정비하지 않는 한, 무형문화재의 난맥상은 가속적으로 위기에 봉착하게 될 것이다. 

오늘날 국내외적으로 모든 분야에 종사하는 전문가들은 그 전문성을 끊임없이 재심사받고 있다. 전문성이라는 개념 자체가 발전(창조)적인 개념이고, 기술(능력)적인 개념이고, 시대(미래)적인 개념이다. 예컨대, 30세에 전문성을 인정받았다고 해서 그것을 그대로 평생 보장받거나 혹은 전문가로서 평생을 활동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문화분야나 예능․ 예술분야도 예외일 수 없다. 필자의 체험으로는 무형문화재 기능보유자들 가운데 무능력자가 의외에도 많다는 사실에 놀란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런 사람들이 어떤 경로로 보유자가 될 수 있었는지는 지금도 의문이다. 젊은 날에는 우수한 능력을 지닌 사람으로 평가되었더라도 지속적으로 노력하지 않아, 현재는 무능력자가 된 사람들도 적지 않다. 

또한, 보유자이면서도 자기 분야에서는 실제 예능활동을 하지 않고, 문화기획자, 시민운동가, 지역유지, 혹은 로비스트로 활동하는 사람들도 눈에 띈다. 이것은 자가당착이요, 직무유기요, 국가에 대한 배신이다. 적거나 많거나 국가로부터 지원을 받는 사람은 세금에 대한 책무를 다해야 마땅하다”

중요무형문화재의 개인종목이나 단체종목의 보유자들에게 지정 후의 활동을 의무조항으로 명시해 놓은 항목은 없다. 다만, 묵시적인 의무사항으로 그들의 예능을 전승자들에게 제대로 전수해야 한다는 의무와 정확하게 보존 유지하는 의무이다.

전자의 의무는 전수자들을 선정, 일정기간 교육을 통해 올바르게 계승하도록 하는 것이고, 후자의 의무는 공연이나 발표를 통해 해당 종목의 문화재적인 가치를 국민이 즐기고 감상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해당 문화재의 원형이 보유자를 비롯한 전승자들에게 올바르게 지켜지고 있음을 확인시켜 주는 의무인 것이다.

1970년대 초에는 보유자들의 연간 전수실적을 평가하는 <전수교육 평가발표회>를 매년 개최하고 전수현장이나 전수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전문가들을 파견하기도 하였다. 정화영의 “무형문화재 전수교육”이라는 글을 참고해 볼 필요가 있다.

“1971년 3월, 제1회 중요 무형문화재 전수교육 평가발표회를 개최하였다. 중앙과 지방으로 나누어 실시하였고 이후 예년행사로 실시되었다. 목적은 무형문화재 전수생의 기ㆍ예능을 심사하여 전수교육의 실태와 그 성과를 평가하고, 1년 동안 보유자들이 어느 정도의 교육을 전수생에게 전수시켰는가? 그 진도의 내용, 기교, 이해도 등을 평가하여 그 실황을 파악하는데 있다.

그뿐만 아니라, 보유자들의 자체 평가도 의욕적으로 진행하게 해 모든 보유자들은 연 1회 이상 그 보유종목에 대한 기ㆍ예능을 일반에게 공개하게 되어 있었다. 이는 그 본래의 취지가 보유자가 지닌 고도의 예술성을 일반 국민이 감상할 기회를 줌은 물론, 보유자로 하여금 지정문화재의 보존과 계승을 독려하는 차원이고, 전승자들에겐 특별지도의 계기도 되었던 것이다. 공개 발표회에 관련해서는 이장열의 “1960년대 중요무형문화재 보호정책”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1991년 이후에는 보유자의 연 1회 이상 의무적이었던 공개발표 제도는 폐지되었다. (법 제34-38조 폐지) 중요무형문화재의 원형과 변형을 확인할 방법이 없어지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원형에 대한 변형관계를 공적으로 시정할 수 있는 협력 관계도 없어지고 말았다. 

규제개혁 또는 규제완화라는 사회적 분위기에 휩싸여 폐지되었다 하더라도 보유자가 연 1회의 공개적인 발표의 의무를 당국의 간섭이요 규제라고 생각하는 것은 명분이 서지 않는 문제이다. 의무 공개행사의 부활로 변형을 수시로 수정할 수 있는 제도적인 보완이 필요하다. 한 마디로 현재의 상태는 무형문화재 관리가 제대로 되고 있지 못한 상태이다.”

국가에서 문화재의 예능 보유자로 인정을 했다면, 그 인정은 해당 분야에서 얼마나 충실히 정통성을 유지하며 그 길에 정진했는가를 나타내는 증표가 된다. 지정된 문화재의 보유자 인정은 단순한 공로상이나 표창장의 개념이 아니라, 국민의 문화적 향상을 도모하고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방안이 되어야 하며, 문화재의 원형을 창조적으로 계승해 나가는 전제가 우선시 되어야 하는 개념임을 바로 인식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