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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문화편지

2253. 지구를 한 바퀴 돌며 읊은 시집 ≪환구음초≫

   

“벽 위에서 종소리가 사람을 대신 부르니 / 통속에서 전하는 말 조금도 어그러짐이 없네.” 위 시는 조선 후기 문인 김득련(金得鍊)이 쓴 한시집 ≪환구음초≫에 있는 내용으로 서구를 방문했다가 전화기를 보고 쓴 시입니다. ≪환구음초≫는 1896년 민영환 일행이 러시아황제 대관식에 참석하고 중국ㆍ일본과 미국 그리고 유럽을 대한민국 최초로 돌아볼 때 참사관으로 따라간 역관 김득련(金得鍊)이 보고 들은 것을 쓴 책입니다.

이 책에는 “카나다에서 기차를 타고 동쪽으로 구천리를 가면서”, “뉴욕의 부유하고 번화함이 입으로 형언할 수 없고 붓으로도 기술할 수 없다”, “뉴욕 전기박람회에 가서 보니 세상의 많은 물건이 모두 전기 기계로 만들어졌다. 관현은 저절로 연주되고, 차와 떡도 순식간에 만들어졌다. 그 가운데 가장 기이한 것은 오백 리 밖에 있는 큰 폭포의 소리를 끌어와 물그릇 속에 담아 놓은 것이다. 귀를 기울여 들으면 사람을 오싹하게 한다.”와 같은 흥미로운 이야기가 많습니다.

이들은 일곱 달 동안 여덟 나라를 거치며 모두 육만 팔천삼백육십오 리를 다녔습니다. 조선은 이렇게 1896년에야 세계 여행을 시작하지만, 일본은 25년 앞선 1871년 이토 히로부미로를 비롯한 100명이 넘는 대규모 이와쿠라 사절단(岩倉使節)을 서구에 파견했지요. 사절단은 귀국하여 서구의 식민지 기술을 재빠르게 익혀 조선을 침략하고 맙니다. 지구를 한 바퀴 돌며 읊은 시집 ≪환구음초≫을 보면서 우리도 좀 더 빨리 세계의 흐름을 파악하였다면 좋았을 것을 하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