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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합실' 아닌 '맞이방'에서 만나요

[≪표준국어대사전≫ 안의 일본말 찌꺼기(14)]

[그린경제=이윤옥 문화전문기자]  서울역 ‘맞이방’에서 만나요  

보내는 아쉬움에 가슴 아픈 사람도
만나는 설레임에 마음 부푼 사람도
먼 하늘 바라보는 사람들의 마음은 같겠지
인생의 뒤안길 같은 이별과 상봉의 공항 대합실 

위는 가수 문주란의 ‘공항 대합실’ 이란 노래이다. 일본말 마치아이시츠(待合室)를 들여다가 한자 발음으로 쓰고 있는 것이 ‘대합실(待合室)’이다. 《표준국어대사전》에 보면, “대합실(待合室) : 공공시설에서 손님이 기다리며 머물 수 있도록 마련한 곳. 기다림 방으로 순화”로 나와 있다. 국어사전에서 ‘순화’하라고 하는 것은 대부분 일본말에서 유래한 경우가 많다. 차라리 일본말에서 온 것이라고 하지 까닭도 말하지 않고 순화하라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고 본다.

   
▲ 대합실이라고 쓰는 곳

 대합실의 우리말은 없을까? 고심 하던 중에 서울역에서 만난 예쁜 우리말 <맞이방>을 발견하고 탄성을 질렀던 적이 있다. 대합실이란 말은 청량리역 대합실, 공항 대합실 같은 말로 쓰고 있지만 사람을 기다려야 하는 장소는 공항이나 버스터미널 말고도 많다. 그렇다면 이런 곳을 무어라 부를까? 예컨대 시청이나 은행 같은 곳에서 사람을 기다릴 때 말이다. ‘시청대합실’은 아무래도 어색 할테니까 말이다.

   
▲ 맞이방이라고 쓰는 곳

 그러나 이런 기관 역시 서울역처럼 맞이방으로 쓰면 좋을 것이다. “어이, 친구! 시청 대합실에서 만나자구....”라고 한다면 이상한 말이지만 “맞이방에서 만나자”고 하면 문제는 없을 것 같다. 호텔의 경우에는 ‘호텔로비’라고 쓰고 있지만 ‘호텔 맞이방’이라고 해도 괜찮을 듯 싶다. 

이렇듯 오늘날 우리가 쓰고 있는 ‘대합실’이라는 말은 버스, 비행기, 열차 따위의 교통수단 대기장소를 뜻하므로 《표준국어대사전》의 풀이인 ‘공공시설에서 손님이 기다리며 머물 수 있는 곳’이란 말은 적절치 못하다는 생각이다. 대안으로 내놓은 ‘기다리는 방’에다가 ‘맞이방’도 하나 더 소개하면 좋지 않을까? 

일본국어대사전《大辞泉》에는 “まちあいしつ【待合室】 : 駅や病院などで、時間や順番がくるのを待つ部屋”라고 설명하고 있는데 번역하면 “역이나 병원 등에서 시간이나 순번을 기다리는 방”으로 나와 있다. 

이런 말로는 오이코시(추월, 追越), 가시기리(대절, 貸切), 와리비끼(할인,割引) 같은 말 등 수두룩하다. 한꺼번에 어려우면 천천히 하나씩이라도 고쳐나가면 좋을 것이다. 대합실(待合室, 마치아이시츠)이라는 말보다는 ‘맞이방’이 얼마나 예쁜가! 그래서 서울역의 '맞이방’ 표기는 칭찬해 주고 싶다.

그린경제 / 얼레빗 이윤옥 문화전문기자
 
 
   ** 이윤옥  한일문화어울림연구소장 

   
 
요즈음은 한 분야에 입문하여 10년만 공부해도 “전문인”이 되는 세상이다. 일본어 공부 35년째인 글쓴이는 대학에서 일본어를 가르치고 있지만 아직도 글쓰기가 두렵고 망설여진다. 그러는 가운데 조심스럽게 ‘우리말 속의 일본말 찌꺼기를 풀어내는 글’을 쓰기 시작했더니 “그거 좋다”고 하여 ‘국어사전 속 숨은 일본말 찾기’라는 부제의 책《사쿠라 훈민정음》을 2010년에 세상에 내어 놓았다. 이 책 반응이 좋아 후속편으로 2편이 곧 나올 예정이다. 내친김에 일반인을 위한 신문연재를 하게 되었다. ‘말글을 잃으면 영혼을 잃는 것’이라는 신념으로 애정을 갖고 이 분야에 정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