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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소식

고향으로 돌아 온 까치네 1

어른과 함께 읽는 동화

  1. [그린경제/얼레빗= 이수옥 동화작가] 가지산 고갯마루에 하늘을 찌를 듯 커다란 미루나무 한 그루가 우뚝 서 있습니다. 미루나무 꼭대기에 까치 까돌이네 집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곧 이사를 가게 될지도 모릅니다.
  2. 까돌이 아빠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른다며 먼 하늘을 바라보며 한숨을 푹푹 쉽니다. 가지산에서 계속 살다가는 언제 굶어 죽을지 모른다고 걱정을 합니다. 까돌이네 가족은 벌써 여러 날 째 벌레 한 마리도 먹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3. 까돌이 아빠는 오늘도 하루 종일 이사 갈 곳을 알아보러 다니다 기진맥진해서 돌아왔습니다. “여보, 이사 갈 곳을 찾았어요. 까악 깍?”
  4. 엄마는 아빠를 보자마자 두 눈을 똥그랗게 뜨고 깍깍댑니다. 까돌이는 엄마가 아빠에게 너무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그림 김설아 (동신중 1년)

  5. “저, 저, 그게 말이야. 며칠째 알아보고 다니는데 마땅하게 이사 갈 곳이 없어.”
  6. 아빠는 날갯죽지를 오그리고 고개를 숙인 채, 엄마의 눈길을 슬슬 피합니다.
  7. “아니, 오늘이 벌써 며칠 째인데 이사 갈 곳을 아직 못 구했단 말예요. 깍깍, 까악.”
  8. 까돌이는 요즘 들어서 엄마가 웃는 모습을 한 번도 보지 못했습니다. 엄마는 아빠를 보기만 하면 성깔을 부리며 깍깍거립니다.
  9. “여보, 조금 더 기다려봐. 내일은 도시로 나가 봐야겠어.”
  10. “흥, 도시에 나가면 뭐 좋은 수가 있대욧?”
  11. “여보, 당신도 알지? 뒷산 아카시나무에 살던 까순이네 말이야, 도시로 이사 간 까순이네가 잘 사나봐. 우리도 마땅히 이사 갈 곳이 없으면 도시로 이사를 가자고.”
  12. “도시로 이사를 가면 무얼 먹고 살아요? 여기서도 벌레 한 마리 잡아먹기 힘든데…….”
  13. “도시로 이사를 가면 식생활을 바꿔야 해. 사람들 식생활에 맞춰서…….”
  14. 엄마는 아빠가 하는 말에 기가 막히는 모양입니다.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습니다.
  15. 이제 산골에도 까치나 새들이 잡아먹을 벌레들이 귀해졌습니다. 사람들이 독한 농약으로 농사를 짓기 때문에 논바닥에 바글거리던 우렁이도, 개울가에 우글거리던 미꾸라지도, 송사리도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하다못해 개구리마저도 사람들이 몸에 좋다며 마구 잡아다 먹어서 개구리는커녕 올챙이 한 마리 구경하기도 힘이 듭니다.
  16. 다른 날짐승도 그렇지만 까치들도 아무 농작물이나 닥치는 대로 쪼아 먹고, 과일에도 입을 댔습니다. 과일은 까치 입맛에 맞지 않지만 배가 고프니까 어쩔 수 없이 과수원으로 먹이를 구하러 가기도 합니다.

       
    ▲ 그림 김설아 (동신중 1년)

  17. 그러나 언제 사람들이 쏘는 총에 맞아 죽을지 모릅니다. 과수원에서 과일을 쪼아 먹다가 사람들이 쏜 총알에 맞아죽은 까치들이 얼마나 많은지 모릅니다. 생각만 해도 끔찍합니다. 그래서 되도록이면 농작물 근처나 과수원 근처에는 무서워서 얼씬거리지 않습니다.
  18. 아침에 까치가 울면 반가운 손님이 온다며, 좋아하던 시절도 있었답니다. 하지만 까치가 길조라던 시절은 옛날이야기랍니다. 지금은 까치들 극성에 농작물이 안 남아난다며 까치를 보기만 마구잡이로 잡아들입니다.
  19. 그래서 까돌이는 아무 때나 집밖으로 날아다니지를 못합니다. 까치를 약으로 쓴다며 잡아다가 파는 사람들이 생겼다는 무서운 소문이 나돌기도 합니다. 엄마아빠 허락 없이 까돌이는 함부로 집밖으로 나가지 못합니다.
  20. 까돌이에게는 형이 둘이나 있었습니다. 

    <고향으로 돌아 온 까치네 2>로 이어집니다.

 
<고향으로 돌아 온 까치네>는 이수옥 작가가 글을 쓰고 중학교 1학년인 김설아 손녀가 그림을 그린 책제목 속의 <1편>으로  할머니와 손녀의 풋풋한 사랑이 새겨진  동화입니다. 이 책은 인터파크 등에서 인기리에 판매 중이며 지은이의 동의를 얻어 연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