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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소식

우리 농산물이 좋아요 2

어른과 함께 읽는 동화

[그린경제/얼레빗 = 이수옥 동화작가] 반찬도 우리 농촌에서 키운 시금치, 오이, 가지, 상치, 배추, 무, 도라지, 더덕, 등으로 만들어 먹어야 좋대. 과일도 딸기, 참외, 수박, 복숭아, 사과, 배, 감등 우리나라 과일을 먹어야 좋아 진대. 그리고 콩으로 만든 된장, 청국장, 간장 고추장등 우리 농촌에서 나는 농산물을 먹어야 좋아지는 병이 아토피래.”

  “그렇구나, 봄바람 너는 마음대로 날아다니까 세상 소식을 많이 알고 있으니까 심심하지 않아서 좋겠다.”

  보리는 속으로 참 이상한 피부병도 다 있다고 생각했어요. 보리는 할아버지에 할아버지, 또 그 위에 할아버지 때부터 해마다 이 땅에 심어져서 살았지만, 그런 피부병이 있다는 소리는 처음 들었어요. 시골에 사는 아이들에게 아토피 피부병이 있다는 소리는 한 번도 들어보지 못했거든요.

  하기야 요즘은 시골에서 아이들이 들판을 뛰어 다니는 모습은 볼 수가 없어요. 새떼처럼 몰려다니며 재잘거리던 아이들을 본지가 언제인지 모릅니다. 보리가 사는 이 마을은 도시에서 많이 떨어진 산골이거든요. 그래서 도시 사람들에게 인기가 있다는 주말농장도 없어요. 들판이 떠나가도록 재잘거리는 아이들 웃음소리가 사라진지 벌써 오래 되었지요.

  “봄바람아, 세상에 별 이상한 병도 다 있구나. 아토피피부염, 나는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야. 요즘은 보리를 많이 심지 않아서 종달새도 날아오지 않아서 세상소식을 알 수가 없었어. 봄바람아, 보리밭으로 놀러와 주어서 정말 고마워.”

  “고맙긴, 자주 놀러와 줄게. 우리나라 사람들은 우리농산물을 먹어야 건강하게 오래오래 잘 살 수 있대, 그래서 이제는 농부들이 보리를 아주 많이 심을 거래. 또, 옛날처럼 보리를 베어낸 땅에 콩도 아주 많이 심을 거래. 보리를 많이 심으면 종달새도 옛날처럼 다시 날아와서 놀아 줄 거야. 그러니까 보리야, 너무 걱정하지 마.”

   
▲ 그림 김설아 동신중 1학년

  “콩을 많이 심는다고? 우리 주인아저씨가 콩을 심으실까? 보리도 내년부터는 심지 않을 거라고 하시던걸. 콩 농사, 보리농사 지어봐야 힘만 든다고 하시던걸, 어제도 농사지어봐야 씨앗 값, 품값도 안 나온다고 했단 말이야.”

 “보리야 내말을 믿어. 내가 쌍둥이 엄마랑 할머니가 하는 말을 똑똑히 들었어. 도시 사람들이 우리 농산물을 찾는 사람들이 많대. 아토피 환자들은 비싸도 우리 농산물만 먹는대. 보리나 콩도 우리 농산물은 아주 비싼 가격에 팔린대.”

  “봄바람아, 그러면 얼마나 좋을까? 나는 어제 주인아저씨 하는 소리를 듣고 속으로 얼마나 걱정했는지 몰라, 내 생명도 이제 마지막이라 생각하니 눈물이 나더라. 그런데 쌍둥이들이 참 불쌍하다. 친구들도 없고, 놀이터도 없는 산골로 이사를 와서 얼마나 심심할까?”

  “쌍둥이들이 과자나 아이스크림을 사달라고 떼를 써. 아직도 밥을 잘 안 먹으려고 해. 쌍둥이를 붙잡고 울고 있을 때가 한 두 번이 아니야. 보리야 너한테 이렇게 이야기를 다 해버리니까 마음이 시원해지네.”

  “봄바람아, 심심하면 자주 놀러와. 네 이야기를 듣고 나니까 나도 힘이 생긴다. 내년에는 더 넓은 보리밭에서, 봄바람 너하고 자주 만날 생각을 하니까 기분이 벌써부터 좋아진다.”

  “나도 보리, 네가 좋아졌어. 앞으로 자주 놀러 올게.”

  “봄바람아, 잘 가.”

  “보리야 잘 있어.”

  마을로 돌아오는 봄바람은 기분이 좋았어요. 언제든지 마음대로 돌아다닐 수 있는 봄바람은 늘 한곳에 서 있는 보리가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다리가 아파도 허리가 아파도 앉아서 쉴 수도 없는 보리가 불쌍했어요.

꿋꿋한 자세로 통통하게 곡식으로 영그는 보리가 위대해 보였어요. 아무리 힘들어도 투정부리지 않고 제자리를 지키는 보리를 보고는 심심하다고 투정을 부렸던 자신을 반성했어요. 앞으로는 마음씨 착한 따뜻한 봄바람이 되어야겠다고 다짐했어요.

  쌍둥이 엄마가 빨아 널은 빨래는 보송보송 말려줄 것이고요. 완두콩이 타고 올라가는 작은 막대기를 마구 흔드는 개구쟁이 짓도 안 할 거고요. 복숭아꽃 살구꽃 가지도 함부로 흔들지 않을 거예요. 꽃잎이 떨어지면 복숭아도 살구도 열매가 조금밖에 열리지 않잖아요. 봄바람은 농부아저씨 걱정을 하며 제자리를 꿋꿋하게 지키는 보리에게 착한 마음씨를 배웠어요. 보리가 심심할 때마다 살랑살랑 찾아가서 마을 소식을 전해 주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끝>

 *<우리 농산물이 좋아요>는  《고향으로 돌아 온 까치네》속에 들어 있는 동화입니다. 이 책은 이수옥 작가가 글을 쓰고 중학교 1학년인 김설아 손녀가 그림을 그린 동화로  할머니와 손녀의 풋풋한 사랑이 새겨진  따뜻한 이야기 책입니다.  이 책은 인터파크 등에서 인기리에 판매 중에 있습니다.(편집자 설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