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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국 변호사의 세상바라기

효자 박태성과 호랑이의 우정

[양승국 변호사의 세상 바라기 5]

[그린경제/얼레빗 = 양승국 변호사]  고양시 덕양구에 효자동이라고 있지요? 북한산 백운대에 오르면 북쪽 산사면으로 내려다보이는 지역이 효자동입니다. 동네 이름이 효자동이니, 뭔가 효자와 관련이 있는 동네라는 것은 짐작하실 테고... 그런데 전국에 효자가 들어간 동네 이름이 많지만, 이곳 효자동은 다른 곳과는 또 다른 흥미 있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바로 효자 박태성과 호랑이의 우정 이야기입니다. 

조선 시대에 한양에 사는 효자 박태성이 있었습니다. 박태성은 하루도 거르지 않고 이곳 효자동에 모신 아버지 박세걸의 묘를 찾아와 문안을 드렸다고 합니다. 그런데 박태성이 아버지 묘를 찾아오려면 무악재를 넘어야 합니다. 어느 날도 여느 날과 다르지 않게 박태성은 무악재를 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바로 그 때! 호랑이 한 마리가 불쑥 박태성 앞에 나타났습니다. 박태성이 얼마나 혼비백산 했을지는 안 봐도 뻔한 사실. 심장 약한 사람이라면 그 자리에서 바지에 오줌을 줄줄 쌀 상황입니다. 

그런데 호랑이의 행동이 이상합니다. 박태성을 향하여 커다란 이빨을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자기의 등을 내보입니다. 그리고 자기 등에 타라고 몸짓을 합니다. 순간 무척이나 곤혹스러웠을 박태성의 표정이 떠오릅니다. 등에 타라고 하는데 거부하면 어떤 경을 칠지 모르고, 그렇다고 덥석 올라탔다간 과연 이 호랑이가 자기를 어느 곳으로 끌고 갈지도 모르는 것이고...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생각한 박태성은 옜다! 모르겠다!’ 하며, 눈 질끈 감고 호랑이 등에 올라탔겠지요. 

호랑이가 바람을 가르며 달리기 시작합니다. 호랑이 등에 탄 박태성은 이 호랑이가 자기 굴로 달려가 편안하게 자기를 시식할 거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눈을 떠보니 호랑이가 멈춘 곳은 바로 자기 아버지 박세걸의 묘 앞입니다. 처음에 박태성은 어리둥절했겠지요. 그러나 박태성은 이내 상황을 알아차렸을 것입니다. 그 후 호랑이는 박태성이 무악재에 올라올 쯤이면 박태성 앞에 나타나, 박태성을 등에 태우고 박세걸의 묘로 달립니다. 그리고 박태성이 아버지 묘에 문안을 끝내면 다시 박태성을 태우고 바람 같이 무악재로 데려다줍니다. 호오~ 호랑이가 박태성의 지극한 효성을 알아보았군요 

   
▲ 고종 30년(1893)에 세워진 효자 박태성의 정려비(旌閭碑) ⓒ양승국

세월이 흘러 박태성도 세상을 뜹니다. 가족들은 박태성도 아버지 묘 근처에 묻기로 합니다. 이제 박태성은 시신으로 관에 담겨 무악재를 넘어갑니다. 그 때 한 늙은 호랑이가 나타나, 크게 포효한 뒤 사라집니다. 그리고 박태성의 묘가 새롭게 세워진지 얼마 안 된 어느 날, 사람들은 박태성의 묘 앞에서 한 죽은 호랑이를 발견합니다. 바로 박태성과 우정을 나누던 그 호랑이이지요. 가족들은 호랑이의 우정에 감복하여 호랑이를 박태성의 무덤 앞에 묻어줍니다. 

~ 이 정도면 어느 전설에나 나올 법한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실제로 박태성의 무덤 앞에는 지금까지도 호랑이의 무덤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얼마 전에 고양 재판에 갔다가 박태성과 호랑이의 무덤을 찾았습니다. 무덤으로 올라가는 초입의 마을에는 고종 30(1893) 세워진 효자 박태성의 정려비(旌閭碑)도 있더군요. 정려비 앞에서 잠시 박태성의 효성을 생각하고 박태성의 무덤을 찾아 산길을 오릅니다. 

오르는 길 도중에는 아버지 박세걸의 묘도 있습니다. 아들 박태성의 무덤이 아버지 무덤보다 더 위에 있군요. 마침내 박태성의 무덤 앞에 왔습니다. 얘기 듣던 대로 박태성의 무덤 왼쪽 앞에는 호랑이의 무덤이 있더군요. 호랑이 무덤 옆에는 호랑이 동상도 세워져 있구요. 고개를 오른쪽으로 돌려 박태성의 무덤을 바라봅니다. 그런데 무덤 3개가 어깨를 붙이고 나란히 있습니다. 박태성의 아내와 첩이 박태성과 같이 잠들어 있는 모양입니다. 

저는 호랑이와 박태성의 무덤을 번갈아 보면서 유치한 생각도 하나 떠올립니다. 바로 호랑이 무덤을 파헤쳐 과연 호랑이 유골이 있는지 확인해보고 싶은 생각입니다. 아니 더 나아가 그 유골의 디엔에이(DNA)를 감정하여 진짜 호랑이 뼈가 맞는지 확인해보고픈... 박태성과 호랑이의 우정 앞에 술 한 잔 올려 경의를 표하지는 못할망정 이래서는 안 되겠지요? -_-;; 

하여튼 전에부터 박태성의 무덤 앞에 호랑이의 무덤이 있다는 것을 알고는 이곳을 찾아오고 싶었는데, 늦게라도 호랑이 무덤을 확인하고 무덤 앞의 호랑이 동상도 보고 나니 마치 밀렸던 숙제를 해결한 것처럼 후련합니다.

   
▲ 효자 박태성의 무덤 ⓒ양승국

   
▲ 박태성 무덤 옆에 있는 호랑이 무덤과 석상 ⓒ양승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