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고구려 고분군(古墓群) 성 앞 무수한 피라밋 무덤들 (달) 삼십 년 전 헝클어져 있던 곳 (돌) 돌결에 스며든 고구려 숨결 (빛) 언젠가 우리 품에 안길 테지 (심) ... 2024.11.15. 불한시사 합작시 오래도록 꿈꾸어 오던 고구려 답사여행을 다녀왔다. 옛 도읍지인 집안(輯安) 일대를 중심으로, 광활한 만주벌의 바람 속에서 다시금 고구려인의 숨결을 호흡해 보고자 한 여정이었다. 그곳은 시간을 넘어선 한 민족의 혼(魂)이 대지의 융기와 더불어 피어난 성역(聖域)이었다. 우리는 공간적ㆍ시간적 제약을 훌훌 벗어던지고, 역사의 숨결과 현재의 호흡을 한 호흡으로 잇고 싶었다. 그 속에서 민족적 자각의 무한한 확장을 감동적으로 체험하려 했다. 특히 환도성(丸都城)과 국내성 사이, 압록강을 굽어보는 능선 아래 펼쳐진 수많은 피라밋형 고분군을 마주한 순간은 잊을 수 없다. 거기에는 장수왕릉(長壽王陵)을 닮은 귀족과 장군들의 장대한 무덤들이 하늘과 맞닿은 각도로 솟아 있었다. 그 기단은 석축으로 단단히 다져져 피라밋처럼 계단을 이루고, 석재의 결마다 하늘을 향한 의지와 불멸의 신념이 서려 있었다. 그 앞에 서면, 멀게만 느껴졌던 고대사의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K 교수는 분명히 들었다. 미스 K는 이번에는 ‘아저씨’ 대신에 ‘그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미스 K는 남편이라는 단어를 일부러 피하는 것이 분명했다. 두 사람은 이미 이혼했거나, 별거 단계에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스쳤다. 이것은 매우 중요한 발견이었다. 앞으로 K 교수가 미스 K를 어떻게 대할 것인가에 대해서 암시를 주는 바가 크다. 간단히 말해서 K 교수가 미스 K에게 데이트를 신청하고, 언젠가 데이트는 물론 그다음 단계로 나아가더라도 유부녀가 아니므로 위험 부담이 줄어들 것 같다. 물론 아내를 속이는 일은 미안하지만, 상대가 유부녀는 아니므로 저쪽 남자에 대해서는 신경 쓰지 않아도 될 것이다.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하면, 로맨스(나쁘게 말하면 불륜)에 대한 위험 부담이 반으로 줄어든다고 볼 수 있다. 어쨌든 우연히 새로운 사실을 발견하고서 K 교수는 매우 고무된 기분이었다. 며칠 뒤, K 교수는 신문을 읽다가 경기도 이천군에서 도자기 축제가 열린다고 소개하는 기사를 보았다. 해마다 열리는 도자기 축제인데, 올해에는 특히 세계 각국의 도자기를 모아 대규모로 전시회를 한단다. K 교수는 기사를 읽고서 멋진 계책을 생각해
[우리문화신문=양승국 변호사] 요즈음 전 세계적 이상고온으로 거대 산불, 거대 태풍이 점점 많이 발생하고, 한쪽에서는 홍수로 물난리를 겪는가 하면, 다른 곳에서는 가뭄으로 고통을 받는 경우가 늘어납니다. 그런가 하면 알프스의 빙하가 녹아 홍수가 나고, 북극의 얼음이 녹아 조만간 북극항로가 열린다고도 합니다. 그래서 온난화가 가속되면서 지구가 점점 더워지는 기후 위기에 들어서 있음을 실감하게 됩니다. 이러니 세계는 파리기후협약을 맺고, 탄소배출제를 시행하는 등 기후 위기 대응에 점점 더 힘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그린란드에서 채취한 고대 빙상 코어에 기록된 과거 수십만 년간의 기온과 대기의 기록을 보면 현재 온난화 속도가 과거 그 어느 때보다 수백 배는 빠르다는 점을 명확하게 보여줍니다. 이보다 더 놀라운 것은 이전의 빙하기나 간빙기 어느 때에도 이산화탄소 농도가 300ppm에 도달한 적이 없는데, 2016년 9월에 이산화탄소 농도는 400ppm을 넘어섰고, 앞으로 수십 년 안에 600ppm에 이르리라는 관측도 나옵니다. 이러니 과학자 대부분은 생물 종으로서의 인간이 기후를 급격하게 바꾸고 있다는 데 전적으로 동의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많은 증거가 인간이 일으킨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우리나라에서 연금은 사람들이 가장 선호하는 노후 대비책이다. 공무원 연금, 사학 연금, 군인 연금, 주택 연금 말고도 가장 최근에 등장한 새로운 종류의 연금이 햇빛 연금이다. 햇빛 연금은 2021년에 전라남도 신안군이 태양광 발전 사업에서 나오는 수익금을 주민들에게 연금처럼 지급하면서 등장한 새로운 연금이다. 신안군은 행정구역 전체가 1,004개의 섬으로 이루어져 있다. 신안군은 광활한 갯벌과 천일염 생산으로 유명하며 홍도, 흑산도 등 아름다운 해상 국립공원이 있다. 1969년에 무안군으로부터 분리되어 새로운 무안이라는 뜻으로 신안(新安)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1990년대 초까지만 해도 인구가 10만 명을 넘었으나 2025년 8월 기준으로 인구수는 38,930명으로서 인구가 점점 줄고 있다. 2020년 기준으로 신안군의 염전은 전국 염전 면적의 64%를 차지하고 천일염 생산량은 전국 생산량의 약 80%를 차지한다. 2006년에 처음 당선된 박우량 군수는 “햇빛과 바람이 우리에겐 중동의 기름과 같다”라고 말하면서 태양광이나 풍력 같은 재생에너지를 이용하여 주민들과 전력 이익을 공유하는 연금 제도를 구상하였다. 태양광 사업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인간은 패배했을 때 끝나는 것이 아니라 포기했을 때 끝납니다. 이 말은 마치 어둠 속에서 길을 잃은 나그네에게 한 줄기 빛을 비춰주는 등대와 같이, 우리에게 용기를 북돋아 주고 앞으로 나아갈 힘을 실어줍니다. 100대 명산을 완등하던 날 저는 지리산 천왕봉에 서 있었습니다. 봄꽃이 만발하고 온화한 계절에서 쉽게 허락한 산도 있지만 때로는 비바람 속에서 힘든 과정을 요구하기도 했고 강추위와 살을 에는 바람 속의 인내를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때론 산 아래까지 먼 길을 찾아갔다가 입산 통제로 돌아오기도 했고 때론 중턱에서 발목의 인대가 늘어 어렵게 하산해야 할 때도 있었습니다. 패배는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는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마치 사계절이 돌고 도는 것처럼, 인생 역시 기쁨과 슬픔, 성공과 실패가 반복됩니다. 중요한 것은 패배 앞에서 주저앉지 않고, 다시 일어서는 용기를 갖는 것입니다. 습(習)이란 말은 새의 날갯짓을 의미합니다. 새는 처음부터 잘 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무수한 반복적인 연습 덕에 창공을 비상할 수 있지요. 그러니 실패를 통해 성장하고 더 나은 미래를 향해 나아가야 합니다. 역사 속 위대한 인물들은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맑은 날 밤하늘을 올려다보면 총총히 빛나는 별들 사이로, 소젖(우유)을 쏟은 듯 흐르는 '미리내'가 보입니다. 그런데 그 깊고 어두운 하늘 어딘가에, 마치 엷은 구름이 퍼져 있거나 희미한 안개가 낀 것처럼 뽀얗게 뭉쳐 있는 빛의 얼룩을 본 적 있으신가요? 그것은 우리 하늘에 뜬 구름이 아니라, 까마득히 먼 한집(우주)에 떠 있는 엄청나게 큰 구름입니다. 오늘 우리가 함께 나눌 토박이말은 바로 야릇한 하늘에 있는 '별구름'입니다. '별구름'은 그 이름만 들어도 가슴이 뛸 만큼 참 아름다운 말입니다. '별'과 '구름'이 만나, 하늘의 구름과는 사뭇 다른, 아득한 한집(우주)의 바람빛(풍경)을 담아내고 있습니다. 말집(사전)에서는 이 '별구름'을 다음과 같이 풀이하고 있습니다. 구름 모양으로 퍼져 있는 천체. 기체와 작은 고체 입자로 구성되어 있다. 《고려대한국어대사전》 풀이가 참 똑똑하고 시원합니다. '천체(天體)'란 하늘에 있는 몬(물체)를 통틀어 이르는 말이니, '별구름'은 하늘, 곧 한집(우주)에 떠 있는 물체인데 그 모양이 꼭 '구름' 같다는 뜻입니다. 다만 우리 하늘에 뜬 '물구름'처럼 물방울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숨씨
[우리문화신문=김선흥 작가] 남자 옷을 입은 채 금강산에 오른 열네 살 소녀 김금원. 그의 눈으로 본 1830년 봄 금강산을 구경해 본다. 자유 왕래할 그날을 그리면서. 드디어 금강산으로 향한다. 단발령에 올라 금강산 일만이천봉을 바라본다. 옥이 서 있고 흰 눈이 쌓인 것 같다. 중국 서산에 쌓인 눈도 필경 이보다 못하리라. 서산은 연경(燕京)의 가장 뛰어난 명산으로 만수산 뒤로 첩첩한 산과 층층의 절벽을 보면 마치 선경과 같다 한다. 눈 내린 뒤의 봉우리는 더욱 기이해서 연경의 8대 경치 가운데 하나가 되었다. 금강산은 층층이 겹친 산과 첩첩한 봉우리가 구름까지 솟아올라 있다. 사철 내내 눈빛을 띠고 있으니, 봉우리마다 빼어나다. 산길에 봄이 깊었다. 초록 이파리는 살찌고 붉은 꽃은 시든다. 두견새가 소리마다 ‘불여귀(不如歸: 돌아감만 못 하다, 돌아가라)’라 지저귀며 여행객의 쓸쓸한 마음을 돋운다. 장안사로 향한다. 금모래, 잔잔한 풀이 몇 리에 걸쳐 깔려 있고 키 큰 소나무가 하늘을 찌를 듯하다. 삼사 층의 웅장한 법당이 온 골짜기를 누르듯 서 있다. 예스러운 분위기의 연로한 주지승이 법당을 내려오는 모습이 보인다. 지팡이를 거꾸로 들고 있다. 노승이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어느 날 문득 하늘을 올려다보았을 때, 얇게 퍼진 구름 사이로 동그란 구멍이 숭숭 뚫려있는 듯한 모습을 본 적 있으신가요? 누군가 하늘에 촘촘한 그물을 쳐 놓은 것 같기도 하고, 꿀벌들이 힘들여 지어 매달아 놓은 '벌집'을 보는 것 같기도 하지요. 오늘 우리가 함께 나눌 토박이말은 바로 이 야릇하면서도 아름다운 구름, '벌집구름'입니다. '벌집구름'은 그 이름 그대로 벌집처럼 생긴 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하늘에 얇고 넓게 퍼진 구름에 동그란 구멍들이 숭숭 뚫리면서, 그 무늬가 꼭 벌집이나 그물처럼 보이는 것이지요. 말집(사전)에서는 이 구름을 다음과 같이 풀이하고 있습니다. 벌집처럼 생긴 구름. 권적운, 고적운과 같은 비교적 얇은 구름에 둥근 구멍이 많이 뚫려서 생긴다. 《표준국어대사전》 풀이에 나오는 '권적운(卷積雲)'이나 '고적운(高積雲)' 같은 한자말이 조금 낯설게 느껴지실 수 있습니다. 이는 하늘 높은 곳에 비늘처럼 얇게 퍼진 구름을 가리키는 말로, '권적운'은 '털쌘구름' 또는 '비늘구름', '고적운'은 '높쌘구름' 또는 '양떼구름'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그러니 '벌집구름'은 하늘 높은 곳에 뜬 '비늘구름'이나 '양떼구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우리나라에서 연금은 사람들이 가장 선호하는 노후 대비책이다. 공무원 연금, 사학 연금, 군인 연금, 주택 연금 말고도 가장 최근에 등장한 새로운 종류의 연금이 햇빛 연금이다. 햇빛 연금은 2021년에 전라남도 신안군이 태양광 발전 사업에서 나오는 수익금을 주민들에게 연금처럼 지급하면서 등장한 새로운 연금이다. 신안군은 행정구역 전체가 1,004개의 섬으로 이루어져 있다. 신안군은 광활한 갯벌과 천일염 생산으로 유명하며 홍도, 흑산도 등 아름다운 해상 국립공원이 있다. 1969년에 무안군으로부터 분리되어 새로운 무안이라는 뜻으로 신안(新安)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1990년대 초까지만 해도 인구가 10만 명을 넘었으나 2025년 8월 기준으로 인구수는 38,930명으로서 인구가 점점 줄고 있다. 2020년 기준으로 신안군의 염전은 전국 염전 면적의 64%를 차지하고 천일염 생산량은 전국 생산량의 약 80%를 차지한다. 2006년에 처음 당선된 박우량 군수는 “햇빛과 바람이 우리에겐 중동의 기름과 같다”라고 말하면서 태양광이나 풍력 같은 재생에너지를 이용하여 주민들과 전력 이익을 공유하는 연금 제도를 구상하였다. 태양광 사업
[우리문화신문=이동식 인문탐험가] 누구는 안 그럴까마는 중국인들은 특히 무언가 최고가 되는 것을 좋아한다. 처음 90년대 초 중국에 초대 특파원으로 들어가 서점에서 자주 목격한 것은 중국의 최고를 모아 알리는 책자가 많더라는 것이다. 지금도 갖고 있는 책 중의 하나는 《중국지최대관(中國之最大觀)》이란 것인데, 이 책은 ‘중국에서 최고(中國之最)를 모아놓았다(大觀)’라는 것이다. 이 책의 서문을 보면 “중국은 역사가 유구하고 문화가 찬란한 오랜 문명국으로 허다한 세계의 최고, 또은 중국의 최고를 안고 있기에, 이러한 ‘최고’를 뽑아 계통적으로 정리하는 것은 중화민족문화를 드높이고 애국주의를 가르치는 유익한 시도인 것이다.” 라고 하면서 인류, 역사, 문화재, 정치, 경제, 교육 등 23개 항목별로 최고가 되는 사안들을 모아놓았다. 이 가운데 17번째 <교통> 항목을 보면 중국 역사에 나오는 최초의 다리는 서주(西周) 초기에 위수(渭水)에 건설된 부교(浮橋)로서, 문왕(文王)이 부인을 얻기 위해 “친히 위수에 나아가서 배로 다리를 만들었다”라는 기술이 《시경(詩經)》에 보인다는 것이다. 세계에서 가장 큰 돌다리는 중국 복건성에 있는 호도교(虎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