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경제/ 얼레빗 = 이규봉 교수] 법 또는 권력의 힘으로 사람의 목숨을 빼앗는 사형제도는 사람들이 국가를 만든 이후 오늘날까지 이어오는 아주 오래된 제도이다. 거의 모든 종교가 살인을 저지르지 말라는 가르침을 가지고 있음에도 국가는 사형을 집행했다. 그것도 아주 잔인하게 집행하는 경우가 많았다.
지금은 사라졌지만 예전에는 심지어 살인하지 말라고 가르치는 기독교 국가에서 불에 태워 죽이는 화형까지도 일삼았다. 그 현장을 바라보는 일반 시민대중은 열광적으로 환호했다. 그렇지 않은 시민은 조용히 남이 보지 않는 곳에서 눈물을 훔쳤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2012년 7월에 ”생명권은 가장 기본적인 인권이며, 국제인권법의 핵심적인 부분에 자리 잡고 있다. 아무리 법적 절차에 의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생명을 앗아가는 일은 인간이 인간에게 하기엔 너무나 절대적인 결코 되 돌이킬 수 없는 일이다.”라고 말했다.
극형은 범죄를 막지 못한다
사형을 당한 그 수많은 사람들이 모두 사형을 당할만한 범죄자였을까? 자신이 저지른 일이 사형을 당할만하다고 생각하고 죽은 자가 얼마나 될까? 정치적인 이유로, 무고에 의해서, 재판관의 어리석음과 탐욕에 의해서 아무런 잘못도 없이, 또는 사형 당할만한 적당한 이유도 없이, 힘이 없고, 권력이 없어, 죽은 자 얼마나 될까? 나중에 이들의 무죄가 입증이 되었을 때 그들을 죽게 한 많은 관련자들이 처벌받거나 회개하는 경우가 얼마나 될까? 이미 죽은 그들과 그들의 유가족에겐 어떠한 보상도 그들의 죽음을 대신할 수는 없다.
사형을 하는 이유는 범죄자에 대한 처형의 본보기를 보여주는 것이다. 피해자의 마음을 어느 정도 달래주고, 다른 사람들이 다시는 그러한 범죄를 저지르지 못하게 하기 위해 공개적으로 그리고 매우 잔인하게 집행되곤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천인공노할 범죄가 잠시 수그러질 뿐 단 한 번도 완전히 사라진 적은 없다.
비록 그러한 범죄가 발생할 때마다 범죄자를 극형으로 다스려야 한다는 여론이 우세하지만, 봉건국가를 벗어난 민주주의 국가에서 과연 국가가 인간의 생명을 빼앗을 권리가 존재하는가는 항상 논의되어 왔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피해자가 없음에도 국가의 안보를 내세우는 정치적인 목적으로 사회를 공포 분위기로 몰아 정권을 유지하기 위해 사형을 집행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대표적인 법이 바로 국가보안법이다.
사형 폐지는 국제적인 흐름
<세계사형반대의 날>은 2003년 10월 10일에 제정되었다. 현재 전 세계 국가들 중 2/3 이상이 법적으로 또는 사실상 사형을 폐지한 국가이며, 사형을 폐지하겠다는 움직임을 보이는 국가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2012년 8월을 기준으로 전 세계 198개국 중 140개국이 법적 또는 사실상 사형을 폐지했고 58개국만이 사형존치국으로 분류되고 있다.
140개국 중 모든 범죄에 대한 사형을 폐지한 나라가 97개국, 일반 범죄에 대한 사형을 폐지한 나라가 8개국이며 사실상 사형을 폐지한 나라가 35개국이다. 우리나라에도 사형제도는 있지만 김영삼 정부가 1997년 12월 30일 23명의 사형을 집행한 이후 김대중 정부부터 지금까지, 즉 1998년 이후 한 번도 사형을 집행하지 않아 국제사면위원회에 의해 사실상 사형폐지국가로 분류되어 있다.
2011년에 사형을 집행하는 나라는 중국과 미국을 포함하여 10%에 불과한 20개의 나라 로 10년 전에 집행한 28개국에 비해 그 수가 감소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수의 사형집행이 이루어지는 아시아ㆍ태평양 지역과 중동 그리고 북아프리카 지역에서도 사형을 집행하고 선고하는 국가의 수는 최근 몇 년간 줄고 있어 10년 전에 비해서 사형 선고 수는 약 1/3 이하로 감소했다. 유럽과 구소련 국가들 중 사형을 집행하는 유일한 국가는 벨라루스 뿐이고, 아프리카는 지난 10년간 사형을 폐지한 나라의 수가 가장 많은 지역이 되었다. 최근 몇 년간 사형을 집행한 나라의 수는 평균적으로 5개에 불과했다.
세계 최대의 사형집행국은 중국으로 매년 수천 명을 사형 집행하고 있다. 중국에서 사형에 관련된 수치들은 국가기밀로 분류되고 있다고 하는데, 2011년 알려진 것만도 중국에서는 나머지 모든 나라에서 처형된 사람들의 수를 모두 합친 것보다 더 많은 사람이 사형 당했다.
최고의 민주주의 국가를 표방하면서 동시에 기독교를 믿는 시민이 대다수를 차지하는 미국은 불명예스럽게도 2010년 국제사면위원회(Amnesty)의 자료에 따르면 세계 5위의 사형집행국으로 나타났다. 미국에서는 2011년에 43명에 대한 사형을 집행했다. 미국은 미주 지역 및 G8 회원국 중 사형집행을 하는 유일한 국가다. 미국에서 사형을 법으로 금지한 주는 워싱턴 DC와 12개 주 뿐으로 대다수의 많은 주가 사형을 허용한다. 사형수가 가장 많은 주는 텍사스로 대량살상무기를 갖고 있다고 조작한 정보로 이라크를 침략하여 수많은 사람을 살상한 미국 대통령 부시가 바로 텍사스 출신이다.
2위와 3위 그리고 4위는 이란과 북한 그리고 예멘이 차지했다. 그러나 미국이나 일본 같은 나라를 제외한 대부분의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사형제도를 없애고 있어 사형제도를 없애는 것은 국제적인 흐름이다.
잔혹한 형벌은 일시적인 볼거리
체사레 벡카리아(Cesare Beccaria, 1738~1794)에 따르면 형벌의 목적은 “오직 범죄자가 시민들에게 해악을 입힐 가능성을 방지하고, 타인들이 유사한 행위를 할 가능성을 억제시키는 것”이다. 따라서 범죄를 예방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형벌의 잔혹성이 아니라 형벌의 확실성에 있고, 형벌이 잔혹해질수록 범죄자는 그 처벌을 피하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게 되며 잔혹한 형벌은 그 자체가 범죄자를 더욱 대담하게 만든다고 한다. 그뿐 아니라 형벌이 잔혹해질수록 그에 비례하여 인간의 마음은 점점 잔혹성에 무감각해진다.
형벌은 범죄자가 형벌을 통해 받은 해악이 범죄로부터 얻는 이익을 넘어서는 정도면 충분하다. 형벌이 잔혹해지면 두 가지 나쁜 결과를 초래한다고 한다. 하나는 아무리 잔혹하게 할지라도 인체의 기관과 감각으로 견뎌낼 수 있는 한도를 넘어설 수는 없기 때문에, 그보다 훨씬 흉악한 범죄가 생겼을 경우 기존보다 더 잔혹한 형을 고안하는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범죄와 형벌 간에 적정한 균형을 유지하기 곤란해진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잔혹한 형벌은 일시적인 볼거리만 될 뿐 시간이 지나면 잊혀진다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형벌을 아무리 잔인하게 집행했어도 인간이 범죄를 저지르는 것을 근본적으로는 막지 못했다. 사형은 한 사람의 시민에 대한 국가의 전쟁으로 볼 수 있다. 체사레 벡카리아는 한 시민의 죽음이 필요하다고 간주될 수 있는 경우는 그의 존재 자체가 기존의 정부형태에 위험한 혁명을 야기 시킬 수 있는 경우와 한 사람의 죽음이 타인들의 범죄를 억제하는 유일한 방법일 경우라고 말한다.
전자의 경우는 특히 정치적으로 악용되어 정적을 살해하는 데 이용될 소지가 매우 높고 역사는 그것을 증명하고 있다. 비록 정치사범이 아닌 일반사범에 의해 피해당한 피해자의 마음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피해자의 마음을 헤아리는 것보다는 무고한 사람이 죽는 것을 막는 것이 더 중요하므로 사형제도는 폐지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