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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소식

[사찰의 벽화 5] 안수정등(岸樹井藤)에 비유되는 '인간의 삶'

전남 강진 백련사 대웅전벽화

 

   
▲ 빈두설경에 나오는 이야기를 그림으로 표현한 전남 강진 백련사 대웅전벽화

[한국문화신문= 최우성 기자) 이 이야기는 빈두설경이라는 불경에 나오는 이야기다. 옛날 어떤 사람이 들판에 나가서 놀다가 미쳐 날뛰는 코끼리 한마리를 만나게 되었다.

 그는 놀라서 뒤도 돌아볼 겨를도 없이 도망치다가 코끼리를 피하기 위하여 들판에 있던 옛 우물터로 뛰어들었다. 우물 안에서 그는 등나무 넝쿨을 붙잡고 한동안 위기를 모면할 수 있었다.


그런데 한 숨을 돌리고 보니 그곳에는 또 다른 적이 있었다. 우물 바닥 네 구석에는 네 마리의 독사가 기다리고 있었고 우물 한 복판에는 무서운 독룡이 독기를 내품고 있는 것이었다. 

 

위에서는 미친 코끼리가 내려다 보고 있고, 밑에서는 독룡과 뱀이 혀를 날름거리니, 오도 가도 못하게 된 나그네는 등나무 넝쿨에만 몸을 의지하고 있는데, 어디선가 흰쥐와 검은 쥐가 나타나서 서로 번갈아 그 나그네가 붙잡고 있는 등나무 줄기를 갉아먹기 시작하였다.

 

그런데 머리 위의 큰 나뭇가지에는 몇 마리의 꿀벌들이 꿀을 따다 나르고 있었다. 그 꿀벌의 집에서는 그때마다 꿀이 한방울씩 떨어져서 지친 나그네의 입안으로 똑똑 떨어져 들어 갔다. 그는 절체절명의 힘든 상황에서도 한방울씩 떨어지는 꿀의 단 맛에 취해서 모든 위험을 잊고 도취되었다. 그러는 동안 메마른 대지에는 갑자기 불이 일어나 모든 것을 태워 버렸다고 한다.


이 이야기에서

넓은 광야는 무명장야(無明長夜),

위험을 만난 사람은 인생,

코끼리는 무상, 

우물은 생사,

등나무 줄기는 생명줄,

흰 쥐와 검은 쥐는 낮과 밤,

뱀과 독룡은 죽음,

벌은 헛된 생각,

꿀은 오욕,

들판의 불은 늙고 병듦을 각 각 비유한다고 한다.

 

하루 하루가 힘들고 어려운 상황에서도 시간은 쉬지 않고 흐르고, 세월은 흘러서 가고 있는데, 그런 상황 속에서도 한방울씩 떨어지는 꿀맛에 잠시나마 행복을 느껴보지만, 그것이 진정한 행복이라 할 수 있겠는가? 하고 되묻고 있는 그림이다.

 

백련사의  벽화에는 코끼리가 아니라 사자로 바뀌어서 그림이 그려져 있다. 하지만 그 줄거리는 같은 이야기이다.

 

최우성(건축사.문화재수리기술자. 한겨레건축사사무소 대표)  

 
문화재수리기술자로 한국인의 삶을 담아온 전통건축의 소중한 가치를 찾아 기록하고 보존하는 일을 하고 있다. 북촌한옥마을 가옥 보수설계, 혜화동주민센타 개보수설계, 파주 화석정,  파산서원 등과 영주 소수서원의 정밀실측설계, 불국사 일주문, 안동하회마을, 제주성읍마을, 영주 무섬마을 등 문화재보수설계 일을 맡아했다. 포천시민의 종 종각설계, 용마산 고구려정, 도피안사 대웅전, 봉선사 종각 등을 설계하였다. 현재 한국불교사진협회 회원, 문화재청 문화유산사진작가, 불혹의 포토클럽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