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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인공노할 아베의 거짓말, 꾸짖는 지도자 왜 없나?

[세상에 외침] 짧은 빛과 짙은 어둠을 보며 2

[한국문화신문 = 김수업 진주문화연구소 이사장]  그러나 이 기쁨의 빛은 오래 가지 않았다. 한편으로 짙은 어두움이 곧장 나를 사로잡았기 때문이다. 어둠의 충격을 안겨준 꼬투리는 최민우 학생의 물음에 아베 총리가 대답이라고 내뱉어 놓은 거짓말이다. 아베가 내뱉은 거짓말은 이렇다. “위안부 문제를 두고 말하자면, 인신매매(human trafficking)에 희생되어,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과 아픔을 겪은 분들을 생각할 때마다 마음이 아픕니다.”  

인신매매에 희생되어라니!? 꽃부리 같이 어여쁜 아가씨들을 세워놓고 흥정을 하여 값을 주고받으며 사고팔았다는 소리가 아닌가!!? 그러니, 우리가 팔려고 내놓았기 때문에 저들은 값을 치르고 샀을 뿐이라는 소리가 아닌가!!!? 이런 모욕을 우리가 어떻게 참아야 옳은가? ‘하늘 무서운 줄 모르고얼이 빠지고 미쳐서 내뱉은 헛소리니 귀를 씻고 말아야 하는가?

본이라는 나라의 권력을 손아귀에 쥐고 있는 내각총리라는 자가 하늘이 내려다보는 대낮에 천하 사람이 모두 보고 있는 카메라 앞에서 이런 헛소리를 입술에 침도 바르지 않고 내뱉다니....  

일본군 위안부 일의 참된 속내는 하늘이 알고, 땅이 알고, 그 일로 죽어간 수십만 명의 꽃부리 같은 아가씨들이 알고, 그들의 집안이 알고, 일본에게 짓밟혀서 지켜주지 못했던 그들의 여러 나라와 겨레가 모두 알고 있다. 그런 끔찍한 일을 몸으로 겪었던 이용수 할머니가 바로 앞날 하버드대 퐁 강당에서 다시 증언하시지 않았나!  

만 열여섯 살 때 영문도 모른 채 일본군에 끌려간 곳이 대만에 있는 일본군 가미카제 부대였습니다. 거기서 일본군 방에 안 들어간다고 매를 맞고 전기고문까지 받았어요.” 이 두 마디 말에 모든 진실이 고스란히 갈무리되어 있다. “만 열여섯 살 때다. (왜 끌려가며 어디로 끌려가는지) 영문도 모른 채였다. 일본 군인에게 끌려갔다. 끌려간 곳은 대만에 있던 일본군 부대였다. 거기는 (폭탄을 싣고 비행기와 함께 목표물에 떨어져 죽는 이른바) ‘가미카제부대였다. (죽음을 다짐하고 기다리는) 일본군의 방으로 들어가지 않으려고 버티다가 매를 맞고 전기고문까지 받았다.”  

이것이 일본 제국이 저지른 죄악의 실상이다. 그 꽃다운 아가씨들이 하루에 얼마나 많은 군인이라는 사람의 탈을 쓴 짐승 앞에 매를 맞고 전기고문을 받으며 몸을 내놓아야 했는지 어찌 참아 그런 사실까지 입에 담을 수가 있겠는가 

 

   
▲ "성노예 강제동원 사실을 인정하지 않느냐?"는 학생의 질문에 "인신매매"로 거짓말을 하는 아베(그림 이무성 한국화가)

그래놓고 지금, 그런 죄악 장본인 나라의 내각총리가 천부당만부당한 인신매매라는 말을 만들어 죄악의 뿌리를 우리에게 덮어씌우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나에게 충격을 안겨준 짙은 어두움의 꼬투리다. 이 짙은 어두움은 쉽사리 물러나지 않으리라는 생각이 지난 한 주간 내내 마음속에서 자라나고 있었다.  

그런 생각이 마음에서 자라나는 까닭은 또렷하다. 나라를 다스리는 자리에 높이 앉아 있는 사람이 누구 하나 아베의 천만부당한 거짓말에 나서서 꾸짖고 바로잡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무총리도, 국회의장도, 대법원장도, 대통령도 꿀 먹은 벙어리처럼 입을 다물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미 많이 듣던 말이라 마음에 와서 닿지도 않았는가? 말 같지도 않아서 못들은 척하고 있는가?  

죄인이 거짓말을 백번 하면 의인은 귀찮아도 온 차례마다 꾸짖고 바로잡아 주어야 옳지 않은가? 그러나 이번에 아베가 한 말은 이전에 듣던 그 말과 다르다. 우리나라와 가장 가까운 동맹국인 미국의 심장부에 서서 한 말이기 때문에 이전에 듣던 말과는 다르다. 우리의 젊은 꽃봉오리들이 몸과 마음을 다해 준비한 물음을 던져서 받아낸 대답이기에 이전에 듣던 말과는 다르다.  

그러므로 아베의 말을 들은 천하 사람이 모두 우리말도 들을 수 있도록 아베의 말을 내리누를 수 있는 사람이 당당하게 나서서 위안부 문제의 사실을 다시 밝히고 아베의 거짓말을 꾸짖어야 마땅하다. 그런데 마땅히 입을 열어야 할 사람이 여태까지 아무도 나서지 않으니 이 짙은 어둠을 언제 누가 걷어낼 것인가?  

우리 언론도 짙은 어둠에 그저 휩싸여 있기는 마찬가지다. 아베의 하버드대 강연 소식을 알리면서 인신매매에 희생되어소리를 그대로 받아 적어 보내고도, 그것이 일본제국의 죄악을 우리에게 덮어씌우려는 전략에서 나온 작전이며 공격임을 알아채지 못했단 말인가? 나는 지난 한 주간 내내 우리 언론, 신문과 라디오와 텔레비전에서 아베 총리의 이 악담을 두고 꾸짖고 바로잡는 논설이나 논평이나 사설을 만나보지 못했다. 이 짙은 어둠이 짧지 않을 것이라는 내 생각은 이런 언론에서 희망을 찾아보기 어려웠기 때문에 더욱 굳혀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