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누적 조회 수 500만 회를 넘긴 훈민정음 강연이 책으로 나왔다. 인공지능 기반 외국어교육 전문기업 ‘이카이스’ 이현준 대표가 유튜브에 올린 '훈민정음으로 풀리는 중국어' 등의 영상이 누적 500만 조회 수를 기록했고, 시청자들의 강력한 요청에 따라 훈민정음 반포 580돌ㆍ가갸날 제정 100돌 맞아 새책 《가나다라: 세상 모든 소리를 적는 문자》를 펴냈다. 지은이 이현준 대표는 2001년 어린이 영어 교육 비디오 사업을 시작했다. 이후 통합 어학 서비스 ‘마이풀(MyPool)’과 외국인을 위한 한국어 학습 서비스 ‘가나다라(GANADARA)’를 선보이며 25년 동안 언어 교육 사업을 이어왔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훈민정음 강연을 통해서도 대중과 만나왔는데 이번 책에는 그동안 강연에서 다룬 내용을 더 깊이 있게 풀어낸 것이다. 책은 모두 5부로 구성됐다. 지은이의 해박한 논리를 바탕으로 먼저 신라와 외부 세계의 교류를 살펴보고, 문자의 탄생과 동아시아 문자, 훈민정음의 창제 원리와 해례본을 차례로 살펴보면서 훈민정음의 탁월함을 풀어낸다. 책은 세종대왕이 붙인 이름이 훈민정'자'가 아닌 훈민정'음'이라는 점에 주목한다
[우리문화신문=김슬옹 세종국어문화원장] 한글날 아침, 본지에 실린 김범준 ‘원더풀 작은도서관’ 관장의 편지 「이 시대의 세종, 김슬옹 박사께」를 읽었다. 평생을 독서 운동에 바치고, 요즘은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 주는 운동을 펼치고 있는 김 관장께 지면을 빌려 답장을 올린다. 김범준 관장님께 한글날 아침, 관장님께서 보내 주신 편지를 읽고 한참을 가만히 앉아 있었습니다. 새벽 일찍 나오셔서 한 자 한 자 정성껏 쓰셨을 그 마음이 글 곳곳에서 느껴져 가슴이 먹먹했습니다. 먼저 깊이 고맙다는 말씀부터 올립니다. 다만 ‘이 시대의 세종’이라는 말씀만은 아무리 생각해도 제가 감당할 수 없는 이름입니다. 관장님 짐작대로 편지를 읽다가 저도 모르게 손사래를 쳤습니다. 저는 세종께서 남기신 《훈민정음 해례본》이라는 큰 샘에서 물 한 바가지씩 길어 올려 사람들에게 나누어 드렸을 뿐입니다. 그 물이 맑고 달다면 그것은 오롯이 샘을 파신 세종과 집현전 학사들의 공이지, 바가지를 든 사람의 공은 아닙니다. 이 과분한 칭찬은 더 열심히 하라는 꾸짖음으로 알고 마음 깊이 새기겠습니다. 관장님, 오히려 세종의 뜻을 오늘의 삶 속에서 실천하고 계신 분은 관장님이십니다. 세종께서 훈민정음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우리말샘>의 오류를 보면서 우리가 흔히 범할 수 있는 실수를 깨닫고 자기 발전의 기회가 될 것으로 확신합니다. 특히 전문어의 한자 표기에 많은 오류가 있습니다. 제한된 공간에다 오류의 이유를 설명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니지만, 제 나름대로 친절한 해설을 붙이려고 노력하였습니다. 특별히 설명과 토의가 필요한 글자나 개념에 대해서는 별도로 한 페이지씩 할애하여 부록으로 넣었습니다. 저는 주로 생명과학 분야의 용어 중에서 '우연히 마주친' 오류를 나열하고 해설하였지만, 각 세부 분야의 전문가들이 해당 분야의 용어에 대한 해설과 한자 표기에 관심을 기울이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이 글은 신현동 교수의 신간 《곰팡이과학자가 펼친 우리말샘》(월드사이언스. 2026.8)에 나오는 지은이 서문 가운데 일부다. 여기서 <우리말샘>이란 ‘국립국어원이 운영하는 국민 참여형 개방형 국어사전으로, 표준어뿐만 아니라 신조어, 방언, 전문용어 등 실생활 어휘를 국민이 직접 등록하고 편집할 수 있는 디지털 지식 대사전’을 말한다. 그러니까 위 글 곧 《곰팡이과학자가 펼친 우리말샘》의 서문 내용은 곰팡이과학자인 신현동
[우리문화신문=이진경 문화평론가] 전통춤은 몸으로 전해진다. 스승의 동작을 바라보고 따라 하며 장단을 익히고, 그렇게 익힌 춤을 다시 제자에게 전한다. 그러나 몸의 기억에 의지해 전해진 춤은 기록되지 않으면 어느 순간 사라질 수도 있다. 더욱이 그 춤이 시작된 지역을 자유롭게 오갈 수 없다면 전승자의 기억이 갖는 의미는 더욱 커진다. 양승미 명인이 스토리하우스를 통해 펴낸 《함경남도 검무》를 읽으며 가장 먼저 생각하게 된 것도 이 지점이었다. 이 책은 검무의 역사와 춤사위를 설명하는 연구서이면서, 한편으로는 한 사람에게서 또 다른 사람에게로 이어진 춤을 기록으로 남기는 과정을 보여준다. 함경남도 검무의 중심에는 고 장홍심과 고 한순옥, 그리고 양승미가 있다. 고 장홍심은 함흥권번을 거쳐 한성준의 조선음악무용연구회에서 활동하며 검무를 가르치고 무대에 올렸다. 이후 최승희무용연구소에서 제자였던 고 한순옥에게 함경남도 검무를 전수했다. 한국전쟁 이후 남으로 내려온 고 한순옥은 국립무용단과 교육 현장에서 후학을 양성하며 공연 활동을 이어갔고, 국립무용단에서 양승미와 사제의 인연을 맺었다. 고 장홍심에서 고 한순옥으로, 그리고 양승미로 이어지는 과정은 단순한 사제의
[우리문화신문=김슬옹 세종국어문화원 원장] 사진첩을 정리하다 보니 1998년에 찍은 특별한 사진이 눈에 들어왔다. 1998년 봄, 연세대학교 교양 국어 〈글과 삶〉을 맡았다. 시간강사로서 한 학기 내가 강의하는 학생 수는 평균 200여 명이었다. 제자 이름을 모르면 스승으로서의 자격이 부족하다고 여겼기에 이름을 외우기 위해 야외 수업 겸 모둠별로 사진을 찍었다. 사진 귀퉁이에 찍힌 날짜는 3월 12일이다. 아직 겨울 기운이 남은 연세대 캠퍼스 뒤 안산 기슭에서 찍은 사진이었다. 앙상한 나무와 시멘트 담장 앞이었다. 학생들은 둘둘 만 수업자료와 책을 들고 조금 어색하게 웃고 있었다. 사진만으로는 이름이 머리에 남지 않았다. 그래서 사진을 옆에 두고 공책에 한 사람씩 옮겨 그렸다. 그런데 이 그림은 그림 잘 그리는 임운하 제자가 도와주었다. 얼굴 위에 말풍선을 달고 그 안에 이름을, 풍선 꼭대기에는 성을 적었다. 장지훈, 장종철, 전소정, 이지현, 이지혜, 전진용, 전석인, 임운하, 전대홍. 한가운데 내 이름은 ‘스롱’이라고 장난스레 적었다. 그림을 다시 보니 웃음이 난다. 브이를 그리며 앉아 있던 운하는 제 얼굴에만 까만 선글라스를 씌워 놓았다. 말풍선도 구름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해냄에듀가 제주 지역을 가까이 들여다보는 《줌인 지역사 01: 제주》와 《줌인 지역지리 01: 제주》를 해녀의 날을 기려 함께 펴냈다. 두 책은 제주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역사ㆍ지리 교사들이 직접 현장을 걷고 자료를 살펴 교과서 한두 문장 뒤에 가려져 있던 제주의 역사와 지리를 풀어낸 ‘줌인’ 시리즈의 첫 권이다. 교과서에는 역사와 지리의 큰 줄기가 담겨 있다. 하지만 그 줄기만 따라가다 보면 정작 그곳에서 살아온 사람들의 이야기는 놓치기 쉽다. ‘줌인’ 시리즈는 카메라의 줌을 당기듯 멀게 느껴지던 장면을 구체적인 지역으로 가까이 데려온다. 두 책 모두 주제별 이야기에 생각을 넓히는 발문과 탐구 활동을 더하고 현장에서 바로 활용할 수 있는 답사 자료를 함께 실어 수업부터 동아리 활동과 체험 활동까지 두루 쓸 수 있게 했다. 15개 주제로 따라가는 제주의 시간 - 《줌인 지역사 01: 제주》 《줌인 지역사 01: 제주》는 제주역사교사모임 교사 6인(최종원, 강우인, 권순환, 장덕민, 최수연, 황재윤)이 썼다. 탐라의 탄생과 해양 활동부터 중앙 정부와의 관계 변화, 유배 문화와 출륙금지령, 민란과 항일운동, 제주 4·3 사건, 국가
[우리문화신문=김슬옹 세종국어문화원 원장] 설날 새벽 벽에 걸어 두던 복조리, 모종철에 내리는 모종비, 138쌍의 꿩무늬가 새겨진 영친왕비의 적의, 호랑이가 입을 벌린 백제의 소변기 호자까지. 김영조 <우리문화신문> 발행인이 20년 넘게 날마다 써 온 〈날마다 쓰는 우리문화 편지〉 4,800여 회 가운데 164꼭지를 골라 한 권에 담았다. 명절과 세시풍속에서 24절기, 입을거리ㆍ먹거리ㆍ살림살이, 국악과 춤, 배달말과 한글, 문화재에 이르기까지 한 꼭지를 두 쪽 안팎으로 쉽고 짧게 풀어낸 《한국인이 알아야 할 한국문화 이야기》(얼레빗, 2023)의 지은이에게 다섯 가지를 물었다. - 〈날마다 쓰는 우리문화 편지〉가 책을 펴낸 2023년 11월 현재 4,800회를 넘겼습니다. 20년 넘게 날마다 써 온 글을 이제 한 권의 책으로 묶으신 까닭은 무엇입니까? “인터넷으로 날마다 편지를 보내온 지 올해로 22년째입니다. 받아 보시는 분들이 적지 않지만, 여전히 목이 마릅니다. 편지는 하루 읽고 지나가기 쉬운데, 책은 곁에 두고 필요할 때마다 다시 펼칠 수 있지요. 더 많은 이들에게, 특히 인터넷 편지가 닿지 않는 분들에게 한국문화 이야기를 전해 주고 싶어서
[우리문화신문=전수희 기자] 살아가다 보면 문득 떠오르는 사람이 있다. 곁에 없지만 여전히 마음속에 남아 있는 사람, 잊고 지내다가도 어느 순간 선명하게 떠오르는 사람. 네덜란드 작가 헨드릭 흐룬의 『오로라를 따라간 푸트만스 씨』는 이러한 그리움을 안고, 원치 않던 여행길에 오른 한 남자의 이야기다. 평생을 숫자로만 세상을 이해해온 회계사 푸트만스 씨. 유일하게 자신을 이해해준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다니던 직장마저 잃는다. 홀로 남겨진 그는 어머니의 마지막 유언을 지키기 위해 오로라를 보러 패키지 버스 여행길에 오른다. 좁은 버스 안에는 저마다의 사연을 지닌 사람들이 뒤섞여 있다. 평생 타인과 거리를 두고 살아온 그에게, 12일간 낯선 이들과 부대껴야 하는 이 여정은 고역이 아닐 수 없다. 그 끝에서 그는 과연 무엇을 마주하게 될까? 이 소설은 화려한 성장담도, 따뜻한 위로를 건네는 이야기도 아니다. 작가는 상실을 품은 채 살아가는 한 사람의 고집스럽고도 순수한 마음을 위트 가득한 문체로 쓸쓸하게 그려낸다. 그리고 그 쓸쓸함의 자리에서 푸트만스 씨가 보았을 오로라가 잔잔하고도 찬란하게 펼쳐진다. 삶의 무게에 지친 사람, 그리운 누군가를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산업화에 따르는 화석연료(석탄, 석유, 천연가스 등)의 대량 사용은 이산화탄소를 대량으로 발생시켰다. 이산화탄소는 대표적인 온실가스로서 온실 효과를 일으켜 대기를 뜨겁게 한다. 지구의 대기가 뜨거워지는 지구온난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자 ‘기후 위기’라는 말이 만들어졌다. 기후 위기 시대에 지구온난화의 피해는 지구상 모든 나라에서 나타날 것이다. 그런데 구체적으로 기후 위기로 피해를 입은 사람은 누구인가? 먼저 기후 위기를 시간상으로 살펴보자. 기후 위기로 인한 피해는 현재 세대보다 미래 세대에 더 심하게 나타날 것이다. 벨기에의 기후과학자 빔 티에리 교수 연구팀은 2021년에 사이언스(Science)지에 실린 논문 <기후 극단 현상 노출의 세대 간 불평등>에서 세대별 기후 재난 위험을 연구한 결과를 발표하였다. 이 연구에서는 예를 들어, 2026년 기준으로 66살이 된 사람들(1960년 출생)과 6살 된 아이들(2020년 출생)이 평생 기후 위기로 겪을 위험을 계량화하여 비교하였다. 미래 세대가 겪을 기후 위기로 인한 위험을 어떻게 계량화할 수 있을까? 티에리 교수는 파리기후협약에서 약속한대로 지구평균기온 상
[우리문화신문=김슬옹 세종국어문화원 원장] 노을은 대개 가볍다. 하루의 끝을 붉게 물들이고 곧 사라지는, 그래서 낭만이나 쇠락의 비유로 쓰이던 풍경이다. 그런데 이하 시인은 그 노을을 “무겁다”라고 썼다. 시인의 노을은 “저녁 끼니”고, “일 가는 아버지를 떠미는 바람”이며, “오 남매 바랜 소맷귀”를 꿰매던 어머니의 밤이다. 시집 제목이자 표제작인 《어머니 노을은 무겁다》는 그렇게 한 가족의 생활 무게를 여섯 줄 시조에 얹어 놓는다. 이하 시인(본명 이만식)은 1995년 《오늘의문학》시* 신인상, 1996년《월간문학》시조* 신인상으로 등단한 뒤 시ㆍ시조ㆍ조각시를 넘나들며 100여 편의 작품을 발표해 왔다. 짧은 시형인 ‘조각시’ 장르를 새로 열었고, 세종문화예술상을 받았다. 경동대학교 부총장으로 재직하다 2026년 8월, 40년 교단생활을 마무리하는 자리에서 이 시조집을 냈다. 4부 90여 편은 ‘꽃 쓰기’, ‘낙서’, ‘속초 바다’, ‘내성천’이라는 이름으로 묶였다. 꽃과 바다와 강, 그리고 낙서처럼 던지는 시대 풍자까지, 시인이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의 폭이 그대로 차례가 되었다. 한글학을 공부해 온 필자로서 이 시조집에 눈길이 오래 머문 까닭이 하나 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