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위 경 련 - 김 옥 남 돈벌이가 예전 같지 않다는 남편의 한숨 더하고 복권만큼 큰돈 벌었다며 강남으로 이사 간 친구 오른 집값 보태서 꼭꼭 씹어 꿀꺽 삼켰다. 자꾸 되새김도 했어 그래도 소화될 리 없지 비틀려 짜진 빨래처럼 그렇게 방안에 구겨져 있다. 김옥남 시인의 시 <위경련>에는 돈벌이가 예전 같지 않다는 남편의 한숨이 들리는가 하면 복권만큼 큰돈 벌었다며 강남으로 이사 간 친구 탓에 비틀려 짜진 빨래처럼 방안에 구겨져 있다고 신음한다. 자본주의가 보편화한 지금 세상에는 점점 사회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다. 2018년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상위 10%의 월평균 소득은 1,180만 원이고, 하위 10%는 85만 원으로 그 격차는 점점 더 벌어지고 있다. 하지만 조선시대 백성들은 지금보다 더 참담하다. 조선 중기 학자 오희문이 임진ㆍ정유 양란을 겪으면서 쓴 일기 보물 제1096호 《오희문 쇄미록(瑣尾錄)》이란 책에는 처참한 백성의 모습이 기록되어 있는데 남편이 처자식을 버리고 도망했다거나, 어머니가 자식을 버리고 달아났다거나, 심지어 사람이 사람을 잡아먹기까지 했다는 기록들이 보인다. 얼마나 가난이 극심했으면 이런 일이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국립한글박물관(관장 심동섭)은 한국대중음악학회(회장 박애경)와 공동으로 오는 11월 7일(토) 낮 1시부터 국립한글박물관 강당에서 기획특별전 <노랫말-선율에 삶을 싣다> 연계 국립한글박물관ㆍ한국대중음악학회 공동 학술대회 <노랫말로 노래 읽기>를 연다. 이번 공동 학술대회는 국립한글박물관 기획특별전 <노랫말-선율에 삶을 싣다>와 연계한 것으로, 대중가요 가사 관련 연구 성과를 공유하고 발전 방향을 전망하고자 기획되었다. 1부 개인 발표와 2부 기획 주제 발표 모두 2부로 구성된다. 2부 기획 발표에서는 이호섭 작사가가 노래로 부르기 위한 ‘말’을 짓는 작사에 관한 방법론을 찾는 ‘대중가요 작사법 시론’을, 인하대 한성우 교수가 대중가요 어휘 빈도 분석을 통해 대중가요에 나타난 한국인의 정서와 삶의 모습을 돌아본 ‘대중가요 가사의 품사별 빈도와 특성’을 발표한다. 이밖에도 1980~2010년대 당대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영향력이 높았던 솔로 여성 가수가 부른 사랑에 관한 노래의 로맨스 모델과 여성상 분석(정기인 서울과학기술대 교수), 한국 대중음악의 현실비판성 연구(서정민갑 대중음악의견가)를 주제로 발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쌀쌀한 바람이 때때로 불며 누른 잎새가 우수수하고 떨어지든 가을철도 거의 다 지내가고 새빨갓케 언 손으로 두 귀를 가리고 종종 거름을 칠 겨울도 몃날이 못되야 또다시 오게 되얏다. 따듯한 온돌 안에서 쪽각 유리를 무친 미닫이에 올골을 대이고 소리 업시 날리는 백설을 구경할 때가 머지 아니하야 요사이는 길가나 공동수도에 모히어 살림이야기를 하는 녀인네 사이에는 ‘우리 집에는 이때까지 솜 한 가지를 못 피어 놓았는데 이를 엇지해….’ 하며 오나가나 겨울준비에 분망하게 되었다.” 위는 <입동과 침채(沈菜)* 준비>라는 제목의 1922년 11월 6일 치 동아일보 기사 일부로 당시의 입동 무렵 분위기를 잘 묘사해 놓았습니다. 내일은 24절기의 열아홉째인 입동(立冬)으로 겨울에 드는 때입니다. 이때쯤이면 곧바로 닥쳐올 겨울 채비 때문에 아낙네들은 걱정 속에 일손이 바빠집니다. 그런데 입동 전후에 가장 큰 일은 역시 김장이지요. 지금은 배추를 비롯한 각종 푸성귀를 한해 내내 팔고 있고 김치 말고도 먹을거리가 풍요롭지만, 예전에 겨울 반찬은 김치가 전부이다시피 해 김장은 한해 살림의 아주 중요한 일이었습니다. 입동 무렵에는 김장 말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조선시대 병을 치료하는 중요한 방법 가운데 하나는 침과 뜸 곧 침구술이었습니다. 그런데 침구술로 병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인체에 있는 수백 개의 경혈을 침구술을 시술하는 사람이 정확히 파악하고 있어야 했지요. 경험이 부족한 의료진이 시술하면 환자가 위험할 수 있어서 조선 왕실에서는 청동으로 경혈을 표기한 인체상을 만들어 정확한 침구술을 익히는 연습을 했습니다. 침구술을 연습하기 위해 만든 청동인체상 머리 위에는 구멍이 있는데 여기에 물이나 수은을 넣은 뒤, 시술자가 올바른 혈 자리에 침을 놓으면 액체가 흘러나오도록 하였지요. 《승정원일기》 기록에 따르면 1747년(영조 23년) 숙종의 왕비인 인원왕후를 치료하기 전 2명의 의관을 뽑을 때 청동인체상으로 시험했다는 기록이 있어 그 근거가 확실한 것입니다. 현재 왕실에서 쓴 것으로 전해지는 인체상은 국립고궁박물관 소장품이 유일하지요. 국립고궁박물관은 2019년 5월부터 다달이 전시되고 있는 유물 가운데 한 점을 뽑아, 좀 더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는 ’큐레이터 추천 왕실유물‘을 운영해 오고 있는데, 지난 9월 뽑힌 유물인 청동인체상은 유튜브 채널로 9월 23일부터 공개하고 있으며 앞으로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자장 자장 와리 자장 우리 애기는 잘두 잔다. 남의 애기는 울구 잔다. 자장 자장 와리 자장 꽃밭에는 나비오구 자장밭에는 잠이 온다. 나라에는 충신동이, 부모님께는 효자동이, 일가에는 화목동이” 지난 10월 30일 서울 혜화동 JCC아트센터 콘서트홀에서는 국가무형문화재 제29호 서도소리 전수조교 유지숙 명창의 <북녘땅에 두고 온 노래 Ⅳ> 공연이 이었지요. 바로 위 노래는 이날 공연에서 불렸던 것으로 평안남도에서 전래했던 토속 <자장가> 가운데 하나입니다. 우리는 그동안 모차르트ㆍ슈베르트 등 서양 자장가를 익숙히 들어왔는데 사실 우리 겨레에겐 이런 자장가들이 전승돼온 것입니다. 이날 공연에서는 불린 것들은 평안남도에서 전해 내려온 자장가 10곡이었는데 이 자장가들은 아가의 고운 잠결을 바라는 엄마의 간절함이 부드럽게 담겨있었습니다. 이날 공연에서는 자장가 말고도 죽은 어머니를 추모하는 ‘타박네야’와 함께 며느리의 시집살이를 표현하는 "시집가서 삼 일 만에 밭 김매러 나갔네 / 한 골 매고 두 골 매니 달이 떴네 달 떴네" 하는 ‘시집살이’, 그리고 ‘며느리의 말대답’, ‘물레질 소리’ 등을 들을 수 있었습니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현대 아파트가 들어서며 / 홍은동 사거리에서 사라진 털보네 대장간을 찾아가고 싶다 / 풀무질로 이글거리는 불 속에 시우쇠처럼 나를 달구고 / 모루 위에서 벼리고 숫돌에 갈아 / 시퍼런 무쇠낫으로 바꾸고 싶다 땀흘리며 두들겨 하나씩 만들어 낸 / 꼬부랑 호미가 되어 소나무 자루에서 송진을 흘리면서 / 대장간 벽에 걸리고 싶다" 위는 김광규 시인의 “대장간의 유혹”이란 시입니다. 우리는 조선 풍속도의 대가라고 하면 단원 김홍도(金弘道, 1745 ~ ?)를 먼저 떠올립니다. 그 김홍도의 그림 가운데 “대장간”이 있는데 또 다른 풍속화가 김득신(金得臣, 1754 ~ 1822) 그림에도 “대장간”이 보입니다. 김득신은 김홍도의 영향을 받았다고는 하지만 이 김득신의 ‘대장간’은 김홍도와는 다른 느낌으로 다가서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먼저 김홍도의 그림에서 보이던 대장장이가 아닌 낫 갈던 녀석을 김득신은 과감히 빼버렸습니다. 대신 대장장이들이 훨씬 젊고 힘 있는 모습으로 나옵니다. 김홍도는 대장간을 사실 그대로 그렸지만, 김득신은 생략할 건 생략하고 그 대신 대장간에 걸맞게 생동감 있고, 힘 있는 표현을 하고 있지요. 또 한 가지 더 김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문화체육관광부(장관 박양우, 이하 문체부)와 국립국어원(원장 소강춘, 이하 국어원)은 ‘퍼네이션(funation)’을 대신할 쉬운 우리말로 ‘놀이형 기부’를 꼽았다. ‘퍼네이션(funation)’은 쉽고 재미있는 방법으로 기부를 하는 새로운 형태의 기부 방식을 말한다. 아울러 ‘드라이빙 가이드(driving guide)’는 ‘자가 운행 여행안내(자)’로 ‘코드 커팅’은 ‘유선 해지’를 꼽았다. ‘코드 커팅’은 유료 케이블 방송 시청자가 가입을 해지하고 인터넷 티브이(TV)나 실시간 동영상 재생 서비스 등 새로운 서비스를 구독하는 현상을 가리키는 말이다. 문체부는 ‘쉬운 우리말 쓰기 사업’의 하나로 국어원과 함께 외국어 새말 바꿈말 제공 체계를 구축해 운영하고 있다. 문체부와 국어원은 지난 10월 23일부터 25일까지 열린 새말모임*을 통해 제안된 의견을 바탕으로 의미의 적절성과 활용성 등을 다각으로 검토해 ‘코드 커팅’의 바꿈말로 ‘유선 해지’를 꼽았다. * 새말모임: 어려운 외국어 새말이 널리 퍼지기 전에 일반 국민이 이해하기 쉬운 우리말 바꿈말을 제공하기 위해 국어 전문가 외에 외국어, 교육, 홍보‧출판, 정보통신, 언론 등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일반 백성과 양반가의 음식은 어떤 차이가 있었을까요? 일반적으로는 이들의 차이를 음식의 재료나 종류, 그리고 가짓수나 조리법으로 봅니다. 물론 이런 것의 차이도 있지만, 요리전문가에 따르면 양반가의 음식은 조상이나 집안 어른을 위하는 마음 씀씀이를 듬뿍 담고, 양념으로 쓰는 실고추ㆍ깨소금 하나에도 정성을 담아 오랜 시간 조리하는 데 있다고 합니다. 양념장 속의 양념은 진이 나도록 다졌고, 고명을 만들 때도 일정한 맛과 모양을 냈으며 쇠고기도 결을 따라 곱게 써는 것이 원칙이었지요. 그러고 보니 정성을 쏟아야 하는 음식은 일정한 시간이 필요한 것들입니다. 양지머리 고깃국이라도 끓이는 날엔 핏물을 빼려고 찬물에 담가두는 일부터 시작하여 고기에 무ㆍ대파ㆍ마늘ㆍ생강 등을 넣고 푹 고아야 합니다. 이때 국 위에 떠오른 것들은 일일이 서서 걷어내야 할뿐더러 다 끓여낸 국을 뜰 때는 국그릇을 뜨거운 물에 미리 담가 따뜻하게 한 다음 마른행주로 잘 닦아 담아내야 했지요. 국 한 대접이 밥상에 오르려면 어머니들의 이러한 정성과 공이 들어갔던 것입니다. 특히 우리 음식의 기본으로 오랫동안 숙성시켜야 제맛이 나는 김치나 오래 둘수록 깊은 맛이 나는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타복타복 타복네야 너 울면서 어디 가니 우리 엄마 몸 둔 곳에 젖 먹으러 나는 간다. 어제 10월 30일 저녁 4시 서울 혜화동 JCC아트센터 콘서트홀에서 비대면으로 열린 <북녘땅에 두고 온 노래 Ⅳ> 공연에서 무반주로 울린 가슴 뭉클한 '타복네야'란 노래다. 이 노래는 가수 서유석이 불렀던 <타박네>의 원형이다. ‘타복네’란 무엇일까?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에는 ‘타박네’로 나오는데 “‘타복네야’ 사친요(思親謠) 또는 추모요(追慕謠)로 분류되기도 한다. ‘다북(복)녀ㆍ따복녀ㆍ타박녀ㆍ다(따)북네ㆍ타복네’ 등 다양하게 불리며 전국적으로 분포되어 있다. (가운데 줄임) 엄필진은 ‘내 어머니 젓맛’(조선동요집)이라는 성천(成川) 지방 동요를 소개하고 나서, 뒤에 “북 북 북네라 함은 평안북도 지방의 방언으로 머리 다부룩한 소녀를 이르는 말”라고 풀이했다. 굳이 설명이 없더라도 죽은 엄마를 찾는 머리 더부룩한 소녀의 애달픈 노래일터다. 이날 공연에서는 ‘타복네야’, ‘따박네야’, ‘타박네’, ‘따북녀’ 등 여러 이름의 노래가 다른 소리꾼의 노래로 들을 수 있었다. 그런가 하면 ‘시집살이’와 ‘며느리의 말대답’은 물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사나이 세상에 태어나 조국을 위해 싸우다 죽는 것 그보다 더한 영광 없을 지어니 비굴치 말고 당당히 왜놈 순사들 호령하며 생을 마감하라 이윤옥 시인의 시 "목숨이 경각인 아들을 앞에 둔 어머니" 가운데 이는 십수 년을 여성독립운동가를 조명하는 일에 몸 바쳐 《서간도에 들꽃 피다》 책 10권을 완간한 이윤옥 시인이 안중근 의사의 어머니 조마리아 애국지사의 심정이 되어 쓴 시 일부다. 며칠 전 26일은 안중근 의사가 우리 겨레의 원수 이등박문을 처단한 날이었다. 그런데 그 위대한 영웅 안중근 의사의 뒤에는 안중근보다 더 당당한 어머니 조마리아 애국지사(본명 조성녀, 태어난 날 모름 ~ 1927.7.15.)가 있었다. 위 시에서 사형선고를 받았다는 소식을 들은 조마리아 애국지사는 아들의 구명이 아니라 “당당히 왜놈 순사들 호령하며 생을 마감하라”라고 담담히 타이른다. 그 어떤 어머니가 자식의 죽음 앞에 태연할 수 있으랴. 하지만, 조마리아 애국지사는 그렇게 우리의 영웅 안중근을 만들어낸 위대한 분임을 시는 말하고 있다. 이 시는 팝페라-크로스오버 공연활동을 하고 있는 팝페라테너 주세페김이 작곡하여 그의 아내 소프라노 구미꼬김과와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