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호주머니 - 윤 동 주 넣을 것 없어 걱정이던 호주머니는, 겨울만 되면 주먹 두 개 갑북갑북. 텔레비전 프로그램 ‘동네 한 바퀴’에서 진행자가 정성껏 차린 밥상을 5,000원만 받는 할머니께 진행자가 조심스레 물었다. “이렇게 하면 남는 게 있어요.” 나직한 목소리였지만 할머니의 대답은 단호했다. “죽을 때 입는 수의에는 호주머니가 없다고 하잖아요. 돈이 아니라 사람이 남는 게 진짜 장사지요.” 그렇다. 사람이 죽어서 입는 수의에는 호주머니가 없다. 문상 온 사람이나 망자의 친척들이 노잣돈 하라고 돈을 내놓지만 이를 망자가 가져가지 못하고 후손들이 챙긴다. 그러나 우리 어렸을 적 가난한 시절에 입었던 옷에는 호주머니가 달렸어도 거기에 넣을 것이 없었다. 그래서 윤동주 시인은 겨울만 되면 그 호주머니에 ‘주먹 두 개 갑북갑북’ 넣었단다. 영혼이 맑은 윤동주 시인만이 생각해낼 수 있는 상상이다. 주먹이라도 넣어두면 마음이 따뜻해질 수 있음인가? 최근 뉴스들을 보면 “애플 호주머니 채워준 '호구' 이통사”, “줬다가 뺏은 장학금, 다시 총장 호주머니로?”, "트럼프, 푸틴 호주머니 속에서 놀아났다." 등 호주머니가 부정적인 이미지로 쓰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텔레비전 사극에서는 가끔 오열하는 듯한 소리가 터져 나온다. 격정적인 슬픔이 이어질 때 시청자의 눈물샘을 자극하는 바로 아쟁산조인 것이다. 아쟁은 연주자의 앞쪽에 수평으로 뉘어 놓고 '활대'를 수직방향으로 써서 연주하거나, 가끔 손가락으로 가야금처럼 뜯기도 하면서 연주하는 악기다. 그 아쟁의 소리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 여기 그 아쟁의 소리를 맛깔스럽게 표현해놓은 음반이 있다. 아타(아쟁 타는 언니)와 신재은이 결성한 아쟁 듀오 ‘다시(Dasi)’가 창작곡과 록 명곡을 아쟁 연주로 풀어낸 첫선 음반 ‘낯선 곳으로의 여행’을 디지털 음원으로 발표했다. 아쟁의 명인 김일구ㆍ김창곤ㆍ이관웅 선생에게서 배운 아타와 신재은은 전통과 퓨전을 아우르는 다양한 연주 활동을 통해 국악의 깊이를 세련되고 현대적으로 해석해내는 실력파 연주가다. ‘다시’는 순우리말로 ‘하던 것을 되풀이해서’, ‘방법이나 방향을 고쳐서 ’새로이’라는 뜻이다. 아쟁 듀오 ‘다시(Dasi)’는 국악뿐 아니라 팝, 록, 일렉트로닉, 재즈 등 다양한 장르를 아쟁으로 새로이 해석해 관객들과 함께한다는 취지로 결성됐다. 이번 디지털 싱글 음반에는 창작곡 ‘flowing’과 제퍼슨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조선사회에서는 “처가와 변소는 멀어야 좋다.”라는 속담이 있듯이 사돈 사이 왕래가 거의 없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그때는 여성 특히 며느리의 나들이는 생각조차 하기 힘든 일이었습니다. 특히 예전 전통사회에서는 집안일은 물론 농사까지 함께 해야 했기에 며느리들이 며칠씩 집을 비우며 친정집에 갈 수는 없는 일이었지요. 그래서 한가위가 지난 뒤 시집간 딸과 친정어머니가 중간 지점을 정하고, 음식을 장만하여 만나서 한나절 동안 회포를 풀었던 풍습이 있었는데 이를 ‘반보기'라고 했습니다. 반보기는 다른 말로 ’중로상봉(中路相逢)‘ 또는 ’중로보기(中路-)‘라고도 했는데 중도에서 만났으므로 회포를 다 풀지 못하고 반만 풀었다는 데서 이렇게 말한 것이지요. 요즘은 민족대이동이라 하여 명절에 국민 대다수가 고향을 찾아 일가친척을 만나고, 성묘도 하는데 이는 ‘반보기’가 아닌 ‘온보기’일 것입니다. 그러나 올해는 ‘코로나19’라는 돌림병 탓에 한가위에 온보기는커녕 영상통화로 대신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하루빨리 돌림병을 청산하여 보고 싶은 사람이 맘대로 볼 수 있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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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우리 겨레의 명절 가운데 가장 큰 ’한가위‘가 눈앞에 다가왔습니다. 이때만 되면 연례행사처럼 ’한가위‘냐 ’추석‘이냐를 애타게 외칩니다. 사실 우리 겨레는 신라 이후 오랫동안 ’한가위‘‘를 써왔지만 요즘 어찌 된 일인지 ’추석‘이란 말이 대세가 되어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추석(秋夕)’은 5세기 때 송나라 학자 배인의 《사기집해(史記集解)》에 나온 “추석월(秋夕月)”이란 말에서 유래합니다. 여기서 “추석월”의 뜻은 천자(天子)가 ‘가을 저녁에 달에게 제사를 드린다.’라는 뜻이었으니 우리의 명절과 맞지 않는 말입니다. 더구나 중국 사람들조차 이 '추석'이란 말은 거의 쓰지 않는다는 점을 생각해야만 합니다. '한가위'라는 말은 ‘크다’는 뜻의 '한'과 '가운데'라는 뜻의 '가위'라는 말이 합쳐진 우리말로 8월 한가운데 있는 큰 날이라는 뜻이지요. 또 '가위'라는 말은 신라 때 길쌈놀이(베짜기)인 '가배'에서 유래한 것입니다. "신라 유리왕 9년에 나라 안 부녀자들을 두 편으로 갈라 음력 7월 열엿새 날부터 8월 보름까지 길쌈을 짜게 하였다. 그리곤 짠 베로 승부를 가름하고, 진 편에서 술과 음식을 차리고 밤새도록 ‘강강술래’와 ‘회소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기 전까지는 대형뷔페나 호텔 연회장에서는 돌잔치 하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었습니다. 그 돌잔치는 어김없이 돌상이 차려지고 아이가 맨 처음 잡는 물건에 부모들은 물론이고, 잔치에 참석한 사람 모두의 눈이 쏠려 있음은 말할 것도 없었지요. 보통 돌잡이라고 하는 것으로 먹, 책, 실, 종이, 활, 돈 등을 놓습니다. 그런데 조선시대의 돌찬치는 어땠을까요? 조선시대 화원 김홍도의 그림 가운데는 “돌잔치”라는 것이 있지요. 그 그림은 <모당 홍이당 8첩 평생도> 가운데 하나입니다. 물론 이 그림에는 선명하지 않지만 조선시대에도 돌잡이를 했습니다. 대신 조선시대에는 사내아이냐 계집아이냐에 따라 돌상에 올려지는 물건이 조금 차이가 납니다. 먼저 책ㆍ붓ㆍ벼루ㆍ먹ㆍ흰실타래ㆍ대추 등은 함께 오르지만, 활과 장도는 사내아이 돌상에, 바늘 가위 인두 따위는 계집아이의 돌상에 올랐습니다. 이때 사내아이가 활과 장도를 먼저 잡으면 무관이 되리라 예측하고, 계집아이가 바늘이나 가위를 먼저 잡으면 바느질 솜씨가 좋으리라 여겼지요. 그런데 이 그림 속 돌잔치에 참석한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습니다. 아이 돌잔치를 좀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문화체육관광부(장관 박양우, 이하 문체부)와 국립국어원(원장 소강춘, 이하 국어원)은 ‘스니즈 가드’를 대신할 쉬운 우리말로 ‘침방울 가림막’을 꼽았다. ‘스니즈 가드’는 기침이나 재채기로부터 특정 대상을 보호하기 위하여 유리나 플라스틱으로 만든 차단막을 가리키는 말이다. 문체부는 ‘쉬운 우리말 쓰기 사업’의 하나로 국어원과 함께 외국어 새말 바꿈말 제공 체계를 구축해 운영하고 있다. 문체부와 국어원은 지난 9월 18일부터 20일까지 열린 새말모임*을 통해 제안된 의견을 바탕으로 의미의 적절성과 활용성 등을 다각으로 검토해 ‘스니즈 가드’의 바꿈말로 ‘침방울 가림막’을 꼽았다. * 새말모임: 어려운 외국어 새말이 널리 퍼지기 전에 일반 국민이 이해하기 쉬운 우리말 바꿈말을 제공하기 위해 국어 전문가 외에 외국어, 교육, 홍보ㆍ출판, 정보통신, 언론 등 다양한 분야 사람들로 구성된 위원회로서, 누리소통망(SNS)을 통해 진행됨. 이에 대해 9월 21일부터 22일까지 국민 600여 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문체부의 ‘어려운 외국어에 대한 우리말 대체어 국민 수용도 조사’ 결과, 응답자의 74.3%가 ‘스니즈 가드’를 쉬운 우리말로 바꾸는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1908년 6월 11일 일본 헌병에 의병장 왕산 허위 선생이 체포되었습니다. 그때 직접 심문을 맡았던 일군 헌병 사령관 아카시 소장에게 허위 선생은 ”일본이 한국을 없애 버릴 계획을 품었기에, 우리가 이를 보고만 있을 수 없어, ‘당비당거(螳臂當車)’ 곧 사마귀가 수레를 막듯, 힘에 벅찬 의병을 일으켰다.”라고 말했습니다. 이후 일본인 소장은 허위 선생의 인품과 식견에 감복해 그를 '국사(國士)'로까지 칭하며 존경했다."라고 합니다. 안중근 의사는 거사 뒤 법정에서 허위 선생에 대해 "우리 2천만 동포에게 허위와 같은 진충갈력(盡忠竭力·충성을 다하고 있는 힘을 다 바침), 용맹의 기상이 있었던들 오늘과 같은 굴욕을 당하지 않았을 것이다. 본시 고관이란 제 몸만 알고 나라는 모르는 법이지만 허위는 그렇지 않았다. 허위는 관계 제일의 충신이라 할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허위 선생은 끝내 서대문 형무소 사형수 제1호로 기록되며 그해 10월 21일 순국했습니다. 사형이 집행될 때 일본 승려가 불경을 외우려 하자, “혹 지옥으로 떨어진대도 어찌 너희들의 도움을 받아 복을 얻으랴.”라면서 거절하였다고 합니다. 죽음에 임하여 “국가의 부끄러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엄마는 낮은 곳도 잘 살피세요 - 이 영 균 나는 작은 풀꽃을 좋아하고요 엄마는 키다리 화사한 꽃을 좋아하세요 그러다가도 엄마는 풀꽃을 보려고 낮은 키로 앉아요. 내 키만 해져서는 귓속말로 작은 꽃이 더 예쁘데요. 길가에 버려지듯 핀 풀꽃 좋아해 주면 모두 행복할 거예요. 엄마는 허리 굽혀 풀꽃 옆의 쓰레기를 주었어요. 작은 것을 가리키는 말에 ‘나노(nano)’란 것이 있다. 나노는 그리스어의 “난쟁이”란 의미에서 유래한 것으로 1나노미터(1nm)는 10억분의 1m, 머리카락 굵기의 10만분의 1에 해당한 초미세단위다. 나노기술은 극미세 물질을 인위적으로 조작해서 새로운 성질과 기능을 가진 장치로 변화시키는 기술인데, 옷감과 같이 손으로 만질 수 있는 물질에서부터 나노로봇과 같은 과학의 산물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하다. 특히 반도체의 메모리 분야에서 나노 기술은 아주 중요하다. 반도체는 일정 수준 내에 얼마나 가는 선을 많이 넣어서 그 집적도를 높이느냐의 싸움이기 때문이다. 요즘은 엄지손가락만 한 플래시 메모리에 자신의 컴퓨터 하드에 담긴 모든 프로그램과 데이터를 넣어서 갖고 다닌다. USB 포트에 메모리만 꽂으면 되는 것으로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절은 당간지주(幢竿支柱)로부터 시작됩니다. 당간은 깃발을 걸어두는 길쭉한 장대를 말하며, 당간 양쪽에서 60∼100㎝의 간격으로 당간을 지탱해 주는 두 돌기둥을 당간지주라 합니다. 그러나 돌 대신 쇠나 금동, 나무로도 된 것도 있습니다. 절에 큰 행사가 있으면 당간 위에 깃발을 달아 신도들이 절을 찾을 수 있게 한 것입니다. 그런데 최근에 세워진 절에는 당간지주가 없지요. 대신 오래된 절에 가면 으레 당간은 없고 당간지주만 있는데 이것은 당간이 쇠(철)로 만든 것이라 녹슬어 없어졌기 때문입니다. 대표적인 당간지주는 청주 용두사지 철당간(국보 제41호), 공주 갑사(甲寺) 철당간(보물 제256호), 김제 금산사(金山寺) 당간지주(보물 제28호) 등이 있습니다. 특히 안양 중초사터(中初寺址) 당간지주(보물 제4호)는 흥덕왕(826년) 2월에 완성했다는 글씨가 새겨져 있어 당간지주 양식을 추정하는 데 중요한 자료가 됩니다. 또 경주 보문사터 당간지주(보물 제910호)는 특이하게도 지주의 윗쪽 바깥면에 네모난 틀을 두고, 그 안에 8장의 연꽃잎을 돌려 새겨놓았습니다. 당간지주는 절의 행사를 알리기 위해서 깃발을 달아주는 것이라고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