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여기 단정한 차림새의 여인이 앉아 책을 읽습니다. 얼마나 열심히 읽는지 손가락으로 글자를 한 자 한 자 짚어가며 읽는데 책 읽기에 완전히 몰입한 듯 진지합니다. 그러나 여성은 한 치도 흐트러짐 없는 기품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야말로 ‘독서삼매경’이라고 해도 좋을 듯합니다. 사람들은 흔히 조선시대 여성들은 살림하기에 바쁘다거나, 여성들이 무엇하러 책을 읽느냐는 생각에 책과 가까이 하지 않았을 거라 짐작하지만 이 여인을 보면 분명히 책을 읽는 여인이 있었습니다. 전해지는 그림에 남성이 독서하는 것은 많지만 여성이 독서하는 그림은 거의 남아 있지 않다고 합니다. 그런데 회원은 이렇게 여성이 독서하는 그림을 남겨주어 조선시대 여인들도 독서 했음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하기야 구운몽을 쓴 서포 김만중의 어머니 윤 씨는 《시경언해(詩經諺解)》를 비롯하여 홍문관의 많은 책을 아전에게 부탁하여 빌린 뒤에 손수 베껴서 두 아들에게 주었을 정도였다고 하니 얼마나 치열하게 책을 읽었을까요? 심지어 윤 씨는 《소학(小學)》, 《사략(史略)》, 《당률(唐律)》은 손수 아들들에게 가르쳤다고 합니다. 이 그림은 조선시대 천재화가로 일컬어지는 공재 윤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담은 집 둘레의 표시나 일정한 공간을 둘러막으려고 흙ㆍ돌ㆍ벽돌 따위로 쌓아 올린 것입니다. 하지만, 한옥에서 담의 의미는 크지 않습니다. 뛰어넘으려면 얼마든지 가능한 것으로 도둑을 막으려는 뜻보다는 그냥 경계로서의 뜻이 더 큽니다. 그리고 한옥을 더욱 아름답게 해주는 역할을 하지요. 담의 종류로는 먼저 짚을 썰어 넣고 석회를 적당히 섞은 흙으로 다져서 굳힌 토담(흙담)이 있습니다. 또 자연에서 얻은 돌로 쌓아 올린 돌담(돌각담)이 있으며, 그 밖에 나뭇가지나 수수깡으로 둘러치는 경계인 울타리, 나무를 돌려 심어서 저절로 울타리가 되게 한 생울타리도 있지요. 그리고 특별한 담으로 경복궁 자경전에 있는 화초담이란 것도 있습니다. 화초담은 여러 가지 빛깔로 글자나 무늬를 넣고 쌓는 담을 말하는데 꽃담ㆍ꽃무늬담ㆍ조장(彫牆)이라고도 부릅니다. 외로운 세월을 사는 대비의 장수를 비손하는 뜻이 담겨 있지요. 또 한 가지 담은 아니지만 김장밭 둘레에 개나 닭이 들어가지 못하도록 야트막하게 만들어 두르는 울인 “개바자”도 있습니다. 특히 돌 많은 제주도는 집도 밭 둘레도 온통 돌담뿐입니다. 그런데 현무암으로 쌓은 제주도 돌담은 돌과 돌 사이에 구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문화체육관광부(장관 박양우, 이하 문체부)와 국립국어원(원장 소강춘)은 ‘방역수칙’, ‘구상권’, ‘(코로나19)진단도구’를 표현하는 여러 수어 표현 중에서 정부 발표(브리핑) 수어통역에서 사용할 권장안을 뽑았다. 현재 ‘방역수칙’, ‘구상권’, ‘(코로나19)진단도구’ 각각에 대해 여러 수어 표현이 혼재되어 있어 그 뜻을 바로 알기 어려워 이번 새수어모임에서 이들에 대한 권장안을 마련했다. * 새수어모임: 시사성이 높은 분야를 중심으로 농인에게 수용도가 높은 수어를 마련해 보급하고자 (사)한국농아인협회 관계자, 수어 통역사(공공수어 통역사, 청각장애인 통역사), 수어 교원, 언어학 전공자 등 수어 전문가들로 구성된 위원회로, 온라인 화상회의와 누리소통망(SNS)을 통해 회의를 진행함. ‘방역수칙’의 수어는 [감염]+[막다]를 나타내는 수어의 마지막에 ‘순서, 차례, 나열, 수칙’ 등을 의미하는 수어가 붙은 표현이다. ‘구상권’의 첫 번째 표현은 ‘구상권’ 또는 ‘구상권을 청구하다’는 의미로 사용된다. ‘구상권’의 두 번째 표현은 기본적으로 ‘구상권’을 의미하지만, 마지막에 오는 [권리]를 뜻하는 수어를 빼게 되면 ‘구상권을 청구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오늘은 낮과 밤의 길이가 같아지고 서서히 음의 기운이 커진다는 24절기 열여섯째 추분(秋分)입니다. 《철종실록》 10년(1859) 9월 6일 기록에 보면 “추분 뒤 자정(子正) 3각(三刻)에 파루(罷漏, 통행금지를 해제하기 위하여 종각의 종을 서른세 번 치던 일)하게 되면, 이르지도 늦지도 않아서 딱 중간에 해당하여 중도(中道)에 맞게 될 것 같다.”라는 내용이 보입니다. 여기서 중도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은 바른길’을 말하고 있음입니다. 이처럼 우리 겨레는 추분날 종 치는 일조차 그 어느 쪽으로도 기울지 않는 중용을 얘기하고 있습니다. 또 추분 무렵이 되면 들판의 익어가는 수수와 조, 벼들은 뜨거운 햇볕, 천둥과 큰비의 나날을 견뎌 저마다 겸손의 고개를 숙입니다. 내공을 쌓은 사람이 머리가 무거워져 고개를 숙이는 것과 벼가 수많은 비바람의 세월을 견뎌 머리가 수그러드는 것은 같은 이치일 것입니다. 그리고 그런 벼에서는 향[香]이 우러나고 사람에게서도 내공의 향기가 피어오름을 알 수가 있습니다. 추분을 맞은 국립백두대간 수목원에는 벌써 알록달록 가을빛이 내려앉았다는 소식입니다. 이에 수목원은 오는 11월 1일까지 가을꽃 비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문화체육관광부(장관 박양우, 이하 문체부)와 국립국어원(원장 소강춘, 이하 국어원)은 ‘엔(N)차 감염’을 대신할 쉬운 우리말로 ‘연쇄 감염, 연속 감염’을 꼽았다. ’엔(N)차 감염’은 감염의 전파 단계로서, 감염자와의 접촉을 통해 전파ㆍ확산되는 연쇄적 감염을 가리키는 말이다. 문체부는 ‘쉬운 우리말 쓰기 사업’의 하나로 국어원과 함께 외국어 새말 바꿈말 제공 체계를 구축하여 운영 중이다. 문체부와 국어원은 지난 9월 11일부터 13일까지 열린 새말모임*을 통해 제안된 의견을 바탕으로 의미의 적절성과 활용성 등을 다각으로 검토해 ‘엔(N)차 감염’의 대체어로 ‘연쇄 감염, 연속 감염’을 꼽았다. * 새말모임: 어려운 외국어 새말이 널리 퍼지기 전에 일반 국민이 이해하기 쉬운 우리말 바꿈말을 제공하기 위해 국어 전문가 외에 외국어, 교육, 홍보‧출판, 정보통신, 언론 등 다양한 분야 사람들로 구성된 위원회로서, 누리소통망(SNS)을 통해 진행됨. 이에 대해 9월 14일부터 15일까지 국민 600여 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문체부의 ‘어려운 외국어에 대한 우리말 대체어 국민 수용도 조사’ 결과, 응답자의 96.3%가 ‘엔(N)차 감염’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정약용은 '하피첩' 서문에 적혀있듯이 1810년 전라도 강진에서의 유배시절 부인 홍씨가 보내온 치마를 잘라 작은 서첩을 만들고 두 아들 학연(學淵,1783~1859)과 학유(學遊, 1786~1855)에게 전하고픈 당부의 말을 적었다. 그리고 부인의 치마를 아름답게 표현하여 하피첩(霞帔帖)이라 이름지었다. 제작연대는 경오년(庚午年) 곧 1810년(순조 10) 7월과 9월로 그의 나이 49살 때였다. 이 서첩의 수량은 원래 네 첩이었으나 현재 세 첩만 알려져 있다. 각 첩 표지에는 '하피첩'이란 제목이 조금 남아 있으나 첩 순서[帖次]는 없어졌다. 정약용이 1813년 7월에 딸에게 그려준 '매화병제도(梅花倂題圖)'에 하피첩을 네 첩 만들었다는 내용이 적혀있다. '하피첩'의 서문은 다음과 같다. 내가 강진(耽津은 古號)에서 귀양살이하고 있을 적에 병든 아내가 낡은 치마 다섯 폭을 보내왔는데, 그것은 시집올 때의 훈염(纁袡, 예복)으로 붉은빛은 흐려지고 노란빛은 옅어져 글씨 쓰는 바탕으로 알맞았다. 이것을 잘라서 조그만 첩(帖)을 만들고, 손이 가는 대로 훈계하는 말을 써서 두 아이에게 준다. 훗날 이 글을 보고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최근 뉴스를 보면 “밤길 주택가, 환한 LED 등 달아 안심”이라는 기사가 보입니다. 밤에도 시골이라면 몰라도 도시는 가로등 불빛에 더해, 상가와 자동차 불빛까지 그저 환할 뿐입니다. 그런데 가로등도 없고, 플래시도 없고, 자동차의 불빛도 없던 조선시대에 사람들은 어두운 밤거리를 어떻게 다녔을까요? “차려 온 저녁상으로 배를 불린 뒤에 조족등을 든 청지기를 앞세우고 두 사람은 집을 나섰다.” 위 예문은 김주영의 소설 《객주》에 나오는 대목입니다. 여기에 등장하는 “조족등”이라는 것이 바로 조선시대의 밤길을 밝히는 도구였지요. 지난 5월 19일 경기도는 조족등(照足燈)을 경기도 민속문화재 제14호로 지정했다고 밝혔습니다. 이 조족등은 밤거리에 다닐 때 들고 다니던 등으로 댓가지로 비바람에 꺼지지 않게 둥근 틀을 만들고 그 안에 촛불을 켜는 등입니다. 특히 조족등은 순라군이 야경을 돌 때 주로 썼다고 합니다. 조족등을 이름 그대로 풀어 보면 비출 조(照), 발 족(足), 등잔 등(燈) 자를 써서 발을 비추는 등이라는 뜻이 되지요. 아무리 먼 길이라도 발밑을 보아야만 갈 수 있으므로 “천리길도 한 걸음부터”라는 속담과 뜻이 통하는 것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제주 화북포구에서 - 고명주 포구에 파도가 이니 추사 선생 바람인가? 구년의 정진 속에 수선화가 피어나니 제주의 역사 속에 영원히 향기나리. 고명주 첫시집 《한라에서 백두까지 그리고 그 너머》에서 제주시에서 언덕 하나를 둔 지척간에 있는 화북포구는 ‘베린냇개’ 또는 ‘별도포’라고 불렀다. 조천포구와 더불어 조선시대에 육지와 뱃길을 이어주던 2대 포구 가운데 하나로 대부분 유배인과 벼슬아치들은 이 포구로 들어왔다. 조선의 으뜸 명필이며, 학자인 추사 김정희도 이곳을 통해 유배를 왔음이다. 추사는 54살에 동지부사가 되어 연경으로 떠나기 직전 유배를 가야했고, 제주도에 들어와 험난한 삶을 살아야만 했다. 좁은 방안에는 거미와 지네가 기어 다녔고, 콧속에 난 혹 때문에 숨 쉬는 것도 고통스러웠으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혀에 난 종기 때문에 침을 삼키는 것조차 힘든 날, 아내가 세상을 떠났다는 편지를 받아야 했을 정도로 고통의 나날을 보냈다. 하지만, 그는 유배지에서 화가 날 때도 붓을 들었고 외로울 때도 붓을 들었음은 물론 슬프고 지치고 서러움이 복받칠 때도 붓을 들었으며 어쩌다 한 번씩 받게 되는 반가운 소식이 올 때도 지체하지 않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문화재청(청장 정재숙)은 국가무형문화재 제5호 ‘판소리(심청가)’ 보유자로 김영자(金榮子, 여, 1951년생), 정회석(鄭會石, 남, 1963년생) 씨를 인정하였다. 김영자, 정회석 씨는 판소리(심청가)의 전승능력과 전승환경, 전수활동 기여도가 탁월한 점을 인정받아 지난 6월에 보유자로 인정 예고되었으며, 30일 동안의 인정 예고 기간과 무형문화재위원회 심의를 거쳐 보유자로 인정(2020.9.18.)되었다. * 현재 국가무형문화재 제5호 ‘판소리’ 에는 심청가, 수궁가, 적벽가, 흥보가, 춘향가, 고법 등 6개의 분야가 있으며, 심청가는 ‘17년 성창순 전 보유자 작고 이후 보유자 부재 김영자 씨는 8살부터 정권진(1927~1986) 전 보유자에게 심청가, 춘향가를 배우면서 판소리에 입문하였고, 1987년 판소리(수궁가) 전수교육조교가 되어 전승활동에 힘써왔다. 정회석 씨는 정재근-정응민-정권진으로 이어지는 판소리 명창 집안 출신(정권진의 아들)으로 보성소리를 잘 구사하면서 현재까지 판소리 전승을 이어가고 있다. * 보성소리: 정응민 명창이 여러 스승으로부터 배운 서편제, 동편제 소리를 집대성하여 이룬 판소리 유파로, 전남 보성을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우리 속담에는 “원님 덕에 나발 분다.” 또는 “사또 덕에 나발 분다.”라는 것이 있지요. 원님은 자신이 필요하여 행차하지만, 행차 때 부는 나발 덕에 우연히 이익을 얻을 때 곧 윗사람 덕에 좋은 일이 생기는 것을 이르는 말입니다. 또 다른 속담으로는 “사또 떠난 뒤에 나팔 분다”도 있습니다. 이 뜻은 제때 안 하다가 뒤늦게 대책을 세우며 서두름을 핀잔하는 말입니다. 그런가 하면 춘향가 가운데 ‘어사출도’ 대목을 보면 “사령은 나발 잃고 주먹 쥐고 홍 앵 홍앵‘이란 부분이 있어 참 재미납니다. 여기서 “나발”은 무엇일까요? “나발(喇叭)”은 놋쇠로 된 긴 대롱을 입으로 불어 소리 내는 관악기입니다. 원래 이름은 한자로 “喇叭”이어서 “나팔-喇(나)”, “나팔 叭(팔)”로 ”나팔이라고 읽어야 하지만 보통은 센소리를 피해 “나발”이라고 합니다. 나발은 지공(손가락으로 막는 구멍)이 없어 한 음을 길게 부는 악기인데 태평소, 나각, 자바라, 징, 북과 함께 대취타(조선시대 군악대)에 편성되고 일부 지역에서는 풍물굿에도 쓰입니다. 여기서 한자로 “螺髮”이라고 쓰는 또 다른 나발이 있습니다. 이는 불상(佛像) 중 소라 모양으로 된 여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