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여기 롯데백화점의 광고판이 영어로 도배되었습니다. 광고판 어디를 봐도 한글을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물론 광고를 하면서 영어를 전혀 쓰지 않도록 하는 것이야 주문할 수 없겠지만 한국인 상대의 광고를 하면서 마치 미국의 광고판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면 문제일 것입니다. 원래 롯데백화점 광고가 대부분 영어를 도배하곤 했지만 그래도 이번처럼 영어 일색이진 않았는데 이번엔 참으로 심한 모습입니다. 그런데 가까운 곳에 있는 신세계백화점의 광고판은 뜻밖에 SHINSEGAE란 자신들의 상호를 빼면 모두 한글 일색입니다. 그것도 흔히 쓰는 ’추석’이란 한자말 대신 우리말 ‘한가위’를 쓰고 그밖에 감사와 명절이란 한자말 말고는 모두 토박이말을 쓰고 있습니다. 이 광고판은 분명 한글이 주인이어서 정말 롯데백화점 광고판에 견주면 크게 칭찬해야 할만한 일입니다. 10여 년 전 서울에 온 중국 연변대학교 총장은 ”만주족은 말에서 내렸기에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라고 말했습니다. 여기서 ‘말’은 사람이 타는 말도 뜻하지만, 사람이 입으로 하는 말도 뜻하는 것이어서 만주족이 자신들의 말을 버렸기 때문에, 만주족의 흔적이 사라졌다는 말이었습니다. 또 일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천하의 명필이라는 추사 김정희. 그는 그렇게 으뜸 명필이 되기까지 그가 낯선 유배지에서 쓰라리고 고독한 시간 속에서 자신을 담금질하면서 부단한 노력을 한 것은 잘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그는 화날 때도 붓을 들었고, 외로울 때도 붓을 들었으며 슬프고 지치고 서러움이 북받칠 때도 붓을 들었다고 합니요. 그리고 어쩌다 한 번씩 반가운 편지와 소식이 올 때는 자다가도 일어나 붓을 들었습니다. 한번은 친구 김유근이 자신의 벼루에 추사의 글씨를 새기겠다고 글씨를 부탁하자 자신의 마음에 들 때까지 글씨체를 연습했다고 하지요. 또 후배 윤정현이 호를 써달라고 하자 윤정현이란 인물에 걸맞은 글씨체를 찾으려고 고민하다 무려 30년 만에 글씨를 써주었을 정도로 자신의 글씨에 철저했습니다. 그는 공부 과정에서 중국의 비석 글씨 309개를 베끼고 베끼면서 글씨를 담금질했고 일흔 살로 삶을 마감할 때까지 벼루 열 개를 갈아 치우고, 붓 천 자루를 닳도록 썼다고 하지요. 명필이란 이름은 그냥 얻은 것이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흔히 추사체는 변화무쌍함과 괴이함에 그치지 않고 잘되고 못되고를 따지지 않는다는 '불계공졸(不計工拙)'의 경지에 도달했다고 합니다.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문화체육관광부(장관 박양우, 아래 문체부)와 국립국어원(원장 소강춘, 아래 국어원)은 ‘온택트(ontact)’를 ‘영상 대면’ 또는 ‘화상 대면’으로, ‘홈팜(home farm)’을 ‘가내 텃밭’으로 바꿈말을 꼽았다. 또 ’네트 제로(net zero)’를 대신할 우리말로 ‘순 배출 영점화’를 선정했다. ’네트 제로’는 온실가스와 같은 유해 물질의 배출량을 줄이고 불가피한 배출량은 흡수하도록 하여 실질적인 순 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것을 가리키는 말이다. 문체부와 국어원은 지난 9월 4일부터 6일까지 열린 새말모임*을 통해 제안된 의견을 바탕으로 의미의 적절성과 활용성 등을 다각으로 검토해 이렇게 꼽았다. * 새말모임: 어려운 외국어 신어가 널리 퍼지기 전에 일반 국민이 이해하기 쉬운 우리말 바꿈말을 제공하기 위해 국어 전문가 외에 외국어, 교육, 홍보‧출판, 정보통신, 언론 등 다양한 분야 사람들로 구성된 위원회로서, 누리소통망(SNS)을 통해 진행됨. 이에 대해 9월 7일부터 8일까지 국민 600여 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문체부의 ‘어려운 외국어에 대한 우리말 대체어 국민 수용도 조사’ 결과, 응답자의 66.7%가 ‘네트 제로’를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한국국학진흥원(원장 조현재)은 “머리를 볼작시면”이라는 주제로 스토리테마파크 웹진 담(談) 9월호를 펴냈다. 이번 9월호에서는 창작 소재로서의 조선시대 ‘모자’와 그 문화에 대해 조명해본다. 조선시대의 모자는 의관정제를 통해 품격을 완성했던 일종의 문화이며, 그 사람의 신분을 알 수 있는 신분제의 표본이자 예의이며 자존심이었다. 아무나 쓸 수 없기에 더 갖고 싶어! 규제가 만든 크고 화려한 갓 권숯돌 작가의 <이달의 일기>에서는 《계암집》을 쓴 조선 중기 문신 김령의 ‘갓 이야기’를 만화로 소개한다. 오래도록 쓰고 낡은 갓을 갓방에 수선해 달라 맡기면서 관례를 올리는 아들에게는 유행에 맞춰 새로 갓을 지어준다. 갓방에서는 장인정신을 쏟아 갓을 수선하고 새로 만드는데 ‘트집 잡다’라는 말은 갓에서 유래하였다. 강유현 작가는 <머리 위에 올린 욕망>을 통해, 머리 장식의 세세한 부분이 국가의 통제를 받아야 할 정도로 지배체제와 밀접했음을 이야기한다. 모자는 ‘의관(衣冠)’의 요소로서 예(禮)를 갖추는 중요한 도구이자 쓰는 사람의 신분고하를 보여주는 지표이기도 했다. 자신의 사회적 위치를 남에게 알리는 일이었고,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일본의 전직 외교관이 400여 년 전 임진왜란 잔혹사를 간직한 '귀무덤'(耳塚ㆍ이총ㆍ미미즈카)에 관한 책을 출판한다. 오는 10일 출간 예정인 《기린(평화 시대를 상징하는 상상 속 동물)이여》라는 귀무덤 관련 일본어 서적을 출판하는 주인공은 아마키 나오토(天木直人ㆍ73) 전 주 레바논 일본대사다. 그는 “일본이 과거에 대해 사죄하고 미래를 향해 (한일이) 협력해 나가는 계기가 될 것을 기대하고 책을 출판했다."라며 "그러기 위해서는 일본 국민이 (역사를) 알아야 한다"라고 강조했다."라고 말했다. 얼마 전 연합뉴스에 보도된 이야기입니다. 한일 간 사이가 극도로 험악해진 상황에서 저런 양심적인 일본인이 있다는 것은 다행스럽습니다. 그러나 아마키 씨가 말하는 것에 대해 결정적인 잘못이 있습니다. 그것은 ”교토의 '귀무덤'(耳塚ㆍ이총ㆍ미미즈카)“이라고 한 것은 잘못이며, 이를 코무덤(鼻塚ㆍ비총ㆍ하나즈카)으로 바로 잡아야만 합니다. 어떤 이는 코무덤이나 귀무덤이나 그게 그거 아니냐고 말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귀를 자른 것과 코를 자른 것은 잔학성 면에서 견줄 수가 없는 것이며, 일본 오사카성(풍신수길이 쌓았고, 지금 그에 관련된 전시관)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사대부(士大夫)의 마음은 광풍제월(光風霽月, 비가 갠 뒤의 시원한 바람과 밝은 달)과 같이 털끝만큼도 가린 곳이 없어야 한다. 무릇 하늘에 부끄럽고 사람에게 부끄러운 일을 전혀 범하지 않으면 자연히 마음이 넓어지고 몸이 윤택해져 호연지기(浩然之氣)가 있게 되는 것이다. 만일 옷감 몇 자, 동전 몇 잎 때문에 잠깐이라도 양심을 저버리는 일이 있으면 그 즉시 호연지기가 없어지는 것이니 이것이 바로 사람이 되느냐 귀신이 되느냐 하는 중요한 부분인 것이다. 그러니 너희들은 지극히 주의하도록 하라” 이는 다산 정약용이 그의 아들에게 보낸 편지에 있는 내용입니다. 전남 담양에 가면 그 유명한 명승 제40호 소쇄원이 있습니다. 소쇄원(瀟灑園)은 스승인 조광조가 유배당하는 것을 보고 조선전기 문신 양산보(梁山甫: 1503~1557)가 출사의 뜻을 버리고 고향으로 내려와 깨끗하고 시원하다는 의미를 담아 조성한 곳으로, 자연과 인공을 조화시킨 조선 중기의 대표적인 정원입니다. 소새원을 들어서면 계곡을 따라 먼저 광풍각(光風閣)이 있고 그 위에 제월당(霽月堂)이란 조그만 집이 있습니다. 광풍각은 소쇄원 집 가운데 가장 낮은 곳에 지은 것으로 너럭바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국립한글박물관(관장 심동섭)은 9월 9일(수) 부산박물관(관장 송의정)과 지역순회전 <노랫말-선율에 삶을 싣다>를 함께 열기 위한 전시 협약을 맺었다. 이번 전시는 대중가요 노랫말의 발자취를 조명한 국립한글박물관 특별전 <노랫말-선율에 삶을 싣다>의 부산 순회 전시로, 오는 11월 10일(화)부터 2021년 1월 10일(일)까지 부산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열 예정이다. 우리나라 첫 창작 대중가요로 알려진 <낙화유수>(1929년)부터 진정성 있는 노랫말로 전 세계의 사랑을 받고 있는 방탄소년단(BTS)의 <IDOL>까지 약 100년 동안 대중의 삶과 역사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대중가요 노랫말을 만나볼 수 있으며, 일제강점기 경성의 다방과 커피향이 풍기는 7080 음악다방 등에서 노랫말이 그려내는 시대의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이번 전시를 통해 우리 삶을 실어 나른 노랫말의 맛과 멋을 재발견하고, 코로나19로 지친 몸과 마음을 잠시나마 쉬어갈 수 있기를 바란다.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간고등어 - 김경숙(안동) 장날이면 어김없이 자전거 뒷자리에 간고등어 한 손 묶어 오시던 당신 며느리 사랑에 손수 숯불 피워 석쇠에 고등어 올려놓고 아끼시는 대추술 꺼내 오시며 “에미야! 밥 다 됐나?” 가시 발라 손자 입에 먼저 넣어 주시고 고등어 접시 며느리 앞으로 슬며시 밀어주시더니, 사흘 뒤면 당신의 두 번째 제사입니다. 예전엔 화장지가 따로 없어서 호박잎을 따서 밑을 씻었는데 그 호박잎도 아까워서 며느리에겐 쓰지 못하게 했단다. 가시범벅인 식물을 가리키며 "너는 저걸로 닦아라."라고 해서 이름을 얻게 된 ‘며느리밑씻개’. 시어머니의 가시 돋친 구박을 다 받아내며 참고 살았을 이 땅 며느리들의 서글픈 인생살이가 느껴진다. 그런데 이 ‘며느리밑씻개’란 이름의 유래는 이윤옥 박사가 펴낸 《창씨개명된 우리 풀꽃》에 보면 일본말 "의붓자식의 밑씻개(継子の尻拭い, 마마코노시리누구이)”에서 유래한 것으로 ‘밑씻개’ 앞부분인 “의붓자식”을 한국에서 “며느리”로 바꿔 부르고 있다고 한다. 일본에서는 “의붓자식”이 밉지만, 한국에서는 “며느리”가 밉다나? 그러나 그렇게 호된 시집살이를 시키는 시부모만 있는 것이 아니다. 퇴계 이황은 혼인한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오는 10월 21일부터 25일까지 열리는 세계 가장 큰 월드뮤직마켓인 “WOMEX 2020(Wolrd Music Expo, 아래 ‘워멕스’)에 한국 음악그룹 ‘동양고주파’가 뽑혔다. 1994년 독일 베를린에서 시작된 워멕스는 해마다 유럽 주요 도시를 순회하며 열린다. 워멕스는 유네스코가 꼽은 ‘꼭 한번 방문해야 하는 세계 음악 마켓’으로 평가받는 축제인데 선보임공연(쇼케이스) 무대는 다국적으로 구성된 선정위원회의 까다로운 심사를 거쳐서 뽑힌다. 이번 “워멕스 2020”은 전 세계적 코로나19 대유행 여파로 인해 온라인으로 중계될 예정이다. 동양과 서양 그 어디쯤의 경계, 동양고주파의 음악 동양고주파는 양금, 베이스, 퍼커션으로 이루어진 3인조 밴드로 국악, 포스트 락(빠르고 폭발적이고 역동적인 락음악), 프로그레시브 락(클래식과 재즈 등을 결합시켜 복잡한 박자를 사용한 락음악)을 중심으로 한다. 이들을 수식하는 음악적 장르가 다양한 만큼 그들이 활동하는 영역은 다방면이다. 홍대 클럽, 네이버 온스테이지(온라인 공연서비스), 국립국악원, 남산국악당, 창동 플랫폼61 등 국내에서 다양하게 활동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떡본 또는 떡손ㆍ병형(餠型)이라고도 하는 떡살은 누르는 면에 오목새김(음각)이나 돋을새김(양각) 무늬가 있어서 절편에 찍으면 예쁜 무늬가 생깁니다. 적절한 크기로 잘라낸 떡에 물기를 묻혀서 떡살로 도장을 찍듯이 누르면 되는데 이렇게 찍은 떡은 어느 정도 굳으면 그 무늬가 선명하게 나타나지요. 무심한 절편에 어떤 뜻을 가진 무늬를 찍어 넣어 그저 떡이 아니라 마음이 담긴 선물이 됩니다. 고려시대부터 써온 것으로 알려진 떡살은 재질에 따라 나무떡살과 자기떡살로 나눕니다. 단단한 소나무, 참나무, 감나무, 박달나무 따위로 만드는 나무떡살은 1자 정도의 긴 나무에 4∼6개의 각기 다른 무늬를 새긴 것입니다. 한편, 사기, 백자, 오지 같은 것으로 만드는 자기떡살은 대개 보통 5∼11㎝ 정도의 둥근 도장 모양으로, 손잡이가 달려서 잡고 꼭 누르게 되어 있지요. 특히 궁중에서 쓰던 사기떡살은 고급스러운 백자로 만든 것이 많습니다. 떡살의 무늬는 선원, 꽃당초, 고기, 나비, 거북의 등딱지, 문구름, 천도, 석류, 박쥐, 포도, 국화 같은 꽃과 동물들이 많은데 그밖에 기하학문, 십장생문, 칠보문, 태극문, 격자문, 창살문, 길상무늬 따위도 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