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毋將一紅字(무장일홍자) ‘홍(紅)’자 한 글자만을 가지고 泛稱滿眼華(범칭만안화) 널리 눈에 가득 찬 꽃을 판단치 말라 華鬚有多少(화수유다소) 꽃 수염도 많고 적음이 있으니 細心一看過(세심일간과) 세심하게 하나하나 살펴보게나 이는 18세기 후반기의 대표적인 조선 실학자 초정(楚亭) 박제가(朴齊家, 1750~1805)가 사람들을 위해 고갯마루의 꽃을 보고 쓴 한시 ‘위인부령화(爲人賦嶺花)’입니다. 박제가는 꽃이라고 하면 ‘붉다’는 생각만 가지고 눈에 보이는 모든 꽃을 판단하지 말라고 말합니다. 곧 꽃에는 다양한 빛깔의 꽃이 있고, 또한 꽃에서 잘 보지 않는 부분인 꽃 수염은 많은 것도 있고 적은 것도 있다면서 꽃 수염들부터 세심하게 살펴보라고 조언하고 있습니다. 이 시는 꽃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넓게 보면 세상의 모든 만물은 물론 세상만사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곧 사람들의 잘못된 고정 관념을 비판하고 있는데 세상 사람들은 모든 것을 하나로 재단하려고 한다는 것이지요. 내가 아닌 다른 사람들은 모두가 나와 다른 사람들이므로 그 ‘다름’을 인정하는 삶을 살아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는 세태를 박제가는 꼬집고 있습니다.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김제 금산사 육각다층석탑 - 이 달 균 버려진 날들이 서럽다면 내게 오라 눈물이 켜켜이 쌓여 옹이진 돌이 되었다면 맨발로 홍예석문 지난 금산사에 들어라 탑은 왜 이 모양으로 오늘에 이르렀나 하단과 상부는 흰빛, 몸체돌은 검은빛 앞앞이 말 못 할 사연, 차라리 묻지나 말걸 아서라 하늘 둘 가진 이가 어디 있으랴 싸락눈 내리는 모악산 저문 산사 길 잃고 동무도 잃고 범종소리에 젖는다 금산사에 이른 시각은 늦은 오후, 절집으로 산 그림자가 내려오고 있었다. 마음이 그래서일까. 그림자마저 고색창연한 빛으로 다가온다. 그 어둠은 차츰 단아한 탑을 감싼다. 밝은 화강암으로 만든 사각형의 탑이 아니라 벼루를 제작하는 검은 빛의 점판암으로 만든 둥근 육각다층석탑이어서 정감을 더한다. 대부분의 탑이 그러하듯 이 탑도 사연이 많다. 자세한 내용은 모르나 원래는 금산사에 속한 봉천원에 있던 것을 현재의 대적광전 앞으로 옮겨 놓았다. 탑신은 각 층마다 몸돌이 있었으나 지금은 맨 위 2개 층에만 남아 있으며 상륜부 머리장식은 흰 화강암 조각을 올려놓아 썩 조화롭지 못하다. 삿갓이 없다고 모자를 씌운 격인데, 없으면 없는 대로 두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조선시대에 펴낸 조리서에는 《수문사설(䛵聞事說)》, 《시의전서(時議全書)》, 《임원십육지(林園十六志)》 중 정조지(鼎俎志), 《군학회등(群學會騰)》, 《음식디미방》, 《음식방문(飮食方文)니라》, 《반찬등속》이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1540년 무렵에 김유(金綏)가 쓴 《수운잡방(需雲雜方)》이란 조리서도 있습니다. 책 이름은 중국의 고전 《역경(易經)》에서 따온 말로 ‘구름이 하늘로 올라가니 비가 내리기를 기다리는 동안 군자는 먹고 마시고 잔치하고 즐거워한다’라는 구절에서 유래한 ‘수운’은 격조 있는 음식 문화를 가리키는 말이고 그 수운에 걸맞은 갖가지 방법을 제시하였다는 의미로 ‘잡방’을 붙인 것입니다. 이 책은 우법(又法) 곧 또 다른 방법이라 하여 하나의 음식이라도 만드는 방법을 두세 가지로 설명하였는데, 이 우법을 포함하면 상하편 전체 121가지 조리법이 등장합니다. 술이 61가지, 식초류 6가지, 푸성귀 절임과 침채류가 15가지, 장류 11가지, 과즐 곧 한과류 5가지, 찬물류 6가지, 탕류 6가지, 두부와 타락(우유) 1가지씩, 주식에 해당하는 면류 2가지, 푸성귀와 과일의 씨뿌리기와 저장법 7종 등이지요. 특히 육수에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문화체육관광부(장관 박양우, 이하 문체부)와 국립국어원(원장 소강춘)은 지난해 12월부터 정부 정책 발표나 기념행사 등에 수어통역을 지원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코로나19 관련 정례 발표 때 실시간으로 수어통역을 제공함으로써 농인의 알권리와 언어권을 보장하는 데 힘쓰고 있다. 농(聾)사회에서는 전문 용어나 신어의 경우 통일된 수어가 전국적으로 빠르게 퍼지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특히 코로나19와 관련해서는 전문 의학 용어 등이 많이 사용되고 있어 수어 통역사들이 제각기 다른 수어를 사용한다면 농인은 관련 정보에 접근하기 어렵게 된다. 이에 국립국어원은 시사성이 높은 분야를 중심으로 농인에게 수용도가 높은 수어를 마련해 보급하고자 (사)한국농아인협회 관계자, 수어 통역사(공공수어 통역사, 청각장애인 통역사), 수어 교원, 언어학 전공자 등 수어 전문가들로 구성된 ‘새수어모임’을 발족했다. 지난 3월 13일 시범적으로 화상회의를 통해 ‘코로나19’, ‘비말감염’에 대한 수어 권장 표현을 뽑았다. ‘새수어모임’은 격주로 새 수어를 수집하고 권장안을 마련해 제공할 예정이다. 뽑힌 권장 수어는 국어원 누리집(http://www.kore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바닷가 한 산에 왜적 1백여 명이 장사진(長蛇陣)을 치고 있고 그 아래로는 전선 12척이 벼랑을 따라 죽 정박하고 있었다. (중간 줄임) '우리가 거짓 퇴각하면 왜적들이 반드시 배를 타고 우리를 추격할 것이니 그들을 바다 가운데로 유인하여 큰 군함(軍艦)으로 합동하여 공격하면 승전(勝戰)하지 못할 리가 없다.' 하고서, 배를 돌렸다. 1리를 가기도 전에 왜적들이 과연 배를 타고서 추격해 왔다. 아군은 거북선으로 돌진하여 먼저 크고 작은 총통(銃筒)들을 쏘아대어 왜적의 배를 모조리 불살라버리니, 나머지 왜적들은 멀리서 바라보고 발을 구르며 울부짖었다." 이는 《선조실록》 선조 25년(1592) 6월 21일 기록으로 임진왜란 중 거북선이 처음 《조선왕조실록》에 등장하는 내용입니다. 거북선은 이순신 장군이 임진왜란 직전인 1591년(선조 24) 2월 13일 전라좌도 수군절도사로 부임하여 조선기술자 나대용(羅大用)과 함께 만들기 시작하여 임진왜란이 일어나기 직전인 1592년 오늘(3월 27일) 완성하였다고 합니다. 이순신 장군이 1592년 6월 14일에 올린 장계를 보면 “신이 일찍부터 섬 오랑캐가 침노할 것을 염려하고 특별히 거북선을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진주와이엠시에이(이사장 윤현중)과 사단법인 토박이말바라기(으뜸빛 강병환)이 운힘다짐풀이(협약식)를 했다. 온봄달 스무닷새(3월 25일) 5시 진주와이엠시에이(YMCA)에서 진주와이엠시에이 윤현중 이사장과 (사)토박이말바라기 강병환 으뜸빛이 운힘다짐글(협약서)에 이름을 써서 서로 주고받았다. 두 모임이 서로 더 나아지는 쪽으로 힘과 슬기를 모으고 앞으로 토박이말 놀배움을 중심으로 토박이말 살리기에 뜻을 같이하는 마음으로 여러 가지 도움을 주고받기로 글다짐을 하였다. 이 자리에서 윤현중 이사장은 요즘 아이들이 컴퓨터나 슬기전화(스마트폰)는 잘 다루고 어른들이 알아듣기 힘든 말이나 거친 말을 많이 하는 것을 보고 안타까웠는데 앞으로 토박이말바라기 도움을 받아서 바른 말 고운 말을 쓰게 되면 좋겠다고 했다. 강병환 으뜸빛은 일흔 해가 넘도록 진주 시민운동을 이끌어 온 진주와이엠시에이의 힘과 슬기를 보태 토박이말 놀배움이 더욱 널리 퍼지길 바란다고 했다. 두 모임은 앞서 시작한 공공기관 누리집 인사말을 쉬운 토박이말로 바꾸는 일을 이어서 하기로 하였다. 그리고 토박이말바라기에서 토박이말 갈배움(교육), 닦음(연수), 놀배움(놀이학습)을 하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내가 한국독립을 회복하고 동양평화를 유지하기 위하여 3년 동안을 해외에서 풍찬노숙하다가 마침내 그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고 이곳에서 죽노니, 우리 2천만 형제자매는 각각 스스로 분발하여 학문을 힘쓰고 실업을 진흥하며, 나의 끼친 뜻을 이어 자유 독립을 회복하면 죽는 여한이 없겠노라.” 이는 순국 직전 동포들에게 남긴 의사의 마지막 유언입니다. 1910년 오늘(3월 26일)은 안중근 의사가 여순감옥에서 순국한 날입니다. 우리가 익히 아는 대로 안중근 의사는 1909년 10월 26일 새벽 하얼빈역에서 한국 침략의 원흉이며 동양평화의 파괴자인 이토 히로부미를 브러우닝 권총으로 처단했습니다. 당시 러시아군에 의해 체포될 때 의사는 러시아말로 "코레아 우라(대한 만세)"를 연호하였다고 합니다. 의사는 거사 직전 "여러 해 소원한 목적을 이루게 되다니. 늙은 도둑이 내 손에서 끝나는구나!" 하며 남몰래 기뻐하였습니다. 예상했던 대로 안중근 의사의 재판은 일본인들 만에 의해 형식적으로 진행되었고, 그 결과 2월 14일 공판에서 의사는 일제의 각본대로 사형을 선고받았지요. "사형이 되거든 당당하게 죽음을 택해서 속히 하느님 앞으로 가라"는 어머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현재 전 세계 한국어 사용 인구는 8000만 명에 이르며,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배우고 따라 하는 것이 하나의 경향으로 자리 잡았다. 한국어 학습에 대한 수요도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어 한국어 활용에 대한 평가와 학습 도구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이에 KBS(KBS한국어진흥원)와 형설이엠제이(장진혁 대표이사, 이하 형설)는 《외국인을 위한 KBS한국어(아래 KBS한국어)》 도서 시리즈를 우선 펴내게 되었다고 밝혔다. KBS한국어진흥원과 형설은 한국어 관련 전문 도서와 콘텐츠를 개발하고 있다. KBS한국어 시리즈는 KBS가 주최ㆍ주관하는 외국인 대상의 민간자격(주무부처: 문화체육관광부, 자격번호: 2020-001270) 시험인 KBSKLT(KBS Korean Language Test for Foreigners, 이하 KBSKLT)를 준비할 수 있도록 구성했으며, 표준한국어(5권), 표준한국어 활용연습(5권), 실용한국어(3권)으로 되어있다. KBS한국어 시리즈는 실제 한국어 활용이 가능하도록 단계별로 구성되었고, TOPIK, EPS-TOPIK 등 외국인 유학생과 국내 취업 희망 외국인이 한국어 관련 시험에도 대비할 수 있도록 하였다.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나라가 기울어 가는데 그저 앉아만 있을 수 있겠는가? 이 아름다운 강산, 조상들이 지켜 온 강토를 원수 일본인들에게 내맡길 수가 있겠는가? 총을 드는 사람, 칼을 드는 사람도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그보다 중요한 것은 백성이 깨어나는 것이다." 이는 평안도 정주에서 오산 학교가 문을 열던 날, 이승훈 선생이 했던 말입니다. 그리고 자신이 세운 이 학교가 "만분의 일이라도 나라에 도움이 되기를 원한다."라며 연설을 마쳤다고 하지요. 오늘은 독립운동가며, 교육사업에 몸 바친 남강(南岡) 이승훈(1864-1930) 선생이 태어나신 날입니다. 선생은 또 죽기 직전 자기의 유골을 해부해 생리학 표본으로 만들어 학생들의 학습에 이용하라는 유언을 남기기까지 했으니 이로 보아 선생은 살아서든 죽어서든 겨레의 스승임을 새삼 확인시켜 주었습니다. 선생은 안중근의 4촌 동생 안명근이 독립 군자금을 모금한 일로 ‘안악사건’이 발생하자, 이에 연루되어 제주도로 유배되었지요. 그뿐만 아니라 선생은 일제가 1911년 ‘테라우치 총독 암살 음모 사건’을 조작하여 600여 명의 민족운동가를 대거 체포한 ‘105인 사건’에 주모자의 한 사람으로 지목되어 대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국립중앙박물관에는 상상 속의 동물을 형상화한 국보 제61호 ‘청자 비룡모양 주전자’가 있습니다. 머리는 용, 몸통은 물고기의 형상으로 이러한 동물을 어룡(魚龍)이라 하는데, 이 주전자는 지느러미가 날개처럼 확대되고 꼬리 부분이 치켜세워져 마치 물을 박차고 뛰어오르는 모습이 용이 날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하여 ‘비룡’이라고 합니다. 고려청자의 전성기인 12세기 무렵에 빚은 청자주전자로 높이 24.4cm, 배지름 13.5㎝, 밑지름 10.3cm입니다. 주둥이는 용의 머리로 이빨과 갈기 등의 가장자리에 백토(白土)를 발랐고 얼굴의 털이나 지느러미 등이 매우 가늘고 세세한 오목새김(음각) 선으로 표현되었습니다. 주전자의 몸체에는 비늘이 돋을새김(양각) 되었으며 가운데에는 앞뒤로 커다란 갈퀴 모양의 옆 지느러미가 표현되었지요. 연잎ㆍ지느러미ㆍ아가미 등의 가장자리에는 백토를 발랐고 눈동자는 검게 표시하였습니다. 주둥이 바로 아래에는 뒷지느러미가 위쪽을 향하여 벌어져 있고 용머리와 몸통의 윗부분을 이어서 겹으로 꼬아 손잡이를 만들어 붙였지요. 수구(水口, 물을 담는 구멍) 위에는 물고기의 꼬리 부분을 본뜬 뚜껑이 얹혀 있어서 몸체, 주둥이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