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강릉신복사터 삼층석탑 - 이 달 균 누가 고려를 저문 왕조라 했나 북쪽엔 금당지 좌우측엔 회랑지 이 가람 흔적에 기대어 고려를 듣는다 황급히 옷깃 적시고 떠난 여우비도 하늘을 걸어와 사라지는 무지개도 해묵은 고려를 잠시 펼쳐 보인 것이리 탑 찾아 다니다 보면 의외로 지역민들의 관심권에서 벗어나 있다는 생각이 든다. 강릉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이럴 땐 내비게이션에 의지하는 게 상책이다. 정작 근처 마을 사람들도 모르는 것을 내비게이션이 아는 것을 보면 한국 정보통신(IT)산업의 척도를 알 수 있다. 그렇게 찾아간 신복사터탑은 화려함보다는 범박한 아름다움을 느꼈다. 낮은 산릉이 내려와 가지런한 솔숲 사이로 하늘이 보인다. 먼저 탑 앞에 배치된 보살상에 눈길이 간다. 손은 가지런히 모았는데 원통형의 커다란 관을 쓴 채 왼 무릎은 세우고 오른 무릎은 꿇어앉은 자세를 취하고 있다. 앉음새에 따라 흘러내린 옷의 주름이 자연스럽다. 가람을 짓고 탑을 세운 고려인들의 기원이 간절했겠지만 탑과 보살상을 만든 석공의 노고가 그려진다. 연꽃 모양을 한 탑 상륜부를 따라 아래로 내려오면 기단과 몸돌 각층 밑엔 고임돌을 넣어 안정감 있게 배치하였다.(시인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내일은 24절기를 시작하는 입춘(立春)으로 동양철학인 명리학으로는 새해가 시작하는 날입니다. 조선시대 선비들은 동지가 되면 <구구소한도(九九消寒圖)>에 홍매화를 그리기 시작하여 9송이씩 9줄 모두 81송이를 다 그리고 나면 입춘이 오고 봄이 온다고 믿었습니다. “아홉 번째 아홉 날이 지나면 농사짓는 소가 밭을 갈기 시작한다네.”라고 노래한 것입니다. 세상이 꽁꽁 얼었어도 홍매화를 그리며, 희망을 품고 살다 보면 드디어 훈훈한 봄바람이 세상을 감싸는 봄이 오는 것이지요. “입춘날 절기 좋은 철에 헐벗은 이 옷을 주어 구난공덕(救難功德) 하였는가 깊은 물에 다리 놓아 월천공덕(越川功德) 하였는가 병든 사람 약을 주어 활인공덕(活人功德) 하였는가” 상여 나갈 때 상여머리에서 부르던 상엿소리입니다. 우리 겨레는 봄이 시작되는 입춘날 ‘적선공덕행(積善功德行)’을 했는지에 대해 죽은 뒤 염라대왕의 심판을 받는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것은 많은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좋은 일을 꼭 해야 한 해 동안 액(厄)을 면한다고 믿은 것입니다. 예를 들면 밤중에 몰래 냇물에 징검다리를 놓거나, 거친 길을 곱게 다듬거나, 다리 밑 거지 움막 앞에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예술을 통한 순국선열을 추모하는 문화전을 세계적으로 열고 있으며 사랑과 평화, 치유와 화해의 꽃이 피길 소망하고 실천하고 있는 시인이자 사진작가인 고명주 작가의 첫 시집 《한라에서 백두까지 그리고 그 너머》(도서출판 얼레빗)가 출간되었다. “3.1만세 운동 및 임시정부 100돌 기념”이라는 부제를 단 이 시집은 대자연에 핀 들꽃을 오래전부터 사진에 담아오면서 일상과 역사기행에서 느낀 소소한 감정을 사진과 함께 담담하게 그려낸 게 특징이다. 이번에 펴낸 고명주 작가의《한라에서 백두까지 그리고 그 너머》는 모두 4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1장은 들꽃ㆍ대자연, 2장은 사랑ㆍ그리움, 스승님 3장은 고향ㆍ직장, 4장은 역사ㆍ순국선열추모ㆍ애국의 장으로 특히 4장에 실린 작품들은 려순감옥, 봉오동 전적지, 황포군관학교, 항주ㆍ진강ㆍ장사ㆍ광주 등 임시정부 유적지를 직접 발로 뛰어 찾아가서 쓴 것으로 작품마다 현장감이 생생히 녹아있는 작품이 돋보인다. 고명주 작가는 '순국선열추모 글로벌네트워크’를 만들어 자신이 찾은 수많은 순국선열의 발자취를 폭넓게 공유하고 있다. 《한라에서 백두까지 그리고 그 너머》는 그렇게 고명주 작가가 발로 뛰어 쓴 책으로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85년 전 오늘(1월 31일)은 대한민국임시정부 국무총리를 지낸 이동휘(李東輝) 선생이 심한 독감으로 세상을 떠난 날입니다. 선생은 젊었을 때 아버지의 주선으로 함남 단천군수의 심부름을 도맡아 하는 통인(通引)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러나 통인 시절 군수가 자신의 생일에 어린 기생에게 온갖 추행을 저지르는 것을 보고 동헌으로 뛰어들어 화로를 군수의 머리에 뒤엎었지요. 사건 직후 선생은 서울로 도피하여 사관양성소에 입학하였고 졸업 후 육군참위에 임관되었는데, 선생의 청렴강직과 충성심을 높이 산 광무황제에 의해 삼남검사관(三南檢査官)으로 임명된 뒤 지방진위대의 부패장교와 지방관리들을 엄격하게 처벌함으로써 전국적으로 이름을 날렸습니다. 이후 선생은 지도자로서 여러 구국운동을 하다가 일제에 구속되거나 유배되기도 했는데 유배에서 해제된 직후 북간도로 탈출합니다. 이후 북간도에서 치열한 독립운동을 하던 선생은 1919년 11월 3일 개조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국무총리직에 취임했습니다. 그러나 미국에 있던 임시대통령 이승만은 대한인국민회중앙총회에서 모으던 애국금 등 미주지역의 모든 독립운동자금을 독점하였는데 그 때문에 미주동포로부터 자금이 끊어지면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국립국어원(원장 소강춘)은 2020년 2월 5일(수) 역삼 지에스(GS)타워 아모리스홀에서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이끌 인공지능에 중요한 지식 자원인 우리말 자료(말뭉치)의 중요성을 알리고자 국내의 주요 전문가들과 함께 ‘말뭉치 지식 강연회’를 연다. 이번 행사는 다양한 인공지능 첨단 기기들이 우리말을 이해하기 위하여 어떻게 우리말을 말뭉치라는 기초 자료로 만들고 활용하는지에 대한 내용을 일반인도 쉽게 알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자유로운 지식 강연회 형식으로 마련하였다. 행사는 ‘말뭉치와 인공지능’을 주제로 한 1부와 ‘말뭉치와 인간, 사회’를 주제로 한 2부로 나누어 진행된다. 1부에서는 민규동 감독과 주성철 평론가(전 씨네21 편집장)가 대담 형식으로 ‘말대꾸를 시작한 인공지능’이라는 제목으로 영화 속에서 사용되었던 말뭉치 관련 인공지능을 이야기하고, 남세동 보이저엑스 대표가 ‘인공지능에 말뭉치를 더하다’라는 주제로 인공지능 시대를 앞당기게 한 주요 기술과 컴퓨터가 언어를 처리하는 전반적인 내용을 소개한다. 이어서 이경일 솔트룩스 대표가 ‘인공지능을 완성하는 언어 빅데이터’라는 주제로 그동안 언어 자료를 컴퓨터에서 처리하기 위하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고인께서는 고지도 원본 위의 한자를 일필(一筆)로 똑같이 써 내려가기 위해 글씨 연습에 날마다 아침 2시간씩 3년을 투자하셨습니다. 고인께서 영인본으로 접한 고지도의 양은 1,000점을 넘었지만, 지병이 악화되어 전라남도 순천시에서 생을 마감한 2007년 7월 31일까지 필사한 고지도는 100점이 되지 못합니다.” 이는 생의 마지막까지 고지도 필사를 하던 최현길(1952~2007) 선생의 배우자인 전소연 여사의 말입니다. 전소연 여사는 2018년 4월 남편인 고 최현길 선생이 필사한 고지도 35종 65점을 국립중앙도서관에 맡긴 바 있습니다. 이 가운데 우리나라 전도인 『동여도』는 그 길이가 남북 7m에 이르는 초대형 (23첩) 작품입니다. 최현길 선생은 40대 중반까지 광고계에 몸을 담고 있다가 지병으로 전원생활을 시작하면서 2000년대 초 규장각에서 영인해서 펴낸 고지도의 아름다움에 큰 감명을 받고 본격적인 필사에 전념했습니다. 특히, 선생은 ‘전라도흥양현발포진지도’와 같이 국토를 아름답게 그려낸 회화의 관점에서 고지도를 골라 필사 작업에 매달렸지요. 최현길 선생이 기증한 고지도 필사본은 ‘아름다운 필사, 최현길 고지도 기탁전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국립한글박물관(관장 심동섭)은 오는 2월 18일(화)부터 연말까지 모두 18회에 걸쳐 <화요 한글문화 강좌>를 신규 개설한다. <화요 한글문화 강좌>는 작년까지 해오던 ‘인문학 특강’, ‘소장자료 연계 강연’ 등 계기별로 진행하던 강좌를 연간 연속 강좌형식으로 통합하여 새로이 시작하는 것으로 해마다 한글과 관련한 특정 주제를 정해 그에 대한 강연 형식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금년 강좌의 주제는 ‘한국의 문자 문화’로, 우리나라 문자 문화의 전개 양상, 한글 창제 이전과 이후의 문자 생활, 한국의 인쇄·출판문화 등 시대의 흐름에 따라 다양한 각도에서 우리의 문자 문화를 살펴볼 수 있도록 구성하였다. 각 강연들은 2월 18일부터 12월 15일까지 달마다 1ㆍ3주 화요일에(공휴일, 8월 휴강) 국립한글박물관 강당에서 진행되며, 한자 문화의 전래와 수용을 주제로 한 김병준 교수(서울대 동양사학과)의 첫 강연으로 시작되어 한국의 역사와 문자 문화에 대한 주보돈 교수(경북대 사학과)의 마지막 강연으로 마무리할 예정이다. 이 강좌는 한국의 문자 문화에 대한 이야기에 관심 있는 누구나 참여할 수 있으며, 사전 신청이 원칙이며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문화체육관광부(장관 박양우, 이하 문체부)와 국립국어원(원장 소강춘, 이하 국어원)은 ‘리커버’와 ‘슬로푸드’를 대체할 쉬운 우리말로 ‘새표지’와 ‘정성 음식’을 뽑았다. ‘리커버’는 이미 펴낸 책의 표지를 새로운 도안으로 바꾸어 다시 펴내는 일을 가리키는 말이다. ‘슬로푸드’는 천천히 시간을 들여서 만들고 먹는 음식을 ‘즉석음식(패스트푸드)’에 상대해 이르는 말이다. 문체부와 국어원은 지난 1월 15일부터 22일까지 열린 새말모임*을 통해 ▲ ‘리커버’의 바꿈말로 ‘새표지’를, ▲ ‘슬로푸드’의 대체어로 ‘정성 음식’을 뽑았다. * 새말모임: 어려운 외국어 신어가 널리 퍼지기 전에 일반 국민들이 이해하기 쉬운 우리말 대체어를 제공하기 위해 국어 전문가 외에 외국어, 교육, 홍보‧출판, 정보통신, 언론 등 다양한 분야 사람들로 구성된 위원회로서, 누리소통망(SNS)을 통해 진행됨. 문체부와 국어원은 국민들이 어려운 용어 때문에 정보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쉬운 말로 발 빠르게 다듬어 이 말들이 널리 사용될 수 있도록 적극 홍보할 계획이다.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경복궁 중건 비용 어디서 나와서 어디로 갔을까? 원납전! 원해서 내는 돈인가, 원망하며 내는 돈인가? 궁궐을 세우기 위해서 철거를 한다고? 영건의 아이러니! 과연 서민들이 자식처럼 달려와 궁궐을 지었을까? 경복궁 중건 현장은 좋은 일자리였을까? 국가의 막중한 공사를 방해한 부정행위들 등 모두 15개의 주제로 이뤄진 《경복궁 중건 천일의 기록》이 서울역사편찬원에서 나왔습니다. 이 책은 고종대 경복궁 중건의 역사상을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엮은 책으로 일본 와세다대학에 소장된 《경복궁영건일기》를 통해 새로 발견된 내용과 흥미로운 주제들로 구성되어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서울역사편찬원은 《경복궁영건일기》와 관련해 국내에서 축적된 성과를 어떻게 하면 시민들에게 쉽게 전달할 수 있을지 고민하다가 이강근 서울시립대 건축학과 교수를 비롯한 국내의 건축, 역사, 미술사, 국문학 전문가 등 다양한 집필진들이 15개의 주제로 고종대 경복궁 중건의 역사상을 안내하는 《경복궁 중건 천일의 기록》을 펴내게 되었다고 했습니다. 특히 경복궁 중건 공사 과정에서 발생한 부정행위에 관한 이야기는 흥미롭기조차 합니다. <국가의 막중한 공사를 방해한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옷감, 종이, 머리털 따위를 자를 때 쓰는 가위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그 역사가 깊습니다. 그리스 신화에는 아트로포스(Atropos)가 가위를 들고 정해진 실을 자르는 이야기가 나오며, 중국의 경우에는 후한(後漢)에서 송대(宋代)에 이르는 시기의 무덤 부장품에서 가위가 많이 출토되고 있습니다. 장차(長沙) 계화원(桂花園)의 여성 무덤에서 출토된 가위에는 ‘동진(東晉) 승평(升平) 5년(361)’이라는 기록과 함께 바늘과 가위 등 바느질 도구가 나오기도 했지요. 우리나라에서 발견된 가장 오래된 가위는 신라시대 643년 (선덕여왕 3년) 창건된 분황사석탑에서 출토된 사리함에서 나온 협가위입니다. 모양은 ∝형으로 손잡이는 없고 날을 엇갈리게 하려고 밑부분을 가늘게 둥글린 것이 특징입니다. 고려시대로 가면 철제와 동제(銅製)로 만든 가위를 많이 볼 수 있는데 신라의 것과 같은 ∝형과 오늘날의 X형 모습 등 다양한 가위가 나타납니다. 조선시대는 고려의 것과 비슷한 X형 모양으로 재료는 무쇠가 대부분이고 철과 백동(白銅)을 쓴 것도 있습니다. 전북 진안에는 한국 가위의 역사뿐만 아니라 전 세계 가위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진안가위박물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