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원주 흥법사터 삼층석탑 이 달 균 탑이 있는 곳에 절이 있었다 이윽고 산 그림자 인적 지우고 나면 오롯한 석탑 하나로 적멸의 밤을 건넌다 우리나라의 고탑 대부분은 사라진 절터에 있다. 강원도 원주시 지정면 안창리에 있는 흥법사터 3층 석탑 역시 예전의 절터를 지키고 있다. 그나마 혼자가 아니라 비의 받침돌과 머릿돌만 남아 있는 진공대사탑비와 함께 있어 덜 외로운 것이 다행이다. 주변은 경작지로 변했으니 이 탑이 없었다면 나그네는 여기가 절터였음을 알지도 못하고 지나쳤으리라. 전란은 모든 것을 소멸케 한다. 사람을 죽이고, 문화유산을 없애고, 지난 연대를 확인할 증거들마저 멸실케 한다. 영봉산 아래 태조 왕건이 직접 비문을 지어 진공대사탑비를 세운 것을 보면 진공대사의 법력이 높았으며, 흥법사 또한 매우 중요한 절이었음을 짐작케 한다. (시인 이달균)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순종실록》 순종 1년(1908년) 8월 26일 기록에는 “법률(法律) 제22호, 〈동양척식주식회사법(東洋拓殖株式會社法)〉을 재가하여 반포하였다.”라는 대목이 나옵니다. 이 회사는 일본과 한국 이중 국적을 가진 회사로 1908년 3월 제24회 일본 의회에서 <동양척식주식회사법>이라는 법안을 통과시킨 다음 한국정부에 강요해 8월 27일 한일두 나라에서 동시 공포하도록 했습니다. 이 회사 창립에는 한국인 33인이 창립위원으로 참여했지만, 83인의 일본인 창립위원에 견주면 심한 불균형이었을 뿐더러 설립위원장을 일본인으로 했으며, 한국인 창립위원은 아무런 권한이 없는 들러리였을 뿐입니다. 여기서 회사의 이름에 ‘척식(拓殖)’이란 말이 들어간 것은 일본이 나라밖의 영토나 미개지를 개척하여 자국민을 이주시켜서 정착하게 한다는 흉계가 담긴 것입니다. 곧 조선 사람들의 땅을 강제로 빼앗아 이를 바탕으로 일본 농민들이 조선으로 이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이들의 목표였던 것입니다. 그래서 이들은 1917년까지 해마다 1,000호, 1926년까지는 해마다 350호의 이주를 추진하여 1926년까지 9,096호를 이주시켰는데 일본 이주민은 이주비용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국립한글박물관(관장 김낙중)은 한글문화를 통해 가족 간 소통과 화합의 계기를 제공하기 위하여 2019년 하반기 주말 가족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자연 속에는 어떤 우리말이 숨어 있을까?, <자연 속 한글 탐험> <자연 속 한글 탐험>은 유아를 동반한 가족 대상의 교육 프로그램으로, 가족이 함께 나무와 풀 등 자연물을 관찰하면서 자연스럽게 한글을 만날 수 있도록 기획되었다. 오감을 활용한 신체 활동을 통해 자연 속에서 만날 수 있는 의성어, 의태어, 색채어 등을 배우고 능동적으로 탐구하는 자세를 기른다. 주말에 가족과 함께 성큼 다가온 가을을 느끼며 자연 속에서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자연 속 한글 탐험>은 9월 7일부터 11월 9일까지 매주 토요일 아침 10시부터 2시간 동안 국립한글박물관 강의실과 용산가족공원에서 진행된다. 내가 심청이라면 어떻게 했을까?, <도란도란 고전 즐기기> <도란도란 고전 즐기기>는 초등학생 자녀를 동반한 가족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 프로그램이다. 한글 고전 소설 ‘흥부전’ 또는 ‘심청전’을 주제로 당시의 생활상을 만나보고,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하늘에 내걸린 흰 빨래가 / 바람에 몸 흔들며 눈부시다 / 가을볕이 너무 좋아 / 가만히 나를 말린다 / 내 슬픔을 / 상처 난 욕망을 / 투명하게 드러나는 / 살아온 날들을“ 이 시는 박노해 시인이 쓴 <가을볕>입니다. 오늘은 처서(處暑), 24절기 가운데 열넷째이지요. 흔히 처서를 말 할 때 ’땅에서는 가을이 귀뚜라미 등에 업혀오고, 하늘에서는 뭉게구름 타고 온다.’라고 할 정도로 그 위세를 떨치던 여름이 가고 가을이 드는 때입니다. 처서 무렵엔 “모기도 입이 비뚤어진다.”라는 속담처럼 해충들의 성화도 줄어들고 대신 귀뚜라미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합니다. 처서 무렵의 날씨는 한해 농사가 풍년인지 흉년인지를 결정하는 데 매우 중요하지요. 그래서 처서에 비가 오면 독의 곡식도 준다고 합니다. 처서에 오는 비를 ‘처서비[處暑雨]’라고 하는데, 처서비에 ‘십리에 천석 감한다.’라고 하거나 ‘처서에 비가 오면 독 안의 든 쌀이 줄어든다.’라고 하는데 처서에 비가 오면 그동안 잘 자라던 곡식도 흉작을 면치 못하게 된다는 뜻이지요. 예부터 부안과 청산은 대추농사로 유명한데, ‘처서날 비가 오면 큰 애기들이 울고 간다.’라는 말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2015년 개봉된 영화 <암살>의 여주인공 안윤옥(전지현 분)의 소재가 된 분이 여성독립운동가 남자현 지사임을 우리는 압니다. 86년 전인 1933년 오늘(8월 22일)은 그 남자현 지사가 만주 하얼빈에서 숨을 거둔 날입니다. 남자현 지사는 1932년 9월 국제연맹조사단이 침략진상을 파악하기 위해 하얼빈에 파견된다는 소식을 듣고 일제의 만행을 조사단에게 직접 호소하기 위해 왼쪽 약손가락을 잘라 흰 무명천에 “조선독립원(朝鮮獨立願)”이라는 혈서를 써 보내 조사단원들을 놀라게 한 분입니다. 또 남 지사는 그 이전인 1925년 총독 사이토 마코토를 암살하려 권총 한 자루와 탄환 8발을 가지고 국내에 잠입하기도 했습니다. 그뿐만이 아니라 1933년 2월 이춘기 등과 주만일본대사(駐滿日本大使)이며 관동군 사령관인 부토 노부요시(武藤信義) 처단계획을 세웠지요. 만주국건국 1주년 행사가 열리는 1933년 3월 1일을 거사일로 정하고, 2월 27일 거지로 변장, 권총 1정과 탄환, 폭탄 등을 숨기고 장춘으로 향하던 중 하얼빈 교외 정양가(正陽街)에서 미행하던 일본영사관 소속 형사에게 잡히고 말았습니다. 잡힌 뒤 하얼빈주재 일본총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시장은 단기 차익을 노린 개미들의 투전판이 되고 있다.” 주식시장을 말하는 한 신문의 기사 내용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투전은 무엇일까요? 투전(鬪牋)은 종이로 만든 손가락만한 80장의 패로 여기에는 여러 가지 그림과 글자가 적혀있는데 이것으로 끗수를 나타내는 노름용 도구입니다. 정조 때의 학자 성대중(成大中)이 지은 《청성잡기(靑城雜記)》에 따르면 명나라 말기에 역관 장현이 북경에서 들여왔다고 합니다. 정조 때 문신이자 학자인 윤기(1741년 ~ 1826)의 책 《무명자집(無名子集)》에 나오는 “투전자(投錢者)”란 시를 보면 투전을 하다가 아내의 치마를 벗겨가고, 솥까지 팔아먹어서 식구들이 굶을 수밖에 없었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정조 15년 9월 16일 문신 신기경은 투전을 금하고, 투전을 팔아 이익을 얻는 사람 역시 엄격히 벌을 줄 것을 상소했고 이에 정조는 법으로까지 금지했지만 그치지 않았습니다. 당시 “담배를 피우지 않고 투전을 하지 않는 사람이 어찌 사람이겠는가?”라는 말이 있을 정도였다지요. 당시 투전의 폐해가 얼마나 컸었는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정약용의 《목민심서》에 보면 조선시대 사람들은 투전 말고도 골패,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13인의아해(兒孩)가도로로질주하오. (길은막다른골목이적당하오.) 제1의아해가무섭다고그리오. 제2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3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4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5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6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7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8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9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10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11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12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13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13인의아해는무서운아해와무서워하는아해와그렇게뿐이모였소. (다른사정은없는것이차라리나았소.) 그중에1인의아해가무서운아해라도좋소. 그중에2인의아해가무서운아해라도좋소. 그중에2인의아해가무서워하는아해라도좋소. 그중에1인의아해가무서워하는아해라도좋소. (길은뚫린골목이라도적당하오) 13인의아해가도로로질주하지아니하여도좋소. 위는 1934년 7월 24일부터 8월 8일까지 조선중앙일보에 연재된 이상(李箱, 본명 김해경)의 시 “오감도(烏瞰圖), 1934”란 시입니다. 1910년 오늘은 그 이상 시인이 태어난 날입니다.(어떤 자료에는 9월 23일로 나오기도 함) 이 오감도란 시는 대체로 이해하기 힘든데 읽다 보면 문득 조금은 두려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국립수목원은 지난 8월 3일 경기도 포천 광릉숲에서 천연기념물 제218호이면서 멸종위기야생생물 I급인 장수하늘소 수컷 하나가 발견되었으며, 이에 따라 지난 2014년부터 올해까지 6년 연속으로 살고 있음이 확인되었다고 밝혔습니다. 장수하늘소는 동북아에서 사는 딱정벌레 종류의 곤충 가운데 가장 크며 중국 길림성과 흑룡강성 일대, 시베리아 우수리스크 지방과 우리나라 경기도 광릉지역 등에 분포하고 있지요. 따라서 장수하늘소는 중국 대륙이나 일본에도 없는 곧 옛 고구려나 발해 땅에만 있으며, 그 수가 적어 보존 가치가 큰 진귀한 곤충입니다. 장수하늘소의 몸길이는 수컷 12cm, 암컷 7∼8cm 정도인데 주로 서어나무, 신갈나무, 물푸레나무 같은 오래되고 커다란 나무들이 자라는 숲에서 살지요. 암컷이 나무줄기에 구멍을 뚫고 알을 낳으면, 애벌레는 단단한 나무의 섬유로 이루어진 부분을 파먹으며 삽니다. 장수하늘소 유충이 들어가 있는 나무는 유충들이 파먹은 길 때문에 결국 쓰러지게 되며, 쓰러진 나무토막들은 다시 개미가 분해하여 흙으로 돌아갑니다. 이처럼 숲에서 장수하늘소의 구실은 숲을 분해하여 오래된 숲을 새로운 숲으로 태어나게 하는 순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창경궁 팔각 칠층석탑 - 이 달 균 네게선 외로운 타관의 냄새가 난다 코끼리 숨결 배인 낯익은 남방의 탑신 어디서 어떤 연류로 이곳까지 왔느냐? 아서라, 묻지 마라 퇴락한 이씨 왕가에 기꺼이 뼈를 묻는 문지기가 될 일이다 일각(一刻)이 여삼추(如三秋)여도 벌써 백년이 지났다 낯익다. 우리 것이라서 낯익은 게 아니라 동남아 여행이 보편화되면서 본 탑들과 유사하기 때문이다. 1470년대 중국에서 만들었는데 라마교의 영향을 받은 모습이 역력하다. 일제 강점기 때 어느 상인이 만주에서 가져온 것을 이곳 창경궁 후원 춘당지 연못가에 세웠다고 한다. 한때는 창경원이라 하여 동물원이 되었다가 다시 창경궁으로 궁 이름을 되찾았는데, 이래저래 사연 많은 궁궐과 탑이란 생각에 마음이 짠하다. / 이달균(시인)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거문고 고악보 《양금신보(梁琴新譜)》에는 “금자악지통야 고군자소당어야(琴者樂之統也 故君子所當御也)”라는 글귀가 있다. 그 뜻은 “거문고가 음악을 통솔하는 악기이므로 군자가 마땅히 거느리어 바른길로 나가게 하라.”라는 뜻이다. 이 말은 거문고를 ‘백악지장(百樂之長)’이라고 하여 가장 귀하고 중요한 악기로 여기는 것과 같은 뜻이다. 그 백악지장의 악기 거문고, 조선시대 선비라면 누구나 옆에 두고 마음을 가다듬으며 즐길 줄 알았던 그 거문고는 이제 연주자도 만나기 어렵고, 쉽게 연주를 접하기도 어려운 악기가 되어버렸다. 그러나 여기 남성 연주자도 아닌 여성 연주자들이 꿋꿋이 그 거문고를 보듬고 연주하고 있다. 바로 어제 경기도 용인시 문화예술원 마루홀에서는 “시선, 초월하다”라는 이름의 거문고 앙상블 <라미(藍人)> 제5회 정기연주회가 열렸다. 이날 연주회는 신쾌동류 거문고 산조 말고는 모두 창작음악이어서 청중들에겐 어려웠을 수도 있었지만 사회를 맡은 고려대 유영대 교수가 중간중간 무대에 올라 자신의 느낌을 담은 알기 쉽고 맛깔스런 해설을 들려주어 청중들이 수월하게 감상할 수 있도록 도왔다. 맨 첫곡으로 이선희 편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