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양양군 서면 갈천리에서 홍천군 내면 명개리를 잇는 해발 1,013m의 높은 고갯길로 명승 제29호 <구룡령(九龍嶺) 옛길>이 있습니다. 구룡령 옛길은 산세가 험한 진부령, 미시령, 한계령보다 산세가 평탄하여 사람이 쉽게 올라 갈 수 있도록 완만하게 이어져 있는데 양양, 고성 지방 사람들이 한양을 갈 때 주로 이 길을 이용하였다고 합니다. 강원도의 영동과 영서를 잇는 중요한 길이었고, 양양ㆍ고성 지방 선비들이 과거를 치르러 한양으로 갈 때 용의 영험함을 빗대어 과거 급제를 비손하며 넘나들던 길로 구룡령이라는 이름으로 불렀다고 합니다. 또 ‘아홉 마리 용이 고개를 넘어가다가 지쳐서 갈천리 마을 약수터에서 목을 축이고 고갯길을 넘어갔다.’는 말도 전해지고 있습니다. 옛길 입구에는 굽이져 흐르는 계곡이 있고, 숲이 우거진 백두대간 가운데 하나로서, 곧게 뻗은 노송이 아름답게 자라고 있습니다. 또 고갯길 곳곳에는 솔반쟁이, 묘반쟁이, 횟돌반쟁이 등 다양한 사연을 지닌 독특한 땅이름들이 남아 있으며, 희귀한 들꽃과 약초, 버섯 등을 흔하게 볼 수 있고, 위장병에 효험이 있다는 갈천약수도 있지요. 또 산골분교의 정취를 지닌 갈천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음력, 양력, 러시아력이 각각 다르니 한 해에 칠석이 세 번이나 돌아오네 견우직녀성이여! 오늘 밤이 짧다고 한스러워 하지 마오 아직도 두 번이나 만날 기회가 더 있다오. 위 시는 조선후기 문인 김득련(金得鍊, 1852~?)이 시와 산문을 엮어 1897년에 펴낸 시문집 《환구음초(環璆唫艸)》에 나오는 시입니다. 당시 조선은 음력을 썼지만, 서양은 양력, 러시아는 러시아 나름의 러시아력을 썼으니 이미 지난 칠석이 두 번을 더 오게 된다고 노래한 것입니다. 김득련은 1896년 민영환을 따라 참서관(參書官)으로 러시아황제의 대관식에 참석하고 왔는데 이때 쓴 것이지요. 역시 《환구음초》에 실린 것들을 보면 “손으로 핸들을 잡고 발로는 페달을 구르니 / 쏜살 같이 내달리며 먼지도 일지 않네 / 구태여 수레 끌며 여섯 필 말 괴롭히랴 / 빠른 것도 느린 것도 내 마음대로인데”라는 ‘자전거’라는 시도 있습니다. 이처럼 《환구음초》는 선진문물을 보고 서구사회에 견줘 뒤떨어진 조선을 염려하는 마음이 담겨 있습니다. 4월 1일 인천항을 떠날 때부터 그 해 10월 21일 돌아올 때까지 이들은 일곱 달 동안 여덟 나라를 거치며 모두 육만 팔천삼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국립한글박물관(관장 박영국)은 오는 5월 24일(금) 낮 3시부터 소장자료 연계 강연회 <말 모아 마음 모아, 말모이>를 국립한글박물관 강당에서 연다. 제622돌 세종탄신일을 기념하는 이번 강연회에서는 첫 현대식 우리말 사전 ‘말모이’를 펴내려 애썼던 한글학자들의 노력을 다룰 예정이다. 이번 강연은 국립국어원장을 역임한 한글학회 권재일 회장이 맡았다. 1911년, 조선광문회에서는 주시경과 그의 제자인 김두봉, 권덕규, 이규영 등이 모여 ‘말모이’를 만들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주시경 선생의 갑작스러운 작고와 김두봉의 나라밖 망명으로 사전 편찬 사업은 지속되지 못하였다. 이후 말모이 원고는 계명구락부로 이관됐지만 여러 가지 사정으로 사전 편찬 작업은 중단되었다. 이후 조선어학연구회, 조선어학회 등이 조선어 사전 편찬을 시도했지만 이마저도 인쇄 직전에 일제 탄압으로 원고가 유실되고 학자들이 고초를 겪으며 펴냄에 실패했다. 그렇게 점차 잊혀 갔던 조선어 사전 원고는 1945년 해방 직후 서울역에서 우연히 발견되어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다. 이번 강연회에서는 첫 현대적 국어사전이 될 수 있었으나 안타깝게 실현되지 못했던 원고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오늘은 24절기 가운데 여덟째인 소만(小滿)입니다. 만(滿)은 햇볕이 풍부하고 만물이 점차 자라 가득 찬다는 뜻이 들어 있습니다. <농가월령가(農家月令歌)>에 “4월이라 초여름 되니 입하, 소만 절기로다.”라고 했지요. 소만 무렵에는 모내기 준비에 바빠집니다. 이른 모내기, 가을보리 먼저 베기, 여러 가지 밭작물 김매기가 줄을 잇습니다. 또 이때는 씀바귀 잎을 뜯어 나물을 해먹고, 냉이나물은 없어지고 보리이삭은 익어서 누런색을 띠니 여름의 문턱이 시작되는 계절이지요. 소만 때는 모든 들과 뫼(산)에 푸른빛이 가득합니다. 하지만 이때 대나무는 푸른빛을 잃고 누렇게 변하는데 이는 새롭게 태어나는 죽순에 영양분을 모두 주었기 때문입니다. 마치 자기 몸을 돌보지 않고 어린 자식을 정성들여 키우는 어미의 모습을 보는 듯하지요. 그래서 봄철의 누런 대나무를 가리켜 ‘죽추(竹秋)’ 곧 ‘대나무가을’이라고 합니다. 또 이 무렵은 “보릿고개”란 말이 있을 정도로 옛 사람들은 양식이 떨어져 힘겹게 연명하던 때입니다. 입하와 소만 무렵에 있었던 풍속으로는 봉숭아 물들이기가 있는데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 4월조에 보면 “계집애들과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이제 온 산과 들은 초록빛으로 물들었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아름다운 꽃들의 천지였습니다. 얼음새꽃과 매화로 시작한 꽃잔치는 진달래, 개나리, 산수유가 저마다 아름다움을 자랑했고, 느지막이 철쭉이 이어받더니 이제 이팝나무가 여왕 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봄날은 온통 수채화 세상인데, 이를 두고 꽃의 아름다움이나 향기에 취하는 것을 토박이말로 '꽃멀미'라고 하고, 꽃보라가 인다고도 말합니다. 편지를 쓸 때 “꽃보라 맞고 꽃멀미 하셨나요?”라는 말을 쓴다면 맛깔스럽지 않을까요? 지난 15일, 우리는 훈민정음을 창제한 역사상 가장 위대한 임금으로 꼽히는 세종대왕 태어나신 날을 보냈습니다. 그런데 그 직후인 16일 한 정부기관이 낸 보도자료를 보면 행사 이름을 “~의 날”이 아닌 영어로 “~데이(day)”로 써서 우리말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꾸중을 들었습니다. 그들은 영어 낱말 하나 쓰는 것을 유식한 것으로 착각하는 모양입니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은 한자말이나 영어에 푹 빠져 우리 말글의 중요성을 모를뿐더러 서슴없이 짓밟기도 합니다. 특히 많이 배웠다는 사람들의 말이나 글을 보면 어려운 한자말이나 영어를 심하게 섞어 버무리는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국립한글박물관은 최근 영화 <말모이>, 예능방송 <스페인 하숙> 등을 통해 인간적이고 친근한 이미지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배우 유해진을 홍보대사로 위촉하였다. 세종대왕 탄신일인 5월 15일에 진행된 이번 홍보대사 위촉식은 박물관 관람객과 배우 유해진의 팬들이 국립한글박물관 강당을 가득 메운 가운데 성황리에 진행되었다. 국립한글박물관 개관 이후 첫 홍보대사가 된 배우 유해진은 “세종대왕께서 우리에게 유산으로 남겨 주신 한글의 소중함과 우수성, 한글만의 매력을 홍보하는 일에 사명감을 가지고 국립한글박물관과 함께 열심히 노력하겠다.”며 국립한글박물관의 초대 홍보대사가 된 소감을 밝혔다. 국립한글박물관 홍보대사 유해진의 첫 번째 활동은 제622돌 세종대왕탄신일을 계기로 제작된 애니메이션 <한글을 만들고, 지키고, 꽃피운 사람들>제작에 참여한 것이며, 이는 한글박물관 누리집에 게재되어 있다. 이 영상에서 유해진은 특유의 친근하고 진지한 목소리로 세종대왕 탄신일이 스승의 날이 된 배경, 세종대왕의 애민정신, 한글을 지켜낸 위인들을 소개하고 있다. 국립한글박물관은 앞으로 1년 동안 홍보대사 유해진과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2006년 7월 25일 국립중앙박물관 앞뜰에서는 <김시민 선무공신교서>가 일본에서 귀국했음을 알리는 고유제를 올렸습니다. <김시민 선무공신교서>는 임진왜란 3대 대첩의 하나인 진주성 싸움에서 공을 세운 김시민(金時敏, 1554∼1592) 장군을 선무2등공신에 책봉하고 내린 교서입니다. 교서의 크기는 세로 38.4㎝, 가로 287㎝로, 교서의 제목은 <가선대부 경상우도병마절도사 겸 진주목사 효충장의협력선무공신 자헌대부 병조판서 겸 지의금부사 상락군 김시민에게 내리는 교서>입니다. 2006년 6월 MBC-TV의 <느낌표-위대한 유산 74434> 프로그램 제작진에게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김시민 장군의 공신 교서가 2005년 일본 도쿄 고서점가에 경매로 나온 것을 한 일본인 고서적상이 낙찰을 받았는데 그 고서적상이 이를 다시 팔려한다는 정보였습니다. 이에 프로그램 제작진은 수백 명의 시민이 참여하는 달리기 경주와 퀴즈대회 이벤트를 벌이고 한 달 가까이 시민 후원금을 모금해 1,400만 엔(당시 환율로 1억 2,000만 원)을 만들어 일본으로 달려가 <김시민 선무공신교서>를 찾아오게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왜 생겼나 왜 생겼나 요다지 곱게도 왜 생겼나 무쇠풍구 돌풍구 사람의 간장을 다 녹여 내누나 물길러 간다고 강짜를 말고 부뚜막 위에다가 우물을 파렴. 위 노래는 서도민요 가운데 사설난봉가의 가사입니다. <난봉가>는 황해도 지방에서 부르던 대표적인 <사랑타령> 계통의 노래로 “난봉이 났네, 난봉이 났네.”로 시작하기 때문에 이런 이름이 붙었습니다. 난봉가의 바탕이 되는 노래는 ‘긴난봉가’이며 그밖에 난봉가류로는 자진난봉가, 사설난봉가, 병신난봉가, 사리원난봉가, 숙천난봉가, 별제난봉가, 개성난봉가 따위가 있습니다. 난봉가는 서도민요, 그 가운데서도 황해도 지방 민요의 토리적 특징을 가장 잘 보여 주는 대표적인 통속민요지요. 수심가토리로는 수심가, 반수심가토리로는 <난봉가>가 대표적인 민요로 간주될 만큼 두 민요가 짝을 이루어 서도민요의 특징을 잘 대변하고 있다는 평가입니다. 참고로 난봉가 사설들은 재미난 것이 많습니다. 예를 들면 긴난봉가는 “오금이 오슬오슬 춥고 골머리 사지통 나는 건 임으로 연하여 난 병이로다‘, 사설난봉가는 ”앞집의 체네가 시집을 가는데 뒷집의 총각이 목 매러 간다.“,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한국문학번역원(원장 김사인)은 나라밖 한인 동포 문인 작품을 소개하고 교류를 활성화하기 위한 '소통과 평화의 플랫폼' 행사를 오는 20~22일 사흘 동안 연다. '이산문학'으로 불리는 해외동포 문학과 관련해 문인 교류행사를 열기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번역원은 밝혔다. 서울 종로구 아라아트센터에서 열리는 행사에는 나라밖 한인 작가 14명과 국내 작가 15명이 참여해 '이산과 삶', 'DMZ의 나라에서', '왜 쓰는가', '내가 만난 한국문학ㆍ한국문화', '소수자로 산다는 것' 5개 주제를 놓고 이야기를 나눈다. 번역원은 "행사를 통해 아직 나라 안 독자들에 생소한 나라밖 한인 작가와 그들의 문학을 소개해 문학 향유 범위를 확장하고자 한다. 이번 행사를 통해 인종, 언어, 성별, 이념, 계층 등이 만들어 낸 차별과 갈등을 끝내고 평화를 끌어내는 데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인 한국과 한국문학이 맡아야 할 몫이 무엇인지 묻고자 한다."고 말했다. 동포 한인 작가들은 조선족, 재일동포, 고려인, 입양 또는 이민자 출신 등으로 다양하며, 미주ㆍ유럽ㆍ중남미ㆍ아시아 등 세계 전역에서 소설가, 시인, 극작가로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극작가 겸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세종대왕이 죽은 뒤에 붙인 시호는 “세종장헌영문예무인성명효대왕(世宗莊憲英文睿武仁聖明孝大王)”이고 휘는 도(祹)요, 자는 원정(元正)이니, 태종 공정 대왕(太宗恭定大王)의 셋째 아들이요, 어머니는 원경 왕후(元敬王后) 민씨(閔氏)이다. 태조(太祖) 6년 정축 4월 임진에 한양(漢陽) 준수방(俊秀坊) 잠저(潛邸) 에서 탄생하였으니, 명나라 태조 고황제(太祖高皇帝) 홍무(洪武) 30년이다.“ 이는 《세종실록》 1권, 총서에 나오는 세종대왕 탄생에 대한 기록입니다. 이로써 세종은 1397년 오늘(5월 15일) 한양 준수방에서 태종의 셋째 아들로 태어났으며 이름은 ‘도(祹)’ 임을 알 수 있습니다. ‘준수방’이란 현재 종로구 통인동 137번지로 경복궁 서쪽문인 영추문길 맞은편 의통방 뒤를 흐르는 개천 건너편인데, 청운동을 흘러내리는 한줄기 맑은 물과 옥인동으로 내려오는 인왕산 골짜기의 깨끗한 물줄기가 합치는 곳입니다. 현재는 경복궁 전철역에서 북쪽으로 200여 m쯤 가면 길가에 초라하게 “준수방터”라는 표지석 하나만이 달랑 있을 뿐입니다. 오늘 태어나신 세종대왕은 훈민정음을 창제하신 위대한 언어학자임은 물론, 온갖 천문기기를 발명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