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동식 인문탐험가] 4월은 사랑스러운가? 대중음악가 그룹인데 좀 느낌이 안 좋은 Slaughter를 이름에 쓰는 음악그룹의 리더인 Mark Slaughter는 4월이 사랑스럽다며 빨리 오기를 재촉하는 노래를 발표했다. 4월이여 사랑스런 4월이여 April, Dear April 4월이여 사랑스런 4월이여 빨리 오렴 달콤한 앵초꽃도 빨리 피어 수선화 잔치에 참가하려무나 하늘이 새 햇살을 선사할 때에 4월이여 사랑스런 4월이여 축복받은 봄의 아들이여 노랑과 흰색으로 온통 화려한 그대 새들을 간질러 노래를 부르도록, 하늘을 날아 춤을 추도록 하는 너 이 노래의 주인공은 수선화이다. 이른 봄의 주인공은 우리나라의 경우 진달래, 개나리, 그리고는 벚꽃인데 외국의 경우, 다른 데는 잘 모르겠고 내가 있었던 영국의 경우 체리가 있기는 하지만 많이 넓게 피는 것으로는 들판의 수선화가 보편적이다. 영국의 시인 워즈워드(1770-1850)가 제일 먼저 노래하는 꽃도 수선화다. 수선화 (Daffodils) 워즈워드(William Wordsworth, 1770~1850) 하늘 높이 골짝과 산 위를 떠도는 구름처럼 외로이 헤매다 문득 나는 보았네, 수 없이 많은 황금빛
[우리문화신문=이동식 인문탐험가] 춘분이던 지난 주말 북한산 둘레길에 가보니 많은 사람이 나들이 겸 산보 겸 나온 가운데 길옆에서 못 보던 미인들이 인사를 한다. 바로 진달래꽃들이 여기저기서 봉오리를 터트리면서 살포시 웃고있는 것이다. 아직 다른 관목들의 잎이 나오지 않았지만, 이 꽃들은 자신들이 화장도 제대로 하지 않고 너무 일찍 나왔다고 부끄러워하는 것 같다. 개나리도 막 노란 꽃잎이 나온다. 남쪽에 견주어 많이 늦었지만 북한산 뒤편에도 봄이 오는 것이다. 진달래나 개나리나 혹은 산수유나 모두 봄이 온 것을 본격적으로 알리는 전령임은 분명하다. 봄기운이 대지를 싱그럽게 데우고 있는 것이다. 人父乾而母坤 사람은 하늘과 땅을 부모로 삼았고 物吾與而幷生 만물은 나와 함께 나란히 태어났으니 雖一草與一木 비록 한 포기 풀 한 그루 나무일지라도 亦稟氣而生成 또한 기운을 받아 생성된 것이로세 覽庭中之交翠 뜰 가운데의 무성한 풀을 보고 揖濂溪之胸次 염계의 가슴속을 헤아려 보니 輸萬物於度內 만물을 내 몸속에 옮겨 놓아서 認一般之意思 자신의 의사와 같음을 알았구나 - 《동계집》 속집 제1권 조선시대 숙종 때를 산 동계(東溪) 박태순(朴泰淳:1653~1704)은 새봄을
[우리문화신문=이동식 인문탐험가] 성북동에 있는 간송미술관에 갔을 때 기념품점에서 눈이 머문 글이 있었다. 추사 김정희 선생이 쓴 대련(對聯: 문짝이나 기둥 같은 곳에 걸거나 붙이는 서로 나란히 붙어있는 두 문장)인데 글귀는 이랬다; 春風大雅能容物 秋水文章不染塵 발음으로 읽으면 "춘풍대아능용물 추수문장불염진"인데 흔히 이렇게 해석들 한다. 봄바람처럼 큰 아량은 만물을 용납하고 가을 물같이 맑은 문장은 티끌에 물들지 않는다. 기념품으로 팔지만 실제로 이 미술관 소장품인 이 대련 글씨는 추사가 남긴 대표적인 명작이다. 흔히 추사체는 필획의 굵고 가늘기의 차이가 심하고 글자는 각이 지고 비틀어진 듯하면서도 파격적인 조형미를 보여주는 것으로 유명한 데, 이 대련이 바로 그런 경지를 나타내는 대표적인 작품으로 사랑을 받고 있다. 그런데 글씨가 뛰어난 것도 뛰어난 것이지만, 이 대련이 사랑을 받는 다른 이유는 바로 이 글의 뜻 때문일 것이다. 다시 문장을 들여다보자. 春風大雅能容物 춘풍은 봄바람이고 대아는 크고 우아하다는 것인데, 그게 왜 갑자기 튀어나올까? 그것을 알려면 공자가 편찬한 시경을 알아야 한다. 시경은 공자가 자신의 시대에까지 전해지는 각지의 노래를 모은
[우리문화신문=이동식 인문탐험가] 한 해를 새로 맞을 때 언론들이 즐겨 다루는 소재가 새해 운세 예측이다. 신문이나 잡지, 혹은 방송들도 유명 역술가들을 동원해 새해의 나라 운세가 어떻다는 둥 개인의 운세는 어쩌고 저쩌고 하면서 몇 월 며칠에는 무얼 조심하라는 둥 여러 가지 정보(?)를 제공한다. 그런데 이러한 새해 운세는 양력 1월 1일과 설날(음력 설)을 지나면 대개는 잊힌다. 설에 시골집에 내려가서 부모님들로부터 “올해 네 운세는 어떻다고 하니 올해는 가야지!”라는 말을 듣고 잔소리라며 지겨워하는 노총각 노처녀들처럼 한 해를 새로 시작할 때에 들은 말이 결국 아무 의미도 없었다는 것을 경험으로부터 알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니 굳이 기억하려고 하지도 않고, 또 그들 아니라도 다들 생업에 뛰어들다 보면 연말이나 연초에 주워들은 새해 운세라는 것이 그리 삶에 중요하지 않다고 느껴왔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올해는 조금 다르다. 올해 초 모 방송 예능 프로그램에 나와 ‘2020 나라운세’를 말한 여성의 예언이 화제가 되면서부터이다. ‘#보살’이라는 이름을 내세우는 이 여성이 현재 우리사회를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는 코로나19 사태를 예견한 것이 아니냐는 말이
[우리문화신문=이동식 인문탐험가] 날씨가 풀리면서 다시 산이 인기다. 코로나 몇 번 바이러스인지가 전국의 도시를 꽁꽁 얼어붙게 만들어놓았지만, 사람들이 그냥 집에만 있을 수가 없어 집 근처의 산으로 발을 옮기며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이 많아지고 있는 요즈음이다. 산이 인기가 제일 높을 때가 있었다. 20여 년 전 이른바 IMF사태로 대량의 실업자가 생겨 그들이 가족에게는 직장에 나간다고 하고는 갈 데가 산 밖에는 없었기 때문이다. 그 산이 요즈음 바이러스 사태로 갈 데를 잃은 도시인들이 찾는 서글픈 돌파구가 된 것이다. 그런데 산은 사실 가 본 사람만이 아는 즐거움과 기쁨과 깨달음이 있다. 산에 관해서는 공자가 말했다는 ‘요산요수(樂山樂水)’란 표현이 가장 멋있어 보이는데. 이 말은 원문을 보면 '지자요수(知者樂水) 인자요산(仁者樂山)'이어서 “지자(知者)는 물을 좋아하고 인자(仁者)는 산을 좋아한다.”로 풀이되는데, 우리는 이 말을 뭔가 많이 알고 지적(知的)이어서 세상에서 활동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은 물을 좋아하고 좀 인자하고 덕이 있는 사람들은 산을 좋아한다.“로 풀이하면서 서로 자신이 인자니 지자니 하고 스스로를 규정하며 산다. 그런데 공자가 했
[우리문화신문=이동식 인문탐험가] 봄이 오고 있다 비가 오니까 더욱 봄이 가까와 진 것 같다. 다들 봄비라고 말하고 싶을 것이다. 봄이 오면 봄의 소리가 들린다. 요한 스트라우스의 왈츠가 아니더라도 대지에는 봄의 소리가 있다. 조선조 초의 문신 이견(李堅)은 봄의 소리를 긴 자유시(賦)로 표현했다. 봄기운이 따스해지자 새로운 소리가 나고 숨었던 파충류들이 문득 일어나 옛 구멍을 떠나 나온다 원래 더위가 가고 추위가 오며 음이 사라지자 양이 생겨 하늘의 철이 갈아들고 물러가니 물건의 이치도 통함과 막힘이 있네. 동풍이 산들산들 화기가 후끈후끈 찬기운이 북지에서 사라지고 따뜻한 음률이 봄을 불어 내면 우르릉 만물을 고무하는 소리가 하늘과 땅을 울리고 하나씩 하나씩 꿈틀, 후다닥 일어나 안개와 구름 속으로 올라간다. 《동문선》 부(賦) 그런데 봄은 오고 있는가? 봄이 오고 있지만 영 봄이 아닌 것 같다. 한자말로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라고 한다. 이 말은 대개 3월이나 4월에 쓰는 말로서, 계절로 보면 분명 봄의 계절인데 날씨가 을씨년스럽거나 눈보라, 추위 등이 가지 않고 질척거릴 때 습관처럼 입에서 나오는 표현이다. 특히나 4월이 되면 ‘4월은 잔인
[우리문화신문=이동식 인문탐험가] 설이 지나고 대보름이 지났다. 우수도 지났다. 봄이 오는 것이다. 이제 사람들은 비로소 해가 완전히 바뀐 것을 알고 올해를 어떻게 해야 잘 보낼 수 있을까 본격적으로 연구하기 시작한다. 그런데 사람들은 음력 2월에도 또다른 중요한 명절이 있음을 지나친다. 물론 우리가 그날을 쇠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올해만은 좀 특별하다. 올해는 서력기원으로 따지면 2020년이어서 여기에 양력으로 2월 2일은 숫자로 표기하면 0202이니까 이것을 다 붙여놓으면 20200202가 되는데 이날이 우주의 대단한 섭리의 날이라고 해서 특히 중국 사람들이 열심히 복을 빌고 한 것을 우리가 소식으로 들었다. 그런데 중국인들이 요즈음 무슨 ‘코로나19’인가 뭔가로 해서 2천 명 이상이 목숨을 잃고 몇만 명의 환자가 발생하는 큰 재앙 속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는데 정신을 차릴 날이 다가오고 있다. 바로 이달, 곧 2월의 25일이다. 올해 양력 2월 24일 월요일은 음력으로 2월 1일이다. 그다음 날인 25일 화요일은 음력 2월 2일이다. “다음 주 화요일이 2월 25일입니다."라고 하면 그것은 아무런 의미도 없다 그런데 "다음 주 화요일은 음력으
[우리문화신문=이동식 인문탐험가] 눈이 소복이 쌓인 아침 우리는 자기도 모르게 그 아름다움에 빠져 탄성을 지른다. 흰 눈의 아름다움은 무엇일까? 굳이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것이긴 하지만 단순히 세상을 하얗게 덮는다는 사실을 넘어서서 사람들의 마음을 하얗게 씻어주어 세상 속에 쌓인 먼지와 걱정과 고단함을 잠시 덮어주는 데 있을 것이다. 그런데 14세기 일본의 요시다 겐코(吉田兼好)라는 사람은 눈이 매우 아름답게 쌓인 날, 어느 분에게 편지를 써 부탁할 일이 있었는데 눈에 대해 한마디도 쓰지 않고 편지를 무심코 보냈다고 한다. 그랬더니 편지를 받은 사람이 답장을 보내면서 “오늘 아침 이 아름다운 눈을 어찌 생각하느냐는 한마디의 말도 쓰지 않는 그러한 비뚤어진 분이 부탁하시는 일을 어찌 들어드릴 수가 있겠습니까. 아무리 생각해도 섭섭하고 딱하신 마음씨이십니다.”라고 해 부끄러웠으면서도 이런 마음을 발견하고 즐거워했다고 한다. 그의 수필집 《도연초(徒然草)》에 나오는 구절이다. 겐코는 그 수필집에서 “명예와 이익을 좇아서 조용한 여가도 없이 평생을 고뇌 속에 지내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재산이 많으면 자신을 지킬 수 없게 된다. 재산은 해(害)를 만들며 고뇌를 만
[우리문화신문=이동식 인문탐험가] 겨울이 가고 봄이 오면 사람들은 즐겨 산으로 올라간다. 산에 오르는 길옆에는 작은 도랑이 있고 거기에는 지난 가을 노랗게 말라버린 키가 큰 풀들이 여전히 가을의 뒷자락 색깔을 거둬가지 못하고 있다. 봄은 한겨울 게을러서 집 안에 있는 것만을 좋아하던 사람들을 불러내는 힘이 있는데 그 봄으로 옷을 갈아입기 위해서는 조금 시간이 필요하다. 산행을 나서보면 이곳저곳에 이미 허연 솜털을 날려버린 억새들이 지난 가을처럼 손을 흔들지는 않고 그저 좀 뻣뻣하게 서 있다. 따라서 이럴 때에 지난 가을에 무반사적으로 나오던 노래와 노랫말 "아아~ 으악새 슬피우~니 가을~인가요~"는 의미가 없어진다. 그렇더라도 그 노랫말에 곧바로 나오는 질문은 유효하다. "으악새가 뭐예요? 무슨 새길래 슬피 우는가요?" 여기에 일행 중에서 제법 유식한 분이 목소리를 높인다. "아니 아직 그것도 몰라? 으악새는 새가 아니야. 저기 저 억새풀을 사투리로 으악새라고 하는 거야." 이 소리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산행을 이어간다. 어차피 저 풀들은 곧 잘리거나 새로 나오는 푸른 줄기에 밟힐 운명이긴 하지만... 그런데 이처럼 우리의 상식이 되어버린 으악새가
[우리문화신문=이동식 인문탐험가] 지난주에 눈과 추위 실종신고서를 내려고 했더니 하늘이 입춘에 맞춰 추위를 보내준다. 이 정도 추위도 없이 올겨울을 거저먹었다는 비난을 듣기가 괴로우셨던 모양이다. 중국발 무슨 바이러스가 코로나 전염되는지 입으로나 전염되는지 갑자기 우리나라에도 감당하기 어려운 소용돌이를 몰고 오고 있는데 이런 때에 입춘에 맞춰 오는 추위가 좋은 일인지, 안 좋은 일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런 추위가 옴으로써 잊어버릴 듯하다가 생각나는 꽃이 있다. 바로 봄이 오는 것을 가장 먼저 알려준다는 매화다. 梅 매화 얼음 뼈 옥 같은 뺨. 섣달 다 가고 봄 오려 하는데 북쪽 아직 춥건만 남쪽 가지 꽃 피웠네. 안개 아침엔 빛 가리고 달 저녁엔 그림자 배회하니 찬 꽃술 비스듬히 대숲 넘나고 暗香1은 날아서 금 술잔에 드누나. 흰 떨기 추워 떠는 모습 안쓰럽더니 바람에 날려 綠笞2에 지니 애석하도다. 굳은 절개 맑은 선비 견줄만 함 이로 아니 우뚝함 말할진대 어찌 보통의 사람이라 하리. 홀로 있음 사랑해도 시인이 보러감은 용납하지만 들렘을 미워하여 狂蝶3이 찾아옴은 허락치 않는도다. 묻노라, 廟堂4에 올라 높은 정승의 지위에 뽑히는 것이 어찌 옛날 林逋5 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