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김달수 선생(1919-1997)이라고 하면 나는 왠지 모를 그리움을 갖고 있다. 선생을 만난 것은 책을 통해서였지만 왜 진작에 살아 계실 때 찾아뵙지 못했나 하는 후회도 든다. 선생은 장장 21년 동안 일본 전역을 돌아다니며 그곳에 남아있는 조선과 관련된 유적지를 생생하게 답사 형식으로 글을 써서 일본인들에게 큰 반향을 일으켰다. 선생이 발로 뛰어 현장을 확인하고 쓴 《일본 속의 조선 문화(日本の中の朝鮮文化)》라는 책은 일본어로 쓰여졌다. 이 책은 모두 12권으로 1970년에 시작되어 1991년 12권으로 마무리 되었다. 그는 12권째 머리말에서 이렇게 장기간에 걸쳐 이 책을 쓰게 되리라고는 생각 못했다고 했다. 하지만 21년 동안 일본 땅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고대 한국의 문화 유적지를 찾아다닐 수 있었던 것은 남다른 '한국 고대문화'에 대한 관심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본다. 김달수 선생은 일본의 황국사관에 대해 매우 우려를 했다. 그는 《일본 속의 조선 문화》를 쓰면서 숱한 독자들로부터 편지를 받았다고 했다. 오사카에 사는 한 독자는 일본의 역사는 다시 써야한다.고 했으며 선생의 일본 속의 조선 문화 유적지 글을 본 독자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명예교수] 지난주에는 국립국악원에서 오랫동안 가야금 병창을 불러온 소리꾼, 정경옥의 이야기를 하였다. 그의 오빠는 아쟁산조의 정경호, 언니가 경상북도 판소리 예능보유자 정순임 명창이다. 이들은 어머니 장월중선(張月中仙)의 가르침을 받았다는 이야기를 하였다. 가야금 병창(竝唱)이란 창자 스스로 가야금을 연주하면서 동시에 노래를 부르는 장르인데, 악기를 연주하며 부르는 노래로는 꽹과리를 치면서 부르는 불교의 화청이나 회심곡, 또는 비나리등이 있고, 장고를 치면서 부르는 민요 등도 있으나 이러한 연주형태는 병창이라 부르지는 않는다는 이야기를 하였다. 가야금병창이 어렵다고 하는 것은 소리와 가야금 양 쪽이 능숙해야 되기 때문이며, 특히 가야금의 반주는 노래의 골격선율에 잔가락을 삽입하여 화려함과 탄력을 준다는 이야기, 정경옥의 가야금 병창은 발음이 분명하고 힘이 실려 있으며 상하청을 자유자재로 오르내리면서 깊은 맛을 낸다는 이야기, 등을 하였다. 지난 달, 무계원에서의 공연 역시, 작은 체구에서 뿜어 나오는 강렬함과 부드러움의 조화, 그리고 꺽고 흔들고, 밀고 흘리는 다양한 창법, 무엇보다도 버티고 앉아있는 당당함이 청중을 압도하고도 남는다는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삼정사의 만종이라 알려진 오오츠시 삼정사(三井寺, 미이데라)에서 지난 28일 범종 청소 스스하라이(煤拂い)를 했다. 승려들은 1년간 쌓인 먼지를 정성껏 털어내고 제야의 종을 치기 위한 준비를 했다. 일본의 3대 명종의 하나인 이 범종은 높이 208센티, 직경 124센티, 무게 2.2톤으로 1602년에 주조되었으며 시가현(滋賀縣)의 지정문화재다. 승려인 니시노보우신유(西坊信祐, 37살)씨는 참배자가 내년에도 건강하게 평화로운 한 해가 되도록 기원을 담아 종을 깨끗이 청소했다.라고 말했다.며 29일 교토신문이 보도했다. 절에서 뿐만이 아니라 신사(神社)에서도 스스하라이를 실시하는데 아오모리현의 이와키야마신사 (岩木山神社)에서도 길이 4~5미터짜리 장대비로 신사 안 구석구석에 쌓인 먼지를 털어냈다는 기사가 보이는 등 전국 각 곳의 절과 신사에서 묵은 때와 먼지를 털어내는 스스하라이 의식에 관한 보도가 넘쳐난다. ▲ 사가현 삼정사(三井寺)에서 스님들이 범종의 먼지를 털어내고 있다. 일본의 풍습 가운데 스스하라이(煤拂い)라는 것이 있는데 우리말로는 청소 정도로 번역할 수 있다. 여기서 스스(煤)란 검댕이나 그을음을 뜻하는 것이고 하라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명예교수]지난주에는 무계원을 감동시킨 알심의 소리꾼, 김미나의 판소리를 소개하였다. 그는 현재 국립창극단 소속으로 다양한 배역을 소화하며 대내외 공연활동을 활발하게 전개하고 있다는 점, 그의 소리는 오래전에 임방울 국악경연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할 정도로 실력을 인정받았다는 점, 그 위에 판소리이론 공부도 열심히 해서 음악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학구파 명창인 점, 남원태생으로 초등학교 3학년부터 강도근 명창에게 흥보가를 배웠고, 그 후에는 전주의 이일주 명창에게 심청가와 춘향가, 서울에 와서는 안숙선 명창에게 적벽가와 춘향가, 김수연 명창에게 수궁가를 익혀 현전 판소리 5바탕을 모두 부를 수 있는 저력의 명창이란 점을 얘기했다. 또 그의 소리는 정감이 넘쳐흐르고, 진솔함이 가슴에 와 닿는 흔치 않은 소리란 점, 알심이란 곧남을 배려하는 마음인데 김미나는 상대를 진정으로 위하고 주위사람을 편하게 해 주는 따뜻한 속마음을 지닌, 알심 있는 소리꾼이란 점, 무계원에서는 단가 한 대목과 춘향의 이별 대목을 불러 주어 좌중을 숙연하게 만들고 애잔하게 만들기도 하면서 감동을 주었고, 역시 마이크를 쓰지 않아 발음이 깨끗하며 공감이 컸다는 이야기와 함께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겨울철 따끈한 국물요리는 한국이나 일본 두 나라 모두 추위를 녹이고 입맛을 돋궈주는 요리임에는 틀림없다. 원래 일본에는 한국처럼 감자탕이니 매운탕 같은 ~탕 요리는 없다. 뿐만 아니라 김치찌개니 된장찌개 류도 없고 미역국이니 북어국 같은 것도 없다. 하지만 된장찌개 대신 맑은 된장국인 미소시루가 있고 특히 겨울철에 입맛을 돋우는 나베요리(鍋料理)가 있다. 나베요리에서 나베란 남비를 가리키는 말로 남비에 여러 재료를 담아 끓여 먹는 음식인데 우리의 ~탕 요리에 가깝다. 야후제팬에서는 2015년 특집으로 고향의 맛 재발견 이라는 음식마당이 있는데 12월에는 일본 전국에서 손꼽히는 나베요리 10선(選)이 소개되어 있다. 1위는 야마구치현의 복지리, 2위는 홋카이도의 연어나베 3위는 아키다현의 작은 생선과 특제 간장으로 만드는 숏츠루나베 등등 전국에 내로라하는 나베요리를 그 유래와 사진을 곁들여 소개하고 있다. ▲ 전국 나베요리 가운데 1위인 야마구치현의 복지리(위), 홋카이도의 연어나베 보기만 해도 먹음직스럽다. 이들 음식은 한국의 ~탕과는 사뭇 다른데 고춧가루를 쓰지 않기에 얼큰한 것을 좋아하는 한국인들에게는 다소 심심한 맛일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명예교수] 지난주에 이어 무계원에서 열리는 작은 음악회 이야기이다. 인왕산 자락에 위치한 옛 전통가옥, 무계원이 현재는 해설이 있는 국악공연 풍류산방을 열고 있다는 이야기, 무계원의 전통 가옥은 1910년대 초에 지어진 대표적인 상업용 도시한옥, 오진암의 건축자재를 활용하였다는 이야기와 함께 현재는 전통문화의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이야기, 중인그룹에서 즐겨 부르던 점잖은 긴소리를 아직도잡가라고 부르는 것은 시정되어야 한다는 이야기도 했다. 그 까닭은 1910년~1920년대에 나온 여러 잡가집들을 보면 전 장르를 망라한 노래들이 잡거하고 있어서 책의 이름도 잡가로 명명한 것인데, 긴 호흡으로 느짓하게 불러나가는 서울 경기지방의 긴소리를 잡가로 호칭하고 있는 것은 의미가 통하지 않기 때문이다. 잡가란 뭔가 섞여 있어서 순수하지 않은, 또는 잡스런 의미를 담고 있기에 아름다운 이름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하겠다. 장기타령에서는 적벽가 끝 부분에 나오는 적벽대전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 것 같아 재미를 더했으며 아리랑을 비롯한 민요도 들려주었는데, 특히 감동적인 선물은 정선 아리랑이었다는 이야기를 했다. 최영숙의 공력이 그대로 녹아있는 멋진 표현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1946년 5월 20일치 자유신문에는 야스쿠니신사(靖國神社)의 말로(末路), 음식점 내어 자활이라는 다소 생소한 제목의 기사가 실려 있다. 내용인즉 맥아더사령부의 지령으로 국가의 후원이 없어진 야스쿠니신사는 자활방법을 강구해야했는데 신사 안의 국방관을 단장하여 이곳을 영화 따위를 상영하는 환락업소(원문에는 환락경)로 만들고 또한 경내에는 음식점을 만들어 자활의 길을 걷기 위해 18일 경시청에 정식 허가 신청을 내였다.라는 내용의 기사가 그것이다. ▲ 야스쿠니신사 안에는 유취관이라는 전쟁기념관이 있다.유취관 이층에서 바라다 본 모습, 유취관 안에는 대포, 비행기 등 각종 전쟁 물품과 당시를 미화하는 각종 서적과 비디오등 영상제작물을 판매하고 있다. ▲ 유취관 입구에 자살폭격기가 전시 되어 있다 미국은 당시 전쟁범죄자들을 미화하여 그들을 영웅으로 만드는 일을 중지하도록 야스쿠니에 대한 후원을 금지했으며 후원이 끊긴 야스쿠니는 자활의 길을 모색해야 했던 것이다. 이 신문에서 말하는 국방관이 현재의 전쟁기념관인 유취관(遊就館)인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유취관 안에는 2차 대전 때 쓰던 각종 무기와 대포, 폭격기 등을 전시해놓고 있다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명예교수] 지난주에 이어 무계원에서 열리는 작은 음악회 이야기를 계속한다. 무계원이란 인왕산 자락에 자리 잡은 옛 전통가옥으로 현재는 이곳에서 종로문화재단이 주최하고 종로구청이 후원하는 -해설이 있는 국악공연- 풍류산방을 열고 있다. 지난주 12월 5일, 첫 음악회에서는 남창가곡과 여창가곡, 시조와 가사 등의 정가류 음악을 올려 참석자들로부터 대단한 호응을 받았다. 남창에는 박문규, 여창은 황숙경 명창이 출연하였는데, 이들의 열창에 산장의 음악은 점점 더 절정으로 치달았고, 특히 전통한옥에서 음향기기 없이 감상할 수 있었던 정가류의 음악은 너무도 맑고 깨끗하게 전달되어 진정 아름다운 노래임을 알게 해 주었다. 이 곳, 무계원은 무계정사(武溪精舍), 또는 무계정사지에서 따온 이름이며 세종의 셋째아들인 안평대군의 집터로 자연 경관이 아름답기로 유명한 곳이었다는 이야기와 함께 무릉도원(桃園)과 흡사해서 안견이라는 화가에게 몽유도원도(夢遊桃園圖)를 그리게 했다는 이야기, 무계원 건물은 과거 종로구 익선동에 있었던 오진암의 건물 자재를 그대로 활용했는데, 이 전통 가옥은 1910년대 초에 지어진 대표적인 상업용 도시한옥으로써 그 희소성과 함께 보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이제 슬슬 일본 거리에 시메카자리(注連飾り) 장식품이 나올 시간이다. 시메카자리는 연말에 집 대문에 매다는 장식으로 짚을 꼬아 만든 줄에 흰 종이를 끼워 만드는데 요즈음은 슈퍼 따위에서 손쉽게 살 수 있다. 이러한 장식은 농사의 신(稻作信仰)을 받드는 의식에서 유래한 것인데 풍년을 기원하고 나쁜 액운을 멀리하려는 뜻으로 신도(神道)에서 나온 것이라는 설도 있고 한편으로는 일본의 국신(國神)인 천조대신(天照大神)과 관련된 것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시메카자리는 12월 말에 내달고 지역에 따라서 다르지만 대개 1월 7일 이후에 치우는 게 보통이다. 관서지방에서는 1월 15일에 치우고, 미에현(三重縣 伊勢志摩) 같은 지방에서는 1년 내내 장식하는 곳도 있는 등 곳에 따라 약간의 차이가 있다. ▲ 일본 연말연시를 꾸미는 시메카자리(注連飾り 또한 연말장식으로 카도마츠(門松)도 빼놓을 수 없는데 이것은 12월 13일에서 28일 사이에 집 앞이나 상가 앞에 세워두고 치우는 것은 1월 15일 전후다. 시메카자리나 카도마츠의 설치와 치우기는 가능하면 지정 된 날에 맞추는 게 좋으며 이를 어기면 복이 반감된다고 믿고 있다. 카도마츠는 일본의 고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명예교수] 지난주에는 성남에서 전통문화 살리기에 앞장서 온 방영기 명창의 소리인생 45주년 기념 발표회에 관한 이야기를 하였다. 산타령은 여러 명이 소고(小鼓)를 들고, 대형을 갖추면서 불러온 합창곡이란 점, 다양하게 모양을 만들고 동작을 통일시켜 가면서 활달하고 씩씩하게 부르는 노래이기는 하나 선타령이 많고 장단이 들쑥날쑥하며, 고음역의 선율을 통성으로 질러대는 부분이 길어서 호흡을 맞추기가 어렵다는 점을 얘기했다. 또 박자에 따라 4개의 악장, 곧 놀량, 앞산타령, 뒷산타령, 자진산타령 등 악장의 구분 개념이 분명하다는 점과 떠는 기교와 흘러내리는 퇴성 등 경기지방의 섬세한 표현법이 녹아 있으며 가사의 내용이 건전하여 청소년 교육에 적합하다는 특징을 이야기 하였다. 거기에 더하여 그가 부르는 산타령은 일제시대 왕십리패의 모갑이었던 이명길의 소리제로 벽파 이창배 사범을 통하여 황용주와 최창남 등이 이어받았고 이들로부터 방영기에게 이어진 소리제라는 이야기, 귀한 소리이기는 하나 자생력이 약하므로 근본적인 활성화 방안을 마련하고 확산운동을 전개해 나가야 한다는 이야기, 이를 위해서는 대학에서의 전공자 양성이나 교육현장의 관심이 중요하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