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일본에는 경로의 날(敬老の日)이 있는 데 9월 셋째 월요일 (9월 21일)이다. 1948년에 국민 경축일에 관한 법률로 정한 이 날의 취지는 오랜 세월에 걸쳐 사회에 헌신한 노인을 공경하고 장수를 축하하는 뜻에서 제정했다고 한다. 법률로 제정하기 이전에 경로의 날의 시작은 효고현 노마다니무라(野間谷村)에 사는 카도와끼 마사오라는 촌장에 의해서 비롯된다. 그는 노인을 소중히 여기고 나이든 분들의 지혜를 빌려 살기 좋은 마을을 만들어야 한다면서 덥지도 춥지도 않은 9월 중순으로 날을 잡아 동네 노인들을 대접 하게 된 것이 계기다. 한 작은 마을에서 시작한 경로잔치는 효고현 전체로 퍼졌고 이어 전국으로 확산 되었다. 처음에는 나이든 어른이라는 이름으로 잔치를 벌였으나 썩 좋은 말이 아니라는 여론이 일어 노인의 날로 바꾸었다가 다시 지금의 경로의 날로 정착하게 되었다. 어머니날처럼 서양에서 수입된 경축일이 아닌 일본 고유의 노인공경의 날을 일본에서는 높이 치고 있다. ▲ 일본 경로의날 선물로 남성은 술, 여성은 꽃을 좋아한다. 일설엔 7세기 인물인 성덕태자가 사천왕사에서 비전원(悲田院, 불교의 자비를 베푸는 가난하고 불쌍한 이웃을
[한국문화신문=서한범 명예교수] 지난주에는 고 묵계월 명창의 1주기를 맞아 임정란을 위시한 그의 제자 일동이 준비한 추모 공연 이야기를 하였다. 10여 년 전 묵계월 명창은 자신의 능력이 한계에 다다라 예능보유자 자리를 물러나야겠다는 명퇴서를 써놓고 교정을 부탁했다는 이야기, 오뉴월 모닥불도 쬐다가 물러서면 서운한 법이라는데, 보유자 자신이 스스로 그 자리를 용퇴한다는 것은 말처럼 쉬운 결정이 아니라는 이야기를 했다. 또 그의 어머니는 딸에게 소리 공부를 시키기 위해 묵씨네 집안에 양녀로 보냈고, 소리선생 주수봉(朱壽奉)은 당대 속요계를 주름잡던 최정식(崔貞植)에게 보내주었다는 이야기, 묵계월은 어린 시절부터 노래 부르기를 무척이나 좋아해 종일 연습에 몰두했는데, 특히 그날 배운 소리는 그날로 완전히 암기하고 자신 있게 부를 수 있을 때까지 밖에 나오지 않았다는 유명한 일화가 전해오고 있다는 이야기 등을 하였다. ▲ 1995년 제자들과 함께 공연하는 고 묵계월 명창 세상 사람들은 묵계월의 소리를 두고 하늘이 낸 목이라고 한다. 그만큼 그의 목청이 시원시원하고 힘차며 맑고 아름답기 때문일 것이다. 두말 할 것도 없이 소리꾼은 좋은 소리, 즉 맑고 깨끗한
[한국문화신문=이윤옥 기자]일본의 된장을 미소라고 하는데 그 색깔은 한국의 누런 된장보다 밝고 연한 노란색에 가까운 느낌이다. 한국인에게 된장국이 필수라면 일본인에게는 미소시루(일본된장국)가 필수다. 두 나라 된장국이 비슷한 것 같지만 그 맛은 서로 다르다. 같은 된장국이라도 일본의 미소시루는 건더기가 별로 없이 후루룩 국그릇을 들고 마실 정도의 느낌이라면 한국의 된장국은 밥을 말아 수저로 먹어야 제 맛을 느낄 만큼 된장국에 들어 있는 건더기도 다르다. 일본의 미소와 한국의 된장 요리 가운데 결정적인 차이를 들라하면 일본의 미소로는 미소찌개를 만들어 먹지 않는다는 점이다. 하지만 한국의 된장으로는 된장국도 끓이고 된장찌개도 만들어 먹는 점이 다르다. 미소시루만 먹다가 한국에서 된장국이나 된장찌개를 맛본 일본인들의 반응은 한국 고유 된장맛이라면서도 대체적으로 짜다는 평을 하고 있다. 일본의 일반 미소는 샛노란 색깔에 가깝지만 핫쵸미소는 그 색깔이 짙고 붉은 빛이을 도는 게 특징이다. 적갈색의 핫쵸미소의 고장은 나고야지방인 아이치현(愛知縣)이다. 나고야지방에서 맛보는 미소시루는 다른 지방의 미소시루보다는 색이 짙고 맛도 깊다. 이 지방에서는 핫쵸미소와 구분하기
[한국문화신문=서한범 명예교수] 지난 주 속풀이에서는 작년에 세상을 떠난 서도소리의 지존, 이은관 명인의 제자들이 선생을 그리워하면서 정성껏 준비한 특별 공연에 관한 이야기를 하였다. 이은관 명인은 17살 나이에 서도소리에 입문하여 97살로 타계하기까지 평생을 오르지 배뱅이굿과 함께 살다간 진정한 소리꾼이었다는 이야기, 무대공연이나 방송, 또는 영화 출연을 통해서 전통의 서도소리, 그 중에서도 1인 소리극조의 배배이굿이 얼마나 자랑스러운 유산이었나 하는 점을 일깨워 주었다는 이야기를 했다. 또 서도소리의 지존으로 그 자리를 오래도록 지킬 수 있었던 배경이나 원인은 높고 맑은 목청으로 정성을 다하는 소리와 연기, 독보 능력을 갖추고 창작민요와 작곡활동에 전념해 왔다는 점, 규칙적인 생활로 건강을 철저하게 지켰다는 점, 상대의 조언에 경청하는 겸손한 마음가짐의 소유자라는 점 등을 이야기 하였다. 배뱅이굿 속에 나오는신수가 불길하여 한 집은 딸을 낳고, 한 집은 계집아이, 또 한 집은 여자아이를 낳게 되었다는 여성비하의 내용은신수가 대통하여로 고쳐 부르겠다고 약속한 이야기, 공연무대에서 장고를 돌리는 재주는 악기의 존엄성을 훼손시키는 일이라는 지적에 연습을 접었다
[한국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오늘은 24절기 가운데 열넷째 처서(處暑)다. 여름이 지나면 더위도 가시고 신선한 가을을 맞이하게 된다는 뜻으로, 더위가 그친다는 뜻에서 붙은 이름이다. 흔히 처서는 땅에서는 귀뚜라미 등에 업혀오고, 하늘에서는 뭉게구름 타고 온다.라고 할 정도로 여름이 가고 가을이 드는 계절의 이치를 잘 보여주는 때다. 또 이즈음은 농사철 가운데 비교적 한가한 때여서 어정거리면서 칠월을 보내고 건들거리면서 팔월을 보낸다는 어정 칠월, 건들 팔월이란 말도 한다. 옛 사람들은 처서 때를 3후(候)로 나누어 초후(初候)에는 매가 새를 잡아 늘어놓고, 중후(中候)에는 천지가 쓸쓸해지기 시작하며, 말후(末候)에는 논벼가 익는다고 하였다. 처서 무렵의 날씨는 한해 농사의 풍흉(豊凶)을 결정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비록 가을의 기운이 왔다고는 하지만 햇살은 여전히 따가워야 하고 날씨는 맑아야 만이 벼의 이삭이 패고, 잘 성숙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이 한꺼번에 성한 것을 비유적으로 이를 때 처서에 장벼(이삭이 팰 정도로 다 자란 벼) 패듯이라고 표현하는 것도 처서 무렵의 벼가 얼마나 잘 익어 가는지 보여주는 속담이다. 경남 통영에서는 처서에 비가 오면 십
[한국문화신문=서한범 명예교수] 지난주 속풀이에서는 경서도 소리공연을 준비하고 있는 노학순 명창과 경토리민요단의 8,15 특별 공연의 이야기를 하였다. 경토리 민요단이란 말에서 경(京)은 서울 경기지방을 의미하는 말이고, 토리란 그 지역의 특징적인 창법이나 음계, 분위기 등을 가리키는 말이라는 점, 노학순명창이 지도하는 이 단체는 국악계 대소 기획공연은 물론이고 산골마을이나 해안가의 소외지역을 찾아다니며 경서도 민요의 멋을 전파하는 소리의 전도사역도 맡아왔다는 이야기, 국내뿐 아니라, 일본이나 호주, 러시아, 중국, 베트남, 캐나다, 미국 UCLA 와 한국문화원 등에도 초청되어 민간 외교사절로도 적극적인 활동을 해 왔다는 이야기를 하였다. 노학순 명창은 이은관, 이은주 명창에게 배워 전수, 이수자가 되었고 현재는 서울시 재담의 보유자인 백영춘 문하에서 산타령, 장대장타령, 재담소리를 사사하여 전수교육조교로 인정받은 노력형 소리꾼이라는 점, 광복70주년을 맞는 기념공연에서 회심곡, 동부권의 민요, 서울의 휘모리잡가, 산타령, 해방가 등을 선보인다는 이야기, 특히, 해방가는 나레이션을 곁들여 아리랑, 해방가, 경복궁타령으로 이어진다는 이야기 등을 하였다.
[한국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사전이 반드시 만능은 아니란 걸 알고도 낙담하기는커녕 애착이 점점 깊어갔다. 가려운 곳에 손이 채 닿지 않는 것 같은 기분이 드는 부분마저도 애쓰는 느낌이 들어서 좋았다. 절대완전무결하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더 사전을 만든 사람들의 노력과 열기가 전해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얼핏 보면 무기질한 단어의 나열이지만 이 막대한 수의 표제어와 뜻풀이와 예문은 모두 누군가가 생각하고 생각한 끝에 쓴 것이다. 이 얼마나 대단한 끈기인가! 얼마나 대단한 말에 대한 집념인가! 미우라시온은《배를 엮다(船を編む)》라는 책에서 사전 만드는 작업의 어려움을 그렇게 말했다. 정말 우리가 아무렇지 않게 생각한 사전 만드는 작업이야 말로 낱말 하나하나를 날실과 씨실처럼 꿰어야하는 작업이니 결코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올해 마흔 살의 작가 미우라시온은 와세다출신으로 취직을 위해 20개 회사에 지원했다가 떨어진 경험을 바탕으로《격투하는 자에게 동그라미를》이란 소설을 쓰면서 작가의 길로 들어섰다. ▲ 미우라시온의《배를 엮다(船を編む)》책 표지 숱한 이력서를 들고 취직을 위해 뛰면서 겪은 이야기야 누가 쓰던 오십보백보의 이야기지만 미우라시온의 《배를
[한국문화신문=서한범 명예교수] 지난주 속풀이에서는 다나베 일행이 대동강에서 뱃놀이를 할 때, 동행하면서 노래를 불러준 장학선이라는 소녀명창에 관한 이야기를 하였다. 장학선은 일제강점기에 콜롬비아나 빅타레코드사 등에서 서도소리 음반을 취입하기도 했으며 1959년도에는 8도 명창대회에서 1등을 한 인물로 서도소리의 전설이었던 김밀화주의 제자였다. 월남해서는 서도소리로 1969년에 국가 중요무형문화재 예능보유자가 되었다는 이야기, 그 뒤 김정연, 오복녀 등을 거쳐 현재는 김광숙, 이춘목, 유지숙, 한명순 등이 힘겹게 서도소리를 이어오고 있다는 이야기도 하였다. 다나베는 기녀들을 예술가로 대접하였다는 내용이 인상적이다. 특히 장학선이 불러준 노래가 세월은 흘러가고, 봄은 또다시 돌아 왔구나. 하늘은 세월을 더하고, 사람은 수(壽)를 더하고, 봄은 천지에 가득하니, 복은 집 안에 충만하다. 그런데 어찌하여 세상의 인심은 날마다 변해 가는가.라는 내용임을 알고 감탄했다는 이야기, 평양의 기생은 서울의 기생이나 일본의 예기들과는 달리, 예술가적인 품위를 지니고 있다는 점에 놀라고 있다는 이야기 등을 하였다. 그동안 1920년대 초, 조선에 와서 조선의 음악을 조사 기행
[한국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오늘은 24절기 가운데 열셋째 입추(立秋)다. 여름이 지나고 가을에 접어들었음을 알리는 절후인데 이날부터 입동(立冬) 전까지를 가을이라고 한다. ≪고려사≫ 권84「지(志)」38에 입추에는 관리에게 하루 휴가를 준다.라는 내용이 보인다. 입추 무렵은 벼가 한창 익어가는 때여서 조선시대에는 이때 비가 닷새 이상 계속되면 비를 멎게 해달라는 기청제(祈晴祭)를 올렸다. 그런데 입추는 가을이 들어서는 때지만 이후 말복이 들어 있어 더위는 아직 그대로다. 우리 조상은 왜 입추를 말복 전에 오게 했을까? 주역에서 보면 남자라고 해서 양기만을, 여자라고 해서 음기만 가지고 있다고 보지는 않는다. 모든 것은 조금씩 중첩되게 가지고 있다는 얘기인데 계절도 마찬가지다.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려면 연결되는 부분이 있어야 하고, 이 역할을 입추와 말복이 하는 것이다. 또 여름에서 갑자기 가을로 넘어가면 사람이 감당할 수가 없기에 미리 예방주사를 놓아주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려면 입추와 말복이 다리가 되어야 한다.(그림 이무성 한국화가) 참고로 입추의 여지가 없다.라는 말이 있다. 여기서 입추(立錐)는 24절기 입추(立秋)와
[한국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일본에 살면 챙겨야 할 것들이 많다. 특히 연말연시에 보내는 연하장(年賀狀, 넨가죠)과 한 여름 무더위에 보내는 안부편지인 쇼츄미마이(暑中見舞い)도 꼭 챙겨야할 것들이다. 물론 젊은 세대는 슬기전화(스마트폰)로 이런 것들을 대신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일본의 여름철 풍경이라 하면 쇼츄미마이를 빼놓기는 어려울 것이다. 쇼츄미마이는 편지를 보내기도 하지만 직접 안부를 묻고 싶은 사람 집에 찾아가기도 한다. 편지는 대개 엽서를 보내는데 엽서에는 파도치는 그림이라든가, 시원한 계곡 그림, 헤엄치는 금붕어 등이 그려져 있어 엽서를 받는 사람이 보기만 해도 시원한 느낌이 들게 배려한 것들이 많다. 그렇다면 대관절 언제 쇼추미마이를 보내면 좋을까? 일본 누리꾼들도 이 점에 대해 궁금한 모양인지 언제 보내야 하나? 라는 질문을 인터넷에 많이 올리고 있다. 쇼츄미마이를 보내는 때는 보통 장마가 갠 뒤 소서(小暑)부터 대서(大暑) 사이에 많이 보내는데 반드시 이때를 고집하는 것은 아니다. 대체적으로 입추까지 보내면 무난하며 이때까지는 안부 편지 앞머리에 맹서(猛暑)라는 말들을 쓴다. 바쁜 일이 있어 이때 못 보내고 이 이후에 보내면 잔서(殘暑)라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