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선흥 작가] 일본에 망명 중이던 김옥균은 1886년 여름 일본 정부에 의해 연금 상태에 있었다. 곧 7월 25일부터 그는 일본 당국의 감시하에 요코하마의 미쓰이 여관에 머물렀던 것이다. 일본 당국은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살피며 삼엄한 경비를 했다. 그때 일본 정부는 김옥균을 절해고도인 오가사와라 섬으로 유배시키기로 한 상태였다. 그해 8월 7일께 오사사와라 행 정기 여객선 슈코마루호는 김옥균 일행을 태우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마친다. 이틀 뒤 8월 9일 출발할 것이다. 그날 새벽부터 여관 주위에 30여 명의 일본 경찰이 철통같은 경비태세를 갖추고 있다. 몇 명의 경관이 김옥균을 여관방에서 끌어낸다. “이게 무슨 짓이오? 김옥균 선생을 추방하는 까닭이 무엇이오?” 김옥균과 같이 있던 동지들인 유혁로. 신응희. 정난교, 이윤고 등 네 사람이 격렬하게 항의한다. 경관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김옥균을 부둣가로 끌고 간다. 네 사람의 망명동지는 김옥균의 어깨를 부여잡고 통곡한다. 경관들이 그들을 거칠게 떼어낸다. 김옥균을 태운 배가 멀어진다. 아침 6시 반이었다, 김옥균과 동행을 고집하며 두 명이 배에 올라탄다. 한 명은 조선인 이윤고, 다른 한 명은 일본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여름의 뒷모습 어느새 가는가 올해 여름도 (달) 가야 온다니 어쩌나 가야지 (빛) 가는 뒷모습 처량만 하더냐 (심) 입춘대길 어느덧 입추로세 (돌) ... 25.8.7.불한시사 합작시 입추가 지나니 여름이 가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예측하기 힘든 기후변화를 실감하는 폭우와 폭염, 폭풍과 지진에다 끊임없는 전쟁 뉴스를 보고 들으며 지낸 올해 여름. 그리고 국내 정치상황은 또 어떤가. 이런 불임(不姙)의 여름날을 되돌아보는 사람들의 마음을 뭐라 표현할까. 돌아보면 "열음"이 있어야 여름이라 할 것인데, 열음(열매) 없는 여름을 뭐라해야 할까. 가고 있는 저 여름의 뒷모습이 처량할 수밖에 있겠는가. 그러나 가을이 오고 있는 이 입추 절기 즈음에, 계절의 순환이란 그저 돌고 도는 회귀가 아니라 뭔가 변화를 품고 돌아옴을 말하듯이 새로운 계절의 가을바람이 맑고 시원하게 불어오기를 빌어본다. (옥광) ㆍ불한시사(弗寒詩社)는 문경의 불한티산방에서 만나는 시벗들의 모임이다. 여러 해 전부터 카톡을 주고받으며 화답시(和答詩)와 합작시(合作詩)를 써 왔다. 합작시의 형식은 손말틀(휴대폰) 화면에 맞도록 1행에 11자씩 기승전결의 모두 4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까악! 까악! 퉤퉤퉤!! 까마귀가 울면 어머니는 허공을 향해 침을 뱉곤 했습니다. 까마귀는 예로부터 불길한 징조를 상징하며 사람들에게 미움받는 존재였습니다. 검은 깃털과 울음소리, 그리고 시체를 먹는 습성 때문에 흉조로 여겨졌던 것이죠. 하지만 까마귀는 단지 자연의 순리를 따르며 살아가는 동물일 뿐입니다. 인간의 편견과 오해로 인해 죄를 뒤집어쓴 것입니다. 까마귀가 시체를 먹는 모습은 혐오스럽게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자연 생태계에서 까마귀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청소부입니다. 죽은 동물의 주검을 처리함으로써 병의 확산을 막고 환경을 정화하는 구실을 합니다. 마치 도시의 쓰레기를 처리하는 환경미화원같이, 까마귀는 자연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입니다. 까마귀가 시체가 있는 곳에 가장 먼저 달려든 것은 단지 먹이를 찾아다니는 본능적인 행동일 뿐입니다. 마치 사자가 사냥하거나, 벌이 꿀을 찾아다니는 것과 같은 자연스러운 현상이지요. 인간은 자신에게 이로운 동물에게는 호의를 베풀지만, 자신에게 해롭다고 생각되는 동물에게는 잔혹하게 대합니다. 하지만 자연에는 선악이라는 개념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모든 생명체는 각자의 방식으로 살아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p.37) 나라 없는 몸 무덤은 있어 무엇하느냐 내 죽거든 시신을 불살라 강물에 띄워라 혼이라도 바다를 떠돌면서 왜적이 망하고 조국이 광복되는 날을 지켜보리라 독립운동가 김동삼이 서대문형무소에서 세상을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남긴 말이다. 경상북도호국보훈재단이 펴낸 이 책, 《독립운동가의 마음을 하나로 모은 김동삼》은 안동 내앞마을에서 분연히 조국의 독립을 위해 떨치고 일어난 김동삼의 생애를 담은 그림책이다. 한평생 독립운동에 투신하고 ‘만주의 호랑이’라 불릴 만큼 당당한 인물이었으나, 결국 서대문형무소에서 죽음을 맞이해야 했던 한 독립운동가의 발자취를 오롯이 느낄 수 있다. 조국이 독립되는 것을 보지 못하고 옥사해 더욱 안타까운 인물이다. 안동은 예로부터 선비의 고장으로, 나라를 일제에 빼앗기자, 독립운동에 나선 애국지사들이 유난히 많았다. 김동삼도 예외가 아니었다. 1878년, 안동에서 태어나 나라가 힘없이 망해가는 모습을 청년기 내내 지켜본 그는 29살이 되던 1907년, 동지들과 안동에 협동학교를 세워 4년 동안 학생들을 가르쳤다. 협동학교가 설립된 가산서당에서 4년을 보낸 그는 33살이 되던 1911년, 만주로 떠나 유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제가 연애 이야기를 했으니까, 이제는 댁에서도 연애 이야기를 해야지요. 아마도 이야기가 많을 것 같아요. 뭐라고요? 은경 씨는 연애 경험이 없다고요? 결혼하기 전까지 연애 한 번 못 해보았다고요? 믿기지 않네요. 그걸 믿는 남자가 있을까요? 정말이라고요? 예쁜 꽃에는 벌과 나비들이 많이 모이지 않나요? 글쎄요... 왜 연애를 못 했는지 본인도 잘 모르겠다고요? 뭐라고요? 요즘에 여드름이 난다고요? 그것참 이상하네요. 사춘기에도 나지 않던 여드름이 요즘 난다니 희한하네요. 사춘기가 왔으면 좋겠다고요? 은경 씨와 나는 4살 차이니까 우리는 같은 40대입니다. 우리 나이에는 사춘기라고 하지 않고 사추기(思秋期)라고 한답니다. 리조트 건물 10층에 사신다고 했죠? 거기에는 돈은 많고 힘은 없는 노인들만 왔다 갔다 하지 않나요? 그럴 거예요. 텅 빈 방이 많다고요? 분양은 실패했다는 소문이 돌던 데요. 저도 K리조트에서 자 본 적이 있어요. 매년 겨울 방학에 교수연찬회를 1박 2일로 거기서 하거든요. K리조트 10층에 살면 내려다보는 경치가 좋을 거예요. 남쪽으로 야트막한 야산과 넓은 논을 내려다보는 경치가 목가적이라고요? 그럴
[우리문화신문=양승국 변호사] 박노해 시인이 이번에 일곱 번째 사진 에세이집 《산빛》을 펴냈습니다. 2019년에 첫 사진 에세이집 《하루》를 냈으니, 해마다 한 권씩의 사진 에세이집을 냈군요. 책 표지에는 제목 《산빛》 밑에 앙증맞게 산봉우리 두 개를 표시하고 그 밑에 이런 글귀가 보입니다. “하늘과 땅 사이에 산, 산이 있다. 산은 말이 없지만 그 침묵은 가장 오래된 위로이다. 산은 위대한 사랑의 수호자, 위대함은 ‘힘’이 아니라 ‘품’이다.” 품? 뭘 품는다는 것인가? 이에 대해 박 시인은 서문에서 좀 더 자세하게 말합니다. “산은 위대한 사랑의 수호자, 위대함은 ‘힘’이 아니라 ‘품’이다. 그 산의 품에서 모든 것이 자라나고 살려지고 주어진다. 산의 품에 깃들기만 하면, 그저 바라보고 그려보기만 하면, 생생지기(生生之氣)의 산빛은 나를 맑게 하고 치유하고 일깨우고 다시 일어서 나아가게 한다.” 그렇군요. 그래서 박 시인은 사람들 속에서 나를 잃어버린 것만 같은 날, 소란과 속도 속에서 길을 잃어버린 날에는 높은 곳으로, 더 높은 곳으로, 내 안의 가장 높은 산정으로 올라가 볼 일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세상과 시대를 정면으로 내려다보면 마침내 새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세상은 참으로 재미있습니다. 날마다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다양한 경험을 하며 살아가는 우리는 마치 거대한 퍼즐 조각처럼 서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복잡다단한 세상 속에서 우리는 종종 다른 이들을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고, 오로지 나의 기준으로 상대를 평가하고 판단하는 실수를 저지릅니다. 마치 착시 현상처럼, 우리는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보는 대신, 나의 기분과 감정, 그리고 사전에 형성된 고정관념을 통해 상대를 해석하려고 합니다. 상대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에도 나의 주관적인 해석을 덧붙여 판단하니 때로는 오해와 갈등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마치 빛의 굴절처럼, 우리는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는 것이 아니라, 우리 내면의 렌즈를 통해 변형된 모습으로 인지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잠시만 생각해 보면, 우리는 모두 저마다 다른 환경 속에서 자라왔고, 각자의 경험과 가치관을 지니고 있습니다. 따라서 누구를 섣불리 판단하고 평가하는 것은 매우 어리석은 일입니다. 마치 다양한 색깔의 물감이 모여 아름다운 그림을 완성하듯이, 세상은 다양한 사람들의 개성과 특징이 모여 만들어진 아름다운 조화니까요. 상대방을 더 잘 이해하고,
[우리문화신문=김선흥 작가] 지금으로부터 150년 전, 1875년께의 한양으로 시공여행을 떠나 본다. 여행에 앞서 8년 전에 돌아가신 역사학자 강재언의 목소리를 들어보자. “근대사를 연구하는 데 있어서 항상 유의해 온 기본 관점은 우리나라를 은둔의 나라, 정체의 나라로 보는 통속적이고 그릇된 사관을 타파하고, 거친 격랑 속에서 고투해 온 우리 선조들의 생동하는 숨결과 그 발자취를 밝혀서, 근대 민족운동사의 밑바닥에 깔려 있는 민족의 얼은 만천하에 현창(顯彰)하자는 것이었습니다.” “이 파란노도의 시대를 꿋꿋하게 살아가면서 사고하고 행동한 한국 민중의 애환을 되새기면서 그 역사적 의미를 깊이 파헤쳐 보려는 것이다. 여기에서 우리가 확인해 두어야만 하는 것은 극히 상식적이고 기본적인 것이지만, 한국 근대사는….. 근대 일본의 대한관계사(對韓關係史) 속에 해소되거나, 한국을 둘러싼 열강의 각축사 속에 해소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헤쳐 나간 발전의 역사라는 점이다. “ 김옥균을 비롯한 개화파들이 “한 조각의 자주성도 없는 괴뢰적 <친일파>인 양 결론 짓는” 일인 학자들의 주장을 강재언은 비판하면서 “한국사의 전과정을 일관하는 내재적 발전 법칙을 부정하는,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덧없음 세월이 흐르고 나는 서있네 (빛) 다리는 흐르고 물이 서있나 (돌) 서있다고 착각하는 게 인간 (심) 덧없음을 딛고 선 사랑이어 (달) ... 25. 7. 28. 불한시사 합작시 '덧없음'이라는 말에서 "덧"은 '때' '제' 또는 '짬' '쯤'처럼 시간을 나타내는 순수 우리말이다. 이런 '덧'은 현대어 '어느덧'에 살아있다. '덧없다'는 원래 '시간이 없다'라는 말인데, 점차 '헛되이 시간을 흘려보내, 남은 짬이 없다'라는 뜻으로 의미가 넓어지고, 마지막에는 '헛되이 지냈으니 보람없이 허망하다'라는 뜻으로 의미가 깊어졌다. 합작시의 시제는 사랑과 삶의 허망함을 노래한 프랑스 상징주의의 대표적인 시인인 아폴리네르가 쓴 유명한 시 '미라보의 다리'를 기려 띄운 것이다. 그의 시에 덧없다는 직접적인 표현은 없지만, 그것을 은유하는 유명한 후렴구가 있다. 프랑스어로, “Vienne la nuit sonne l'heure, Les jours s'en vont je demeure.” 우리말로 옮기면, 밤이 오고 시간이 흘러간다. 날들이 흘러가고 나는 남는다. 흘러간 사랑의 아픔을 안고 서 있는 외로움과 덧없음이 진하게 담긴 시구다.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시(詩)는 철학과 세계관을 고도로 농축한 글이다. 시를 잘 짓고 쓰는 사람을 보면, 사상이 정교하고 감각이 발달한 느낌이 든다. 그만큼 시는 여러 겹의 사유를 덧대어 만든 언어의 결정체다. 시인 고두현과 전(前) 동양시스템즈 대표 황태인이 함께 쓴 이 책, 《리더의 시, 리더의 격》은 좋은 시와, 그에 따른 깊은 통찰을 보여주는 책이다. ‘시인의 영감과 경영자의 촉이 만날 때’라는 머리글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시 짓기와 경영은 영감과 직관이 중요하다는 점에서 닮아있다. (p.11) 시인과 경영자의 닮은 점도 많군요. 둘 다 무언가를 만들거나 능숙하게 다룰 줄 아는 사람입니다. 시가 ‘가장 짧은 문장으로 가장 긴 울림을 주는 것’이라면, 경영은 ‘가장 희박한 가능성에서 가장 풍성한 결실을 이루는 것’이지요. 시인이 하늘의 별을 우러러보면 경영자는 발밑의 땅을 고르고 이랑을 돋웁니다. 이럴 때 시인의 영감과 경영자의 촉수가 동시에 빛나지요. 책에 실린 많은 시 가운데 이근배가 쓴 《부작란-벼루에게》라는 시가 퍽 친숙하다. 추사 김정희가 1840년, 54살의 나이로 제주도 대정골에 유배되어 9년 동안 먹빛 바다를 보며 벼루가 바닥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