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어릴 적 집 앞엔 Y자형 개울이 흘렀습니다. 버들치, 깔딱 메기, 가재가 많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마을에 전기가 들어오고 나서 가재가 사라졌으니, 전기와 가재는 역상관 관계가 있어 보입니다. 지금은 심심산골 1급수나 되어야 가재를 볼 수 있으니 그 많던 가재가 희귀종이 되었습니다. 가재는 잡식성으로 죽은 생물의 사체나 물속에 가라앉은 썩은 나뭇잎과 유목, 수초 등의 식물성 유기물들을 주로 섭취하는 편이지만 때때로 옆새우, 플라나리아나 살아있는 물고기나 올챙이 등도 사냥하는 포식자의 모습도 보입니다. 싸리나무를 삽 한 자루 길이만큼 잘라내서 개구리를 잡아 몸통을 제거하고 다리 부분을 막대 끝에 칭칭 동여매어 가재가 있을 만한 돌 밑에 넣어두면 가재들이 몰려들곤 했습니다. 그다음은 가재와의 줄다리기가 시작되지요. 살살 잡아당기면 먹이에 눈이 먼 가재가 딸려 나옵니다. 양재기에 담아놓으면 호기롭게 집게발을 벌리고 달려드는 것이 마치 당랑거철(螳螂拒轍)을 연상시키지요. * 당랑거철 : 사마귀가 수레를 멈추려고 앞발을 들고 달려드는 모습 가재는 갑각류입니다. 먹거리가 흔하지 않았던 시절 잡아 온 가재를 불에 구워 먹곤 했지요. 불에
[우리문화신문=임세혁 교수] 2012년 10월 6일 자 빌보드 차트 순위에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2위에 기록되었다. 그리고 8년 정도가 지난 2020년 9월 5일 방탄소년단의 <Dynamite>가 빌보드 순위에서 1위를 기록하였다. 우리랑은 다른 세계라고 생각했던 미국의 빌보드는 이제 한국 음악 시장의 가시권에 들어오게 되었고 김치와 태권도만이 우리나라를 대표했던 과거와 달리 K-POP이라는 우리의 대중음악으로 외국에 우리를 나타낼 수 있게 되었다. ‘임세혁의 K-POP 서곡’은 아무것도 없는 맨땅 위에 치열하게 음악의 탑을 쌓아서 오늘에 이르게 만든 음악 선학들의 이야기다. 전날 하도 잠이 오지 않아서 뜬눈으로 밤을 꼴딱 새워버리고 아침 6시부터 행사장에 나가서 무대 설치를 시작했다. 무대 바닥 작업과 음향 작업, 그리고 현수막 작업을 하는 데 시간이 상당히 걸리기 때문에 대회장 입장 시간인 아침 8시 30분을 맞추기 위해서 업체에서 새벽부터 나와서 작업을 진행했다. 7시 50분에 현장 진행요원들이 출근했고 얼추 준비를 마무리하려던 그때 아침 8시부터 참가자들이 하나둘씩 행사장 안으로 들어오기 시작하더니
[우리문화신문=김선흥 작가] 1898년 10월 29일 가을빛이 완연한 종로 거리에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한다. 양반과 천민, 선생과 학생, 양가 부인과 기생, 선비와 승려, 갓바치, 백정 등등 금방 수만 명의 인파가 운집한다. 앞에 단상이 놓여있다. 행사 사회를 보는 독립협회 인사가 연설자를 소개한다. 그 순간 군중들 사이에 일순간 침묵이 흐른다. 이내 ‘우와…’ 함성이 터진다. 첫 연설자로 소개된 사람, 그는 뜻밖에도 박성춘이라는 백정이 아닌가. 박성춘이 뚜벅뚜벅 단상으로 걸어가 열변을 토한다. “이 사람은 대한에서 가장 천하고 무지 무식한 사람입니다. 그러나 충군애국(忠君愛國)의 뜻은 대충 알고 있습니다. 오늘날 나라와 인민을 이롭게 하는 길은 관과 민이 합심하여야 가능하다고 봅니다. 저 차일(遮日: 햇볕가리개)에 비유하건대 한 개의 장대로 받치면 역부족이지만 많은 장대를 합하여 받치면 그 힘이 매우 공고해집니다. 엎드려 바라건대 관과 민이 합심하여 우리 대황제의 성덕에 보답하고 국운이 만만 년 이어지도록 합시다.” 청중이 일제히 환호성을 터뜨리고 박수가 터진다. 사회 저명인사가 아닌 천민 중의 천민인 백정이 만민 앞에 우뚝 선 것 자체가 뇌성벽력이다.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우리나라는 1995년에 세계 처음 쓰레기 종량제를 전국적으로 시행하였다. 30년이 지난 요즘에는 쓰레기 분리수거가 도시에서나 농촌에서나 잘 정착되어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한국은 음식물 쓰레기의 98%를 재활용한다. 이것이 전 세계에 무엇을 가르쳐줄 수 있는가?”라는 제목의 기사(2024.8.9)에서, 먹다 남은 음식물을 가축 사료나 퇴비로 재활용하는 우리나라의 정책을 극찬했다. 국민은 불편을 감수하고서 분리수거에 협조한다. 돈이 들더라도 종량제 봉투를 사서 사용한다. 귀찮지만 음식물 쓰레기를 분리하여 배출한다. 이처럼 환경 보호에 적극 협조하는 착한 국민이 있음에도 국제 환경단체는 한국을 ‘기후 악당’이라고 부른다. 국민 대부분은 한국이 기후 악당이라는 사실을 모르고 있다. 왜 한국은 기후 악당이 되었을까? 지난 2016년 영국 기후 변화 전문 미디어 ‘Climate Home News’는 국제 환경단체인 ‘기후행동추적(CAT)’의 분석을 인용해 사우디아라비아,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 그리고 한국 4개 국가를 ‘기후 악당’이라고 평가했다. 불명예스러운 일이다. 그런데 한국이 기후 위기에 무책임하다는 이런 평가
[우리문화신문=이동식 인문탐험가] 여행은 무심코 지나간 날에 대한 다시 만남의 기회이기도 한 모양입니다. 얼마전 가족들과 함께 경남 통영을 여행하다가 그런 과거와 만났습니다. 바로 윤이상 선생입니다. 아름다운 항구도시 통영, 한려수도를 끼고 있고 통영만 일대와 그 앞의 거제도 일원은 우리나라의 손꼽는 청정해역으로서 굴과 미역 등 각종 해산물의 보고이기도 합니다. 그 앞의 섬들을 바라보면 문득 유명한 한국화가인 고 남천 송수남씨의 그림 속으로 들어와 있는 듯한 착각을 일으킬 것 같습니다. 그만큼 통영만과 통영은 이탈리아의 나폴리와 비교되기도 하지만 그와는 다른 멋진 물의 고향이자 아기자기하고 아늑하고 편안한 곳입니다. 통영은 또 많은 문화예술인들이 태어나서 자란 곳이기에 기념관, 미술관도 많고요. 그런 통영을 갔다가 문득 윤이상 기념관을 가게 된 것인데요. 문득이라고 하면 원래는 계획에 없다가 갑자기 가게 되었다는 뜻입니다. 서울에 있으면서 통영에 대해서는 2010년 3월에 개관한 윤이상 기념관이 그의 이념문제로 이름을 무슨 테마기념관으로 했다는 소식, 2017년에 윤이상 탄생 100돌을 맞아 문재인 전 대통령과 부인이 독일방문 때 베를린에 있는 그의 묘소에
[우리문화신문=양승국 변호사] 배연국 원장님의 책 《내 삶이 보물이 되는 순간》에 대한 독후감을 쓰고 난 뒤, 다시 책을 휘리릭 넘기다가 성공학의 창시자 오리슨 스웨트 마든의 말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마든의 말이 저에게 다시 펜을 들게 만드네요. 이 말은 <행복 레시피>라는 글에 인용된 말입니다. <행복 레시피>는 산책하기에 알맞은 달(인디언 체로키족)인 11월의 첫 글이구요. 오리슨 스웨트 마든은 이렇게 말합니다. “두 사람이 있다고 가정해 보자. 한 사람은 나뭇잎 하나에 감탄하고, 꽃 한 송이에서 신성한 의미를 찾는다. 아름다운 경치만 보면 기쁨으로 영혼이 울렁거리고, 저녁노을이 질 때면 그의 영혼까지 발개진다. 다른 한 사람은 그저 평범한 나뭇잎 하나, 꽃 한 송이, 저녁노을이라고 무심하게 볼 뿐이다. 이런 사람은 절대 행복을 찾을 수 없다. 미적 감상과 미적 쾌락의 기쁨을 얻을 수 있는 기회를 갖지 못하기 때문이다.” 배 원장님은 36살에 대장암으로 숨진 영국 극작가 샬롯 키틀리를 얘기하면서, 마든의 말을 인용했습니다. 키틀리는 죽음을 앞두고 블로그에 글을 올리면서, 하루하루가, 매 순간순간이 소중하다며 부디 삶을 즐기며 살라고,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p.8) 공자의 《시경》에 이런 구절이 있다. “지난 일의 잘못을 주의하여 뒷날에 어려움이 없도록 조심한다.” 이 구절이 바로 《징비록》을 쓴 이유이다. 징계할 징(徵). 삼갈 비(毖). 부끄러운 잘못을 스스로 꾸짖고 앞으로 삼갈 바를 살펴본다는 뜻이다. 승리를 복기하기는 쉬워도, 패배의 자취를 더듬는 것은 그 자체로 고통스럽다. 특히 한 나라의 정승으로, 임금 다음으로 그 패전에 책임이 있을 때는 더욱 그렇다. 《징비록》을 쓴 유성룡의 ‘책임지는 용기’가 대단한 까닭이다. 최지운이 쓴 이 책, 《책임지는 용기, 징비록》은 망국이 눈앞에 닥친 절체절명의 시기, 전쟁을 총지휘하며 이끌었던 한 재상의 ‘전쟁회고록’을 알기 쉽게 풀어쓴 책이다. 임진왜란이 일어난 전후 사정뿐만 아니라, 최고위급 관료가 아니라면 알기 힘든 세세한 일까지 자세히 기록하고 있어 훗날 숙종은 책이 나라 밖으로 빠져나가는 것을 엄격하게 금지하기도 했다. 전쟁을 총지휘하는 자리에 있었던 유성룡은 모든 사건을 보고받을 수 있었고, 그 덕분에 누구보다 전쟁에 대해 총체적인 시각을 가질 수 있었다. 전쟁을 가장 높은 시점으로 조망할 수 있었던 이런 인물이 붓을 들지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백로(白鷺) 쓸쓸히 외다리로 졸고 있나(돌) 눈에 쌍심지를 켜고 서있나(빛) 물에 비친 제모습 바라보니(초) 조는듯 그모습 중도 같구나(심) ... 24.10.26. 불한시사 합작시 • 불한시사(弗寒詩社) 손말틀 합작시(合作詩) `불한시사(弗寒詩社)'는 문경 ‘불한티산방’에 모이는 벗들 가운데서 시를 쓰는 벗으로 함께 한 시모임이다. 이들은 여러 해 전부터 손말틀(휴대폰)으로 서로 합작시(合作詩)를 써 왔다. 시형식은 손말틀 화면에 맞게 1행 10~11자씩 4행시로 쓰고 있다. 일종의 새로운 정형시운동이다.
[우리문화신문=임세혁 교수] 2012년 10월 6일 자 빌보드 차트 순위에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2위에 기록되었다. 그리고 8년 정도가 지난 2020년 9월 5일 방탄소년단의 <Dynamite>가 빌보드 순위에서 1위를 기록하였다. 우리랑은 다른 세계라고 생각했던 미국의 빌보드는 이제 한국 음악 시장의 가시권에 들어오게 되었고 김치와 태권도만이 우리나라를 대표했던 과거와 달리 K-POP이라는 우리의 대중음악으로 외국에 우리를 나타낼 수 있게 되었다. ‘임세혁의 K-POP 서곡’은 아무것도 없는 맨땅 위에 치열하게 음악의 탑을 쌓아서 오늘에 이르게 만든 음악 선학들의 이야기다. 프랑스의 문호 장 콕토의 1929년 소설 《앙팡테리블》은 불어로 ‘Les Enfants Terribles’ 곧 ‘무서운 아이들’이라는 뜻이다. 소설 속에서 무서운 아이들이라는 의미는 단절된 공간에서 자신들만의 세계를 만드는 아이들을 의미하지만, 실생활에서 ‘앙팡테리블’이라고 하면 체육계에서 신인이 무서운 실력으로 치고 올라올 때 쓰는 표현이다. 아마 예술계에서는 분야를 막론하고 오랜 시간 동안 그 계통에 몸담은 사람이라면 어렸을 때는
[우리문화신문=김선흥 작가] 1884년 6월 어느날 궁녀들이 비밀스러운 눈빛을 주고받으며, 살금살금 깨금발을 한 채 복도를 걷고 있다. 장지문 앞에서 발을 멈춘다. 숨을 죽인 채 창호문에 구멍을 뜷는다. 도대체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것일까? 문 안에서는 고종 임금이 미군함 트렌턴호Trenton의 함장을 비롯한 사관생들을 접견하고 있다. 트렌턴호가 최초의 방미 사절인 민영익, 서광범, 변수를 뉴욕항에서 태운 후 6개월 동안의 항행 끝에 제물포항에 들어온 것은 1884년 5월 31일이었다. 그 배에는 조지 포크(George Clayton Foulk)라는 이름의 해군 소위가 동승했다. 당시 한국말을 구사하는 미국인이 천지에 오직 한 사람 있었으니 바로 조지 포크였다. 그도 그날 트렌호의 사관들과 함께 조선의 임금을 알현하고 있다. 그날의 일을 그는 7월 22일자 부모님전 상서에 이렇게 적고 있다. “저희가 임금을 알현할 때 궁녀들이 창호문 뒤에서 우리를 엿보려고 안달하던 광경이 재미있었답니다. 알현했던 방은 사방이 창호 문이었답니다. 일분 정도마다 '푹!' 하고 창호지가 뚫리는 소리가 들려오더군요, 구멍을 내어 엿보려는 것이지요. 머리가 영리한 여자들은 손에 침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