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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 교수의 환경이야기

낙동강물로 생산한 농산물에서 녹조독소 검출

이상훈 교수의 환경이야기 123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으로 한강, 낙동강, 금강, 영산강에 16개의 대형 보가 만들어졌다. 강변의 모래밭은 사라지고 보의 상류에 16개의 커다란 호수가 생겼다. 단군 이래 가장 큰 토목사업이라던 4대강 사업에 들어간 돈은 22조 원이었다. 4대강 사업을 2011년에 준공한 지 14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4대강 사업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4대강 사업을 오랫동안 추적하여 만든 다큐 영화 <추적>이 2025년 8월 6일 극장가에서 개봉되었다. MBC 사장까지 역임했던 최승호 감독이 만든 이 영화는 ‘거대한 거짓말, 17년의 기록’이라는 부제가 달렸다. 이 영화에서는 4대강 사업 이후에 해마다 여름이면 녹조가 발생하여 사람과 물고기와 농작물과 생태계에 피해를 준다는 것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최승호 감독은 영화 개봉과 함께 ‘4대강 재자연화를 촉구하는 10만인 서명 운동’을 추진하고 있다.

 

그렇지만 나의 주변 지인들과 친구들은 “4대강의 보를 철거해야 한다”라는 주장에 동조하지 않는다. 4대강의 보를 철거하자는 주장은 너무 과격하다는 것이다. 이왕 많은 예산을 들여서 만든 4대강 보를 유지하면서 개선책을 찾는 것이 합리적이지 않겠느냐고 반문한다.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4대강 보의 해체를 결정하기 전에 경제성 분석을 해보는 것이 합리적인 접근 방법이 될 것이다.

 

보 해체의 경제성 분석은 보를 해체할 때 들어가는 비용(C: Cost)과 해체한 뒤에 얻을 수 있는 경제적 편익(B: Benefit)을 비교하면 된다. 보 해체 뒤의 편익이 해체 비용보다 크다면 곧 B/C 비율이 1을 초과하면 해체 사업을 실행하는 것이 경제적으로 이익이 된다. 문재인 정부에서 실제로 경제성 분석을 두 차례나 시도하였다.

 

첫 번째로, 환경부에서 임명한 4대강 조사평가단 내 전문위원회에서 2019년에 금강과 영산강을 대상으로 경제성 분석을 했다. 경제성 분석 결과를 보면, 금강의 3개 보 가운데서 세종보와 공주보, 그리고 영산강의 2개 보 가운데서 죽산보는 해체하는 것이 더 경제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두 번째로, 한국재정학회가 환경부의 용역을 받아 <한강. 낙동강 하천 시설 관리방안에 대한 사회ㆍ경제적 분석 연구>를 수행하였다. 2021년에 환경부에 제출한 연구 결과를 보면, 한강의 3개 보는 모두 해체하는 것이 유지하는 것보다 경제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낙동강의 8개 보 가운데서는 강정고령보와 창녕함안보를 뺀 6개 보는 철거하는 것이 더 경제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두 차례의 경제성 분석 결과를 종합하면, 4대강의 16개 보 가운데서 12개의 보는 해체하는 것이 그대로 두는 것보다 경제적으로 이익이라는 결론이 났다. 그러나 국책 사업이 경제성 분석으로만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정치적인 고려가 경제성 분석을 압도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문재인 정부는 경제성 분석 결과에 따라 보를 해체하기로 발표하였지만, 당시 야당(현 국민의 힘)은 보 해체를 반대하였다. 유약한 문재인 정부는 낙동강과 금강 유역 주민들의 반대를 극복하지 못하고 보를 하나도 해체하지 못하였다. 윤석열 후보는 4대강 보의 해체 대신 보의 유지를 공약으로 내세우고 2022년 5월에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새 정부는 4대강 보 해체 사업을 백지화했다.

 

우여곡절 끝에 이재명 정부가 2025년 6월 4일 출범했다. 새 정부의 국정기획위원회가 발표한 123개 국정과제에 ‘4대강의 자연성 및 한반도 생물 다양성 회복’이 포함되었다. 환경단체에서는 새 정부가 4대강 보를 해체하고 녹조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기대하였다.

 

2025년 7월 21일에 임명된 김성환 환경부 장관은 취임 3일 뒤인 7월 24일, 금강의 세종보 농성장을 찾아 “4대강 재자연화는 (이재명 정부가) 국민과 한 약속”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11일 뒤인 8월 4일 기자간담회에서 김성환 장관은 “4대강 보를 개방할지는 차차 공론화 해가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4대강 재자연화를 즉각 추진하는 대신 “공론화 뒤에 결정하자”라는 의미로 해석되는 발언이었다. 환경단체에서는 이재명 정부의 환경부가 4대강 재자연화에 실패한 문재인 정부의 전철을 밟는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김성환 장관은 이 정부가 공약으로 내건 4대강 재자연화의 최대 걸림돌”이라고 비난하였다.

 

김성환 장관은 8월23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정부를 떠나서, 녹조가 계속되고 있는 것에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라며 “죄송하게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2011년 4대강 사업 준공 이후 녹조 문제와 관련해 환경부 장관이 책임을 인정하고 사과한 것은 처음이었다. 그렇다면 이재명 정부에서 4대강 보의 운명은 어떻게 결정될까? 아직은 예단하기 어렵다고 생각된다.

 

필자는 2007년 이명박 대통령 후보 시절부터 4대강 사업의 탄생과 전개 과정을 추적해 왔다. 현시점에서 필자는 “환경부는 보의 해체 또는 유지를 결정하는 기준이 되는 경제성 분석을 다시 하라”고 제안하고 싶다. 왜냐하면 기존의 경제성 분석에서 결정적으로 빠진 항목이 있기 때문이다.

 

기존의 경제성 분석에서는 보를 해체할 때의 편익으로 ‘수질 개선 효과’는 포함했으나 ‘녹조 피해를 방지하는 편익’은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왜 그랬을까? 우리나라에서 2021년까지는 녹조의 위해성과 피해가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부경대의 이승준 교수는 2022년부터 4대강의 녹조독소(영어 이름: 마이크로시스틴) 조사 연구를 시작하였다. 연구 결과 녹조가 번성한 낙동강물을 농업용수로 사용하여 재배한 쌀과 배추, 무, 옥수수, 고추, 상추 등의 농산물에서 녹조독소가 검출되었다고 발표했다. 국민은 불안하지 않을 수 없다.

 

2025년 2월 3일, 환경운동연합과 낙동강네트워크 그리고 대한하천학회의 공동 기자회견이 있었다. 발표 내용은, 낙동강 중ㆍ하류에 살고 있는 주민 97명을 조사한 결과 46명의 콧속에서 녹조독소가 검출되었다는 것이다. 이 연구에는 부경대 이승준 교수 외에 계명대 동산병원 김동은 이비인후과 의사도 참여하였다. 낙동강 근처 주민의 콧속에서 독약의 대명사인 청산가리보다 100배나 독성이 강한 녹조독소가 검출되었다는 발표는 과거 ‘가습기 살균제 오염 사고’보다 더 충격적인 내용이었다.

 

환경단체는 녹조독소 문제가 환경 재앙에서 시작된 사회 재난이라며 ‘녹조 사회재난 해소를 위한 국민위원회’ 구성을 제안했다. 그러나 당시는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과 탄핵으로 정국이 어수선하던 시절이었다. 대부분의 보수 언론에서는 녹조독소 검출 뉴스를 보도하지 않았다. 많은 국민은 아직도 낙동강 주민의 콧속에서 녹조독소가 발견되었다는 연구 결과를 모르고 있다.

 

낙동강 유역의 농산물과 주민에게서 녹조독소가 검출되었다는 것이 확인되면 이는 매우 심각한 문제이다. 낙동강 유역 농민들이 생산한 농산물에 대해서 소비자의 불매운동이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 직접적인 불매운동이 아니더라도 마트에서 상품을 고를 때에 생산지를 확인하는 소비자가 늘어날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 녹조독소가 강 근처 주민의 몸속에 축적되어 사상자가 나타날 것으로 염려된다.

 

이재명 대통령은 “국가의 제1책무는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는 일입니다”라고 말하면서, 사회적 재난과 자연재해에 대한 국가 책임을 강조하였다. 이러한 국정 목표를 반영하여 환경부는 녹조 피해를 포함시켜서 4대강 보 해체의 경제성 분석을 다시 실행해야 한다.

 

 

지구온난화로 인하여 한반도의 여름은 점점 더 길어지고 점점 더 뜨거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녹조가 발생하는 기간 역시 더 길어지고, 녹조가 발생하는 지역 또한 더 넓어질 것으로 염려된다. 녹조 재난을 막는 일은 환경부의 최우선 과제가 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