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동식 인문탐험가] 지금부터 꼭 30년 전인 1994년 11월 29일 서울 남산골 한옥마을 경내의 한 광장에서는 정도(定都) 600돌을 맞은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의 일상을 길이 후손에 전해주자는 타임캡슐을 묻는 행사가 열렸다. 앞으로 400년 뒤 서울을 수도로 정한 지 1000년이 되는 해에 공개하자며 1994년 당시 서울의 삶을 전해줄 수 있는 기념품과 기념물 등을 축소하거나 실물 그대로 높이 2미터, 지름 1,4미터 크기의 보신각종 모양의 캡슐에 밀봉해 공원 한가운데에 묻은 것이다. 그리고 그 땅은 서울 천년타임캡슐광장이 되었다. 서울시 주도로 묻은 이 타임캡슐에는 벼ㆍ보리 등의 씨앗을 비롯해, 서울시 항공사진필름 2천 장, 우황청심환, 초중고 교과서, 숟가락, 버스 토큰, 1회용 라이터 등과 성수대교 붕괴사고가 1면으로 장식된 신문의 마이크로필름 등 30년 전 당시의 우리 생활상을 나타냈던 문물들이 실물, 영상기록, 마이크로필름, 축소모형의 형태로 타임캡슐 안을 장식하고 있다. 실물로는 기저귀, 담배, 팬티스타킹, 남녀 수영복, 현미효소 등 건강식품, 신용카드, 부동산 매매 계약서, 주요 작물 씨앗, 피임기구, 인공심장, 상품권, 공무원
[우리문화신문=김순흥 교수] 2025년의 한국. 해방 80년, 을사늑약 두 갑자를 맞게 된다. 일사늑약 첫 갑자인 1965년, 박정희는 일본으로부터 그동안의 범죄에 대한 사죄는커녕 범죄사실에 대한 인정도 받지 못한 채 '한일국교정상화'라는 두 번째 을사늑약을 맺었다. 2025년, 을사늑약 두 갑자를 앞두고 다시 걱정이 앞선다. 이 정권은 무엇을 팔아넘기고 무엇을 갖다 바칠지, 물가에 아이를 둔 것처럼 조마조마하다. 임기 절반 동안 동북아역사재단, 독립기념관, 한국학중앙연구원 등등 역사관련 부서의 장들을 모두 친일, 뉴라이트 계열로 채워놓았을 뿐 아니라, 외교, 국방, 경제 등 모든 분야에서 일본에 해온 행태들을 보면 우려가 더욱 깊어진다. 지난 22일 오후, 한일국교정상화(?) 60돌, 을사늑약 120돌을 앞두고, 국회의원회관에서 "한일관계 다시 본다: 정치, 문화 그리고 역사”라는 큰 틀에서, 여러 주제를 다루는 토론회가 있었다. 우리가 우려하는 정권의 속내를 다룬 주제도 있고, 우려스러운 우리 국민의 행태를 다룬 주제도 있었다. 그 가운데, ‘친일파의 명예회복(?) - 에키타이 안(안익태) 사례’를 발표한 이해영 교수에 따르면, 뉴라이트가 장악한 독립기념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한류(韓流). 우리 문화가 파도처럼 흘러가 세계를 매료시키는 현상이다. 드라마에서 음악, 그리고 이제는 소설까지, 전 세계로 퍼져나간 우리 문화는 현지에서 변주를 거듭하며 문화 다양성에 이바지하고 있다. 이러한 역동성이 옛날에도 있었을까? 물론이다. 그것도 상당히 먼 옛날에 말이다. 바로 일본에 백제문화를 전파한 아직기와 왕인이 그 처음이다. 이들 덕분에 아직도 일본에는 백제문화의 흔적이 많이 남아있다. 일찍이 왜는 백제와 가까이 지내며 많은 영향을 받았고, 백제 근초고왕은 왜왕에게 ‘칠지도’라는 칼을 내려주기도 했다. 이런 교류의 연장선에서 백제에서 학문으로 이름 높던 박사였던 아직기는 임금의 명으로 왜로 파견되었다. 아직기를 왜로 보낸 임금은 정확한 기록이 없어 학자마다 의견이 다르지만, 근초고왕이나 근수구왕, 아신왕 가운데 아신왕이 가장 유력한 설로 인정받고 있다. 아신왕 때 왜와 교류가 무척 활발했기 때문이다. 아직기는 말 두 필과 칼, 거울을 가지고 왜로 건너갔다. 왜왕에게 말 타는 법과 기르는 법을, 토도치랑자 왕자에게 글을 가르쳐 주었다. 왕인은 《논어》 10권과 《천자문》 1권을 가지고 건너가 토도치랑자 왕자와 왜의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장수왕 피라미드 상큼한 옛 숨결 고운 옛 살결(빛) 석양에 붉게 물든 저 금자탑(돌) 돌도 삭아서 무너지는 세월(달) 오늘도 우뚝 선 강건함이여!(심) ... 24.11.10. 불한시사합작시 • 불한시사(弗寒詩社) 손말틀 합작시(合作詩) `불한시사(弗寒詩社)'는 문경 ‘불한티산방’에 모이는 벗들 가운데서 시를 쓰는 벗으로 함께 한 시모임이다. 이들은 여러 해 전부터 손말틀(휴대폰)로 서로 합작시(合作詩)를 써 왔다. 시형식은 손말틀 화면에 맞게 1행 10~11자씩 4행시로 쓰고 있다. 일종의 새로운 정형시운동이다.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인간은 오랫동안 자연을 지배하고 이용할 수 있는 대상으로 여겨왔습니다. 숲에서 나무를 베어내고, 농지로 만들기 위한 개간을 진행하며 강을 막아 저수지를 만들고, 산을 뚫어 길을 내고, 땅을 파서 광물을 채굴하고 동식물을 사냥합니다. 최근 들어 자연은 인간의 탐욕과 무분별한 행동에 반발하고 있습니다. 기후 변화, 자연재해, 생물 다양성 감소 등 심각한 문제들이 발생하면서 인간은 자연과의 관계를 다시 생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자연은 협상하지 않는다는 엄혹한 현실에 직면하게 되었습니다. 기후 변화, 자연재해, 생물 다양성 감소 등 자연의 분노는 인간에게 심각한 위협을 가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우린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새롭게 성찰하고, 자연과의 공존을 위한 토대를 마련해야 합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인간은 놀라운 기술 발전을 이루었습니다. 하지만 자연의 힘 앞에서는 여전히 무기력합니다. 강력한 태풍, 불볕더위, 큰물(홍수), 지진 등 자연재해는 인간의 삶과 재산에 막대한 손해를 입힙니다. 또한, 인간 활동으로 인한 환경 파괴는 기후 변화를 가속화하고, 생물 다양성을 감소시킵니다.
[우리문화신문=김순흥 교수] 십자군전쟁 이후, 종교개혁과 르네쌍스, 산업혁명을 겪고 서양이 눈을 뜨면서 지리상의 큰 발견과 이에 따른 세계적인 탐험여행은 서세동점(西勢東漸, 서양이 동양을 지배한다는 뜻으로, 밀려드는 외세와 열강을 이르는 말)을 초래하였고, 서세동점은 동시에 서학(西學)이 동점하는 계기가 되어 이웃나라인 중국과 일본에 천주교가 전래하였다. 이 땅에 천주교가 소개된 것은 17세기 이후다. 중국의 선교사들이 한자로 저술한 천주교 관계 서적들이 17세기 초엽부터 조선에 들어왔고, 본격적으로 전파된 것은 18세기의 일이다. 천주교는 서학이라는 이름으로 조선에 들어왔으나 뿌리내리기까지 수많은 박해를 받았다. 개신교는 19세기 말 서구 선교사들의 선교활동으로부터 시작되고, 이후 한국 개신교는 세계의 주목을 끌만큼 놀랍게 성장하여 오늘날 4명 가운데 1명은 개신교 신자일 정도로 양적으로 크게 팽창해 왔다. 그러나 사람들이 잘 모르는 역사가 있다. 성지(聖地) 예루살렘은 그보다 훨씬 이전부터 이미 조선에 알려졌다. 1402년, 조선 건국 10년, 태종 2년, 세종이 5살 때 만들어진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混壹疆理歷代國都之圖>(줄여서 ‘강리도’)에
[우리문화신문=김선흥 작가] 우리는 지난번에 ‘이유인의 말로는 과연 어떻게 되었을까?’라고 한가한 의문을 제기하였다. 이제 오로지 한가한 사람을 위하여 한가한 이야기로 한가한 의문을 풀어보고자 한다. 일제 앞잡이 일진회(一進會)가 창립될 즈음 그에 대립하는 단체가 1904년 창립되었으니 이름하여 ‘공진회(共進會)’. 나중에 ‘열사’라고 불리게 될 이준이 회장이었고 총무는 윤효정이었다. 윤효정은 1898년 일본에서 명성황후 시해 사건 관련자 우범선을 처단하고 귀국했다. 그는 1906년 이준이 세운 헌정연구회를 기반으로 대한자강회를 조직하는 등 항일운동에 힘썼다. 《풍운한말비사(風雲韓末秘史)》라는 재미있는 책을 지었는데 여기 이야기는 그 속에 들어 있다. 잡배들의 국정 농단이 갈수록 심해지자, 공진회는 비분강개했다. 공진회는 정부에 60명의 잡배 명단을 보내면서 처벌을 요구했다. 일주일 뒤에 답장이 왔다. “60명의 명단 가운데 잡배는 하나도 없으니 그리 헤아려주기 바라노라.” 공진회 회원들이 격분했다. 깊은 밤 비밀리에 논의를 거듭한 끝에 죄가 가장 무거운 이유인 전 법무대신을 우선 잡아들이기로 했다. 이유인을 찾아가 “공진회에서 각하에게 상의드릴 일이 있으니
[우리문화신문=양승국 변호사] 그동안 소확행(소소하고 확실한 행복)의 글로 우리의 삶을 행복하게 해주었던 배연국 소확행 아카데미 원장이 이번에 《내 삶이 보물이 되는 순간》이란 책을 냈습니다. 이 책은 배원장이 지난 10년 동안 날마다 아침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로 배달한 행복 편지들 가운데서 고른 글을 모은 것입니다. 저도 배 원장님의 행복 편지를 받는 애독자이지만, 배 원장님은 이렇게 매일 아침 많은 사람에게 행복을 배달해 줍니다. 배 원장님의 행복편지는 그동안 구독자들의 넘치는 사랑으로 천만 뷰를 넘어섰다네요. 축하드립니다. 배 원장님! 그래서 배 원장님은 그 사랑에 응답하기 위해 그 가운데서 99개 행복편지를 골라 이번에 인디언 달력에 실어 우리에게 보냈습니다. 무슨 말인고 하니, 99가지 이야기를 1월부터 12월에 나누어 배치하고, 각 달마다 그 달을 특징짓는 열쇠말과 인디언의 경구를 싣습니다. 이를테면, 1월은 ‘꿈’의 달이고, 여기에는 인디언 테와 푸에블로족의 ‘얼음 얼어 반짝이는 달’이라는 표제를 붙입니다. 왜 인디언의 경구로 매 달을 열었을까요? 배 원장은 책을 여는 글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인디언들은 원래 영혼이 넉넉한 삶을 살았다
[우리문화신문=이동식 인문탐험가] 그의 삶에는 유난히 숫자 4가 많이 등장한다. 1904년 4월 4일생이고 세상을 떠난 해는 1944년이다. 퇴계 이황의 14대손이다. 그가 젊을 때 갇힌 감옥의 죄수 번호도 264번이었다. 그것을 계기로 그의 본명이 이원록이지만 이육사가 그를 대신하는 필명(筆名)이 되었다. 25살 때인 1929년 대구형무소에서 출옥한 뒤 요양을 위해 집안 어른인 이영우의 집이 있는 포항으로 가서 머물면서 이영우에게 죽인다는 뜻의 육(戮)자를 골라서 "저는 '戮史'란 필명을 가지려고 하는데 어떻습니까?"라고 물었다. 이 말은 '역사를 찢어 죽이겠다', '일제 역사를 찢어 죽이겠다', 곧 '일본을 패망시키겠다'라는 의미였다. 이에 이영우는 "혁명적인 의미를 너무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표현이니, '戮'과 같은 의미를 가지는 '陸'을 권하였고, 이를 받아들여 '육사(陸史)'로 바꿔 썼다고 전해진다. 육(陸)이란 글자는 땅이란 뜻의 명사이지만 동사로 쓰일 때는 사람이나 재물을 강제로 빼앗고 죽인다(戮)는 뜻을 가지고 있기에 기왕이면 온건한 표현을 선택한 것이다. 육사는 1927년 가을 대구에서 일어난 조선은행 대구지점 폭파사건의 피의자로 몰렸다가 2년
[우리문화신문=이진경 문화평론가] 관계란 ‘둘 이상의 사람, 사물 현상 따위가 서로 관련을 맺거나 관련이 있다’라는 뜻을 가진다. 혹은 ‘어떤 방면이나 영역에 관련을 맺고 있다.’라는 뜻으로도 사용한다. 그래서 가장 친밀한 관계라고도 한다. 사람은 어머니의 뱃속부터 관계를 맺는다. 어머니의 뱃속에서 들리는 세상의 소리를 들으며 태아는 세상에 반응하고 세상에 나갈 준비를 한다. 태아는 세상의 소리에 반응하며 사회의 영향을 받는다. 이렇듯 인간은 사회 안에서 자아의 정체성을 이루어가며 사회적 동물로서 ‘인간’답게 존재한다. 그래서 인간답지 못한 행동을 한 범죄자들에게 자유롭게 관계를 맺지 못하는 장소로 사회와 단절시키는 듯하다. 정이와 댄스프로젝트의 대표이자 안무가인 정이와 교수는 지난 11월 1일~2일 포스트극장에서 발표한 ‘관계성(Relationscapes)’은 ‘관계(relation)’와 ‘풍경(scapes)’을 붙인 단어로 사용한 것이고, 우리가 세상을 경험하고 형성하는 방식을 관계적이고 역동적인 관점에서 탐구한다는 의도로 사용했다. 그래서 ‘관계성’, ‘움직임’이라는 열쇠말을 가지고 몸, 사물, 자연, 시간과 공간 등이 상호 작용하고 공동 창조하는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