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전국시대 위(魏)나라의 방총(龐蔥)이라는 고위 관리가 태자와 함께 조나라 서울 한단에 인질로 끌려가게 되었습니다. 떠나기 하루 전 방총이 임금을 찾아가서 묻습니다. "지금 어떤 사람이 시장 한복판에 호랑이가 나왔다고 하면 믿으시겠습니까?" "아니요. 믿을 수 없소" "그러면 두 사람이 호랑이를 보았다고 이야기하면 믿으시겠습니까?" "글쎄요 의심스럽기는 하지만 믿을 수는 없을 것 같소." "그럼 세 사람이 호랑이를 보았다고 이야기하면 믿으시겠습니까?" "그렇다면 믿지 않을 수 없소." 방총은 시장에 호랑이가 나온다는 것은 터무니없는 이야기지만 세 사람이 말하면 이처럼 그럴듯해 보인다고 임금에게 말하지요. 그리고 자신이 조나라에 가면 세 명보다 많은 사람이 자신을 험담하게 될 것이지만 신경 쓰지 말아 달라고 부탁합니다. 임금은 알았다고 대답했습니다. 방총이 조나라로 간 다음 날부터 임금에게 방총을 험담하는 사람이 나타났고 훗날 태자는 인질에서 풀려나 위나라로 돌아왔지만, 방총은 결국 임금의 의심을 받아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방총의 위처럼 비유로 말했음에도 자신을 스스로 구해내지 못한 것이지요. ‘증삼살인(曾參殺人)’이라는 고사도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2025년 1월 20일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 바이든 행정부가 실시하고 있던 행정명령 78개를 무력화한다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행정명령은 미국 대통령이 정책을 신속하게 실현하기 위한 정책 수단이다. 행정명령은 의회의 입법 절차를 거치지 않고도 효력을 갖는데, 미국 헌법 제2조의 '행정권은 대통령에게 속한다'라는 조항에 근거를 두고 있다. 행정명령은 주로 연방 정부기관의 운영을 지시하거나 기존 법률을 구체화하는 데 사용된다. 바이든 정부의 중요 정책들을 무력화시킨 트럼프의 행정명령 가운데는 파리기후협약 탈퇴가 포함되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취임식 직후 성명을 통해 “파리기후협약은 불공정하고 일방적인 강도질”이라며 “미국은 중국이 오염 물질을 마음대로 배출하는 것을 막지 못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기업을 방해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필자가 보기에는 매우 유감스러운 결정이다. 이산화탄소 증가로 인한 기후 위기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염려된다. 파리기후협약은 산업 혁명 이후 지구를 둘러싸고 있는 대기 중에 온실가스(이산화탄소, 메탄, 수소불화탄소 등등)가 늘어나면서 대기의 기온이 급격히 증가하는 것을 막
[우리문화신문=김선흥 작가] 조선 첫 서양의사 알렌(Horace N. Allen )은 자신의 일기에 1885년의 설 명절에 대해 적었다. 2월 10일(화) 오늘 음력 섣달 스무엿새날(12월 26일)인데 사실상 오늘부터 조선의 가장 큰 명절인 설날이 시작된다. 조선인은 설날 명절을 5일 동안 쉰다. 이 5일 동안 서울거리는 온통 잔치로 꾸며진다. 썩은 짚으로 된 거름더미 같은 것은 말끔하게 치워진다. 5일 동안에는 거리에 좌판을 벌여놓고 각종 물건을 물물교환한다. 모든 사람은 제각기 무슨 물건이라도 팔고 산다. 그래서 서울거리는 시장 바닥이 되고 만다. 각종 물품 가운데 특히 눈에 띄는 것은 각종 놋그릇(유기-鍮器)더미를 산처럼 쌓아놓은 것인데, 햇빛을 받아 번쩍번쩍 눈부시게 빛난다. 놋그릇 종류에는 촛대, 숟가락, 젓가락, 사발, 대야, 타구(唾具, 침 뱉는 그릇) 등이 있다. 타구는 달걀을 두 쪽으로 갈라놓은 것처럼 생겼는데 양끝이 연결되어 있다. 이들 유기는 정교하게 가공되어 있고 그 값도 대단히 비싸다. 나는 조그마한 타구 하나의 값이 현금으로 500냥(약 50센트)이라는 말을 들었다. 조선사람은 어떻게 그같이 비싼 값으로 생활할 수 있을까, 참으로 놀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옛시는 강하다. 짧으면서도 마음을 울리는 힘이 있다. 조용히 읊조리다 보면 굳었던 마음이 풀어지고, 옛사람들의 마음이 그대로 전해져 오는 마력이 있다. 이런 매력에 빠져 오늘날에도 시읽기를 즐기고, 때에 맞게 인용하는 경영자가 많다. 고두현이 쓴 이 책, 《옛시 읽는 CEO》는 경영자가 읽고 그 참뜻을 되새길 만한 옛시를 봄, 여름, 가을, 겨울의 느낌에 맞게 분류하여 엮어낸 책이다. 옛시에 얽힌 이야기와 더불어 난감한 위기에 처했을 때, 시 한 수를 인용하여 백 마디의 말보다 더 큰 울림을 전한 사례 등을 풍부하게 담았다. 말이 범람하는 시대, 옛시에 담긴 따뜻하고도 여백 있는 감성은 가슴을 울릴 때가 많다. ‘조선의 이태백’이라 불렸던 이안눌이 함경도 관찰사 시절, 눈이 천 길이나 쌓인 변방에서 겨울을 보내며 쓴 「따뜻한 편지」에는 힘든 일이 있어도 차마 부모님이 걱정할까 전하지 못하는 자식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p.33) <따뜻한 편지> 집에 보낼 편지에 괴로움 말하려다 흰머리 어버이 근심할까 두려워 북녘 산에 쌓인 눈 천 길인데도 올겨울은 봄날처럼 따뜻하다 적었네 - 이안눌 지은이 고두현은 자식이 어버이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운때(時運) 산모퉁이 돌자 새길 나오듯(돌) 새길에서 반가운 님을 보듯(빛) 뿌린 대로 때맞춰 피는 것을(초) 가고 오는 세상만사 운때지(심) --- 25, 1. 11. 불한시사 합작시 설명 ; 우리 말에 운때라는 것이 있다. ‘운(運)’이라는 한자어와 우리말 ‘때’ 곧 시간의 합성어이다. 한자말로 다시 바꾸면 ‘시운(時運)’이다. 그때와 운수(運數)가 합해진 말이다. 사람이 살다 보면 좋은 때가 있기도 하고 운수 곧 관운(官運)과 재수(財數)가 닥치기도 한다. 가장 좋은 경우는 때와 운이 만나 교차하는 것이다. 때는 이르렀는데 수(數)가 모자라면 그 수를 채워야만 하고, 수는 꽉 찼는데 때가 되지 않으면 때를 기다려야 일이 이루어진다. 태공망(太公望, 강태공)이 웨이수이강[渭水]에서 80년 동안 곧은 낚시를 한 것도 백세의 재상이 되어 천하를 경영하기 위함이었듯, 시대의 인물과 군자는 그때를 알아서 처신했다. 개인뿐만 아니라 국운(國運)도 마찬가지라할 것이다.(돌) • 불한시사(弗寒詩社) 손말틀 합작시(合作詩) `불한시사(弗寒詩社)'는 문경 ‘불한티산방’에 모이는 벗들 가운데서 시를 쓰는 벗으로 함께 한 시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지난 1월 13일(월)은 만 18살을 맞이한 청년들을 기리는 일본의 '성인의 날(成人の日)' 이었다. 메이지시대 (1868~1912)부터 약 140년 동안 일본에서 성인의 연령은 20살로 민법으로 정해져 있었지만 민법이 개정되면서 2022년 4월 1일부터 성인 연령이 20살에서 18살로 바뀌었다. 따라서 20살 때 치르는 ‘성인식’의 나이도 18살로 낮아졌다. 일본의 ‘성인의 날’에 대한 사전적 정의는 “새롭게 성인이 되는 미성년자들이 부모님과 주위의 어른들에게 의지하고 보호받던 시절을 마감하고 이제부터 자신이 어른이 되어 자립심을 갖도록 예복을 갖춰 입고 성인식을 치르는 날”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일본의 성인의 날은 1946년 11월 22일 사이타마현 와라비시(埼玉県 蕨市)에서 연 ‘청년제’가 그 뿌리다. 당시 일본은 패전의 허탈감에 빠져 있었는데 그 무렵 청년들에게 밝은 희망을 주기 위한 행사가 바로 ‘성인의 날’ 시작인 셈이다. 이때 행한 성년식이 성인식의 형태로 발전하여 전국으로 번져 나갔다. 지금도 와라비시에서는 성년식이라는 이름으로 기념식을 열고 있으며 1979년에는 성년식 선포 20돌을 맞아 와라비성지공원 안에 ‘성년
[우리문화신문=양승국 변호사] 요즘 도대체 제 상식에 맞지 않는 장면들을 보면서 “도대체 왜 이런 일이 일어날까? 같은 인간으로서 저 사람들은 도대체 어떻게 저렇게 행동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많이 하였습니다. 그래서 이런 사람들의 행동을 설명하는 책이 있을까 하여 ‘극우주의’에 대해 검색을 해보았는데, 한글로 나온 책은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아도르노의 연설문을 책으로 낸 《신극우주의의 양상》이라는 책을 사 보았습니다. 아도르노(Theodor W. Adorno, 1903~1969)는 독일의 철학자이자 사회학자로 나치 정권 때 미국으로 망명하였다가, 종전 뒤 다시 독일로 돌아왔습니다. 독일은 제2차 세계대전에서 히틀러의 몸서리쳐지는 악몽을 겪었음에도, 전후 50년대부터 점차 극우주의가 고개를 쳐듭니다. 이들은 히틀러가 그래도 잘한 점이 많았다고 하던가, 심지어는 유대인 학살은 날조된 거짓이라고까지 주장하였습니다. 그리하여 아도르노는 이를 설명해달라는 오스트리아 사회주의학생연합의 초청을 받고, 1967년 4월 빈대학에서 강연하였습니다. 그동안 이 강연은 녹음본으로만 존재하다가 2019년 처음으로 출판되었는데, 출판되자마자 많은 인기를 끌었다고 합니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중국 전한의 회남왕 유안이 지은 회남자에는 '천하유삼위(天下有三危)'가 나옵니다. 곧 천하에는 세 가지 위험이 있다는 말씀이지요. 소덕이다총 일위야(少德而多寵 一危也) 재하이위고 이위야(才下而位高 二危也) 신무대공이유후록 삼위야(身無大功而有厚祿 三危也) "덕이 적은데도 총애를 많이 받는 것이 첫 번째 위험이고 재능이 없으면서도 지위가 높은 것이 두 번째 위험이고 자신에게 큰 공적이 없는 데도 높은 자리와 봉록을 받는 것이 세 번째 위험이다." 덕이 부족한 사람이 권력을 쥐면, 그 권력은 개인의 이익을 위해 남용되기 쉽습니다. 역사적으로 덕이 부족한 군주들은 백성을 착취하고, 나라를 혼란에 빠뜨리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현대 사회에서도 마찬가지로, 능력보다는 인맥이나 배경으로 높은 자리에 오른 사람들은 공공의 이익보다는 개인의 이익을 우선시하고, 부정부패를 저지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재능이 없으면서도 높은 자리에 오른 사람은 그 자리에 걸맞은 소임을 수행하기 어렵습니다. 이는 조직 전체의 효율성을 떨어뜨리고, 결국에는 조직의 붕괴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특히, 지도력이 요구되는 자리에서 능력이 부족한 사람이 자리를 차지하면, 조
[우리문화신문=김선흥 작가] <조선의 의인 조지 포크>라는 제목으로 오마이뉴스에 몇 년 동안 연재한 적이 있다. 올해 책으로 펴내기 위하여 관련 자료를 재검토하는 중이다. 자료가 뜻밖에 많다. 첫째는 그가 고국의 가족에게 보낸 서신이다. 1884년 5월부터 1887년 7월까지 그는 우편선이 있을 때마다, 단 한 번도 거르지 않고 부모님 전 상서를 썼다. 이 기간은 그가 조선살이를 한 기간이다. 그러니까 그는 개항초기 3년 동안의 조선 견문록을 사신으로 남긴 것이다. 둘째는 조선 여행기다. 1882년 6월 조선 땅(부산)에 첫발을 디뎠을 때의 관찰과 소감, 그리고 1884년 가을과 겨울 두 차례에 걸쳐 행한 내륙 여행에 대한 세밀한 여행록이다.셋째는 외교관으로 3년 동안 조선에 근무하면서 조선의 외교부서와 주고받은 공문이다.넷째는 서울 근무하면서 본국 정부와 주고받은 공문서다.다섯째는 그에 대한 다른 사람들의 기록이다. 이상의 기록물은 다행히 사라지지 않고 전해 온다. 단지 서로 다른 나라의 다른 곳에 소장되어 있으며 그 내용이 대부분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소중하고 값진 자료와 정보가 잠들어 있는 것이다. 그것들은 인간 조지 포크에 대해서 뿐 아니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엘리자베스 키스. 1919년 처음 한국을 찾은 뒤 한국의 여러 가지 풍속과 사람을 그린 화가다. 영국 스코틀랜드에서 태어나 일본에서 근무하는 언니 부부를 따라 일본에 왔다가 동양에 매혹되어 머물렀다. 그 뒤 언니 제시와 함께 1919년 3월 28일, 조선에 와서 한국의 다양한 모습을 화폭에 담았다. 이렇게 그린 그림을 1946년 《올드 코리아》라는 책으로 펴냈다. 엘리자베스 키스의 작품은 색동옷을 입고 마당에서 노는 아이들, 좁은 방에 마주 앉아 학문을 논하는 노인들, 추운 겨울바람을 막아주는 남바위 등 1900년대 초 한국의 모습을 따뜻하면서도 정교하게 담아내 지금까지도 좋아하는 사람이 많다. 배유안이 쓴 이 책, 《영국화가 엘리자베스 키스 그림에서 우리 문화 찾기》를 보면 경성시대 한국의 모습이 한층 정겹게 느껴진다. 물론 식민지배 치하의 엄혹한 시대, 사는 것이 신산하다고 고달팠을 테지만 그럼에도 일상은 무심히 흘러갔던 것 같다. 책에 실린 그림들은 ‘정겨운 사람들’, ‘마음에 남는 풍속들’, ‘아름다운 사람들’, ‘기억하고 싶은 풍경들’의 네 가지 마당으로 구성되어 있다. 엘리자베스 키스는 어떤 모습을 그리든 따뜻하고 애정